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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찬 대한설비공학회 회장(고려대 교수)



기계설비산업은 최근 기계설비법 제정,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환경에 맞춰 체질변화가 요구되는 가운데 기계설비산업의 씽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는 대한설비공학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2019년 임기를 시작한 김용찬 회장은 이러한 변화에 학회와 산업이 따라가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김용찬 대한설비공학회 회장을 만나 학회 운영방안과 설비산업이 나아갈 길을 들었다.

■ 학회 운영방향은
설비공학회는 회원수 8,300명 정도의 단체로 다른 학회와 달리 산업체가 많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설비공학회는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바도 크고 지금까지 전임회장들께서 기반을 잘 닦아왔다.

이러한 큰 규모 조직을 맡게 돼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영광이다. 큰 기회를 준 것을 감사히 생각하고 전통을 잘 이어 학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류역사 상 수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변해온 시간보다 더 짧은 기간 동안 더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계설비도 예외는 아니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도 함께 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과 패턴 중 일부는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하며 일부는 빅데이터, ICT, AI 등 새로운 요소를 적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임기동안 이러한 학회 내·외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 생각이다.

우선 학회행정을 체계적으로 시스템화할 계획이다. 사실 학회행정이 아직 예전방식으로 운영되는 부분이 많다. 우편도 많이 보내고 회원관리도 수기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에 만족하고 답습한다면 결코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쫓아갈 수 없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행정부터 데이터화하고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시스템화하고 업데이트시켜 직원들이 필요없는 행정은 하지 않도록 만들 계획이다. 또한 회원들한테도 편의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개선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학회재정 등 기반이 확고해야 하는데 수탁이라든지 표준·인증, 상업용 프로그램 개발 등 사업을 활성화해 예전에는 기업들 후원에 의지만 했던 환경에서 벗어나 자립성을 키울 생각이다.

우리 스스로 재정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해 발전의 성장동력을 만들자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대기업은 업계 일등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굉장히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잘 팔리고 인기가 많으면 대량생산을 통해 단가를 낮출 수 있고 많은 이득을 남겨 인지도가 높아지면 좋은 인력들이 들어온다. 결론적으로 선순환 구조를 갖는 것이다.

우리 학회도 이러한 측면으로 변화하고 선순환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악순환의 고리로 빠질 수 있다.

예전에는 학회가 기업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경기가 어렵기 때문에 거꾸로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기업들이 직접 요구하기 어려운 부분을 정부에 전달하는 등 산업의 대변인 역할을 해야한다. 또한 학술지를 더욱 발전시켜 논문을 많이 유도하고 신기술을 제안하는 등 조금씩 분위기를 바꿔가야 한다.

아무래도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변화의 선두에는 학회가 나서야 한다. 학회가 모든 것을 다 끌고 갈 수는 없지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다.

■ 기계설비 위상을 강조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하는 일은 기계설비인들의 자부심과 위상을 높이는 것이다.

학회위상을 높이는 일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변화에 적응해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룬다든지, 대정부 제안이나 매체를 통해 기계설비인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방법도 있다.

또한 회사 안에서도 기계설비가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그만한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 회사 내부에서는 당연히 필요성이 있어야 그 분야의 임원자리를 할당한다. 학회는 이러한 비전과 정당성을 만들어줘야 한다.

2019년 학회 임원구성에는 종합건설사의 자리를 늘렸다. 이분들이 회사 내부에서 기계설비분야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산학협력이사를 확대한 것이다.

이러한 위상확대는 학회 혼자만의 힘으로는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한기계설비단체총연합회와 합을 맞추면서 함께 가야 할 것이다.

국제위상도 중요하다. 모든 산업이 국내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 기계설비도 마찬가지다.

특히 아시아권역에서 학회의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ASHRAE 등 큰 학회도 중요하지만 더 쉽고 많이 교류할 수 있는 동남아시아모임이 실질적인 네트워크가 될 수 있다. 회장 임기동안 이러한 국제교류를 활성화할 생각이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많은 동남아권 모임에 참석할 예정이다.

