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LCA기반 건물 에너지효율 분석법 제시

  • 등록 202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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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설비공학회 하계학술대회, 냉난방부하1 세션 개최

 

대한설비공학회 하계학술대회 냉난방부하1부문에서는 건물의 에너지성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최적화 방안을 모색하는 최신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 이번 세션은 시뮬레이션의 한계를 넘어 실제 측정데이터와 전과정평가(LCA) 등 방법론을 통해 건물의 에너지효율과 탄소저감 효과를 정밀하게 진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공립어린이집 GR, 실제 에너지절감 효과 확인

김지원 서울시립대학교 회원은 ‘실제 에너지사용량 데이터기반 국공립어린이집의 그린리모델링 효과 평가모델 개발’을 통해 그린리모델링(GR)사업의 실제 성과를 데이터로 입증했다.

 

현재 GR사업은 표준조건 하의 시뮬레이션(ECO2-OD) 예측을 통한 평가에 의존하고 있어 실제 건물의 다양한 운영변수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정책실효성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실제 에너지사용량 데이터에 기반한 모델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연구는 2020년 GR사업에 참여한 국공립어린이집 409곳의 데이터를 수집해 품질검토 후 최종 79건을 분석대상으로 선정했다. 여러 기관의 데이터를 종합하고 특히 GR기술이 냉난방에너지 절감에 집중된 점을 고려해 CPM(Change Point Model)을 활용해 전체 에너지사용량에서 기저에너지와 냉난방에너지를 분리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중선형회귀모델과 기계학습모델(다층 퍼셉트론 등)을 개발해 GR효과 평가모델의 정확도를 비교 분석했다.

 

GR을 시행한 어린이집은 연평균 4,158.33kWh의 에너지를 절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부적으로는 가스에너지 사용량이 약 4,619kWh 감소하며 절감효과를 주도했으나 전력사용량은 460.5kWh로 소폭 증가했다. 냉난방에너지만을 분리해서 봤을 때는 연평균 3,760kWh가 절감돼 GR사업이 주로 가스 난방에너지 절감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모델의 예측 정확도는 회귀모델의 결정계수(R²)가 0.268로 낮은 반면 기계학습모델은 0.976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는 GR성능 개선과 실제 에너지변화량이 비선형적관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GR정책이 실제 에너지사용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음을 데이터를 통해 입증했으며 특히 단열과 같은 패시브기술 요소의 기여도가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발된 기계학습모델은 향후 표본확대를 통해 일반화 성능을 갖춘다면 GR사업의 효과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고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김지원 회원은 “향후 월간 데이터분석 및 기상, 재실정보 등 추가변수를 도입해 모델을 고도화하는 연구가 수행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고층건물 에너지분석, ‘연돌효과’ 고려 필수

조정현 건국대학교 회원은 ‘연돌효과가 고층 사무용건물 냉난방부하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연돌효과는 건물 내·외부 온도차로 공기가 수직이동하며 겨울철 하층부 난방부하와 여름철 상층부 냉방부하를 동시에 증가시키는 현상이다. 지금까지는 계산의 복잡성 등으로 인해 실제 고층건물 에너지분석에서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는 신용산에 위치한 가상의 60층 고층 사무용건물을 에너지플러스(EnergyPlus)로 모델링해 진행됐다. 다른 시스템의 간섭을 배제하고 연돌효과가 부하에 미치는 순수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Ideal Load Air System'이 적용됐다. 분석은 연돌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경우(Case 1)와 에너지플러스의 AirflowNetwork기능으로 연돌효과를 정밀하게 모사한 경우(Case 2)로 나눠 연간 및 층별 냉난방부하를 정량적으로 비교했다.

