기존건물 에너지효율화는 건물부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키워드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우리나라 전체 건축물 중 준공 이후 15년이 경과한 노후건물이 70% 이상을 차지함에 따라 에너지절감 잠재력이 신축대비 큰 것은 물론 ‘건축물 에너지절약설계기준’,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인증’ 등 허가기준을 기반으로 에너지효율화정책을 운영하는 신축건물에 비해 이미 소유권이 확보된 기존건물에 대해 의무적으로 정책을 시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건물 준공 후 에너지성능이 노후화되는 동안 소유주 변경 및 분할 등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에너지효율 개선 주체가 모호해지며 임대건축물의 경우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한 비용을 지급하는 주체(소유주)와 개선에 따른 비용절감 혜택을 받는 주체(사용자)가 상이함에 따라 소유주에게 에너지효율 개선 동기부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건축물의 외피단열성능 개선을 위한 공사는 소음, 진동 등이 발생함에 따라 거주자가 해당 공간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소유자가 기존건물 에너지 리모델링 추진에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이처럼 기존건물 에너지효율 향상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회적·기술적 제약이 있는 상황으로 기존건물분야에서 실질적인 에너지절감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장애요소를 해소하기 위한 기술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는 에너지수요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으로 ‘기존 공공건물 에너지효율 진단 및 리모델링기술 개발 실증연구’를 기획했으며 2020년 7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및 24개 전문기관으로 구성된 연구단이 과제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기존건물 에너지효율 향상시장 확대 및 산업활성화를 위한 기술·정책개발을 지난 9월까지 추진했다.
기존 공공건물 에너지효율 진단 및 리모델링기술 개발 실증연구단(이하 연구단) 주요성과로는 기존건물에너지 리모델링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시스템으로서 ‘건물에너지 리모델링 통합플랫폼’ 개발과 기존건물 리모델링 현장문제 해결을 위한 맞춤형 패시브·액티브 개선기술 개발, 이를 적용한 실증사업 등을 꼽을 수 있다.
통합플랫폼은 연구단 핵심성과로서 소유주뿐만 아니라 설계사, 시공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리모델링과 관련된 다양한 기술정보 및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크게 △에너지진단 솔루션 △에너지해석 및 최적화 솔루션 △종합기술정보서비스 등으로 구성된다.
에너지진단 솔루션
건물에너지진단은 기존건물 에너지성능과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선행돼야 한다. 진단없이 리모델링에 착수하면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낭비됨에 따라 효과적인 에너지효율화 리모델링공사 추진을 위해 필수적이다.
건물을 사용하다 보면 개별 공간의 용도를 바꾸거나 실구획 변경, 설비노후화 및 고장에 따라 교체나 추가 설치가 종종 발생한다. 이때 변경내역을 도면이나 문서로 관리하지 않으면 파악하기 어렵다. 에너지진단 솔루션은 이처럼 건물 사용연수가 경과하면서 도면 등 설계도서가 유실되거나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에너지관련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기존건물을 대상으로 현황정보를 구축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다.
360° 카메라를 활용해 내부공간을 촬영한 사진을 기반으로 형상정보를 추출하며 3차원 모델링 원천기술을 활용해 도면을 생성하는 모듈을 웹기반 서비스로 제공한다. 또한 광학문자인식(OCR)기술을 활용해 장비명판을 인식함으로써 장비일람표를 추출할 수 있는 모듈도 제공한다.
또한 에너지사용량 데이터를 활용해 내 건물의 에너지점수와 등급을 평가하며 다른 건물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단순히 통계치와의 비교가 아닌 공공건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건물용도, 에너지사용량, 규모, 지역, 사용연수 등을 고려해 데이터를 보정하며 건물유형별 에너지 벤치마킹모델을 도출한다. 에너지 벤치마킹 모델은 분위 회귀모델 기반 통계기법으로 건물용도별 에너지사용량을 99개 분위로 구분하는 기준이 되며 실제 에너지사용량과의 비교를 통해 점수와 등급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리모델링을 고려하는 건물에 대해 주소, 용도, 면적 및 준공연도 정보를 입력하면 유사건물과 비교가 가능한 점수와 등급을 산출함으로써 개략적인 내 건물의 에너지성능을 진단할 수 있다.
또한 간단한 건축 및 설비정보를 기반으로 월별 에너지사용량을 사용용도별 분리·분석해 현재 건물용도별 에너지사용 비중과 패턴을 파악하며 적용된 설비에 따라 추천 절감기술을 제공하는 간이 에너지진단서비스도 구성됐다. 분석 결과에 따라 전략적인 에너지절감 방안을 수립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에너지해석 및 최적화 솔루션
현재 건축물에너지 해석을 위한 분석도구는 방대한 입력데이터를 기반으로 상세해석이 가능한 동적시뮬레이션 툴과 비교적 단순화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적시뮬레이션 툴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미국 DOE EnergyPlus, 우리나라 ECO2 등 사용목적 및 분석수준에 따라 다양한 툴이 존재한다.
연구단은 리모델링에 초점을 둔 에너지해석 툴을 개발해 웹서비스로 제공한다. 기존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에서 활용하는 시뮬레이션 툴이 다루지 못하는 열교나 다중열원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채택됐다.
새롭게 개발된 시뮬레이션 툴은 사용자 친화형 UI 적용을 통한 직관적인 분석결과를 제공하며 ISO 52000, DIN V 18599 등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건물에너지 해석 알고리즘을 채택했다. 또한 자재, 설비정보 DB 구축 및 3D모델링 데이터연동을 통해 입력을 간소화했으며 리모델링에 특화된 에너지해석 툴로 에너지절감률 및 에너지성능 개선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월별에너지사용량(OR)과 소요량(AR) 분석결과를 동시에 제공하며 오차율을 통해 분석결과를 검증하는 점이 특징이다.
종합기술정보서비스
에너지효율화 리모델링사업을 검토할 때 관련법규나 기준, 지원사업, 업체, 적용 요소기술 및 제품정보들이 흩어져있어 확인에만 시간 및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통합플랫폼에서는 이러한 리모델링에 필요한 정보들을 집약해 제공함으로써 효과적인 사업추진을 가능케했다.
특히 리모델링 수행 시 적합한 지원사업을 탐색하며 예상비용에 대한 견적을 계산할 수 있다. 또한 플랫폼 내 리모델링 전문기업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일일이 알아보기 어려운 정보들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품정보의 경우 조달청, 물가정보지 등에서 제공하는 단가를 DB화했으며 성능과 가격정보를 동시에 확인해 비용효율적인 대안도출도 가능하다.
또한 리모델링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외 주요 건물에너지효율화 리모델링 프로젝트들에 대한 정보를 탐색할 수 있으며 연구단에서는 총 6개의 공공건물을 대상으로 개발한 기술을 실제 적용하는 실증을 수행했다. 개발된 시스템은 연구단이 수행한 실증사례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도 탑재해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변경 전‧후에 대한 패시브, 액티브, 신재생에너지설비 관련정보를 제공하며 추가적으로 에너지절감률 등 개선효과에 대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박덕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제로에너지빌딩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