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축물보다 성능이 우수한 녹색건축물을 지으려면 비용상승이 불가피하게 발생하지만
궁극적인 비용부담자나 에너지비용 절감 등 녹색건축물 수혜자는 건설사업자가 아니라 건축주를 포함한 국민입니다.
일부 비용부담이 발생하더라도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며 에너지성능이 우수한 녹색건축을 짓도록 유도하는 것이
국가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할 정부의 역할입니다”
20세기 후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의제가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현재 신기후체제는 지난 2015년 파리협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신기후체제의 핵심적인 변화는 기후변화가 글로벌 공동의 문제이기 때문에 선진국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가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도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대비 40% 감축하도록 상향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중 건물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까지 3,500만톤으로 2018년 5,210만톤에 비해 32.8%를 감축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했다.
건물부문 탄소중립 일선에서 녹색건축 정부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장우철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국장을 만나 정책방향성과 시장활성화 방안에 대해 들었다.
장우철 국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사를 취득하고 행시 45회(2002년)로 임용된 이후 건설정책과장, 기획담당관을 거쳐 지난해 9월 건축정책관에 부임했다.
■ 건물부문 탄소중립 주요정책은
건물부문 탄소중립을 위한 국토부 주요정책은 신축, 기축 대상으로 나눠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는 신축건물의 경우 에너지소요량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통해 에너지자립률을 높이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로 짓는 것이다. 둘째는 기존건물의 경우 단열성능을 강화하며 기기효율을 향상시키는 그린리모델링(GR)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2017년부터 약 7,000건의 건축물이 ZEB인증을 받았으며 2014년부터 건축물 약 8만3,000건 대한 GR공사가 진행됐다. 다만 GR의 경우 국토부의 이자지원사업 외에 지자체 지원사업이나 자발적인 건축물 성능개선사업으로 추진한 것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영향은
일반건축물보다 성능이 우수한 녹색건축물을 지으려면 비용상승이 불가피하게 발생하지만 궁극적인 비용부담자나 에너지비용 절감 등 녹색건축물 수혜자는 건설사업자가 아니라 건축주를 포함한 국민이다.
그러므로 일부 비용부담이 발생하더라도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며 에너지성능이 우수한 녹색건축을 짓도록 유도하는 것이 국가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할 정부의 역할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과도한 규제가 되거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지 않고 민간에서 충분히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기준을 강화하고자 한다. 공청회, 간담회 및 보도자료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등 충분한 숙의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 올해 제3차 녹색건축물기본계획이 시행됐는데
2025년부터 5년간 추진하는 제3차 녹색건축물기본계획(이하 녹기본)에는 ZEB와 GR정책 추진방향은 물론 지자체·민간을 적극 동참시키는 녹색건축 생태계조성 및 기술발굴·육성 등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해당 과제들을 꾸준히 이행한다면 신축·공공 중심으로 추진돼 온 녹색건축정책이 기축·민간으로 확산되고 녹색건축물이 민간 부동산시장에서 가치 있는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녹색건축이 보편적인 건축문화로 인식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제3차 녹기본에서 지자체 역할은
그간 국토부는 녹기본을 수립하고 지자체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녹색건축물 조성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계획간 시간차가 벌어지거나 상호소통이 부족해 정책연결성이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제3차 녹기본은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해 정책 연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뤄내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국토부 녹색건축센터와 지자체 탄소중립지원센터 등 기존 민·관 지원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며 녹색건축법 개정을 통해 지자체에 개별 건축물의 에너지 및 온실가스 관리권한 부여 등 지자체의 역할도 보다 명확히 하고자 한다.
■ 건축물 장기적 단열성능 반영여부는
건축물 에너지절약 설계기준은 모든 신축건축물이 인허가 시 준수해야 하는 기준으로 건축부문 의무사항에서는 건축물의 외피에 대한 최소 열관류율 기준 또는 단열재 두께기준을 정하고 있다. 외피 열관류율과 적정한 단열재 두께를 계산하기 위한 단열재의 열전도율은 초기 열전도율 값으로 KS 기준값 또는 시험성적서 값을 사용하고 있다.
발포제를 주입해 생산하는 일부 유기단열재의 경우 물리적 특성상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발포제의 발포가스가 빠져나가 장기적으로 단열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 다만 장기열전도율 적용에 따른 단열재 두께 증가는 하자나 건축주의 공사비 부담, 실내 건축면적 감소 등으로 전이될 우려가 있어 합리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발포플라스틱 단열재의 KS 기준이 개정됐으며 단열재 구분변경과 더불어 일부 단열재의 경우 장기열저항값을 제조사가 제시하도록 한 바 있다. 당장 올해 1월부터 단열재의 장기성능이 표시된 시험성적서가 발급될 예정이므로 향후 장기성능에 대한 관련 데이터를 축적·분석하고 관계기관 및 전문가 협의 등을 거쳐 합리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 신축 ZEB정책성과와 확대방향은
ZEB인증은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의 일부 또는 대부분을 직접 생산해 건물부문 탄소배출 및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제도다. 2017년 신설돼 8년여간 본인증 1,665건, 예비인증 5,325건을 인증했다.
ZEB인증을 받으려면 건축물에서 사용되는 냉난방, 급탕, 조명 및 환기에너지에 필요한 연간 단위면적당 1차 에너지총소요량대비 신재생에너지설비를 통한 연간 단위면적당 1차에너지 순생산량이 20% 이상 확보돼야 한다.
