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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kharn·LH·포스코A&C 공동기획] 2050 건물 탄소중립 핵심 그린리모델링 ‘성과와 과제’

LH, GR 기획·토탈 컨설팅 ‘사전기획가’ 제도 운영
2020년 경험 기반 올해사업 체계화·고도화 ‘성과’
절감 데이터·평가 프로그램·설계공모 등 개선해야



온실가스 감축 시간표가 빨라지고 있다. 건물부문 탄소중립의 핵심 아이템인 그린리모델링(GR) 역시 점차 외연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한국판 그린뉴딜 선언 이후 장기저탄소발전계획(LEDS),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국제사회에 천명하고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황이다.

또한 감축목표를 기존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기준에서 절대량 기준으로 바꾼 것에서 나아가 연내 발표할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목표치를 상향해 제시할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물부문은 기존건축물의 감축잠재량에 주목하고 있다. GR을 한국판뉴딜 10대 시그니처사업에 포함하는 한편 2020년 3차 추경, 2021년 본예산에 각각 4,500억여원을 편성, 전향적인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다.

국토교통부(장관 노형욱)는 신규편성된 예산을 바탕으로 ‘공공건축물 GR 지원사업’을 신규사업으로 선정, 한국토지주택공사(LH) 그린리모델링센터(센터장 이경호, 이하 GR센터)를 통해 추진하고 있다.

LH GR센터는 지난해 GR사업의 설계 및 사업관리를 위해 총괄기획가·GR기획가 등을 선정해 운용한 바 있다. 올해는 이를 보다 체계화·고도화하기 위해 지난 2월 ‘GR 사전조사 및 컨설팅 용역’을 발주,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로 6개 전문기업을 선정했다.

선정된 GR 사전조사 및 컨설팅사(이하 사전기획가)는 △포스코A&C·EAN테크놀로지 △삼우CM건축사사무소 △미래환경플랜 △신화엔지니어링 △드웰링건축사사무소 등이다.

사전기획가는 전국 지자체의 2021년 사업예정 대상건축물의 사업범위, 비용 등을 먼저 파악하며 사업공모 및 설계컨설팅 등 지자체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칸kharn은 LH, 포스코A&C와 공동으로 사전기획가 간담회를 개최해 올해로 2년차를 맞았으며 지난해 6월 3차 추경 이후 1년을 맞은 공공건축물 GR 지원사업을 평가하고 방향성을 점검해 보고자 이번 간담회를 마련했다.






■ 사전기획가 6개 기업이 선정됐다. 사전기획가 제도마련 배경과 사업에 참여하는 각 기업들의 강점, 소감, 각오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면

이경호: 올해 사업은 GR기획단계에서 6개 권역에 대해 전문적인 사전조사 및 컨설팅이 가능한 건축사를 참여토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통해 내실있는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중앙·공공기관, 기초지자체 등 신청기관이 직접 설계·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전기획가제도로 의사결정이나 사업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6개 권역 5개사 사전기획가 역할은 GR정책적 목표에 부합토록 전국 1,000여개 노후건축물을 최적의 에너지성능으로 만들 수 있는 계획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또한 수요기관의 요구에 맞는 GR요소를 발굴하며 미관·성능이 최적화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한다. 이에 더해 석면, 구조 등 기타 전문분야 컨설팅도 포함해 신청기관에 내실있는 사업계획을 지원하는 역할도 포함된다.



서희영: 기본적으로 올해 GR사업은 기획단계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 통상 설계를 하다보면 기획단계를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올해사업은 기획단계에서 사업과정 중 문제가 될만한 것들을 일찍 걸러내 전체적인 운영효율을 높이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한편 수요자만족도를 향상시키고자 했다.

이에 따라 전문적인 사전조사 및 컨설팅이 가능한 건축사가 참여함으로써 현장의 요구사항에 대해 별도의 검토·분석절차 없이 곧바로 개선안 컨설팅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용역을 발주했다.

또한 이번 GR사업의 정책목표는 단순히 창호, 단열재 개선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전국 1,000여개의 산재된 노후건물에 대해 가장 최선의 에너지성능 개선안을 도출하고 미관·성능뿐만이 아니라 석면, 구조 전반에 이르는 종합적인 개선을 도모한다.

이에 더해 수요자가 가장 원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선택함으로써 GR효과에 대한 좋은 경험을 만들고자 한다.
이번 용역발주로 제안서 평가를 통해 각 권역별로 실력이 있는 건축사들을 많이 모은 것 같아 담당자로서 기쁘게 생각한다.

김재문: 수익성이 부족함에도 관계기관과 의기투합해 꾸준히 사업을 지속했던 것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한다.

