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R EXPO에서 만난 사람들] 정재원 한양대학교 교수

  • 등록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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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HRAE Fellow 선정 영광…액체제습‧증발냉각 기술력 인정”
ASHRAE 컨퍼런스 키워드, ‘탈탄소‧기후변화‧AI’

정재원 한양대학교 교수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ASHRAE 동계 컨퍼런스에서 ASHRAE Fellow(석학회원)로 선정됐다. 전 세계 10만여명의 회원 중 0.5%에 불과한 500여명만이 석학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3번째로 선정됐다. 이는 정재원 교수가 주력으로 연구하는 액체식 제습 및 증발냉각기술이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정재원 한양대 교수를 현지에서 만나 ASHRAE 컨퍼런스 핵심내용을 짚어보고 함께 개최된 AHR EXPO를 바탕으로 국내 HVAC&R산업의 방향성을 점검했다.

■ 올해 ASHRAE 컨퍼런스는
ASHRAE 동계컨퍼런스는 미국에서 해마다 1월에 개최되는 HVAC&R분야 최대규모 학술행사 중 하나이며 올해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개최됐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탈탄소화, 기후변화, AI 등 중요한 주제에 중점을 두고 HVAC&R업계 리더 및 학계 전문가들의 다양한 연구성과 발표, 토론이 있었다. 1월20일부터 24일까지 개최된 이번 ASHRAE 동계컨퍼런스에는 3,800여명이 참가했으며 458개 위원회 회의, 125개 Technical 세션과 참가자들을 위한 다양한 네트워킹 행사 및 활동이 포함됐다. 

2024 ASHRAE 동계컨퍼런스에서 진행된 총 125개 세션 중 참석자들이 가장 많이 참여한 상위 3개 세션의 주제는 △Thermal Energy Storage: A Critical Strategy for Decarbonization △Beneficial Electrification △The Logical Way to Tap Into Decarbonization: Hydronic District Energy Systems 등으로 HVAC&R분야에서의 탈탄소와 기후변화 대응기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2023~2024년 ASHRAE 회장인 Ginger Scoggins 역시 개회사에서 ASHRAE의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ASHRAE가 최근 발표한 기존건물에 대한 업데이트된 에너지효율표준인 Standard 100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 글로벌 HVAC 기술‧정책방향성은
이번 2024 ASHRAE 동계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논문들과 토론주제들을 살펴보면 역시 현재 전 세계가 함께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인 탈탄소화, 기후변화 대응기술, AI 활용 등과 같은 중요한 주제들로 진행됐다. 특히 냉난방공조, 급탕, 환기분야에서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히트펌프, 친환경냉매, AI를 활용한 제어 및 최적화, 신재생 및 미활용에너지 활용 HVAC기술 개발과 개발된 기술의 실증, 보급 및 확산을 위한 정책개발 등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큰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일본에서 3개의 세션을 Cutting-Edge Japanese Technologies라는 주제로 진행한 것이다. ASHRAE에서 어느 한 국가를 위한 세션들을 제공하는 경우는 그리 흔한 경우가 아니다.

내용은 일본 주요 관련기업들인 Shimizu, Nikken Sekkei, Nihon Sekkei, Mitsubishi, Daikin 등 소속 엔지니어 및 주요 대학소속 연구자들이 친환경, 저에너지, 저탄소 HVAC&R 기술 및 적용결과에 대한 발표들로 구성됐다.

ASHRAE 일본지회(Japan Chapter)가 기획해 일본의 공기조화위생공학회(SHASE) 논문상 및 기술상을 받은 HVAC&R 관련 성과들을 ASHRAE 동계컨퍼런스에서 다수의 세션을 구성해 전 세계에서 온 참가자들에게 소개함으로써 일본의 탈탄소화, 기후변화 대응기술, AI 활용 기술개발 노력과 성과들을 널리 알리는 기회로 삼고 있었다. 이러한 부분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HVAC&R 기술을 선도하고자 하는 우리에게도 참고할 만하다.