아시아권에서는 ACRA(asian conference of refrigeration and air-conditioning)를 매 2년마다 한 번씩 개최하고 있는데 이러한 모임은 이미 조직돼있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4개국과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등을 합류시켜 교류하고 우리 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최근 Low GWP 냉매 이슈도 크게 작용하고 있으니 공통된 주제로 뭉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기업들이 베트남, 인도 등에 많이 진출을 시작하는데 우리 학회가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교류하고 한국의 기술을 알리면 기업들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위원회 활성화 방안은
활동이 미진한 위원회를 독려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플랜트부문위원회는 위원장에 현 대한기계학회 플랜트부문 부위원장인 최종민 한밭대 교수를 임명했다. 해당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사람에게 위원회를 맡긴다는 의미에서 수혈을 한 셈이다.

또한 교육위원회도 신영기 세종대 교수를 임명했다. 현재 교육부문은 단순하게 자격증, 기술사 교육만 실시하고 있다. 그러지 말고 앞으로 4차 산업혁명 등에 따라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안을 만들 예정이다.

기술기준이나 인증위원회는 학회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 수 있는 사업 중 하나로 학회의 주력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술기준위원회를 홍희기 전 회장이 맡아 발전시킴으로써 학회 성장동력을 굳건히 할 방침이다.

저온설비부문위원회는 현재 정재동 세종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많은 지원을 해줄 계획이다. 특히 저온설비분야의 우수기업을 다수 가입시켜야 하는데 대부분 기업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콜드체인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데 저온유지가 핵심 분야이기 때문에 기계설비가 당연히 중심이 돼야 한다.

‘미래성장 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젊은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고 지원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지속가능한 학회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젊은 세대를 육성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학생들도 중요하지만 박사를 수료한 젊은 연구자들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HVAC 장학생제도’라는 학생들을 유치하는 프로그램은 운영하고 있지만 이미 박사를 받은 젊은 연구자들의 유도장치는 아직 없다.

젊은 사람들은 새로운 분야에 흥미를 갖는다. 흔히 말해 ‘첨단’에 치중돼 있다. ‘로봇’이라는 소재는 좋아하지만 ‘설비’라고 하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젊은 연구자들이 학회에서 많이 활동해야 미래가 밝다. 사실 지금은 학회 연령층이 다소 노령화돼있다. 에너지, 융·복합 등 흥미있는 키워드로 젊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아이템이나 학술활동을 같이 하면서 유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사람들이 같이 모이면 스스로 정보공유도 하고 과제도 같이 기획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학회활동을 열심히 참석하면 학회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 4차 산업혁명 시대 기계설비가 나아갈 방향은
흔히 기계설비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AI, 빅데이터 등과는 관련성이 낮은 분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혹자는 new-normal을 줄여 뉴멀시대라고 부른다. 그동안 혁신이라고 생각했던 요소들이 이제는 당연히 포함돼야 하며 이렇게 변화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지금 모든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아이템들을 수용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건축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BEMS를 필수로 적용해야 하는데 이러한 데이터를 받아서 판단하려면 AI기능을 연결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AI, IC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은 이제 모든 산업에 포함되는 요소가 됐다.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조금만 고민하면 적용시킬 수 있는 것들이다.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조금만 공부하면 기본적인 요소들은 금방 만들 수 있다. 물론 정말 특화된 요소를 적용시키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산업에서 키워드를 뽑자면 ‘공유’와 ‘도전’, 더 추가하자면 ‘스마트’, ‘에너지’, ‘융·복합’ 등이 있다.

