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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선 대한기계설비총연합회 선진화위원장(숭실대 교수)

“기계설비산업 도약발판 마련…실질적 성과는 우리 몫”



“기계설비산업은 티핑포인트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계설비법 제정으로 기계설비산업의 위상이 확 바뀔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기계설비산업은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도약할 수도, 망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4월 모든 기계설비인의 숙원인 기계설비법이 제정, 공포됐다. 2020년 4월18일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될 이번 법안을 위해 현재 하위법령 작업이 한창이다. 그동안 법 제정을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해온 만큼 이번 기계설비법에 대한 기대 역시 크다.

특히 지금까지 법적 테두리 밖에서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며 성장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이번 기회가 기계설비산업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줄 것으로 여겨진다.

대한기계설비총연합회 선진화위원장인 유호선 숭실대 교수를 만나 기계설비법 제정에 따른 영향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었다.

■ 기계설비법이 제정됐는데
이번에 제정된 기계설비법은 기계설비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성격을 규정짓고 있다.

우선 기계설비를 법적으로 규정한 최초의 법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제정법 중에서는 법안이 발의에서 제정, 공포되기까지 7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 걸렸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으로 기계설비법 제정에 대한 당위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만큼 기계설비산업에 대한 제도화 필요성 등 분위기가 고조돼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기계설비산업의 전 가치사슬을 포괄하는 법령이라는 점이다. 전기공사업법, 소방시설공사업법과 같은 타 영역의 많은 법들이 시공 등 산업의 부분들을 나눠 규정하고 있지만 기계설비법은 기본계획부터 설계, 기자재, 시공, 운전, 유지관리까지 모두 규정하고 있다.

설계, 기자재, 시공, 시운전, 운전유지관리, 대수선 등 기계설비의 시작과 생애수명이 끝날 때까지 필요한 전 영역이 하나의 법 안에 들어있다. 이러한 점을 미뤄 봤을 때 기계설비법은 기계설비산업에 대한 기본법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법령 체계상 기본법이 있고 밑에 관련법이 있다. 발전계획과 지원체계, 기술기준, 유지관리, 성능점검 등 다른 몇 개의 법령이 갖고 있는 요소를 하나가 다 갖고 있다. 거꾸로 얘기하자면 이 모든 것을 다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기계설비 하위법령을 만드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라는 의미다.



■ 하위법령의 방향은
기계설비의 정의는 법 2조에 정의됐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학술적인 정의와는 차이가 있다. 입법절차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하위법령에서 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

하지만 상위법에서 위임한 사항을 임의로 확대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기계설비의 정의에 대해서는 TF팀이 열심히 논의하고 있다.

사실 기계설비의 정의는 *네거티브나 포지티브를 혼합한 형태로 가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계설비인들의 협조가 굉장히 중요하다. 기계설비라는 광범위한 내용을 정하는데 소수의 인원이 하나의 결점 없이 만들기는 힘들다.

나는 기계설비업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도 법률에서 목록에 안 들어있으면 기계설비 영역에서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너무 포괄적으로 범위를 설정해버리면 타 법령과 부딪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향후 있을 공청회나 의견수렴 시 기계설비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사를 밝혀줘야 한다.

기계설비법 시행령·시행규칙, 기술기준, 유지관리 기준 등을 만들기 위해 현재 3개의 TF가 구성돼 작업 중이다.

법이 발효하는 날짜는 2020년 4월18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한 20개월 정도 남아있는데 그 이전에 모든 하위법령 체계가 마련되고 여러 절차를 걸쳐 확정돼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은 제한된 인원이 하는 일에 한 번에 완벽한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큰 기대가 아닌가 싶다.

특히 참고할 수 있는 선행사례가 있는 경우가 있지만 없는 분야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지관리기준이다.

기술기준 경우에는 전기설비, 소방설비, 건축기계설비 설계기준 등에 부분적으로 존재하지만 지금까지 다른 분야에서 유지관리 기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 가용할 수 있는 자료측면에서 상당히 제약적이다. 그래서 더더욱 많은 사람들의 참여나 의견개진이 필요하다.

