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보급정책·제도, 지열활성화 발목잡아

  • 등록 202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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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R&D·실증 등 시장확대 노력 지속
서울시, ZEB구현 핵심으로 지열 주목
낮은 보정계수·불필요 규제, ‘개선시급’

 

지열에너지시스템은 대기오염물질 등 외부요인에 영향받지 않으며 사계절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친환경솔루션으로 건물부문 탈탄소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열원 온도에 따라 고온의 지열원은 발전에 이용되며 저온의 지열원은 히트펌프와 결합해 냉난방에 이용된다.

 

세계 각국에서 지열시스템 기술개발에 극적으로 참여 중인 가운데 시장이 가장 크게 형성돼있는 유럽은 주거시설과 양조장·창고 등 사업용 공간에도 지열원을 이용하고 있다.국내 지열기업들도 지열설비설치·보급사례를 확장하며 시장규모를 확대하고 있으며 지열원과 히트펌프를 결합한 지열냉난방시스템 구축을 위한 실증사업이 다양하게 진행됐다.

 

지열업계 관계자들은 지열시스템이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에너지효율이 높아 탄소중립을 위한 중요한 기술로 전 세계적으로 매년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시장도 세계시장에 맞게 활성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지열시장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R&D·정책지원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국내 지열시장 성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국내 지열시장, 글로벌시장대비 ‘주춤’


전 세계 지열직접이용은 2015년 기준 매년 8.7%씩 성장했으며 이는 직접이용의 60%를 차지하는 히트펌프를 활용한 냉난방의 집중적 보급으로 가능했다. 지난 10년 동안 전체에너지와 지열에너지의 생산량은 20~40% 증가한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같은 기간 2,000% 이상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에서 지열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29%에서 2020년 1.9% 정도로 지열분야가 상대적으로 매우 위축돼 있다.


국내 지열시장 발전이 더딘 이유는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 이후 지열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됐으며 신재생열에너지보다는 발전분야에 정책·제도적지원이 집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열업계의 관계자는 “포항 지열발전사건 이후 지열냉난방시스템도 ‘지열’이라는 틀 안에 묶여 있어 인식개선이 올바르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지열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굳어진 지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중열교환기·지열HP 개발 지속
국내 지열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지중열교환 기술, 지열히트펌프 등 꾸준한 실증을 통해 다방면 보급현장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유천써모텍은 ‘냉매 과냉각·과열증기 냉각을 위한 복합열원을 이용한 열펌프성능개선’제품을 개발해 산업부로부터 신기술(NET)인증을 받았으며 사내 A/S·정기점검 인원을 배치해 지열시스템설치 후에도 정기적 점검을 통해 고객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지오테크는 ‘내부나선형 지중열교환기기술’을 개발해 기존 지중열교환기대비 열전달 성능을 증가시키며 유량을 감소시켜 보다 경제적이며 효율적으로 냉난방공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소규모 분산형 지열시스템 개발기술’ 연구를 통해 복합건물군 내부에 지열열원 공급센터를 만들어 주야간·냉난방 등 수요가 서로 다른 복합건물에 냉난방공급을 이어가고 있다.

 

지앤지테크놀러지는 지중열교환기 ‘딥코일300’과 ‘지오썸하이브리드’를 개발해 해외특허를 획득하는 등 지중열교환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오썸하이브리드는 독일 게오힐공법 적용 시 문제됐던 부분들을 보완한 지중열교환기로 환수헤더를 설치해 진흙이 묻어도 순환될  있는 구조로 구성돼있다.

 

지지케이는 지열업계 최초로 ‘상향순환 체계를 갖는 열교환시스템과 쌍방향 게이트에 의해 공급 및 환수배관 결속구조를 가진 지열우물공(SCW)’ 시공기술로 건설신기술 지정을 받았다. 지중열교환기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며 기술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약 172곳에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지오릿에너지는 초대형 특수건물과 공동주택, 연구소, 경기장 등 지열시스템을 설계·시공에 참여하고 있으며 ‘파이내부 커팅장치·연결소켓을 활용한 지열 지상천공식 지중열교환기 시공기술’로 올해 10월 국토부 신기술에 지정됐다. 

