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현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

  • 등록 202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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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냉난방 및 급탕, 건물부문 온실가스 배출 주범”
탈탄소 목표·이행 경로 부재… HP전환 정책 시그널 시급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전환을 비전으로, 2014년 11월 설립된 비영리 민간 싱크탱크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연구, 주민수용성 제고 연구,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시스템 모델링 분석(Sector Coupling),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시장 분석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건물부문에서는 정부안보다 더 야심찬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제안하고 제도 개선안을 도출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현재는 이해관계자들과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주택 난방 탈탄소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임현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을 만나 난방 탈탄소 전환 필요성 및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가정용 난방 및 급탕분야 온실가스 배출현황은 
NDC 기준연도인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건물부문은 4,480만TOE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건물부문 온실가스 직접배출량은 5,210만톤으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7% 차지한다. 특히 화석연료 사용비중이 높은 주거용 건물에서 건물 배출량의 2/3가 발생한다. 주거용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약 60%가 냉난방 및 급탕용도로 사용되는데 이중 화석연료 비중이 76%에 육박한다. 즉 가정용 냉난방 및 급탕이 건물부문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다.


다른 부문에서는 2018년 이래로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반면 건물부문에서는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냉난방 및 급탕에서의 탈탄소화를 위한 대책 수립이 더욱 시급하다.


■ 왜? 히트펌프가 지속가능한 난방 및 급탕 솔루션인가
히트펌프는 적은 양의 전기에너지를 사용해 건물 외부의 공기나 땅, 물에 있는 열을 ‘펌프’해  건물 내부로 이동시키는 기술로 기기 에너지효율이 300%에 달한다. 이에 따라 현재 대부분의 가정에 ‘친환경보일러’라는 이름으로 보급된 콘덴싱보일러와 비교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28% 가량 적다.


난방기기는 한번 설치하면 최소 10년 이상 사용하게 되는데 앞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국가전력 온실가스배출계수가 낮아질 전망으로 히트펌프의 탄소배출은 지속감소하게 된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기반해 계산했을 때 2030년 히트펌프로 1MWh 열을 생산할 때 배출량은 0.085tCO₂eq 수준으로 콘덴싱보일러(0.221tCO₂eq)대비 62%나 감소하게 된다. 만약 건물에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해 재생에너지전력으로 히트펌프를 구동한다면 건물에서 완전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


추가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대두되는 간헐성 문제에 대해서도 히트펌프가 하나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 낮시간 태양광발전이 많을 때 히트펌프와 축열조를 활용한 수요반응(DR) 참여를 통해 섹터커플링(P2H)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 우리나라 가정용 난방 및 급탕분야 현황을 평가한다면
현재 우리나라 가정용 난방 및 급탕에서 지역난방까지 포함하면(지역난방도 현재 99%가 화석연료 기반) 화석연료 비중이 93%에 달한다. 지열, 수열 등 신재생 열원 비중은 1.3%에 불과하며 공기열 히트펌프도 한전의 심야전기 축열식 히트펌프보일러 보급사업에 따라 연간 1만여대 안팎 보급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가정용 가스보일러시장이 연간 130~150만대이며 국내 도시가스 보급률이 세계 2위(85%)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화석연료 의존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 국내 히트펌프 보급이 더딘 이유는 
국내 대기업이 이미 글로벌 히트펌프시장을 선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히트펌프 보급이 저조한 것은 낮은 에너지비용이 근본적인 문제다.

 

우리나라의 주택용 가스요금은 정부가 물가를 고려해 결정한다. 이에 따라 러-우 전쟁에 따른 에너지위기 상황에서도 가스공사가 원가 이하로 가스를 공급했기 때문에 시민들은 가스보일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필요성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가스, 전기 등 에너지비용 현실화를 통해 히트펌프와 건물 태양광 설치를 유도해 소비자는 운영비용을 절감하며 건물은 에너지자립률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임차가구가 40% 가량 차지한다는 점에서 임대인과 임차인간 난방시스템 전환비용과 혜택불일치 문제도 해소돼야 한다.

 

■ 한국에서 히트펌프 보급 확대를 위해 개선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보다도 명확한 정책시그널이 있어야 한다. 주요국에서는 화석연료 보일러금지 규제를 현실화하고 있으며 연간 히트펌프 보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모든 주택에 가스공급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난방 탈탄소에 대한 목표나 이행경로가 부재하다. 당장 우리나라에서 가스보일러를 퇴출시키기에는 반발이 심할 수 있기 때문에 보일러를 설치하거나 교체하는 시점에 히트펌프 등 탈탄소 난방기술을 채택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공기열 히트펌프를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해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EU,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는 최소효율기준을 두고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지열과 수열만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히트펌프의 초기 확대를 위해서는 투자회수기한을 고려한 적절한 지원이 불가피하다.

 

■ 국내에서 히트펌프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제안한다면
히트펌프 기술자체는 이미 상용화가 됐으나 우리나라 주거환경에 맞는 기술적 해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공동주택 거주비중이 60% 이상이며 냉난방을 모두 필요로 하고 있어 히트펌프 보급확대에 있어 용이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공기열 히트펌프를 이용한 공동주택 실증사업을 추진해 적합한 모델을 발굴해내는 작업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착화된 화석연료 난방방식에서 탈탄소 경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부 의지가 필요하다. 도시가스 세계 보급률 1위(95%)인 네덜란드에서도 2018년부터 신축건물에 가스보일러 설치를 금지하고 있으며 2026년부터는 기존 가스보일러의 단독사용도 금지한다는 점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도시가스 보급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도시가스 미공급지역에 가스배관망을 구축하는 사업에 연간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탄소중립시대에서 좌초자산의 위험을 줄이며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을 구축을 위해 도시가스 미공급지역에 히트펌프 보급을 확대하는 것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전환이 우리나라 난방 탈탄소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은철 기자 eckang@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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