또한 지금까지 기계설비에 관련된 여러 기준 및 시방, 규격, 표준들이 타법 여기저기에 산재해있다. 그것과 기계설비법 하위기준이 어떻게 조화롭게 가져갈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법령에 기계설비 발전 기본계획도 수립하도록 돼있는데 법안이 수립된 다음에 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 법이 발효되자마자 바로 시행되도록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기계설비기본계획은 중장기적으로 기계설비산업의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골격이기 때문에 2년이라는 시간에 쫓겨서 만들기보다 발효 후 제대로 만들었으면 한다.

이게 일종의 산업발전 로드맵이기 때문에 다른 기준부터 제대로 만들고 나서 세워야 한다. 지금은 시행령 및 시행규칙, 유지관리기준, 기술기준, 성능점검업 요건 같은 것들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2년 내에 모두 하기에는 일이 너무 많다.



“에너지와 건설산업이 맞물려있는 기계설비산업이 중간에서 역할을 잘 해낸다면 디지털화나 탈탄소화를 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희망적인 시선입니다. 최소한 변화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 기계설비산업의 전환기로 표현되는데
사회현상을 설명할 때 어떤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요인으로 한순간 폭발하는 것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라고 한다. 일종의 변곡점을 뜻하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지금이 기계설비산업의 티핑포인트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외부적인 사회환경도 그렇고 산업 내부에서도 모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전환기는 항상 기회와 위험이 공존한다.

인식의 전환, 사고방식이나 발상의 전환들이 일어날 수 있는 시기인데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이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비약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고 완전히 망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기계설비법이 만들어진 것 자체도 전환기에 속한다. 특히 이번 법 제정으로 기계설비산업의 위상이 확 바뀔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기계설비산업도 그렇고 기계설비인도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법 제정은 기계설비산업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지금부터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법의 보호막이 없어 서,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서 못했다라는 핑계거리가 없어진다. 다시 말해 공이 기계설비산업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넘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더 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행히 기계설비산업 자체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산업성장의 가능성과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기능이 있기 때문에 기계설비산업의 종사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끼리 다툼이 있으면 이전보다 못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기계설비산업은 기계설비 자체가 가지고 있는 현대문명의 기능 때문에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기계설비 고유의 기능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봐도 기계설비산업은 연평균 성장률이 5% 이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더욱 가속화시켜서 발전하느냐 마느냐는 기계설비인의 몫이다. 기계설비법 제정으로 틀은 만들어졌다. 단순하게 이번 법으로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아닌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기계설비의 역할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상당하다. 실체는 있되 제도적으로 누구도 보호해주지 못했지만 지금은 전문분야로써의 실체를 인정하고 이것이 발전하고 국가산업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 기계설비법의 본질이다.

이제 밥솥은 만들어졌으니 그걸 사용해서 맛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밥을 짓는 일은 우리 몫이다.

■ 산업변화의 폭이 커지고 있다
모든 산업부문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기계설비분야에서는 법제정이나 다른 환경적 여건들이 같이 겹쳐왔기 때문에 변화의 속도와 폭이 커진 것으로 느껴진다.

이는 절대로 우연이라고 말할 수 없다. 사회, 문화, 산업 등 세상을 움직이는 여러 메가트렌드 중 기계설비와 관련된 것들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디지털화와 저탄소에너지로의 전환, 이른바 탈탄소화다.

이러한 사회적 메가트렌드가 기계설비법 제정에 일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거꾸로 얘기하면 사회적 여건이 충분히 성숙됐고 법 추진 주체들이 능동적으로 시대조류의 큰 흐름에 맞춘 노력이 주효했다.

입법의 당사자들은 국회의원이지만 그 사람들은 제도화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고 기계설비인들이 법 제정의 필요성을 설득한 것이다. 절대로 우리는 가만히 있었는데 입법 주체들이 알아서 제도를 만들어준 것이 아니다.