 

지열업계, ‘제도보완 필요성’ 강조
지열기업들의 꾸준한 기술개발과 실증에도 불구하고 낮은 보정·환산계수와 불필요한 규제 등 정책적 소외는 지열시장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설치의무화와 제로에너지빌딩(ZEB) 등급 적용 시 기준이 되는 것은 에너지자립률이다. 그러나 지열의 경우 전기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전력 지역에너지 환산계수 2.75를 그대로 적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인 지열을 사용함에도 에너지자립률이 떨어져 보급이 어려워지게 됐으며 연료전지나 다른 열원에 비해 보정계수가 낮은 문제로 인한 투자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대성히트에너시스의 관계자는 “연료전지와 지역난방의 보정계수가 각각 1.1과 0.728인 점은 신재생에너지인 지열보급을 막고 있는 요소”라며 “에너지자립률 적용 시 1차에너지 환산계수를 연료전지와 비슷하게 적용하는 등 정책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열이용검토서 작성·평가에 2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상황도 불필요한 규제로 지적된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신재생에너지설비의 지원’에 따르면 지열설비의 천공확인을 받고자 하는 자는 본천공 전에 시험천공 등을 실시한 결과를 반영한 지열이용검토서를 신재생에너지센터장에게 제출해 평가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때 지열이용검토서 작성에 필요한 지중열전도도 측정은 건축허가를 신청한 현장마다 시험천공을 진행한 뒤 열전도도 측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열업계 관계자들은 지열기업들에게만 적용하고 있는 지열이용검토서 작성·승인절차는 폐지하거나 시험천공 절차에서 제외하는 등 간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천써모텍의 관계자는 “지중열전도도 측정에 필요한 시험천공 공사비·시험성적서 수수료 비용이 수직밀폐형은 2,000만원에 상당하는 경비가 지출되고 있다”라며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불필요한 규제를 폐지한다면 설계기간을 2개월 이상 단축할 수 있으며 지열보급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적 소외가 지속되고 있지만 지열업계 관계자들은 지열은 여전히 ZEB달성의 핵심 에너지원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열은 초기설치비가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회수기간인 10년 동안 정부의 보조금정책이 뒷받침된다면 2035년 재생에너지비율 40% 달성을 견인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임효재 호서대 지열인력양성센터장은 “지열시스템이 신재생에너지설비 중 전 세계 냉난방공조시장의 선두주자가 될 것은 확실하다”라며 “온실가스 배출이 적으며 에너지효율이 높아 탄소중립을 위한 중요한 기술로 전 세계적으로 매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내시장도 글로벌시장에 맞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배출저감을 위해 히트펌프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장려하고 있는 해외 사례들을 벤치마킹해 지열시스템 보조금과 예산을 확대하면 지열시스템 보급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열시장이 소외되고 있는 원인인 보정계수·환산계수 등 정책개선과 정부 보조금이나 지자체 차원의 보급사업들을 이어간다면 에너지자립률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조희남 한국지열협회 회장은 “지열시스템은 건물부문 ‘유전’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라며 “잠재력이 큰 지열시스템을 적극 활용한다면 탄소중립 달성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지열 1GW보급 목표… 지자체 ‘선순환’ 기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해야 할 책임이 있는 지자체에서 ZEB달성의 핵심이라고 떠오르는 지열냉난방을 주목하고 있다. 지열보급을 가장 활발히 진행 중인 지자체인 서울시는 원전 1기에 해당하는 1GW 용량의 설비를 갖추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지열에너지도시 서울’ 조성계획을 발표한 뒤 지열 냉난방설치사업장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있으며 지열설비 보급·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건물 외부가 아닌 하부에 천공홀을 뚫어 지열파이프를 심으며 이를 통해 흡수한 지열에너지를 시청본관, 서울도서관, 시민청 등으로 공급하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서울아레나 △가락시장 △서울혁신파크(서북권) △공공형 지식산업센터 등 5대 권역별 서울시 주요 사업에 대규모 지열설비를 도입해 국내 지열명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지열에너지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기획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다룬 ‘서울시 지열 표준 매뉴얼’도 마련할 방침이다.

 

서울시의 관계자는 “가락시장의 경우 2030년까지 국내 최대규모 지열설비를 도입해 건물 냉난방 90% 이상을 지열로 공급하며 지열냉난방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 우수사례 등을 소개할 예정”이라며 “시장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지열에너지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열업계, 책임시공 중요성 강조
지자체들의 지열보급 확대에 힘입어 지열시스템이 ZEB달성을 위한 핵심으로 나아갈 수 있으려면 설계자들의 지속적인 기술개발 움직임도 중요하다.

 

단열·기밀을 강화한 신축건물 제로에너지화에 앞장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천써모텍의 한 관계자는 “건물부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신축건물의 제로에너지화를 위해서는 단열·기밀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냉난방부하를 절감하는 패시브기술뿐만 아니라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보일러나 흡수식 냉온수기를 효율이 높은 히트펌프가 대체하는 전기화, BEMS·IoT·AI를 이용한 운영효율화 등 액티브기술도 확보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중열교환기는 히트펌프와 달리 고장시 확인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철저한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지중열교환기 내구성을 높이며 유지보수기능을 갖춰 지중열교환기가 30년이상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공을 더욱 철저하게 진행해야 한다.

 

안근묵 지지케이 회장은 “지열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도·기술적인 문제해결도 시급하지만 업계 종사자들의 책임감도 중요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관련기업들이 책임감을 가지며 지열시장에 임해야 하며 특히 지질지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중열교환기 안정화를 위한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유진 기자 yjsung@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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