시장이 여물지 않을 때 LH와 협조하며 포스코A&C 등 GR분야에서 앞서나가는 기업과 선의의 경쟁으로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 왔다.

특히 수익성이 크지 않아 내부적으로 역량결집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탄소중립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자료·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GR은 언젠가는 국가정책적으로 대대적으로 착수할 것이라는 믿음에 따라 5년여간 묵묵히 해왔던 것이 이번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용욱: 신화엔지니어링은 사실 LH 공공사업에는 한번도 참여한 적은 없었지만 과거 리모델링 활성화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한 바 있고 GR사업 초창기에 민간 이자지원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다만 녹색건축, 온실가스 관련 연구용역을 매년 진행해왔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충남 등 지자체의 녹색건축 조성계획 수립연구용역을 수행했다.

이번 GR사업 참여를 계기로 되돌아보면 2007년 에너지진단제도가 생기고 2010년도 저탄소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됐을 때부터 건축산업은 녹색으로 방향이 설정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이에 따라 녹색건축, GR분야에 끈을 놓지 않고 계속 이어온 결과가 이번 사전기획가 선정으로 나타났다고 본다.

앞으로 보다 사업이 확대돼 참여하는 모두가 결실을 얻길 바란다. 사업참여 인원도 늘고 역할이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현준: 제1차 국가 녹색건축 기본계획 만들어졌을 때도 기존건물을 어떻게든 손봐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으나 당시에는 방법론이 취약했다. 우선 신축은 패시브건축 의무화에 대한 상세계획들이 수립됐지만 기축부문은 개념적으로 접근했다.

이후 제2차 기본계획이 발표된 이후 ‘GR 2.0’이라고 부를만한 정책이 시작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에 대해 기대하면서도 건축산업계에 국한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를 뛰어넘어 국가적 주요의제가 되는 것을 보고 GR이 사람들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느꼈다.

결국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도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참여해 왔던 것이 이번 사업을 수행할 수 있었던 동력이 됐다.

김영진: 미래환경플랜은 2007년 토탈 친환경컨설팅으로 시작한 기업이다. 민간, 공공, 친환경 관련해서 연구용역을 진행해왔으며 삼우CM건축사사무소, 포스코A&C 등과 협업해 LH를 통해 공고된 다양한 사업을 수주해 GR사업에 참여해왔다.

2017년부터는 사업자·법인명을 미래환경플랜건축사사무소로 변경하고 건축설계회사로 탈바꿈하면서 독자적으로 건축파트와 친환경파트의 시너지를 도모했다.

GR사업은 건축계획·설계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토탈 친환경컨설팅과 건축설계사로서의 장점이 이번 사전기획가에 선정되는 요소로 작용했다.

서형주: 포스코A&C는 LH로 GR사업이 이관되기 이전 현재 국토안전관리원의 전신인 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 예비사업자를 선정할 때부터, 그리고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에 따라 GR이 처음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부터 사업에 참여해왔다.

GR사업에 대해서는 아무도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소속은 달라도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공공기관 담당자, 기업관계자 등과 함께 신뢰, 의리, 동지애를 기반으로 산업을 만들어왔다.

포스코A&C는 컨설팅 용역부터 설계, 프리패브 제작도 할 수 있는 사업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GR에 최적화돼있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 신사업아이템으로 GR을 선정하고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약 5년간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도 함께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선의의 경쟁자들과 LH와 같이 산업을 앞서서 이끌어주는 공공기관이 시장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현재는 ‘일할 맛 난다’고 할 정도로 체계를 잡아가고 있다.

앞으로 GR사업이 시장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먼저 뛰어들어 산업을 만들어 온 기업들이 ‘그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쌓아 온 노하우는 내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 널리 알려진 아프리카 속담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가라’는 말을 상기해야 한다.

최근 그린뉴딜 기반 공공주도 GR을 계기로 많은 설계사, 건축가들이 사업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우리들의 노하우가 전파되고 보편화된다면 시장규모 자체를 키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포스코A&C는 적극적으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함께하고자 한다.

김경록: EAN테크놀로지는 2003년부터 친환경 엔지니어링 컨설팅기술을 축적해왔다. GR사업은 2013년 관련 사업영역 태동기부터 관심영역으로 삼아 지속적으로 참여해왔다.

10년 가까운 기간동안 현장조사, 사전조사, 이해관계자 인터뷰 등을 수행하면서 노하우를 확보했다고 자부한다. 또한 GR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연구과제에도 참여하며 표준모델 개발 등 역량을 확보했다. 특히 EAN은 지금까지 축적했던 기술·경험을 담아 사옥을 그린리모델링하는 등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GR관련 용역에 해마다 꾸준히 참여해왔던 것에 대한 결실이 올해 들어서는 더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성과가 내년,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동참하고자 한다.