■ 연관산업에서 기계설비의 의미는
기계설비산업은 건설산업과 에너지산업의 교집합이다. 양 산업의 변화속도는 속도감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

건설산업은 다수의 이해당사자, 최저가시스템, 발주자의 보수성 등 산업자체가 갖는 고유한 특성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디지털화나 탈탄소화에 있어 가장 더딘 영역이다. 생산성 향상 역시 지난 20년 동안 제일 낮은 분야에 속했다.

이러한 건설산업도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메가트렌드 조류에 부응하지 않을 수 없고 세계경제포럼을 비롯한 많은 세계 컨설팅 회사들도 변화를 제시하고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고비에 도달했다. 그것도 혁신적이고 파괴적으로 등 떠밀려 변화하는 형국이다.

에너지산업은 디지털화라든지 탈탄소화측면에 비교적 흐름을 잘 타고 있으나 여기도 변화를 주도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즉 에너지와 건설산업이 맞물려있는 기계설비산업이 중간에서 역할을 잘 해낸다면 디지털화나 탈탄소화를 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희망적인 시선이다. 최소한 변화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에너지, 건설산업을 칼로 두부 자르듯이 자를 수 없다. 건물에너지나 산업에너지분야에서 우리가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의미는 총량적 관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화가 우선돼야 하고 가급적 탄소발생이 낮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면 에너지절약의 효과가 더 커진다.

이러한 역할을 기계설비가 잘 해낸다면 에너지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고 건설산업에서 우리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HVAC&R 4.0’ 이것이 제대로 되면 건설산업의 선진화, 컨스트럭션 4.0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 BIM, 모듈화공정 등 기계설비산업이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을 빨리 적용해서 연관산업을 이끌자는 것이다.

■ 전문인력 양성에 큰 기대가 있는데
기계설비분야에 신규로 인력이 유입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일에는 기계설비법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 틀림없다. 법에 명문화됨으로써 일자리가 늘어나고 대학에서 기계설비학과를 선택하는 일에서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특히 전문대학에서는 이번 법에 굉장히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신규인력이 유입되고 실효성을 가질 것인지는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실제로 일반인들은 기계설비법이 무엇인지, 통과됐는지도 모른다. 우선 법이 아니라 기계설비산업을 알리는 홍보가 선행돼야 한다.

법을 제정해서 육성할 만큼 중요한 분야라는 인식전환은 부모가 자식을 대학에 진학시킬 때 추천해줄 수 있는 배경지식이 된다. 탈원전 이슈가 한창일 때 원자력관련 학과에 진학한다고 하면 반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기계설비산업이 실질적으로 발전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산업이 발전하는 것이 가시화되면 오지말라고 해도 오기 마련이다. 이는 기계설비인들이 노력해야 나오는 성과이지 정부가 만들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 북한개방 시 기계설비의 역할은
북한과의 교류가 확대될 때 기계설비산업이 기여할 바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사실 기계설비라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은 건설산업을 통해서다. 북한교류의 시작은 우선 건설산업과 함께 가야 한다. 신규로 건물을 지을 때 기계설비 시스템도 구축되기 때문에 건설산업과 동반진출이 될 수 있다.

또 하나는 냉난방기 자체나 제습기 같은 이른바 HVAC&R 개별제품이다. 냉난방기는 북한에 찾아보기 힘들다. 시스템에어컨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전 세계적인 수준을 갖고 있으니 북한 기후조건에 맞기만 하면 신규 건설 없이도 제품으로써 판매할 수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북한이 우리보다 훨씬 평균기온이 낮기 때문에 우리보다 지역난방을 적용하기에 훨씬 여건이 좋다. 새로 개발되는 곳이니까 계획을 세워서 접근하기도 쉽고 지역난방에 대한 30년이 넘은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으니 장기적인 진출 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

히트펌프의 경우 우리보다 겨울 외기온도가 낮다는 점을 고려해 한랭지용 제품을 미리 개발하고 북유럽이나 캐나다 같은 비슷한 기후의 판로도 함께 대응할 수 있다. 한랭지용 히트펌프는 이미 대기업에서 개발하고 있어 비중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에서 산업용 에너지부문은 아직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으니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산업용 에너지, 유틸리티분야에서도 우리가 교류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높지만 아직은 북한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시간이 경과하면서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