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데이터센터(DC) 쿨링시스템으로 DLC(Direct Liquid Cooling)가 각광받고 있으며 DC냉각 인프라업계가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인식해 관련시장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AI 및 HPC(고성능컴퓨팅)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기존 공랭식 냉각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고집적‧고발열서버 영역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성능 DC서버시장은 수랭식시스템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일관된 시각을 보인다. 앞서 리퀴드쿨링이 새로운 시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예상이 수년 전부터 있어왔지만 업계는 수랭식 중 어떤 방식이 주류를 차지할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최근 고성능 DC용 칩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엔비디아(NVIDIA)가 차세대 서버 블랙웰에 DLC를 기본사양으로 꺼내놓으면서 글로벌 DC냉각시스템은 DLC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다만 국내 DLC시장은 초기단계이며 산업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업력이나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정성‧신뢰성을 확보한 해외 선도기업이 글로벌 DLC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DLC와 관련된 기술 및 표준을 점검하고 국내‧외 시장동향과 우리나라 산업지형을 살펴봄으로써 시장활성화 기회를 모색한다.

DLC, 공간‧비용‧환경적 이점
DLC 시스템을 적용 시 다양한 장점이 있다. 우선 랙밀도 증가가 가능하다. DLC는 공랭식대비 2~3배 이상의 서버밀도 증가가 가능하다. 동일한 공간에서 더 많은 서버를 운영할 수 있어 공간 효율성이 향상된다. 공랭식에서 요구되는 팬 및 장비가 필요없으므로 밀집배치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필요에 따라 확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만개 서버를 갖춘 DC에서 DLC서버를 사용한다면 필요한 공간을 77.5% 줄일 수 있다.
또한 고성능 AI 워크로드 지원이 가능하다. DLC시스템은 AI 및 HPC서버 발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이는 고성능 작업에서도 시스템의 신뢰성을 유지하며 서버수명 연장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에너지효율 개선이 가능하다. DLC는 높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 냉각을 위한 전력소비를 절감하는 데 유리하다. 이로 인해 DC의 전력사용효율(PUE)을 개선하며 불필요한 에너지지출을 줄이고 비용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1만개 DLC를 가진 DC는 서버당 연간 45.99달러(약 6만2,000원) 비용이 들지만 공랭식은 서버당 연간 254.7달러(약 34만2,000원) 비용이 든다. 이를 비교하면 운영비용에서 연간 약 210만달러(약 28억1,300만원)를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은 DC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성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전력망의 부하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 지속가능성도 향상되므로 ESG경영 등 글로벌 기후대응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1만개 서버를 갖춘 HPC DC를 예로 들면 모든 서버가 공랭식을 사용할 경우 8,700톤 이상 CO2₂를 배출한다. 반면 DLC를 사용할 경우 CO₂는 1,200톤으로 줄어든다.

HPE의 관계자는 “DLC는 공랭식대비 에너지소비를 87% 절감할 수 있으며 100% 팬리스 DLC를 적용할 경우 일반적인 DLC를 사용할 때보다 서버블레이드당 냉각전력소비를 37% 추가 절감할 수 있다”라며 “이는 약 1,780만파운드 CO₂ 배출을 막는 효과”라고 강조했다.
냉각판‧쿨런트‧매니폴드‧CDU 등 구성
DLC시스템은 크게 서버 내부 구성 요소와 외부 열 관리 시스템으로 구분된다. 경계를 구분하는 설비는 냉매분배유닛(CDU: Coolant Distribution Unit)이다. ASHRAE TC 9.9에서는 CDU를 경계로 2차측인 IT장비는 TCS(Technical Cooling System)로, 1차측인 기존 냉각시스템은 FWS(Facility Water Systme)와 CWS(Condenser Water System)로 정의하고 있다.
먼저 수랭식 서버 내부구성요소인 콜드플레이트(Cold Plate: 냉각판)는 CPU, GPU 등 발열 부품에 부착된 높은 열전도율을 가진 금속 열전달 장치로 내부에 냉각유체가 흐르며 열을 직접 흡수한다.