국토부와 LH의 정책목표도 있지만 참여하는 컨설팅사들 역시 나름대로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기업들 자체적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해야 이후 사업참여가 수월해질 것이다.



■ 지난해까지도 해마다 GR사업 참여가 확대돼왔다. 국가적 의제로 설정된 지금 국민적인 관심은 더욱 커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GR산업분야 현장을 다니면서 인식개선을 체감하는지

이경호: 그린뉴딜, 2050 탄소중립 선언 등 GR에 우호적인 정책방향이 설정되고 있다. 또한 미국, EU 등 건물에너지 성능개선에 앞서가는 국가들이 더욱 정책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트렌드가 변화되는 과정이어서 GR이 더욱 큰 힘을 받고 있음을 느낀다.

공공건축물 GR 지원사업에 대한 본사업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크게 2가지 측면에서 변화를 느끼고 있다. 먼저 국토부가 주무를 맡은 GR에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국방부 등 타부처 역시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이들과 연계해 국토부 예산범위를 확장하거나 타부처의 예산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등 규모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자체 역시 2013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와는 달리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초기에는 ‘GR에 대한 지원사업을 하는구나’ 정도에 그쳤다면 지난해부터는 매칭에 대한 가점, 예산지원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질의하는 등 변화가 커 전체 산업계에 우호적인 흐름이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더해 LH 내부에서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도 하다. 공공기관으로서 지난해 노후임대주택 개선에 약 700억원을 투입했다. 올해는 약 6,000억원으로 확대해 추진한다. 타기관도 비슷한 규모로 진행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서희영: 최근 다른 중앙정부 기관에서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 주로 정책적 효과, 각 기관의 역할 등 내용이다. 탄소중립, 그린뉴딜 대응은 다른 기관에서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에 대응방안을 심도깊게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각 기관의 조직신설에 대한 문의가 많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관광단지 GR을 원하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고 어떤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해 질의했다.

조직이 신설된다는 것은 예산항목 신설·재편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에 어떤 예산을 어떻게 확충토록 제안해야 하는지를 묻기도 한다.

또한 지자체의 접근방식 변화도 고무적이다. 성남시는 이미 민간GR이 활성화된 지역이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관심이 높아 기존의 점단위사업에서 나아가 동단위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 추진 중인 구시가지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협업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고양시 역시 녹색건축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고양시 그린뉴딜을 선도하기 위한 것으로 이자지원뿐만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 일선 담당자로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아졌음을 느낀다.



우수진: GR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점도 성과다. 수년간 실무자로서 일하다보니 지난해까지는 대부분 민간지원에 대한 문의였으며 GR의 정의, 개념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한국판 그린뉴딜 시행 이후 이러한 기초적인 문의는 사라졌다. 이제 지자체는 물론 K-water 등 공공기관이 GR을 자체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사업방식, 절차, 지원항목, 기술 등 실무적인 문의가 주를 이룬다.

김경록: 지난해부터 시작된 GR사업은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어린이집, 보건소, 의료시설 등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공공GR사업 기획을 위해 현장 담당자들과 면담을 해보면 앞서 주로 대형건물 위주로 진행되던 형태에 비해 지자체의 관여도가 높아지면서 인식수준도 향상되고 있음을 느낀다.

공모에 따라 각 담당자들이 의지를 갖고 신청했으며 사업비 지원대상을 심사과정을 거쳐 선정하다보니 관심이 높다. 또한 소형건물 위주인데다 향후 직접 관리해야하는 만큼 건물마다 지자체 담당자가 함께 다니면서 확인하고 함께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아직 대상건물 중 신청하지 못한 곳이 많은데 앞으로도 사업이 지속된다면 향후 보다 사업이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서형주: GR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의 요인에는 3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먼저 시대적 당위성이다. 현재 미국, EU 등 선진국이 파리기후협약 당시 탄소중립에 대한 접근방식과 현재의 접근방식이 상당한 온도차를 보인다.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이 됨을 인식할 정도로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특히 놀라웠던 점은 녹색건축분야에서 늘 선진국으로 꼽아왔던 독일조차도 지금까지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자국의 기후보호법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미흡하다며 일부위헌 판결을 내렸다. 현재 감축속도보다 더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후대에 온실가스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니 현 세대가 최대한 더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GR 체감속도를 더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기업적 관점에서도 ESG경영이 대세가 되고 있다는 점이 GR인식개선 효과를 높이고 있다. 기업경영의 화두에 환경문제를 거론하지 않고서는 영속성을 갖출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포스코그룹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지난해 말 선언했다. 현재 대기업 중 어느 곳도 환경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사실만 봐도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개념을 보다 좁혀 살펴보면 건축업계 내에서도 친환경건축이 기본적인 건축디자인요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설계, 시공, 건축부문에서 건축가·건축사들이 그간 제로에너지건축물(ZEB), GR을 특화영역으로 인식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일반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것처럼 기본적 요소로 다뤄야 한다는 인식이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