2021년 12월 발표된 국토교통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라 올해 1월부터 일부 공공건축물의 의무 인증등급이 기존 5등급에서 4등급으로 상향됐다. 2025년 말 1,000㎡ 이상인 민간건축물에 대해 5등급 수준으로 설계기준도 강화할 예정이다. 2030년부터는 일부 공공은 3등급 이상, 500㎡ 이상인 민간건축물은 5등급 수준으로 강화된다.
■ 통합 ZEB인증이 시행됐는데
그간 건축물 에너지성능을 평가하고 녹색건축물을 활성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제도를 2002년부터 시행했으며 ZEB인증제도를 2017년부터 시행해 운영해 왔다.
그러나 설계기준이 패시브건축물 수준으로 강화되면서 낮은 등급의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인증을 받는 건축물 수가 감소됐으며 두 인증제도 평가항목과 시뮬레이션툴도 동일해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제도 실효성이 낮아지게 됐다. 실효성이 낮아진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을 삭제하고 ZEB인증제도로 통합하는 등 인증제도를 간소화해 인증신청자의 편의를 제고했다.
올해부터 통합운영되는 ZEB인증제도는 시장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편범위를 최소화했다. 기존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평가기준인 연간 단위면적당 1차에너지소요량 기준과 ZEB의 에너지자립률 기준을 함께 운영한다. 또한 진취적인 ZEB보급을 위해 기존 1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ZEB플러스(+)등급을 신설했다.
■ 건물탄소중립에는 기축건물도 중요한데
2023년 기준 국내건물 중 약 84%가 사용승인 10년 이상 된 건축물이고 30년 이상 건축물도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등 국내건물 대다수가 성능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건물 외관 등 개선에 그치지 않고 단열·설비성능 향상을 통해 에너지효율도 높이는 GR사업이 더욱 확산돼야 한다.
GR 관련 주요정책은 공공건축물 GR 지원사업이 있다. 10년 이상 노후 공공건축물 중 △어린이집 △보건소 △의료시설 △경로당 등 취약계층이 많이 이용하거나 도서관과 같은 에너지다소비건축물이 대상이며 매년 약 500~600동가량을 선정해 공사비를 지원한다.
■ 공공건물 GR지원사업 성과는
공공건축물 GR지원사업은 아직 시장 초기에 있는 GR 시장생태계 구축, 저변확산 등을 위해 공공이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어린이집, 보건소, 의료시설, 경로당 등 노후된 공공건축물을 선정해 GR사업비를 국비·지방비 매칭으로 직접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로 건축물 에너지성능을 높일 수 있도록 벽체단열을 보강하며 노후된 창호를 고성능 창호로, 효율이 저하된 냉난방설비, 환기설비 및 조명 등을 고효율기자재로 교체해주고 있다.
2020년 시작돼 현재까지 총 3,470동에 GR공사를 지원했다. 구체적인 실적을 살펴보면 △2020년 821동 △2021년 895동 △2022년 575동 △2023년 617동 △2024년 562동 등이 지원공사 전보다 매년 3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 공공건물 GR지원사업 예산이 지속 감소하고 있는데
해당사업은 시장초기에 있는 GR산업을 감안해 자생적 추진기반을 조성하고자 시행하는 선도사업이다. 이를 통해 시장생태계 조성 및 관련산업 육성을 도모하며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민간에서도 자발적으로 GR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초창기 지원대상이었던 어린이집, 보건소, 의료시설 등은 지자체 인구감소에 따른 신청물량 감소에 따라 사업규모가 축소됐다. 의무화가 시행되는 올해부터는 지자체 및 공공기관 스스로 GR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 및 인프라 구축 등을 지원하되 국가가 예산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은 점진적으로 축소하며 의무화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의무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원사업이 외형적으로는 일부 축소됐지만 그간 공공 GR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해 국가에서 계속 지원할 예정이므로 예산투입에 따른 GR활성화 효과는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지자체 및 공공기관이 각 지역의 기후, 건축물용도 분포, 노후도 등 여건을 반영한 현장중심 GR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 GR의무화 시행계획은
2025년 12월 시행을 목표로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에너지사용량이 높고 에너지효율이 낮은 건축물을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의무화해 단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건물분야 온실가스 감축목표인 32.8%에 공공건축물 GR이 기여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향후 수립 예정인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공공건축물 GR의무화 대상을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 ESG 등 글로벌 규제로 녹색건축이 받을 영향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기업에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로써 ESG경영 실적을 확인하는 등 많은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COP28에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확대하고 효율을 2배 높이는 목표에 약 130개국이 동의했으며 최근 막을 내린 COP29에서는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용량을 2022년에 비해 2030년까지 6배 높이는 목표를 수립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목표수립에 동참했다.
녹색건축분야에서도 그동안 건물성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됐다면 앞으로는 이에 더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에너지를 ESS에서 보관한 뒤 건축물에서 사용함으로써 건물부문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향으로 확장될 것이다. 또한 기업도 ESG경영 방안 중 하나로 소유하고 있는 건축물의 녹색건축물 전환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할 것이다.
향후 국토부는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건축물의 성능개선을 통해 절감된 에너지사용량 및 온실가스 감축량을 정량화해 민간건물 성능개선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론을 마련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추진하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해는 새로 수립된 3차 녹기본 시행과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이 폐지돼 ZEB인증에 통합되는 등 기존 계획, 제도를 재정비해 탈바꿈했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원정의 큰 걸음을 딛는 한 해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국토부는 그간 쌓아온 역량을 향후 5년간 충분히 펼쳐내고 녹색건축 혁신과 확산을 이뤄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