쿨런트(Coolant: 냉각유체)는 매니폴드와 IT 장비를 통과하는 파이프를 통해 흐르면서 냉각판과 열을 교환해 칩에 닿지 않고 열을 끌어낸다. 물, 물-글리콜 혼합액, 절연유 등이 사용되며 이중 프로필렌 글리콜 25%(PG25)를 많이 사용한다.

배관 및 커넥터분배기(매니폴드)는 냉각유체를 서버내부로 공급하고 발열제거 후 CDU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고무, 플라스틱, 금속배관 등이 사용되며 유출방지를 위한 신속분리커넥터(QDC: Quick Disconnect Coupling)가 포함된다.
외부 열관리시스템으로 CDU는 DLC시스템의 핵심냉각장치다. 냉각유체를 서버로 공급 및 회수하는 역할 수행한다. 온도 및 압력을 조절해 최적의 냉각환경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CDU 내부에서 고온의 냉각유체와 저온의 냉각유체간 열교환을 수행한다. 그리고 CDU 1차측은 기존의 냉각플랜트인 냉동기, 냉각탑 및 드라이쿨러로 구성된다. 냉각유체의 온도조건에 따라서 냉동기가 필요없을 수도 있다.
다만 서버를 구성하는 발열체 중 냉각판이 닿지 않는 구성요소에서 열을 추출하려면 여전히 공랭식이 필요하다. DLC는 랙에서 발생하는 열의 약 70~75%를 제거할 수 있으며 25~30%는 공기냉각 시스템에서 제거해야 한다.
고발열 AI DC시장 확대
수랭식 DC냉각시스템은 높은 연산력을 필요로하는 하이엔드시장에 국한된다. 최대 랙당 40kW 이하 부하에서는 공랭식시스템이 여전히 경제적이며 기존 구축된 DC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얼마나 많은 AI‧HPC DC가 구축될 것인지, 또는 기존 DC에 얼마나 많은 AI‧HPC서버가 도입될 것인지다.
조진균 대한설비공학회 DC기술전문위원장은 “DC는 인프라시설 구축‧활용‧운영과 관련된 기술‧사업‧서비스의 생태계다”라며 “여기에는 HW, SW 및 서비스를 포함한 다양한 구성요소가 포함되며 시장은 앞으로 변화무쌍하고 경쟁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래도 DC산업 성장세는 향후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DC시장 범위를 어디까지 포함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여러 연구기관에 다양한 예측전망을 발표하고 있으며 규모의 차이는 있으나 향후 10년간 CAGR(연평균성장률) 10%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ICT 시장조사기업 IDC에 따르면 DC에서 처리해야 할 전 세계 연간 데이터규모는 2021년부터 연평균 20% 증가해 2026년 200ZB(제타바이트: 1ZB는 1,024만TB)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DC 가운데에서도 AI 연산처리를 지원할 수 있는 AI 기반 DC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젠슨 황 NVIDIA 최고경영자는 세계적으로 현재 1조달러(약 1,320조원) 규모인 AI DC 시장규모가 5년 뒤엔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AI‧HPC, 리퀴드쿨링시장 견인
AI DC시장 확장은 수랭식 냉각시스템시장 확장으로 이어진다. 최근 몇 년 동안 데이터생성 및 처리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로 인해 AI, 초고밀도 컴퓨팅, DC 확장이 가속화됐으며 이는 전례없는 수준의 연산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발전은 DC 에너지소비를 크게 증가시켰으며 현재 DC는 전 세계 전력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 공랭식 냉각시스템은 고성능 컴퓨팅의 열부하를 감당하는 데 한계에 도달했으며 이에 따라 뛰어난 열관리 성능과 에너지효율성을 제공하는 액체냉각 기술이 획기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진균 위원장은 “IT장비에 공급되는 거의 모든 전력은 열로 변환된다”라며 “CPU, GPU 등은 전력을 공급받으며 데이터 프로세싱을 하는데 이는 에너지의 형태로 변환되는 것이 아니며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IT장비 전력사용의 99% 이상이 열로 변환된다”고 설명했다.
