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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특별기고] 히트펌프 국제 이슈 및 시장 동향

“고효율·온실가스 감축 중요성 부각
전 세계 히트펌프시장 급성장”

히트펌프는 단일 기기로써 온실가스 저감 잠재량이 높은 기기다. 투입에너지대비 3~4배의 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단순한 산술적 수치만으로도 상당히 높은 에너지절감이 가능함을 예상할 수 있다. IEA에서는 에너지효율향상을 위한 히트펌프 기술의 중요성을 설립 초기부터 인지해 산하 에너지기술위원회에서 기술협력프로그램(Technical Collobration Programme)으로 히트펌프 기술(HPT: Heat Pumping Technologies)분과를 198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최근 들어 온실가스 감축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히트펌프에 대해서는 많은 보고서와 연구들이 앞으로 기여할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IEA 에너지기술전망(ETP: Energy Technology Perspective), 세계에너지전망(WEO: World Energy Outlook) 등의 핵심보고서에서는 고효율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주요 기기로 히트펌프가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있다.


또한 2015년 파리에서 열린 UN기후변화회의에서는 지구온난화와 환경변화를 대비하기 위한 에너지기술혁신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미션 이노베이션(Mission Innovation)을 추진하고 있으며 7번째 도전분야(Innovation challenge 7, IC7) Affordable Heating and Cooling of Building의 핵심기기로서 히트펌프가 명시됐다.


이와 같이 히트펌프를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온실가스 저감 노력과 함께 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히트펌프가 이미 난방기술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보급률이 가장 높은 스웨덴에서는 2000년대부터 히트펌프 판매량이 급증해 1980년대비 기름보일러의 대부분을 대체하게 됐다. 중국에서도 석탄난방을 대체하고 미세먼지를 줄일 대안으로 히트펌프의 사용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A2L 대체냉매·효율향상 기술 절실
최근에는 온실가스 문제와 함께 불소계 냉매규제 문제가 큰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히트펌프는 대표적인 냉매사용기기로서 히트펌프산업은 이러한 냉매규제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유럽에서 주도하는 F-gas regulation은 현재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불소계 냉매에 대한 쿼터제를 실시하는 방안으로 유럽에서 생산되는 불소계 냉매만을 쿼터로 인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HFO와 같은 저GWP냉매에 대해서도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질로서 온실가스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불소계 냉매의 대안으로 기존 냉매보다 가연성이 높은 대체냉매를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가연성 문제는 안전이라는 절대적 기준을 고려할 때 대단히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허용 여부에 대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는 유럽과는 달리 불소계 냉매규제에 대해 미온적이며 대체냉매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규제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가연성 높은 탄화수소계 냉매(A3)를 차량용 냉매로 사용하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으나 아직은 선진국의 어떠한 정부나 기관도 냉매의 가연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약가연성 냉매(A2L)에 대해서는 히트펌프 용량에 따른 충전량을 가이드라인으로 제도화하려는 흐름도 있다. 일본에서는 불소계 냉매규제에 대한 대응으로 약가연성 냉매를 사용할 수 있는 법령과 제도를 정비했으며 A2L 냉매인 R32를 적용한 제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다이킨은 F-gas regulation에 대비해 벨기에 냉매기업인 솔베이를 비싼 가격에 인수해 냉매수급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메이저기업으로서 공격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는 달리 국내의 기업들은 냉매쿼터 확보가 용이하지 않아 유럽시장 유지에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가스안전관리 규정이 매우 까다로워 A2L냉매와 같이 가연성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사용제한이 매우 엄격해 이를 활용한 기술개발과 시장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안전성은 최대로 확보하되 엄밀한 검토와 체계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약가연성대체냉매에 대한 기술확보가 절실히 요구된다.


히트펌프에 대한 기술개발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히트펌프 효율의 이론적 한계는 1824년 프랑스 과학자 Sadi Carnot에 의해 카르노 효율로 정의됐다. 현재의 히트펌프는 대부분은 증기압축 사이클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압축, 팽창, 열교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가역성(irreversibility)에 의한 효율저하 등으로 실제 효율은 카르노 효율의 15~30% 수준에서 작동하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존의 냉난방 에너지소비를 획기적으로 저감하기 위해 비전통적 냉방 및 난방기술에 대한 연구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실제 2014년 미국 DOE는 17개의 다양한 후보기술을 제시했으며 기술적 난이도와 파급효과가 매우 큰 원천성 기술들로 제안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8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카르노 효율에 접근하는 히트펌프 기술을 난제로 제시한 바 있다.


공조용 냉난방기기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소비는 여름철과 겨울철 크게 증가하게 되고 전력피크 이슈가 등장할 때 마다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함에도 앞으로는 더 많은 에너지가 냉난방을 위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이 살지 않았던 덥고 추운 지역에도 거주환경이 조성되고 있고 지구온난화는 더 더운 여름과 더 추운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과 인도의 경제력 향상은 냉방기기에 대한 수요가 더욱 급격히 늘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러한 기술적 시도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시의적절하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히트펌프의 효율향상 잠재력을 고려해 정책적, 기술적 지원이 대단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가까운 중국시장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이에 비해 국내의 낮은 전기요금, 바닥난방과 공기냉방의 이중적 공조 환경, 전기기기라는 부정적 인식 등 국내의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세계적인 수준인 것은 이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인력의 노력에 기인한다. 선진국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의 혁신적 기술에 대한 지원은 침체된 국내 히트펌프 기술의 새로운 도약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로부터 냉동공조시장의 더 큰 발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