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기준에 미달하는 중국산 페놀폼(PF) 단열재가 버젓이 시중에 유통되며 시장을 교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제품은 열전도율, 준불연성능 등에서 성능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쿼터규제로 사용량이 통제된 발포가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성능을 제대로 표시해야 하는 건축법상 표시법, KS라벨링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지만 단속이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다. 값싼 단가를 무기로 건축시장에 활발히 유통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대한건축학회(회장 박진철)는 한국외단열건축협회에 의뢰해 수행한 ‘국내 유통 단열재 주요성능 및 품질실태 조사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9월까지 17개월간 진행된 이번 조사는 국내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단열재 주요성능과 품질실태를 조사함으로써 완전한 성능을 발휘토록 하기 위한 품질향상 방안과 최적성능기준을 도출하기 위해 실시됐다.
조사대상 단열재는 △중국산 PF보드 4종 △국내산 PF보드 4종 △경질우레탄보드(PIR) 3종 △준불연 비드법단열재(EPS) 1종 등이다.
이들 제품에 대해 KS M ISO 4898 항목 중 △열전도율 △준불연성능 △실내유해물질 방출 △발포가스 등 주요성능을 평가했으며 건축법 상 품질정보 표시기준, KS라벨링 기준 등 제도를 준수하고 있는지를 판단했다.
단열‧화재안전 기준 미달
조사결과 시중에 유통되는 중국산 단열재는 제품이 성능기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산PF는 4종 중 2종(A, B제품)이 열전도도 기준에 미달했으며 1종(C제품)은 표시내용보다 우수한 것으로 속여 판매했다. 이들 제품은 열전도도를 20mW/m‧K로 판매했지만 기준미달인 A, B제품은 각각 25mW/m‧K, 29mW/m‧K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표시내용을 속인 C제품은 22mW/m‧K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A제품은 3차례 열방출량시험에서 모두 탈락했다. 콘칼로리미터법으로 열방출량 8MJ/㎡ 이하를 만족해야 하지만 10.6MJ/㎡, 9.7MJ/㎡, 8.8MJ/㎡ 등 3회 시험에서 모두 기준치를 초과했다.
국내산PF 중에서도 기준미달인 제품이 있었다. D제품은 열전도도가 26mW/m‧K로 나타나 중국산PF 단열재보다 수준이 낮았다.
PIR은 열방출량과 가스유해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는 제품이 유통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E제품은 콘칼로리미터시험 결과 9.3MJ/㎡, 8.4MJ/㎡, 8.9MJ/㎡ 등으로 나타나 3회 시험에서 모두 탈락했다. F제품도 13.6MJ/㎡, 12.4MJ/㎡, 10.4MJ/㎡로 나타나 기준미달했다.
또한 E제품은 연소가스를 마신 시험쥐가 행동정지하기까지 시간을 9분 이상으로 규정하는 가스유해성평가에서도 7분46초를 기록해 기준미달로 나타났다. G제품도 가스유해성평가 결과 8분8초로 통과하지 못하는 제품이 유통되고 있었다.
준불연EPS인 H제품은 열방출량에서 5.9MJ/㎡, 7.3MJ/㎡로 2회 통과했지만 3회차 시험에서 8.2MJ/㎡를 기록해 수준미달인 것으로 나타났다.
라벨링 등 표시기준 위반
중국산PF, PIR제품군에서 열전도도, 준불연성능이 법적 기준에 미달한 제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지만 소비자가 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가 단열재 성능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건축법과 KS에 따라 제조자에게 정확한 성능기준, 생산정보 등을 제품에 표기토록 하고 있지만 중국산PF는 이를 따르지 않고 있었다.
건축법 상 ‘건축자재 등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 제32조 ‘단열재 표면정보’ 조항에 따르면 단열재 제조 및 유통업자는 △업체명 △제품명 △밀도 △난연성능 △로트(생산라인)번호 등 성능과 관련된 정보를 일반인이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단열재 표면에 표시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는 현장에 공급하는 최소포장단위, 즉 단열보드마다 표시해야 하며 반영구적으로 지속되도록 인쇄, 등사, 낙인, 날인 등 방법으로 새겨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조치와 과징금 및 벌칙이 부여되며 과징금은 매출 2% 이하, 5억원 내 범위에서 부과한다. 위반 유형에 따라 최대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KS는 KS M ISO 4898에서 ‘제품의 라벨링 및 마킹’을 규정하고 있다. 건축물단열재는 △제품 및 제조자명 △제조장소 △제조연‧월‧일 △로트번호 △제품유형 △표피유형 △길이‧너비‧두께 및 포장상태 판 수 △밀도 △연소등급 △난연성 △유해가스 등을 제품 또는 포장에 표기해야 한다. 위반 시에는 경결함에 해당돼 1차 개선명령, 2차 표시중지(KS정지) 3개월 등 행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중국산PF 표면정보 규정과 라벨링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자재승인서 확인 결과 랑방과립이화공건재유한공사, 강음의등은박합성자재, 랑방신태보온건재유한공사 등에서 생산한 중국산PF는 건축법, KS 규정에 모두 부합하지 않았다.
기준에는 제조사를 기재토록 하고 있지만 제조사가 아닌 각각 BM2, 테크론PF보드 등 브랜드명을 기재하고 있으며 제품에 따라 △제품범주와 유형 △밀도 △난연성능 △로트번호 등이 미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기술표준원의 관계자는 이러한 불량자재에 대해 “국표원은 KS성능 미달, 표시사항 위반의 경우 고발이 접수되면 산업표준화법 20조에 따라 심의를 거쳐 조사계획을 수립한 후 시판품조사를 수행하며 시험, 평가, 검증절차를 거쳐 위반사실이 확인되면 규정에 따라 제재처분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고발은 지자체, 시민단체 등 주체에 관계없이 진행할 수 있으나 위반사실에 대한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증거를 첨부해야 하며 시판품조사는 통상 연간계획에 따라 차년도 계획을 수립하지만 사안에 따라 당해연도에 수시로 진행하기도 한다”라며 “다만 제재처분이 결정‧시행돼도 제조사가 행정처분 중지 가처분신청 등이 인용되면 확정판결까지 수년간 불량으로 확인된 제품을 유통해 재고를 소진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대응할 수 없어 입법이나 정책적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건축법 관련 위반사항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홈페이지 ‘화재안전 불법건축자재신고’를 통해 정해진 서식에 따라 신고서 및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건축안전모니터링센터에서 시기와 관계없이 수시로 확인하게 되며 확인 결과 위반사실이 증명되면 관계법령에 따른 벌칙을 받게 된다.
이번 실태조사를 수행한 외단열건축협회의 관계자는 “위반 건축자재와 관련해 효과적인 시장정화 방안을 고민해 고발‧신고를 진행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