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난방·급탕 탈탄소화 핵심 히트펌프, 보급 걸림돌 치워야

  • 등록 202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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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 핵심 ‘HP’ 부상
EU·美 등 선진국, 보급 활성화 정책 수립
설치 공간 부족·전기요금 누진제 개선 시급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등 주요 국제기구 및 주요국들은 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 핵심수단으로 건축물 에너지효율 향상과 함께 난방용 에너지원 대체를 제시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현재 가정에서 최종 에너지소비의 약 80%가 난방에 사용되며 70% 이상이 여전히 화석연료(대부분 천연가스)에 기반하고 있다. 유럽 내 건물 냉난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12%를 차지한다. 유럽은 히트펌프 보급확대 및 지역난방 탈탄소를 중심으로 난방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유럽은 기후위기 대응과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수입을 감소하기 위해 연간 히트펌프 판매량을 2배로 늘리는 REPowerEU 목표를 수립했다. 2026년까지 약 2,000만대, 2030년까지 약 6,000만대 히트펌프 설치가 목표다.


지역난방에서는 연도별 재생에너지 및 폐열 사용 비중을 규정해 단계적 탈탄소 계획을 수립했다. 2030년부터는 신규 지역난방 설비에서 화석연료 사용이 금지되며 기존 천연가스 기반 지역난방에도 지원이 폐지된다. 또한 25MW 이상 규모 지역난방을 ETS 대상으로 포함시켜 탄소 패널티를 부과할 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 히트펌프 보급용량은 1,000GW 이상으로 절반은 북미지역에 설치됐다. 미국에서는 2022년 히트펌프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서면서 가스보일러 판매량을 능가했다. 미국 신규 단독주택에서는 Air-to-air(공기열) 히트펌프가 주요 열원으로 자리잡았다.


유럽연합의 경우 REPowerEU 정책에 힘입어 2022년 히트펌프 판매는 300만대로 전년대비 39% 증가했으며 최근 들어 Air-to-water 히트펌프의 성장세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히트펌프는 전 세계 건물 난방수요의 10%를 차지하고 있으나 IEA(2022)에서는 각국의 히트펌프 보급정책이 지속된다면 2030년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단열 향상과 히트펌프보급 영향으로 2030년 화석연료 난방수요는 2021년대비 29% 감소하며 5억톤의 온실가스가 감축될 것으로 전망한다. IRENA(2022)는 2050년까지 건물 전기화 비중이 32%에서 73%로 확대되며, 2억9,000만대의 히트펌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주요국가 히트펌프 보급확대 방안은
해외 주요국에서는 규제와 지원 두 가지 트랙으로 히트펌프 보급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먼저 각국은 건물에서 화석연료보일러 사용을 퇴출하기 위한 법을 마련·시행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신규 화석연료보일러 설치 금지, 신축 건물 가스관 연결 금지, 재생가능 열에너지 의무 등의 법을 이미 시행 중이다. 미국에서도 20개 주에서 유사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히트펌프 보급 확대를 위해 히트펌프 설치 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액공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지원책도 추진하고 있다. 독일과 영국은 각각 연간 50만대, 60만대의 히트펌프 보급목표를 수립했다. 이를 달성하기위해 영국은 우리나라 돈으로 1,300만원에 달하는 바우처를 지급하고 있으며 독일은 건물에너지효율 개선 지원과 함께 히트펌프 적격 비용의 35~45%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건물부문 NDC 달성, 주거용 핵심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소비 비중은 산업부문이 60.6%, 건물부문이 22.3%, 수송부문이 17.1%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 부문은 이미 기업경쟁력 차원에서 에너지소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어 추가적인 에너지절약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건물부문, 특히 주거용 난방에서 에너지절약 잠재력은 매우 높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건물부문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을 2018년 5,2100만톤대비 2030년까지 32.8%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서는 건물 온실가스 배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가정에서 난방용(에너지소비의 65%) 에너지를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 주택의 80% 이상은 화석연료를 난방에 사용하고 있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주택의 화석연료(지역난방 포함)를 이용하는 가구는 1,920만호로 전체 난방가구의 96%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환경부의 2022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가정부분 온실가스 배출량은 3,170만톤에 이른다. 