물론 아직 소규모 설계사무소의 경우 인식수준이나 기술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앞으로 개선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건축디자인, 시공분야에서 건물에너지, 친환경, 저탄소 개념을 알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김영진: 일선 현장에서 GR사업을 바라보는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는 GR을 사업적, 구체적, 현실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GR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로드맵 상 건물부문의 대응방안으로 제기됐다. 이러한 거시적인 흐름이 존재하지만 시설물관리자, 어린이집 원장, 보건소장 등 각 시설의 운영·관리주체에게는 피부에 와닿는 주제가 아니다.

소규모 공공시설의 현주소를 모두 체감했겠으나 관리주체마다 건물의 격차가 심한 상황이다. 어떤 곳은 낙후되고 노후돼 에너지 리트로핏 수준으로 제 기능을 하도록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인 건물이 있는 반면 GR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양호한 건물도 있었다.

탄탄한 산업기반을 만들기 위해 풀뿌리 녹색건축을 활성화하려면 관리주체의 접근방식, 인식체계를 이해하고 이에 적합하도록 사업을 기획, 독려해야 한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정부, 지자체의 대응목표에 따라 배정된 예산, 사업이 있으니 빠르게 예산을 확보해 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어린이집 원장, 보건소장 등은 전기·가스요금 절감이나 실내공기질, 쾌적성 향상 등을 기대하고 있어 단열·기밀을 더 강화하고 친환경적으로 만들어달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결국 GR사업의 거창한 취지를 깊게 안내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GR사업이 현장주체들의 실질적 요구사항을 개선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GR활성화 목표를 위해 우리가 취하고자 하는 것도 사실 이러한 방향전환이다.

아직 시장에서 GR사업 시행방식이 서툰 만큼 전문가들이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규모를 확장하면서 경험·기술을 쌓아가다보면 공공을 넘어 민간쪽으로 확장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미 국토부 ‘녹색건축 활성화 방안’에 따라 2024년 GR의무화가 검토되고 있다. 공공주도의 사업시행 효과가 데이터로 축적돼 절감량을 비롯한 GR효과가 가시화되면 민간시장 확장을 가속화하는 씨앗이 될 수 있다.

이 자리의 사전기획가를 비롯한 GR전문가들이 전도사를 자처해 이러한 효과를 세세하게 설명해준다면 우리가 목표로 했던 세계적 규약 속의 환경적 가치까지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민현준: 비슷한 맥락에서 ‘건설의 시대에서 건축의 시대로 변했다’는 세간의 이야기가 와닿는다. 요약하자면 양의 공급에서 질의 공급시대로 변했다는 것이다. 어린이집만 해도 학부모들은 예전과 달리 ‘내 아이가 저런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괜찮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과거 연탄난로, 라디에이터 위주의, 그마저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던 학교를 생각하다 최근 신축학교를 가면 감탄하게 된다.

그러나 신축은 질의 성장을 따라가고 있지만 아직 기축은 충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수많은 시설을 모두 부수고 새로 지을 수도 없고 더 써야하는 상황에서 결국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가장 효과적인 사업이 GR이다.

이에 따라 정부뿐만 아니라 서울시를 포함한 지자체 내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올해 출범한 사전기획가의 전신인 기획가 업무로 지난해 봉사활동하면서 종로구에 주로 참여했다. 

당시 지자체에서 GR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면 LH에서 해주는 사업으로 이해하고 있었으며 사업시행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복잡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조직개편하면서 아동복지과 산하에 GR을 전담하는 팀을 신설, 관내 어린이집 시설개선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저출산문제와도 연결되므로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발할 수 있다.

이처럼 지자체의 말단조직이 변화한다는 것은 시장 저변이 그만큼 바뀌고 있으며 요구사항이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대응필요성이 발생하므로 조직·인력이 구성됐다는 것이다.

앞으로 전망도 밝다. 국토부와 LH에서 공공건축물 GR지원사업을 기획하면서 경로당 시설개선사업은 부득이하게 제외됐지만 지자체에서는 경로당뿐만 아니라 소방서, 경찰서 등 국민체감형 시설에 대한 개선방향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기후환경본부를 중심으로 ZEB, GR을 활용한 설계공모 등 경쟁체계를 만들고 있다. 현상설계와 같은 경쟁은 건축사(설계), 건축가(디자인)들도 흥미를 갖고 참여하기 때문에 ZEB·GR 등 내용을 지속적으로 입력받으며 가치관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녹색건축, GR이 촉발되는 시점에 와 있다.

