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설비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건설경기 침체 극복을 위한 방안들을 공유하는 자리가 열렸다.
지난 11월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진석 국회의원실과 기계설비신문의 공동주최로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기계설비산업 발전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기계설비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주제발표와 패널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조인호 기계설비건설협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위기다"라며 “공사비 상승과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어느 때보다 위험한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이번 토론회가 건전한 문화 조성을 위한 첫 단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설비공학회, 기계설비기준제도 보완 위한 노력 지속
송두삼 대한설비공학회 차기회장(성균관대 교수)은 ‘국가탄소중립과 건축물 품질제고를 위한 기계설비산업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지구온난화 열대화가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탄소중립 달성에 기계설비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추세다. 국내 건물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24.7%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7.2%는 직접배출이며 17.5%는 간접배출이다. 이중 약 50%는 전기에서 사용된다.
유럽은 가스보일러 사용금지법 등이 발의된 상황으로 히트펌프 등 기술개발이 활발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건물부문 에너지사용량의 43%를 난방에너지로 쓰고 있어 난방에너지 효율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국내에서 가장 선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지자체인 서울시는 온실가스총량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뉴욕과 같이 총량을 넘어서는 건물은 탄소세를 부과해 결과적으로 자발적 그린리모델링(GR)을 유도할 계획으로 설비공학회와 실제 운영단계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점검하는 커미셔닝제도 의무화 등을 준비 중이다.
송두삼 차기장은 “향후 ZEB 3~4등급 달성 시 설비비중이 커져 공사비에 대한 이슈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따른 기계설비설계기준 개정이 필요함에 따라 설비공학회와 국토부는 관련내용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ZEB의 원활한 이용을 위해서는 액티브시스템과 R&D 등 정책제도 보완도 필요한 상황이며 최근 공공건물 중 유지관리자를 둘 수 없는 소규모 건물군에 모니터링시스템을 설치해 원격제어를 할 수 있는 기술연구도 진행 중이다.
송두삼 교수는 “'건물 에너지관리 교육과정을 만들고자 한다”라며 “업계 전문가들의 관심이 있다면 기계설비가 ZEB 핵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설비산업 발전 위한 제도개선 '시급'
기계설비공사는 건축공사에 있어 초기단계부터 마지막까지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며 복잡·정밀하게 시행되고 있다.
진상기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 실장은 ‘기계설비 품질과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진상기 실장은 “기계설비공사는 정밀하고 다양성이 커 시공상세도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현장 축척지도로서 역할해 별도 공정으로 봐야 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공상세도 작성에 있어 주체를 다루는 구체적 근거가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 31조에도 기계설비 시공상세도가 누락돼 있으며 국토부 지침에도 관련사업이 부재하다.
진상기 실장은 “LH공사의 시방서에 기계설비에 대한 내용들이 있지만 기계설비는 정밀하며 어려운 공정임에도 난이도가 보통에서 단순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다”라며 “반면 기획재정부에서 발주하는 건축사 업무범위 대가기준에서는 기계부분이 상급으로 돼 있어 규정 불일치현상이 나타나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사대금 미지급으로 인한 분쟁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간접비를 포기하는 각서를 쓰는 불합리한 경우도 있으며 간접비 미지급에 대해서는 추가의문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담특약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공기지연이 발생됐을 때에는 기계설비 시공업체의 비용부담이 커지며 선행공정에서 공기지연 발생 시 간접·선투입비가 과도한 비용을 만회하기 위한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진상기 실장은 “간접비·선투입비 등에 공사원가가 잘 반영돼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법령개정을 통해 조달청, 발주처 등에서 표준문서에 반영될 수 있도록 근거를 명확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잦아지고 있는 돌관공사(장비와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신속하게 진행하는 공사) 관련 소송은 품질저하나 안전사고 발생, 공사비 증가 등 중요이슈가 있어 더욱 고민이 필요하다.
진상기 실장은 “민간에서도 돌관공사를 인정받을 수 있는 포괄적 규정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품질·안정성확보를 위해 법령 재조정을 진행하거나 공사단계에서 개선가능한 매뉴얼이나 법적분쟁 대응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산업 불황 해소방안 공유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유호선 전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 원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전인재 국토교통부 건설산업과장 △김일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상무 △홍희기 대한설비공학회 장기발전위원회 위원장(경희대 교수) △오양균 한국종합건설기계설비협회 회장 △황보윤 법무법인 공정 대표 변호사 △이재욱 화성엔지니어링 부사장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홍희기 교수는 “주거형 ZEB에 냉방이 빠져있어 이에 수반되는 에너지비용이 심각하다”라며 “습도교환효율을 높이기 위한 데시컨트 환기·냉방 및 히트펌프연계기술 등 기술적으로 완성단계에 있는 시스템들을 활용할 수 있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양균 회장은 “건설단계에서는 시멘트, 철강제 등 생산자재 탄소배출 감축이 중요한데 현재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라며 “향후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건축물 에너지소비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산업에 대한 핵심적 탄소배출 감축방안은 설계, 자재생산업체, 종합건설업체, 정부, 공공기관이 함께해야한다”라며 “ZEB나 GR적용 시 인센티브 등급제 차등화해 지원, 표준건축비 지원, 용적률 완화 등 금융지원이나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일 상무는 “지난 10월 통계청 발표한 동향 보면 건설업체업자수 10만명 감소하며 최대감소폭으로 건설물량 급감됐다”라며 “정부는 공사비 상승률을 3% 내외로 관리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시공현장은 공사대금 분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늘어난 공사비원가 책임이 업계로 돌려져 공사이행까지 강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공사원가관리 제도위원회를 발족해 공사원가 관련 애로사항을 발굴하며 제도개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개선안이 마련되면 정부와 국회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욱 부사장은 “기계설비공사는 토공사부터 시작해 현장까지 상주하며 전체 공정과 상주·검토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데 골자공사 등 다른공사 지연으로 인한 피해 기계설비에서 받고 있다”라며 이어 “공기지연에 따른 자재비 폭등과 인건비 상승 등은 직접적 비용증가를 야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계약에는 전쟁, 기상이변 등 불가항력에 따른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내용해석의 차이로 분쟁이 발생하고 있어 현장이 책임지고 있다”라며 “건설업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전쟁, 전염병, 기상이변, 파업 등에 의한 돌관비용 손실문제 등을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황보윤 변호사는 “비용부분에 대한 문제들을 해소하는 부분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고민 중”이라며 “시공상세도·돌관공사비 등 자문, 소송 시 기계설비업체에서 시공상세도를 비용청구내역에 포함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부분은 협회가 회원사 상대로 교육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돌관공사비에 상대 귀책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이부분은 대부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돌관공사 시 문자·메일·녹취 등 증빙자료가 없으면 원도급 승소로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이점을 필수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인재 과장은 “건설산업 불황은 기계설비뿐 아니라 인력, 종합 등 모든 불황으로 이어져 국내 내수경기침체 주요원인으로 꼽힌다”라며 “ZEB 평가방법 다양화 등에 대한 고민과 함께 공사비 안정화방안과 공공공사비 현실화·PF정상화 등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건설업종 기계설비산업은 가장 속도감있게 변화하는 산업”이라며 “환경변화에 따라 발전하지 않으면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