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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송두삼 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우리가 모르는 에코하우스의 ‘진실’
“국내 기후·생활방식 맞는 모델 만들어야”

그린빌딩, 저에너지빌딩, 패시브하우스, 에코하우스, 제로에너지빌딩 등 친환경건축에 관한 다양한 형태, 용어들이 범람하고 있다. 정부도 2020년까지 모든 신축 공공건축물, 2025년까지는 모든 신축 민간건축물을 제로에너지빌딩으로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 국내에서 우리 기술로 제로에너지빌딩은 가능한 것인가? 가능하다. 그러나 제로에너지빌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재 국내 건설시장에서 지어지는 일반적인 건물에 비해 상당한 추가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즉 경제성이 문제다.

 

그렇다면 패시브하우스, 에코하우스, 저에너지빌딩은 가능한가? 이들 역시도 국내 건설시장에 보급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재해있다. 그 중 대표적인 문제는 이들을 구현할 건자재나 시스템들이 국내에는 부재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국내 건자재, 시스템 제조사 분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로에너지빌딩에 대비해 성능향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도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내시장 규모만으로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아직 국내에는 친환경건축을 보편적으로 확산시키기에는 실무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건물에너지 소비를 제로화하거나 혁신적으로 절감시키기 위해서는 열환경 빛환경 음환경 공기환경 등 건물의 물리적 환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통해 실제 사용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사용과 쾌적성 저하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설계초기단계에서부터 건축물의 설계과정, 시공과정, 운영과정에 종사하는 전문가(건축설계자, 구조전문가, 설비전문가, 조경전문가, 시공전문가 등)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당 프로젝트에 가장 최적안을 작성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이것을 통합설계(Integrated Design)’라고 하며 친환경건축디자인의 선진국 또는 선두그룹들은 이미 이와 같은 프로세스를 통해 건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분야가 분리돼 있으며 심지어 다소 갑을 관계가 형성돼 있는 국내 건축프로젝트 수행 구조로는 통합설계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필자는 일본 출장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한 에코하우스의 허구(エコハウスのウソ)’라는 동경대학 마에 마사유키( 真之) 교수가 집필한 책이 필자의 친환경건축에 관한 생각과 많은 부분 일치하고 있어 역서 우리가 모르는 에코하우스의 진실을 출간했다.

 

이 책은 에코하우스 건축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이해나 편견을 바로잡고자 하는 내용이다. 이 책이 국내 친환경건축 전문가, 친환경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 또는 친환경주택을 지으려고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친환경건축 전문가들이 범하는 대표적인 편견 2가지

이 책의 내용 중 친환경건축을 수행하는 전문가들이 범하는 대표적인 오류 2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오류1> 충분한 단열과 기밀로 냉방(에어컨)없이 여름을 날 수 있다.

먼저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다루고 있는 냉방에 대해 생각해 보자. 패시브하우스 전문서적에 종종 소개되는 내용으로 패시브하우스의 근간이 되는 충실한 단열과 기밀성능을 가지는 패시브하우스는 최소의 난방 또는 별도의 냉방시스템이 없이도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고 소개돼 있다. 정말로 패시브하우스 또는 에코하우스는 별도의 냉방 없이 여름에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가? 아마 이번 여름을 지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NO라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나라 기후가 이제는 냉방 없이는 도저히 여름을 나기 어렵게 됐다.

 

패시브하우스는 원래 독일에서 주창돼온 개념이다. 여름철 독일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독일의 여름은 우리나라의 여름에 비해 그다지 가혹하지 않다그늘이 있는 공간에서 통풍만으로도 비교적 쾌적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나라다. 즉 독일기후에 맞게 제안된 패시브하우스 성능기준을 국내에 그대로 구현해서는 국내 기후에서는 쾌적하지 않을 수도 또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될 수 도 있는 것이다.

 

패시브하우스는 난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난방에너지 절감에는 많은 부분 기여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가혹한 여름에 대비한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패시브하우스 전문가들이 간과하고 있는 또 한 가지 사실은 냉방 시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외부의 일사나 온도의 영향을 배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내에서 발생하는 열을 적절히 배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즉 아무리 기밀·단열성능이 우수한 패시브하우스라고 해도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적절하게 배출하지 않고서는 냉방 없이 여름을 지낼 수 없다.

 

친환경건축은 외국의 기준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적용하기 보다는 국내 기후특성이나 문화,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수정돼야 한다.

 

<오류2> 통풍은 시원하다.

친환경건축 설계에서 최고로 중시되고 있는 것이 통풍이다. 건축 평면, 단면도 위에 춤추는 화려한 바람(기류)의 선은 이미 기본이다. 건축가가 애용하는 내부칸막이가 최소화된 개방적인 공간도 통풍을 위해서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통풍은 시원한 것일까? 통풍을 통해 시원함을 즐기려면 다음 조건들이 전제돼야 한다.

 

특히 도시에서 여름철 통풍을 통해서 쾌적하게 지낼 수 없다면 결국 에어컨을 설치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에어컨을 설치해서 냉방을 한다는 것은 실내 공기가 보유하고 있는 열을 사람이 쾌적하게 느끼는 수준까지 제거하는 것이다. 즉 냉방해야할 공간의 체적이 크면 클수록 냉방에 소요되는 에너지는 많아진다. 여름철 불가피하게 냉방을 해야 한다면 최소한의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냉방에너지를 절감하는 방안이다.

 

<진실> 거주하는 사람들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어야 진정한 친환경건축이다.

결국 무늬만 친환경이 아닌 실제적으로 건물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진정한 친환경건축을 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정부는 선언적인 친환경건축의 시범사업에만 치중하지 말고 근본적으로 국내에서 제로에너지빌딩, 패시브빌딩이 경제성을 가지고 자리잡을 수 있도록 고성능의 건축자재, 시스템을 개발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관련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국내 친환경건축 제품, 기술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아울러 하루 속히 전문가를 양성해 정부주도가 아닌 민간주도로 국내 건설시장에서도 제로에너지빌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건축 종사자들은 외국의 친환경건축, 패시브빌딩 설계기준을 답습하기 보다는 그 본질을 이해해 국내 기후나 생활방식에 적합한 기준,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건물이 살아있는 유기체라는 사실을 인식, 설계기준을 외워 요소기술을 조합하기 보다는 건축물을 둘러싼 열, , , 공기라는 물리적인 현상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밸런스 있게 실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친환경건축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