물론 2050년 탄소중립을 하려면 현재 속도로는 부족하다. 최근 시작된 GR사업은 현재 가진 기술로 건축과 설비를 어느 정도 정리해두는 작업이다. 현재 진행되는 GR사업으로 개선된 건물을 15~20년 뒤 조금 더 강화해서 잘 잡으면 그때는 넷제로(NET Zero) 건축물이 보급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지금 시행하는 GR사업은 대한민국의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중요한 초석을 놓는 작업이다.

이용욱: 2013년 시설안전공단에서 GR 예비사업자 선정 당시 첫해 이자지원사업에 참여했다. 운이 좋아 배재대 등 3건에 대한 사업을 진행했다. 이는 비주거부문에서 최초의 GR사례여서 의미가 컸지만 이후 프로젝트가 없어 신화엔지니어링 내부적으로 팀을 해체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이에 비해 올해는 분위기가 많이 반전되고 있음을 느낀다. 지난해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 영향도 있겠으나 건축물의 에너지성능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론 LH에서 그간 노력한 결실이 나타나는 시점으로 볼 수도 있다.

LH를 통한 물량 외에도 공공기관 전반적으로 인식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K-water, 한국수력원자력 등 역시 GR사업발주가 나오고 있다. 물량은 기존 관련분야에서 활동하던 기업들이 바빠서 참여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

이러한 현상은 바람직하지만 정부에서 목표로 하는 녹색건축, 넷제로 건축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민간으로 확산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달성이 불가능한 문제다. 이는 GR개념이 등장한 초기부터 논의된 이슈이나 결국 문제는 경제성이다.

이번 정부에서 완성되지 않더라도 차기 정부에서 정책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민간부문 지원금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GR사업을 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야 비로소 녹색건축 활성화, 건축물의 제로에너지화가 이뤄질 것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역할을 위해 신화엔지니어링이 조금이라도 역할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김재문: 온실가스 감축목표로서의 그린뉴딜이 시행되고 GR사업이라고 명명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스스로 GR사업이 잘 되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전체 건축산업을 보면 이것이 우리들만의 이야기는 아닐지 우려스럽다.

실질적으로 일반기업들이 발주하는 프로젝트에서 리모델링이 차지하는 사업비율이 얼마인지, 그리고 민간에서 과연 1%라도 관심을 갖고 있을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인식변화에 대해 진단하면서 현재 GR사업자, 공공기관담당자들은 GR사업이 태동하고 있고 인식개선이 확대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지원금이 투입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하는 집단을 제외하고는 시행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더해 의무적으로 GR사업을 시행하는 집단 내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다뤄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으며 행정적인 업무내용은 더 복잡하다.

결론적으로 GR사업에 먼저 참여해 7년간 100여개 건물의 관리자, 건축주와 협의한 경험을 토대로 보면 보조금이 들어가지 않는 지금 상태에서도 GR효과에 대한 인식변화를 민간까지 확산시킬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정부 보조금 확대를 기다리며 우리들끼리 잔치하는 것처럼 박수치고 있기에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노후건물 수가 너무 많다.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3년마다 진행과정을 보고해야 하며 미흡하면 국제사회의 패널티를 각오해야 한다.

당장 국내 기존건물의 온실가스 감축잠재량을 감안하면 공공 GR사업에 따라 개선되는 건물은 극히 미미한 물량이다. 당장 감축목표 데드라인이 임박하게 되는 내년, 내후년에도 우리들이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 지난해 3차 추경으로 공공GR사업이 개시됐다. 처음 시행하는 사업이었으며 하반기에야 예산이 편성돼 어려운 점이 많았다. 지난해 GR사업을 평가한다면

이경호: 지난해는 3차 추경이 사실상 9월에 시작돼 실무수행기관 입장에서는 3개월만에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대부분 LH 자체적으로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단기간임에도 더 많은 중지를 모아 시행했다면 보다 수월했겠으나 시간제약이 아쉬웠다.

시간적 한계를 감안해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대안은 다수 기업들을 동원해 단시간에 물량을 소화하게 하는 방안이었다. 이는 각 기업들의 캐파를 감안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고 사업과정의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상황 발생에 대처가 아쉬웠다.

고무적인 점은 지난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다양한 개선사항을 매우 구체적으로 도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올해 사전기획가를 운용하게 된 것도 이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첫해에 힘든 점도 분명 있었지만 올해를 비롯해 이후 이어질 GR사업을 생각하면 훌륭한 밑거름이 됐다고 판단한다.