즉 DC에서 전산발열량은 IT장비의 소비전력과 동일하므로 이러한 발열이 제거되지 않는다면 DC는 운영상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대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열설계전력(TDP: Thermal Design Power)이 280W를 초과했으며 향후 700W 이상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기존 공랭식 냉각시스템이 적합하지 않으며 공기의 열제거 능력은 물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므로 액체기반 솔루션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글로벌 서버기업 슈퍼마이크로의 관계자는 “AI 붐으로 인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처리되고 있으며 이는 CPU와 GPU의 성능 향상, 이러한 프로세서들의 발열량 증가로 이어진다”라며 “그 결과 글로벌 IT 수랭식 냉각매출은 2022년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를 돌파했으며 매년 15%씩 성장해 2032년에는 120억달러(약 17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Dell'Oro Group도 많은 기업들이 클라우드서비스를 채택하고 AI를 사용한 고급분석과 자동화된 의사결정을 강화하며 블록체인‧암호화폐 애플리케이션이 활성화됨에 따라 액체냉각시장은 2020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60% 성장해 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마켓앤마켓츠는 글로벌 DC수랭시장이 2024년 49억달러에서 2030년까지 213억달러로 성장한다고 예상했으며 이는 CAGR 27.6%에 해당한다.
글로벌 ICT 시장조사기업 IDC는 지난해 3월 DC운영 및 지속가능성 설문조사를 통해 약 절반의 조직이 주요 냉각방식으로 수랭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향후 2년 내 이 비율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실제로 북미지역에서는 AI 워크로드를 중심으로 DC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이 참여하는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는 향후 4년 동안 최대 5,0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전역에 초대형 AI DC를 건설할 예정이다.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에서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DC와 관련된 신규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며 AWS는 2028년까지 클라우드 인프라에 약 120억SGD(약 13조원)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AI DC 구축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일본은 디지털전환 정책에 따라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유럽은 데이터주권과 전력공급 문제로 다소 발전속도가 느리지만 에너지효율 강화를 위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수랭식솔루션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DLC, 기존DC 적용 ‘비교우위’
수랭식 DC냉각시스템에는 DLC는 물론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 분사냉각(Spray Cooling)과 함께 수랭식‧공랭식 경계에 있는 RDHx(Rear Door Heat eXchanger) 등 다양하다.
어떤 수랭식시스템이 먼저 시장주도권을 획득할지 검토되는 과정에서 DLC는 관리포인트와 미세부품이 많아 유지관리 측면이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냉각판의 미세채널 구조, 냉각수를 냉각판으로 보내기 위해 수십개의 분배유로로 이뤄진 매니폴드, 매니폴드 분배구 및 냉각판마다 장착되는 커플링, 커플링과 커플링을 잇는 작은 직경의 수많은 호스 등에서 침전, 누수, 오염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외부에 노출되는 많은 부품이 유지관리의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러나 다른 수랭식시스템의 단점에 더해 큰 건축적‧설비시스템적 변경없이 적용할 수 있다는 강점에 따라 최근 유일한 대안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조진균 위원장은 “DLC는 열을 발생시키는 부품과 직접접촉해 열전달효율, 소음감소, 에너지절감 등 측면에서 상당한 향상을 제공한다”라고 밝혔다.
빅 말얄라 슈퍼마이크로 수석부사장은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DLC는 현재 실제 서비스 적용이 가능한 유일한 수랭식 냉각방식이며 한국에서도 DLC가 GPU에서 발생하는 높은 열을 해소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법으로서 유일하다는 점을 인지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라며 “액침냉각이 이러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현재 마주한 비즈니스적 문제가 해결돼야 하며 기술적인 발전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DC 냉각수를 포함한 글로벌 수처리 전문기업 이콜랩(ECOLAB)의 관계자도 “기존 DC 레트로핏(retrofit)은 비용과 기술적인 장벽이 크기 때문에 신규 DC 건설단계부터 수랭식 기반설계를 채택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DC인프라산업을 좌우하는 글로벌 연산칩 및 서버 제조기업이 이미 DLC솔루션 및 기술검증을 마쳤으며 일정기간 워런티를 제공하는 환경이 이미 조성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DLC는 기존 DC에도 수전용량 한도 내에서 서버랙 교체 및 CDU도입 등만으로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 따라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HPE 등 일부 서버기업은 CDU를 4U 정도 부피로 랙 내부에 장착해 랙 일체형 DLC로 공급함으로써 기존 DC 적용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업계, “DLC시장 지속될 것”
DLC가 당장 수랭식DC로 전환가능한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DLC시장이 향후 장기간 지속가능할 것인지도 고려사항이다. 현재 DLC가 규모를 키우고 있지만 차세대로 빠르게 전환된다면 이미 후발주자인 국내산업이 섣불리 진입하는 것은 위험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DLC시장 주기를 5~10년으로 내다봤으며 이후에도 DC인프라시장의 일정비중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진균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액침냉각에 주목도가 높았으나 현재시장의 주축인 엔비디아와 기가바이트가 사용하는 서버는 DLC 외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장이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에 따라 당초 생각보다 빠르게 도래할 것으로 예상했던 액침냉각시장은 다소 기술개발에 여유가 생기게 됐다”고 밝혔다.
