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데이터센터(DC) 시장이 지속적인 수요증가 속에서도 공급부족과 규제강화라는 이중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이하 쿠시먼)가 지난 3월6일 서울 광화문 오피스에서 개최한 ‘DC와 AI’ 포럼에서 존 프리처드(John Pritchard) 쿠시먼 상무는 국내 DC시장 현황과 향후 전망, 규제 변화를 중심으로 한국 DC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도전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존 프리처드 쿠시먼 상무는 한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 주요 DC 허브로 자리 잡고 있으며 앞으로의 성장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들을 짚었다. 특히 지속적인 수요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급부족과 규제강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이뤄졌다.
국내 DC시장 CAGR 15% 성장전망
한국의 DC시장은 최근 5년간 빠르게 성장했으며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GR) 15%가 예상된다. 현재 운영 중인 DC 용량은 697MW이며 225MW가 건설 중이고 680MW가 추가로 계획돼있다. 주요 허브지역으로는 서울, 인천, 경기를 포함한 수도권이 가장 큰 시장이며 부산이 보조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의 GDP 성장률은 지난 10년간 평균 2.6%를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2.2%로 추산된다. 반면 출산율 감소로 인해 인구성장률은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DC수요는 AI, IoT, 클라우드 서비스의 확산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데이터를 소비하는 시대임을 감안하면 IT용량 대비 인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커 성장잠재력이 크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경우 인구는 약 595만명이며 운영 중인 DC IT용량은 1GW 수준으로 IT용량 대비 인구는 5,860명이지만 우리나라는 인구 약 5,163만명, IT용량 697MW로 IT용량 대비 인구가 7만4,098명에 달한다.
韓, 아시아 태평양 주요 DC시장 부상
아시아 태평양 시장에서 한국은 빠르게 성숙한 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서울은 ‘개발 중인 시장(Developing Market)’으로 평가됐으나 현재는 ‘정착된 시장(Established Market)’으로 자리 잡았다. 향후 5~7년 내 ‘파워하우스 시장(Powerhouse Market)’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싱가포르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DC 용량(697MW)은 상대적으로 낮다. 싱가포르는 정부의 DC 개발 중단(모라토리엄) 정책으로 인해 신규 프로젝트가 제한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조호르(Johor)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상황을 활용해 아시아 DC시장 내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DC시장은 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이 2015년 진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9년부터 REITs(부동산 투자신탁) 시장이 형성되며 DC를 부동산 자산으로 보는 경향이 강화됐다. 현재 KT, 에퀴닉스, 캐피탈랜드, 삼성SDS, LG CNS, 엠피리온(Empyrion) 등이 시장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26년까지 국내 DC시장 규모는 1GW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2030년에는 2GW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엠피리온 강남DC는 2025년 3분기에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며 강남 지역의 낮은 공실률(2%)로 인해 강한 수요가 예상된다.
규제 변화 및 전력 공급 문제
최근 정부는 DC 개발과 관련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먼저 전기사업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한국전력공사(KEPCO)는 투기적 전력신청을 방지하기 위해 전력 신청절차를 강화했다. 과거에는 한 기업이 여러 부지에 전력신청을 하는 사례가 있었으며 이로 인해 전력배분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2022년 카카오 DC 화재 이후 정보통신시설 보호지침이 강화되며 백업 DC운영이 의무화됐다. 이는 안정성 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기업들에게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분산에너지 특별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4년 6월14일부터 시행된 이 법안은 10MW 이상 전력을 신청할 경우 최소 70점 이상의 전력계통영향평가 점수를 획득해야 한다. 현재까지 이를 충족한 사례가 없어 신규 DC건설이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내 전력신청 시 -15점의 패널티가 부과되며 수도권 외 지역 신청 시 +2점의 가점이 주어진다.
전력 및 부지 확보 문제
DC 산업의 가장 큰 과제는 전력공급과 부지비용 문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향후 20년간 10GW 이상의 전력을 사용할 계획이며 이는 DC업계 전력확보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한 신안 및 송도 송전선로 건설이 지연되면서 전력공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4년 10월 개시된 산업용 전기료 10% 인상이 확대될 우려가 있으며 이는 DC 운영비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수도권 내 부지비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주민 민원증가로 인해 신규부지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DC공실률 6% 수준
현재 국내 DC시장의 평균공실률은 약 6% 수준으로 글로벌 주요시장과 비교했을 때 낮은 편에 속한다. 인도와 같은 일부 아시아 시장에서는 14% 수준의 공실률을 ‘건전한 시장상태’로 평가한다. 한국의 낮은 공실률은 지속적인 수요증가와 제한적인 신규공급으로 인해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강남지역은 신규DC 입지가 극도로 제한적이어서 공실률이 2%로 매우 낮다. 이는 높은 부지비용, 주민민원, 전력공급 문제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엠피리온이 강남 지역에 30MW 규모 DC를 신규개발 중이며 이는 2025년 3분기에 가동될 예정이다. 그라나 이외 추가공급 계획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인천 및 경기 남부지역은 하이퍼스케일 DC가 다수 입지하면서 4개 DC가 9MW 규모로 운영 중이다. 8%의 상대적으로 높은 공실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의 지속적인 진출로 인해 빠르게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39MW가 공사 중이며 257MW가 계획돼있다.
서남부 서울은 높은 부지비용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11%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해당 지역의 부지매입 및 건설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9개 센터 133MW가 운영 중이며 58MW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고 38MW가 계획 중에 있다.
경기도 남부는 3개 DC가 90MW 규모로 운영 중이며 3%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24MW가 추가 공급될 계획이다. 성남지역은 83MW 규모로 운영 중인 8개 DC 공실률이 0%를 기록하고 있으며 32MW 프로젝트가 구축되고 있고 추가 32MW 규모가 계획 중이다.
현재 계획된 680MW의 신규 DC가 모두 실현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공실률이 일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규제강화로 인해 신규 프로젝트의 진행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단기적으로는 낮은 공실률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국내 DC시장 공실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지속적인 수요증가와 제한적인 신규공급이 주요 원인이다. 향후 수도권 외곽지역으로 DC개발이 확대되면서 일부 공실률 상승이 예상되지만 강남과 같은 주요 입지에서는 계속해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존 프리차드 쿠시먼 상무는 “한국 DC시장은 높은 성장가능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력공급, 규제강화, 부지비용 상승 등 도전과제도 함께 존재한다”라며 “기업들은 수도권 외곽으로 이전을 고려해야 하며 정부와 협력해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규제완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5~7년 내 한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 주요 DC허브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를 위해 전력인프라 확충, 정책개선, 지속적인 투자유치가 필수적이며 DC업계는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장기적인 성장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