우수진: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첫 사업을 빠르게 시행해야하다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여러 지자체들에게 사업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과정이 생략됐다는 점도 아쉽다. 건축과가 아닌 부서에서 각 사업을 담당하다보니 GR의 개념을 이해할 겨를도 없이 사업을 추진해야 했다.

지난해에는 이를 이해시키기 위해 다소 시간이 소요됐으나 올해는 이들도 피드백을 받아 이해도가 높아져서 올해부터는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희영: 지난해 사업을 복기해보면 GR사업 목표수행으로만 접근해 건축물의 본질적 문제를 개선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점이 아쉽다.

지난해 사업계획을 급하게 수립하다보니 에너지성능개선을 위한 단열재, 창호, 설비교체 등 내용은 포함됐으나 건축물의 기본적인 기능에 해당하는 구조, 하자에 대한 개선은 계획단계에서 고민하지 못했다.

GR사업의 취지와 목표는 분명하지만 GR업계 관계자 역시 건축전문가들로서 구조와 안전을 기본적으로 확보한 이후에 단열, 실내공기질 개선까지 이어지는 종합적인 컨설팅이 필수적이다.

올해 사업에서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안전, 구조, 에너지, 환경 등 모든 건축영역에 경험·지식·기술을 갖춘 사전기획가들이 참여해 지난해대비 최적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민현준: 현장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지난해 사업을 경험한 사업담당자들이 산발적, 단편적으로 다루지 말고 여러 가지 개선요소를 종합적으로 잘 고쳐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고 있다. 올해 사업에서 반드시 수용해야 할 의견이다.

서형주: 지난해 사업참여자 입장에서 보자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이 당시에도 언급됐다. 다만 시간이 너무 촉박했고 정책적 이슈 때문에 결국 지난해 첫 단추를 아쉽게 끼우게 됐다.

달리 보면 지난해 첫 단추의 문제점을 확실히 인지하게 됐으므로 빠르게 피드백해 개선할 수 있었다는 장점도 있다. 시행착오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새롭게 시행하는 사업의 중요한 이슈라면 지난해 사업은 이러한 이슈를 단기간에 빠르게 개선할 수 있었던 좋은 계기였다고 평가한다.

김경록: 공감한다. 현장조사 시 담당자가 올해는 매우 세밀하게 분석한다는 평가를 했다. 지난해에는 방문했다가 금방 돌아갔는데 올해는 건물마다, 층마다, 공간마다 구조·자재·설비 등을 모두 조사하다보니 이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또한 전문성이 높은 사전기획가가 참여하다보니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산발적으로 제기되던 피드백을 줄여 현장에서 곧장 대안을 제시하고 의사결정이나 상호 이해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속도는 물론 건물품질도 향상되고 있어 GR사업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 올해 사업은 지난해대비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는 의견이 많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개선된 것인지 사례를 들어 소개하면

우수진: 지난해에는 시간적으로 촉박한 상황에서 면밀한 사전계획을 수행할 수 없어 실제로 사업을 수행하지 않으면 알 수 없었던 일들이 발생했다. 올해는 이러한 부분이 개선됐다.

예컨대 어린이집의 경우 설계진행 시 적합한 GR기술요소를 반영해 설계만 하면 된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사업을 시행해보면 기존·노후건물 특성상 건축구조, 석면 등 문제가 뒤따른다. 또한 실제 공사를 위해서는 이주해야 한다. 이주 시 차량지원, 집기교체 등 사소하지만 꼭 필요한 사항들이 계속 발견됐다.

올해 사업에는 이를 다 반영해 보다 면밀·정확하게 시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변경을 요구하는 일이 없도록 구체적인 내용을 사업프로세스에 많이 담았다.

민현준: 지난해 GR사업 현장에서 겪었던 문제는 엄밀히 말하면 GR요소에 관계된 것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설계기간이 짧았던 것도 문제였지만 해당 건물이 기존 GR사업에서 개선목표로 설정했던 에너지성능개선, 단열, 실내공기질 등만 해결해서는 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 더 큰 문제였다.

실제로는 공간적 문제도 많았다. 진입로 방향이 잘못된 곳도 있었으며 주방이 건물 밖에 위치한 경우도 있었다. 현장의 건물들은 매우 다양하고 불편한 현실 속에서도 건물을 고쳐쓰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단열재·창호를 교체하며 단기간에 시행하는 사업기획안을 대면하니 현장 담당자들이 혼란을 겪게 됐다. 설계를 담당한 건축사들이 실시설계를 위해 직접 현장에 들어간 그 순간부터는 요구사항이 완전히 다 변했다. 난간, 장애인 램프 등 구조개선, 공간변경 등에 대한 내용까지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매우 많은 보고서가 작성됐으며 문제를 풀기 위해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당초 설계가 2개월이면 완료될 것으로 판단했지만 6개월씩 걸린 사례도 있었다.