글로벌 서버제조기업 HPE의 유충근 상무는 “DLC와 마찬가지로 액침냉각도 등장한 지 오래된 기술이지만 현재로서 액침냉각은 오히려 규모가 크지 않은 엣지컴퓨팅에서 효용이 크며 풀스케일 액침냉각은 현실적이지 않다”라며 “CPU는 공랭식만으로 충분하며 GPU는 액침용액 냉각열량 한계, 하중문제, 주기적 용액교체에 따른 환경문제, 서버 워런티 문제, 서버관리 및 유지보수를 위한 호이스트‧크레인 설치문제 등에 따라 시험적용 결과 아직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아직은 액침냉각 유지보수 비용이 시스템적용을 통한 에너지비용절감 등으로 회수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라며 “최근 DLC는 냉각용량이 랙당 50kW 이상, 최대 400kW 슈퍼컴퓨터까지도 감당할 수 있는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LC CDU 전문기업 버티브의 이수영 이사는 “글로벌시장에서 수년 전만 해도 20개 미만 랙에 DLC를 적용하는 프로젝트가 주류였으며 대부분 50개 미만 랙에 적용했지만 최근 수백 개 랙, 일부 1,000개 랙 이상에 DLC를 적용하는 프로젝트가 등장하고 있다”라며 “DLC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채택되고 있으며 DC운영자들이 DLC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는 모습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서버기업의 저전력‧저발열칩 개발에 따라 수랭식시스템 시장확산이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서버 등 IT업계에서는 저전력‧저발열칩은 성능측면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어 AI‧HPC DC쿨링시장 중요성을 줄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충근 HPE 상무는 “컴퓨팅파워는 연산능력이며 이는 전력과 비례하므로 발열량 증가는 막을 수 없다”라며 “같은 성능에 더 적은 열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나노미세공정 혁신을 통해 더 줄이면 발열은 줄겠지만 이는 이미 ‘동등한 성능’이라는 비교기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기존 5나노 설계가 적용된 칩에서 2나노 설계를 통해 동일한 성능에 낮은 발열을 달성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2나노 기술이 등장한 시점에서는 기술혁신이 일어난 것이며 이를 활용해 더 높은 컴퓨팅파워를 요구하는 DC가 등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같은 2나노 수준에서는 다시 소비전력에 비례해 컴퓨팅파워가 증가하게 되므로 동등한 기술레벨에서 같은 성능, 낮은 발열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DLC 도입, 유체‧SI‧확장성‧신뢰성 등 고려해야
DLC는 기존 공랭식에 비해 여러 장점이 있지만 아직 상업용으로 장기적으로 운영되지 않았으며 내구성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도입과정에서는 냉각유체 선택, 기존 냉각시스템과 통합의 복잡성, 확장성, 장기적인 신뢰성과 같은 문제들이 존재하며 이러한 요소들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기존 DC에 DLC를 적용하려면 배관시스템, CDU, 누수방지 설계 등이 필요하다. 이에 따른 초기 투자비용이 증가하게 되며 운전방식과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액체기반 냉각의 특성상 기존 공랭식에서 큰 고려가 되지 않은 상면공간 누수가 첫 번째 위험요소다. DLC는 액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서버 및 전자 부품과의 절연문제가 존재하며 배관시스템 유지보수 필요하다.