앞으로는 모든 것이 공유되는 경제가 올 것이다. 자동차도 자율주행이 발전하면 굳이 자기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다. 요새 이슈인 카풀도 공유경제의 일환이다. 집이라는 개념도 많이 바뀔 전망이다. 많은 산업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날 테고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변화하는 시대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고 앞서나가야 한다. 이러한 격변의 시대에서 학회의 책임감은 매우 커진다. 산업을 이끌고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켜야 하고 앞서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기계설비가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그만한 비전을 제시해줘야 합니다. 회사 내부에서는 당연히 필요성이 있어야 그 분야에서 임원도 만들어줄 것입니다. 학회는 이러한 비전과 정당성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입장은
에너지전환이 정부에 의해서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데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세계적 추세도 열과 전기를 함께 사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국내 에너

지전환정책은 너무 전기에만 치중하고 있다. 전기만 생각하지 말고 열도 함께 키워야 하는 것이 에너지전환정책의 성공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최종 에너지사용 패턴을 보면 열로 쓰이는 게 약 40% 정도 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열은 주위에서 쉽게 버려지는 폐열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태양에너지만 봐도 보면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도 있지만 태양열을 활용하는 방법도 굉장히 많다. ESS도 전기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열도 같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

현재는 태양광·풍력 등 발전용 신재생에너지만 지원하고 있는데 분명히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신재생발전을 아무리 많이 설치해도 원자력이 빠지는 부분을 전부 감당하기 쉽지 않다. 계절과 시간대, 날씨에 영향을 받는 불안정한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이 것으로 기저부하를 전부 감당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원자력이 빠지고 기저부하를 감당하지 못하면 다시 석탄이나 LNG, LPG 등 화석연료를 사용해야 하는데 석탄을 다시 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천연가스 역시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열병합발전, 수소시티 등이다. 발전을 하더라도 남는 열을 써야 하고 에너지믹스측면도 더욱 고려해야 한다.

■ 기계설비법 하위법령 제정이 한창인데
기계설비법을 제대로 만들어서 기계설비인들이 앞으로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기계설비법이 공포됐지만 하위법령 및 기준제정 등 할 일은 아직 남아있다.

기계설비법 하위법령은 대한기계단체총연합회에서 기계설비산업선진화위원회를 조직하고 학회 및 관련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주기적으로 진행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법이 새로 시행되면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경우가 많아 해소하기 위해 홍보도 더 많이 해야 하고 여러 분야의 관계자를 설득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전체 파이를 키워서 반대급부에 서 있는 사람들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이번 법 제정을 계기로 기계설비인들이 많이 뭉쳤다. 포럼에도 관심이 많고 이와 관련된 여러 의견들을 제출하고 있다. 기계설비인의 날 제정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국회의원들도 많이 오고 정치권에서 예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없다. 법은 법대로 만들어져야 하고 관련된 여러 활동을 통해 사회적 분위기를 성숙시켜야 한다.

■ 학회 50주년을 앞두고 있는데
학회는 설립 이래 가장 큰 행사인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있다. 2021년 개최될 예정인데 올해가 이를 준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이번 ‘창립 50주년’은 단순히 한 번의 행사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국제학술대회도 개최하고 설비포럼도 특집으로 여러 차례 구성해 1년 동안 축제분위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학회가 반세기 동안 걸어온 발자취를 정리하는 큰 행사이므로 50주년 기념사업위원장은 강병하 전임회장이, 50년사 편찬위원회는 한화택 전임회장이 맡아 지난해부터 가동을 시작했고 올해는 더욱 본격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 영문논문집 SCI 추진 현황은
학술저널은 아직까지 국제적인 수준에 다소 못 미치고 있다.

지금 영문논문집은 SCOPUS에는 등재돼 있지만 아직 SCI에는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문논문집을 이번에 SCI에 등재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반려됐다. 인용률은 높지만 내부인용이 많다는 이유다. 그걸 보완하는 작업을 지속하겠지만 꼭 SCI 등재가 안 되더라도 인용이 많이 되면 그 자체로 임팩트 있는 저널이 된다.

SCOPUS에는 올라가 있기 때문에 영향력 지수를 많이 올려놓으면 사람들이 많이 인용할 수 있다. 그럼 SCI가 안 되더라도 그에 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영향력지수는 출판된 논문이 국제저널에서 몇 번 인용되느냐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현재 3.0정도 된다.

국문논문집은 지금 한국연구재단의 KCI 등재지다. 국문논문집도 SCOPUS에 등재하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