올해 조사에서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체크했다. 구조·석면에 관한 사항 및 추가 요구사항들을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가를 상당히 잘 정리함으로써 지난해 겪었던 혼란상황을 많이 줄였다.

또한 역설적으로 지난해 이러한 혼란 상황을 겪은 것이 실제 이 사업을 시행할 건축사들을 준비시키는 역할을 했다. 현장의 시공기술자들이 지난해 사업 이후 다음 번에는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건축계가 조금씩 GR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음을 느끼고 있다.



우수진: GR사업은 사용 중인 노후건물을 대수선한다는 특성에 따라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애로사항이 많으며 행정적으로도 담당자들이 산발적으로 존재한다.

신축은 현재 법적 기준으로만 지으면 되니 명확하지만 리모델링은 어떤 수준까지 접근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부분이 있어 설계자들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김영진: 노후도가 심한 건물일수록 시설관리자 역시 신축을 원하지만 GR사업을 전제로 사전조사에 임하는 것이어서 선을 긋다보니 아쉬움이 있었다.

실제로 신축을 원하던 일부 건축물은 누수, 곰팡이 등으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었음에도 GR사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선택을 하는 사례는 대략 5~6%가량으로 추정된다.

GR사업에 참여하는 사전기획가로서 신축은 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현상은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민현준: 풀기 어려운 숙제다. 실제 재개발사업들도 구조안전진단 평가하면서 주거성능을 함께 평가해 신축 또는 리모델링 여부를 판단한다. 공공건물은 이러한 형태의 고민이 아직 없었으나 제도적 틀을 만들어갈 필요성이 있다.

이경호: 첨언하자면 올해 사업에서 개선된 사항으로서 건축사들과 사용자들의 의사소통을 들 수 있다. GR사업에서 기존건축물은 사용자와 소유자가 불일치한다는 문제가 어려움으로 작용했으나 사전기획가 제도를 통해 소유자는 물론 사용자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개선사항을 도출함으로써 우수한 사업성과가 도출될 것으로 판단한다.


■ 올해 공공건물 GR 지원사업대상이 확정돼 사전기획을 거쳐 하반기 중 본격적인 착수에 나선다.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구조·절차·체계를 개선해 올해 성과가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GR사업이 올해 이후에도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가 관련업계의 주된 관심사다. GR이 장기적·정례적 사업으로 정착하기 위한 개선사항은

이경호: GR사업은 현재진행형이다. 국토부의 경우 2050년 탄소중립 로드맵을 오는 10~11월 제출할 계획이다. 국토부, LH, AURI 등이 함께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2050년의 목표, 예산, 타 부처와의 연계 등을 광범위하게 논의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공공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민간부문도 붐업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1차적으로는 1기 신도시를 중점 검토하고 있다. 1기 신도시는 용적률 등에 한계가 있어 강남과 같은 지역처럼 재건축이 불가능하다. 아직 수직증축도 불가능하므로 리모델링밖에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지역을 단순 리모델링에서 나아가 GR로 붐업할 수 있을지를 고민 중이다. 이를 잘 해결한다면 1기 신도시 전체가 GR우수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서형주: GR사업의 시행주체가 지자체지만 지자체도 광역·기초 등 여러 주체가 있다. 이들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예산지원 배분구조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복지부 소관사업인 보건소 리모델링사업은 평당 지원금액이 GR사업의 1/3 수준이었지만 기준이 명확했다. 2/3는 복지부에서 국고로 지원되며 나머지 1/3의 반을 나눠 광역·기초지자체가 각각 부담한다. 비율로 환산하면 기초지자체의 부담은 16.7%로 명확하다.

이에 비해 GR사업은 서울을 제외하고 국고:지자체 부담비가 7:3이다. 이를 광역·기초지자체가 어떻게 분담할지 명확지 않다. 일부 지자체는 복지부사업은 16.7%였는데 국토부사업은 30%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GR사업 역시 동일한 모델로 70% 국고지원, 15% 광역지자체, 15% 기초지자체로 명확히 해야 사업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경우 평당공사비는 3배이면서도 부담비는 복지부사업에 비해 적어 보다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대형 공공건물의 GR사업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도 있다. 공공청사 등 대형건물의 GR은 사업확대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부 건물만이라도 시그니처사업 형태로 참여시켜 설계공모에 부친다면 국내 대형 설계사·시공사들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를 사전기획과 컨설팅을 통해 설계·시공 단계로 잘 연결시킨다면 GR산업계에 있는 우리들만의 논의가 아니라 건축계 전반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러한 형태가 가능토록 국토부와 LH가 기술적·제도적·물적 지원을 담당해야 한다.