 

난방 및 급탕 열 탈탄소화 시급 
정부 탄소중립 정책 시행에 따른 친환경에너지 솔루션으로의 전환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태양열, 지열과 같은 신재생설비와 에너지효율 향상 정책에 따른 고효율 콘덴싱보일러 등이 정부 지원제도에 따라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IoT기술과 스마트홈기기 발전으로 가정 내 난방시스템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증대하기 위한 스마트 온도조절기 및 원격제어시스템 등 보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 및 기존 화석 연료 기반 에너지효율 향상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건물부문,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가정부문 난방 및 급탕 열원의 탈탄소화가 건물부문 탄소중립 목표달성의 핵심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난방 및 급탕방식의 탈탄소화 방안으로는 히트펌프를 활용한 전기화, 무탄소연료 사용, 신재생에너지설비 도입 등이 있으며 이중 설치용이성과 기술개발 수준 등을 감안할 때 히트펌프를 활용한 전기화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전력시장 관점에서 신재생 분산에너지 확대에 따른 고효율 수요관리자원으로서 히트펌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주거용 난방과 급탕용 직화식 보일러를 전기식 히트펌프로 대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가정용 난방 및 급탕분야에서 아직 히트펌프 보급이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히트펌프를 이용한 공기난방 및 바닥난방, 급탕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에 대한 인식 부재와 실제 가정용으로 보급되는 에어컨 실외기들이 대부분 냉방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히트펌프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에너지비용 절약 및 친환경기술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인해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히트펌프를 공기냉난방으로 사용하거나 더 나아가 바닥냉난방용 히트펌프로 사용하려는 문의 및 시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냉난방시스템을 결정하는 주체가 설계사 및 시공사에 있으며 일부 시공사 외에는 실외기를 냉난방 전환이 가능한 모델로 설계하려는 경우가 아직까지 드물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히트펌프의 보급이 기존의 '공기' 냉난방 중심에서 벗어나 '온수' 공급을 통한 바닥난방(온돌) 및 급탕 등에 적용돼야 진정한 종합 솔루션으로서 히트펌프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라며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공기열 히트펌프의 재생에너지 포함이 필수적이며 주요국들이 이미 공기열 히트펌프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이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시작하고 관련 법과 제도 및 기술기준을 정비해 히트펌프 보급을 촉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히트펌프 보급 확대 걸림돌은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공기열 히트펌프(AWHP)가 주목받고 있지만 주거용 히트펌프 보급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설치공간 부족과 전기요금 누진제 적용에 따른 비용상승 문제가 주요 장애물로 지적된다.


먼저 히트펌프 설치공간 부족 문제다. 현재 공동주택에는 냉방용 실외기를 설치할 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히트펌프를 난방 및 급탕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냉방용 실외기보다 더 큰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동주택 특성상 실외기를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저탕조와 순환펌프 등 추가 설치에 따른 공간 제약과 비용 증가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히트펌프 내장형 저탕조 및 순환펌프가 포함된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도 걸림돌이다. 국내 공동주택의 전력요금제도는 단일요금제와 종합요금제로 구분되며 두 요금제 모두 각 세대별 사용전력량에 대해 누진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히트펌프 사용으로 인한 전력사용량이 증가할 경우 누진적용단계가 상향돼 운전요금이 대폭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가정용 히트펌프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실외기 설치공간에 대한 법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히트펌프 설치를 위한 공간을 확보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실외기 설치 공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급탕은 중앙방식의 히트펌프를 적용해 안정적으로 온수를 생산하고 나머지 바닥난방(온수) 및 냉방(공기)은 기존 에어컨과 같이 하나의 실외기를 이용한 단일시스템을 이용하는 방법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제시하고 있다.


히트펌프 전용요금제 신설도 관건이다. 히트펌프 전용요금제를 별도로 신설해 누진요금이 아닌 실제 사용전력량에 대한 요금이 부과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히트펌프 사용으로 인한 전기요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현재 한전에서는 가정용 수요관리형 히트펌프 적용을 위해 신규 부하관리 자원화를 위한 전력공급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신축 공동주택(아파트)의 경우 처음부터 냉난방·급탕 기능이 적용된 히트펌프 실외기를 설치하도록 제도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이를 따르는 건설사와 세대주들에게 인센티브나 세금면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혜를 제공하는 것이 가정용 탈탄소화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국내 기후환경을 고려할 때 난방 및 급탕 기능뿐만 아니라 여름철 냉방이 동시에 적용되는 솔루션을 도입해 이중 투자비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강은철 기자 eckang@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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