■ ASHRAE에서 활동 중인 국내 전문가들 동향은
현재 ASHRAE는 전 세계 10만여명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400여개의 ASHRAE Technical Committee(기술위원회)가 구성돼 각종 Standards 및 Guideline 제정 및 개정, 학술 및 기술세미나, 저술 및 교육, 연구개발, 기술교류 등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도 이러한 TC에 다수 참여하고 있다. 지면 관계로 모두 소개할 수는 없지만 임필재 미국 오크리지연구소 박사, 황윤호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등이 현지에서 활동 중이며 ASHRAE 한국지회(South Korea Chapter) 소속으로서 성민기 세종대 교수, 조진균 한밭대 교수, 박병윤 한밭대 교수, 임재한 이화여대 교수 등은 건물에너지절약 설계, 데이터센터, 공기질 관련 TC에 참여해 이와 관련된 ASHRAE Standards 및 Design Guideline 제개정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대한설비공학회, 한국건축친환경설비학회는 ASHRAE의 AASA(ASHRAE Associate Society Alliance) 회원단체로서 매년 회장단을 파견해 ASHRAE와 협력하고 있다. 올해는 최준영 설비공학회 회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으며 이번 컨퍼런스에 참석한 50여명의 한인 연구자 및 관련기업 전문가들을 격려하고 교류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 이번 컨퍼런스에서 ASHRAE Fellow로 선정됐는데
ASHRAE는 HVAC&R분야에서 국제적으로 탁월한 업적을 낸 회원에 대해 엄중한 심사를 거쳐 매년 20여명 정도의 Fellow를 선정하고 있다. 현재 전체 ASHRAE Fellow는 500여명으로 전 세계 10만여명의 회원 중 0.5% 정도다.

이번에 외기전담시스템(DOAS), 액체식 제습 및 증발냉각(Liquid Desiccant and Evaporative Cooling)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공조시스템분야에서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ASHRAE Fellow로 선정됐다.

개인적으로는 1997년 포스코건설 건축설비팀 근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지난 27년간 성과들이 우리 HVAC&R분야 국내‧외 동료와 선배로부터 인정받은 것 같아 매우 기쁘고 큰 영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학계나 업계에서 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는 후배와 동료들을 위해 앞으로 더욱 특별한 역할이나 활동을 해야 할 것 같은 고민과 부담감도 함께 느껴진다. 올해 ASHRAE Fellow로 선정된 총 23명 중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됐지만 앞서 이미 김광우 서울대 교수, 한화택 국민대 교수 등이 ASHRAE Fellow에 선정된 바 있기에 그 후광으로 좋은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국내에는 100여명의 ASHRAE회원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 앞으로 이들 중 더 많은 ASHRAE Fellow가 배출될 것으로 생각된다.

■ AHR EXPO가 함께 개최됐는데
세계적인 HVAC&R 분야 전시회답게 이번 AHR EXPO도 참가업체와 참가자 수, 전시장 규모에서 놀랐다. 전 세계에서 참석한 관련 기업들간 실질적인 계약이 이뤄지는 열띤 비즈니스와 정보교류 현장이면서 관련 연구자들에게는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한 영감과 자극을 받을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액체식제습 및 증발냉각을 이용한 공조시스템 관련해 미국업체 3곳에서 새로운 관련장비를 출시하면서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나아가 ASHRAE Innovation Award까지 수상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비증기압축식 냉동사이클 기반의 새로운 공조기술이 빠르게 성장하고 상용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매우 특징적인 점이라고 판단된다. 

■눈길을 끈 국내 출품기업은
LG전자에서 전시회장 중앙에 가장 큰 규모의 전시장을 마련해 가정용 냉난방 및 급탕용 히트펌프를 비롯한 VRF, ERV, DOAS, 신형 고효율압축기 등을 전시하면서 관람객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다만 이 제품군은 경쟁이 심한 제품군이라 미국, 일본, 중국의 경쟁사들과의 차별화가 쉽지 않아 보였다. 특히 LG전자나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 외에 한국의 HVAC&R분야 중견 및 중소기업들의 제품 전시는 찾아보기 어려워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향후 미국, 일본, 중국의 경쟁사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제품개발과 이를 통한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가 더욱 필요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중견‧중소기업들이 국내시장만 바라보기보다는 AHR EXPO와 같은 기술홍보 및 비즈니스 현장에 참가해 세계시장을 여는데 계속해서 도전하는 분위기가 요구된다.

■ ASHRAE 컨퍼런스, AHR EXPO를 총평한다면
현재 우리 HVAC&R분야는 이번 ASHRAE 동계컨퍼런스에서 강조된 것처럼 탈탄소화, 기후변화, AI 적용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됐다. 이는 위기이면서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위해 제로에너지건물 보급과 고효율 냉난방공조기술, 신재생에너지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 냉난방공조분야의 더 높은 도약을 위해서는 연구개발분야에서 기존기술에 대한 고도화뿐만 아니라 새롭고 차별화가 가능한 새로운 차세대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정부는 이들 차세대 기술이 적용된 신기술, 신제품들의 시장진입이 더욱 쉽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각종 비효율적이며 불필요한 규제, 인증제도를 줄여야 한다. 또한 업계는 작은 국내시장안에서 과도하게 경쟁하기보다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더 넓은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는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여인규 기자 igyeo@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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