최근 한국건축가협회 내에 GR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민간영역에서의 모임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활동할 아이템이 필요하다. 공공에서 이들에게 과제를 제공함으로써 충분히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킬 수 있다. 이러한 사업들이 성과를 내면 이슈가 돼 확산계기를 만들 수 있다.

건축가들의 친환경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설계공모 등 경쟁체계를 이용한다면 그들 스스로 지식·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일반적인 건축가나 설계자들이 관심을 갖고 이러한 활동에 동참해야 업계 전반의 기술력이 향상되고 제도개선의 토대가 만들어진다.



김재문: 업계에 오래 몸담고 있으니 국가적으로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여야하며 건물부문, 특히 기존건축물에서 어떻게 줄여야하는지 알게되고 방향성을 그려보게 된다. GR을 통해 에너지가 어떻게 절감된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하기 때문에 우선적인 개선점을 제안해 본다.

현재 행정적·물리적·기술적 한계에 따라 에너지평가 체계 개선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미국의 에너지스타, 중국의 에너지평가체계와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에너지소비데이터를 기반으로 리모델링 시 절감효과를 분석해내는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

지금은 데이터가 충분치 않으므로 기존 에너지평가프로그램(ECO2-OD)을 활용해 절감량을 추정하고 있다. 앞으로는 GR수행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평가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현재 한국부동산원이 전국 건축물의 에너지사용량을 통계분석하고 있다. LH는 그간 GR관련 기술·제품에 대한 데이터를 상당히 축적하고 있으며 공기업으로서 정부DB의 접근도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다.

이와 같이 GR관련 데이터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시점에 단순히 하드웨어적으로 사업을 밀고가기보다는 축적된 기술력, 데이터를 바탕으로 GR확산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반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서희영: 현재 국토부를 포함한 정부기관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공공건축물 중 병원, 오피스건물, 공공청사, 도서관, 대형건축물 등의 데이터가 이미 축적돼있다.

다만 고민스러운 부분은 데이터가 없는 영역이다. 특히 병영시설 등은 연간 수십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리모델링을 지속하고 있다.

GR을 국가 의제로 삼고 열심히 추진하고 있음에도 타부처는 아직 인지하지 못했거나 연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GR사업에 포함하는 것 역시 한 축으로 놓고 접근해야 한다. GR의 탄소절감 효과를 다른 영역에도 알려야 한다.

민간 역시 매우 많은 아파트들이 자체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있다. 안내하지 않아도 우수한 단열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GR사업효과에 이러한 영역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이를 GR영역에 잘 녹여내 외부에서 보더라도 성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현재는 이러한 데이터를 축적해 GR산업이 요구하는 목표에 부합토록 사회에 제시해 설득할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하는 단계에 있다.

국회·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기업이 시행한다면 LH는 허리역할을 하는 중간자적 위치에 있다. 앞으로 현장의 의견을 모아 전달함으로써 정책·제도개선을 돕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코자 한다.

김경록: GR 시공 후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모니터링이 시급하다. 소프트웨어 개발도 중요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2~3년 후 설계·시공하는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다.

GR을 통해 에너지가 절감되고 쾌적함이 향상된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사업타당성을 확보함으로써 완벽히 설득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향후 사업에서는 실질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축적·검증·평가할 수 있는 내용도 함께 포함해 진행해야 한다.

서희영: 좋은 말씀이다. LH 역시 시공 후 계측기를 설치해 1년 이상 모니터링하면서 에너지성능 수준을 실데이터기반으로 분석하고자 추진하고 있다.

현재 ECO2로 시뮬레이션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건축물 종류별·규모별로 샘플링을 통해 실질적인 성능을 파악해야 할 필요성을 인지하고 국토부 건의를 통해 일부 예산을 확보했다. 학계에서도 에너지시뮬레이션을 통한 절감량이 실제로 감축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관련절차를 추진 중이므로 비교적 단기간에 해당 사안이 보완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형주: 올해 GR사업이 잘 마무리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사전기획가제도의 발전방향을 살펴봤으면 한다.

사전조사·컨설팅 범위 및 참여사 확대 등 방안을 논의해 나가면 제도를 보다 체계화·정량화·전문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시스템이 높은 수준의 GR이 설계·시공단계로 이어질 수 있는 첫 단추라고 본다.

GR은 환자를 진단하는 것과 같다. 진단서 쓰는 것은 10초면 가능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환자의 증상을 듣고 청진기를 대고 판단하는 시간이다. GR사업에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단계가 충실히 수행되면 설계와 시공 역시 자연스럽게 잘 될 수 있다. 사전기획가로서 이러한 역할에 부응토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