또한 냉각유체의 화학적 안정성을 유지해야 하며 부식 및 오염 방지가 필수가 될 것이다. DLC를 포함한 액체기반 냉각시스템의 기존 공랭식시스템과 가장 큰 차이점은 공기대신 물이나 냉각유체로 IT장비를 냉각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냉각유체의 수질문제가 새롭게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IT장비 제조사 지침에 따라 냉각유체의 수질 및 수처리를 모니터링하는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것을 권장한다. 해당 시설에는 유체의 화학적 처리에 대한 적절한 전문지식을 보유한 수처리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기술자격 있는 수처리 업체와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수질이 미달인 냉각유체는 냉각용량 감소, 에너지소비 증가, 장비 조기고장 등과 같은 수랭식시스템에서의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냉각유체 수질기준은 장비제조사와 확인해야 하지만 ASHRAE는 FWS와 TCS 배관에 대한 일반적인 수질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다만 입자제거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지 않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TCS의 냉각 유체 모니터링 프로그램은 FWS와 다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수랭식 냉각 콜드플레이트 내부의 IT장비에 정밀하게 가공된 표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통상 50마이크론 또는 그 이하 유체배관이 적용된다.

사업프로세스 측면에서도 심도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먼저 현재 및 미래의 작업부하 요구사항을 결정해야 한다. IT 및 시설팀은 향후 1~2년 동안 현재 수요와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AI‧HPC 작업부하에 얼마나 많은 공간을 할당할지 결정해야 한다. 일부는 한 번에 몇 개의 랙을 전환하는 반면 다른 일부는 이러한 작업부하에 전체 공간을 할당하고 수랭식시스템 추가를 지원한다.
또한 사이트 감사를 수행해야 한다. IT 및 시설팀은 파트너와 협력해 기존시설을 수랭식으로 개조할 때 철저한 사이트 감사를 수행해야 한다. 파트너는 기존 공랭식 장비를 분석해 새로운 하이브리드 냉각인프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용량을 제공하는지, 기존 파이프를 재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전력팀은 인프라를 분석해 AI와 같이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작업부하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IT, 시설, 전력 등 더 큰 그룹은 물리적 공간을 검토해 들어올린 바닥이 새로운 전력 및 하이브리드 냉각시스템의 결합된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파이프에 대한 접근경로를 결정해야 한다. 기존인프라의 잠재적인 필수 유지관리에 대한 시설점검도 수행해야 한다. 기존 파이프나 장비의 품질이 오염되거나 저하돼 비효율성이나 고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원하는 공간에 새로운 인프라모델링을 수행한다. IT 및 시설팀은 사이트 감사에서 얻은 데이터를 사용해 DC에서 원하는 하이브리드 냉각인프라를 모델링하고 극복해야 할 장애물을 식별할 수 있다. 이러한 장애물에는 무게제한, 현장 물부족, 새로운 파이프설치 필요성, 접근경로 문제 및 기타 문제가 포함될 수 있다.
예산 및 현장영향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현장 건설이 현재 운영을 어떻게 방해할지, 현장에 추가적인 열부하를 추가하는 것이 현재 작업부하와 서비스수준 계약(SLA)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이 포함된다.
효율성과 지속가능성 향상도 감안해야 한다. 액체냉각은 열원을 제거하기 때문에 공기냉각만 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으며 시설의 PUE 지표를 낮춘다. 결과적으로 액체냉각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에 필수적인 부분이 될 수 있다.
이후 새로운 솔루션 설계정보를 통해 IT 및 시설 팀은 설계 컨설턴트 및 파트너와 협력해 사이트 요구사항에 맞게 사용자정의된 새로운 솔루션을 설계할 수 있다. 합동팀은 해당 정보를 사용해 자재 및 서비스 청구서(BOMS)를 작성하고 견적을 요청하며 액체냉각시스템을 구축하고 통합할 제조업체를 선택할 수 있다.
해외기업, 국내 DLC시장 장악
DLC시장이 글로벌은 물론 국내에서도 성장이 예상되지만 당장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대부분 해외기업이며 국내기업은 이제 막 기술‧제품개발에 나섰거나 기술‧제품이 있더라도 사업‧영업기반이 열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DLC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냉각판 △매니폴드 △커넥터 △CDU △캐비닛 등 컴포넌트가 시장을 구성하고 있다.
