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센터(DC) 고밀도화와 AI연산 증가로 냉각기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기존 공랭식 냉각시스템은 한계에 도달했으며 수랭식 냉각(리퀴드쿨링)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여러 수랭식시스템 중 DLC(Direct Liquid Cooling)가 급부상하며 업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국내 DC쿨링 전문가로 ASHRAE에서 DC부문을 다루고 있는 TC(기술위원회) 9.9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설비공학회 DC기술전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진균 한밭대학교 교수를 만나 AI DC 냉각기술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DLC의 기술표준과 동향에 대해 들었다.
■ DLC 기술개념과 발전 과정은
DLC시스템은 CPU, GPU,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집적 회로반도체) 등 전자장비 발열부품과 액체 냉각매체와 접촉시켜 열을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이다. 기존 공랭식과 달리 DLC는 냉각효율이 높고 초고밀도 컴퓨팅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DLC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콜드플레이트(Cold Plate) 쿨링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CPU‧GPU 표면에 밀착된 냉각판 내부를 액체가 순환하며 열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현재 많은 하이퍼스케일 DC와 슈퍼컴퓨터에서 사용한다.
액체기반 냉각은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1950년대부터 대형 메인프레임 컴퓨터(IBM 305 RAMAC 등)에서 공기냉각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액체기반 냉각이 시도됐으며 1960~1970년대에는 IBM System/360 모델 91과 같은 슈퍼컴퓨터에서 냉수기반의 콜드플레이트 방식이 적용됐다. 또한 1985년 Cray-2 슈퍼컴퓨터에서 액침냉각 기술이 도입됐고 냉각유체(FC-77)를 사용해 고발열 연산장치를 냉각하는 방식이 이미 적용됐다.

그러나 기술적 한계와 비용문제로 일반적인 DC환경에서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공랭식의 발달로 충분한 냉각이 가능했던 점도 있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고밀도서버 증가로 공기냉각만으로는 효율적인 열관리가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 슈퍼컴퓨터 및 클라우드 DC에서 다시 콜드플레이트 기반의 DLC 적용이 재등장했다.
현재는 AI 및 머신러닝 워크로드 증가로 GPU 및 AI가속기 냉각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으며 NVIDIA, Intel, AMD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DLC 적용을 고려한 서버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 DLC 관련 국제표준 동향은
기존 DC냉각과 관련된 설계기준 및 표준은 ASHRAE TC 9.9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기존에는 공랭식 냉각시스템의 공급공기 조건에 국한됐다. 수랭식 등 액체기반 냉각시스템은 2006년부터 초반부터 지침작업이 시작됐으며 공랭식에 연계된 2차측에 해당하는 FWS(Facility Water Systme)‧CWS(Condenser Water System) 온도기준에 국한됐다. 현재까지 수랭식 냉각 IT장비의 고가용성 운영과 관련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많은 현안이 존재한다.
이에 대응해 ASHRAE TC 9.9는 DLC를 위한 설계지침을 2024년 말 기술공지에서 발표했으며 2025년 현재 1차측에 해당하는 TCS(Technical Cooling System)까지 확장된 완성된 액체기반 냉각시스템의 설계지침을 마련했다.
모든 수랭식 냉각 IT장비 제조사의 요구사항을 확인하고 신중한 검토가 권장된다. 초고밀도 IT장비 전력은 과거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IT장비 제조사의 요구사항에는 TCS 온도조건(S-Class: 더 낮은 TCS 냉수 공급온도), 유량, 압력강하, 최대운전압력, 수질 및 유체와 접해있는 접액부재 등이 포함된다. 또한 IT장비 제조사에 온도변화율도 확인해야 한다.
IT장비 총 발열에대비 TCS 냉각유체로 공급된 열비율(Heat Capture Ratio) 및 IT장비 공기 온도 요구사항(권장 및 허용 범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력밀도가 증가함에 따라 열공급 비율은 필요한 공랭식 부하를 계산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수랭식 IT장비는 여전히 상당한 HVAC 부하를 야기할 수 있으며 일부의 경우 오늘날 DC에서 발견되는 평균 공랭식 랙밀도를 초과할 수 있다. 설계자는 IT장비 제조사가 제공하는 온라인 소프트웨어 기반 설계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 이러한 도구는 환경조건에 따라 열공급 비율에 대한 설계지침을 제공한다.
IT장비에 대해 낮은 S-Class 기준을 고려하되 이는 고밀도 구역에서만 국한해 적용해야 한다. 이 공지가 발행될 당시 IT장비의 최대 공급온도에 해당하는 S-Class는 30°C에서 50°C 사이로 설정돼 있다. 칩 전력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더 낮은 온도에 대한 요구가 발생할 수 있다.
ASHRAE TC 9.9는 향후 S-Class를 개정할 계획이다. 낮은 S-Class는 전체 DC의 에너지효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고밀도 구역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더 높은 온도의 수랭식 냉각온도가 열역학적 효율성을 높이고 에코노마이저 가동시간을 늘릴 수 있으므로 더 효율적이다.
낮은 S-Class를 요구하는 장비가 DC의 일부구역에만 국한될 경우 다중온도순환, 캐스케이드 냉각, 기타 토폴로지 등을 활용해 에너지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DC IT장비의 고집적 고성능화로 수랭식 방식으로 전환될 때 기존 냉각설비 생태계 변화는 막을 수 없으므로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쇠퇴한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다. 대표적으로 브라운관에서 LCD‧PDP로 변화한 TV산업,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변화한 핸드폰산업, 최근 내연기관에서 전기엔진으로 변화하는 자동차산업 등이 그 예다.
기술 등 게임의 규칙이 바뀌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이 그 기업의 지속성을 결정한다. DC에서는 IT장비가 공랭식에서 수랭식으로 변화하는 시점이다. 이 현상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지속적인 수요에 의해 수랭식이 보편화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가장 먼저 냉각시스템에 영향을 줄 것이므로 많은 부분의 변화는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