 

연돌효과를 고려한 경우 연간 총 난방부하는 14.9%(약 1,750GJ) 증가했으며 총 냉방부하는 1.0%(약 239GJ) 감소했다. 층별 부하변화는 더욱 크게 나타났다. 겨울철에는 차가운 외기가 집중적으로 유입되는 하층부의 난방부하가 연돌효과 고려시 51.4%나 급증했다. 반면 여름철에는 역연돌효과로 인해 상층부의 냉방부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간 총 냉방부하가 소폭 감소한 이유는 중간기 등에 실내 발열로 더워진 공기가 빠져나가고 시원한 외기가 유입되는 자연냉각 효과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결과는 고층 사무용건물의 에너지분석 시 연돌효과를 반드시 고려해야 함을 보여줬다. 특히 전체건물의 총 부하량뿐만 아니라 층별 부하분포가 크게 달라지므로 모든 층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기존의 설계방식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건물의 냉난방시스템 설계 시 층별특성을 반영한 용량산정 및 운전최적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스마트빌딩 에너지효율, ‘재실자 행동정보’ 핵심

임은경 한양대학교 회원은 ‘스마트빌딩 에너지성능 향상을 위한 재실자 행동정보의 활용가능성 검토’ 발표에서 미래 스마트빌딩의 핵심기술로 재실자 행동정보의 활용가능성을 제시했다.

 

건물은 전 세계 에너지소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며 재실자행동은 건물 에너지소비 예측에 가장 큰 불확실성을 부여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재실자 행동패턴을 이해하고 이를 건물제어에 활용하는 것은 에너지효율과 쾌적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스마트빌딩의 핵심과제다.

 

이 연구는 문헌 고찰을 통해 재실자 행동정보 연구의 발전과정을 분석했다. 초기연구는 PIR, CO₂,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로 재실여부, 인원수, 위치 등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모델링하는 데 집중했다. 최근에는 이렇게 생성된 정보를 실제 건물에 적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규칙기반 제어(RBC), 모델예측 제어(MPC), 강화학습(RL) 등 제어전략을 통해 HVAC 시스템과 연동해 냉방에너지를 15% 이상 절감하거나 재실자의 쾌적성을 높이는 등의 구체적인 성과가 확인됐다.

 

선행연구들은 재실자 행동정보가 건물에너지 효율성과 실내 쾌적성 향상에 기여함을 명확히 보여줬다. 하지만 실제 건물 적용 시에는 시스템통합의 한계가, 시뮬레이션기반 연구에서는 현실과의 연계성 강화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단일건물이나 특정조건에서 검증된 기술이 다양한 환경에서 보편적으로 작동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임은경 회원은 “미래 스마트빌딩 환경에서는 재실자 행동정보의 활용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라며 “향후 연구에서는 실시간 데이터 업데이트를 통한 적응형 프로필 개발, 다양한 고급 제어전략의 통합 및 비교 연구, 그리고 실제 환경과 시뮬레이션간 연계를 강화해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하는 기술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GR 탄소저감, ‘LCA 기반’ 전략 필요

김권예 부산대학교 회원은 ‘LCA를 기반으로 한 그린리모델링의 탄소저감 효과 분석’을 주제로 발표했다.

 

기존 GR평가는 운영단계 에너지효율에 집중해 자재생산, 시공, 폐기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재탄소를 간과했다. 국가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운영탄소와 내재탄소를 모두 아우르는 종합적인 LCA접근법이 필수적이다.

 

연구는 실제 GR이 시행된 공공건축물 20개소를 대상으로 LCA를 수행했다. 다목적 최적화 알고리즘(NSGA-II)을 활용해 리모델링 시 고려해야 할 상충목표인 △탄소배출량 △에너지소비량 △비용간의 균형을 찾는 최적의 리모델링 우선순위를 도출했다. 이를 통해 어떤 기술을 우선 적용해야 탄소와 비용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GR 후 운영탄소는 평균 30% 감축됐고 에너지소요량은 어린이집이 평균 33.1% 줄어 높은 절감효과를 보였다. 내재탄소분석에서는 태양광패널이 단위당 배출량이 가장 높았지만 30년의 운영기간을 고려하면 운영탄소 감축효과가 이를 월등히 상쇄했다. 최적화분석에서는 ‘설비 중심의 개선’이 운영효율과 비용측면에서 가장 균형있는 성과를 보였으며 이는 리모델링전략 수립 시 정밀한 우선순위 설정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리모델링 전략수립 시 단순히 에너지효율이 높은 기술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LCA와 최적화 알고리즘을 통해 종합적인 우선순위를 도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저에너지 소비형 건물일수록 리모델링설비 선택이 탄소배출에 더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정밀한 전략설정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연구 결과는 향후 GR정책 수립 및 실무적용에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것이다.

이종성 기자 jslee@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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