DC산업 특성상 이러한 컴포넌트 제품이 구축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CSP(Cloud Service Provider), 운영사가 채택하거나 서버사와 협력해야 한다. DC업계 큰손인 AWS, 구글, MS 등 CSP는 직접 DC를 구축할 때는 물론 상업용DC를 임차할 때도 자사 성능기준에 따라 제품선정을 요구한다. 일반적인 중소규모 테넌트를 유치하는 상업용DC의 경우 프로젝트에 따라 운영사‧설계사‧컨설팅사 등이 제품을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DLC의 경우에는 구조적으로 서버에 냉각판을 부착해 출고해야 하므로 냉각판의 경우 자체적으로 서버를 생산하지 않는다면 엔비디아, 기가바이트, HPE, 슈퍼마이크로 등 서버사와 협력관계가 구축돼있어야 사업이 용이하다.
서버사는 DLC서버 납품 시 시스템 워런티를 제공하므로 시스템에 포함된 컴포넌트는 테넌트나 운영사가 서버를 구매할 때 패키지로 납품될 수 있다. 특히 서버사는 냉각판을 비롯해 매니폴드, CDU 등 전체 시스템을 패키지로 구성해 턴키로 공급하는 형태를 추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운영사는 자체적으로 컴포넌트를 선정해 DLC시스템을 구성하면서도 서버에 대한 보증을 받는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DLC업계 주요 플레이어로는 서버사를 비롯해 △Vertiv(솔루션) △Schneider Electric(솔루션) △CoolIT(솔루션) △CoolestDC(솔루션) △Envicool(솔루션) △STULZ(CDU) △Rital(CDU) △LiquidStack(CDU) △Delta(CDU) △EATON(캐비닛) △ECOLAB(쿨런트‧수질관리) △Danfoss(커플링) STAUBLI(커플링) △Boyd(냉각판) 등이 있다.
이중 엔비디아 인증을 받은 기업은 버티브와 모티브에어가 있으며 모티브에어는 지난해 슈나이더에 인수됐다.
국내 DLC시장 역시 현재로서는 이들 해외기업의 각충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도 가장 큰 최종소비자는 글로벌CSP이며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업용DC라도 이들을 유치할 가능성을 남기기 위해 가능한 한 성능기준을 맞추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CSP는 10년 이상 성능이 검증된 고성능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국내 상업용DC에도 글로벌기업 제품이 적용되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현재 국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DLC 프로젝트는 △경기 양주(ACTIS) △인천 부평(디지털엣지) △부산(MS) 등 6곳이며 글로벌 DLC기업 제품이 낙찰받았거나 검토되고 있다.
“정부, 국내기업 육성해야”
기술적‧사업적으로 초기단계인 국내기업은 현재로서는 DLC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기업이 글로벌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성능확보를 위한 기술개발과 신뢰성을 위한 운영 및 데이터축적기간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임승철 오텍캐리어 부사장은 “현재 DLC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되는 대부분의 기업은 해외기업으로 모두 오랜기간 리퀴드쿨링분야에서 역량과 노하우를 쌓았으며 수많은 실증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국내기업도 높은 발열밀도에 대응하는 냉각구조설계, 우수한 유체흐름 제어, 낮은 소모동력 실현 등 냉각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기술력은 높지만 DC 특성상 요구되는 대단히 높은 수준의 안정성, 설계 및 관리노하우 등에 대해서는 아직 극복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재필 디토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국내 리퀴드쿨링 관련기술은 많은 부분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 적용사례가 많지 않으며 전체적인 시스템 구성 및 조율에 대한 기술부분은 발전이 필요하다”라며 “아직까지 적용‧운용데이터가 많이 축적되지 않았으며 명확한 적용기준이 시장에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 산업기술력을 육성하고 표준을 마련함으로써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래야만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AI산업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재필 디토건축 대표는 “각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정부차원의 R&D 지원이 필요하며 연구‧실증TB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또한 친환경DC 구축 시 세금감면 및 보조금지급과 리퀴드쿨링 기술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수영 버티브 이사는 “DLC기술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R&D 지원과 세제혜택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또한 국내 DLC기술에 대한 명확한 표준이 부족해 산업표준화를 이뤄야만 대규모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