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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인터뷰] 김기한 정림건축 대표

“친환경 디자인·기술 역량 기반 건물탄소중립 선도할 것”
탄소중립 시대 건축산업 생존열쇠, ‘E제로·효율화’
ZEB·GR 기술력 기반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도입
건물 온실가스, 요소기술보다 최적설계 고민해야


"탄소중립은 기업을 넘어 국가경쟁력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존망을
결정짓는 요소임을 유념해야 합니다. 어떤 사업도 망해버린 지구에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
정림은 오래전부터 자체적인 녹색건축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해왔으며
에너지성능 기반의 고도화된 자동화‧최적화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1967년 건축설계 전문기업으로 출발한 정림건축(대표 김기한)은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나라 건축문화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온 선도기업이다.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서 5,300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특히 탁월한 디자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인천국제공항, 서울월드컵경기장, 스타필드 하남, 중국 심양 롯데월드 등 1,000건 이상의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왔다.

김기한 정림건축 대표를 만나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탄소중립 이슈에 대한 견해와 녹색건축을 향한 기업비전에 대해 들었다.

■ 정림건축의 경영방침은
정림건축의 사명은 단순히 건물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에 대한 기업의 책임으로 건강한 공간환경을 만들어 더불어 사는 세상과 함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명을 바탕으로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행복한 일터이자 건강한 공간환경을 창조하고 공유하는 건강한
건축문화집단, 건전한 기업윤리 실천으로 사회적인 존경을 받는 닮고싶은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미션과 비전을 갖는 정림건축의 대표로서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은 900여명 임직원들의 기회와 행복 그리고 지속가능성이다.

정림건축을 만든 바탕에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 임직원들의 건축에 대한 열정, 고객의 믿음과 사랑이 있었다. 이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정림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밖에도 다양화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디자인과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특히 변화하는 사회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 탄소중립이 건축산업에 갖는 의미는
기후변화 문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논의는 이미 지난 수십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그러나 지난 2015년 파리협정 채택 이후 탄소중립 선언과 이행 시나리오 마련, 그리고 중간목표인 2030년 NDC 상향까지 최근 5년간 아주 급격한 방향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논의되는 글로벌 메인 아젠다로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물론 경제발전 과정에서 우리가 배출한 책임을 고려할 때 반드시 달성해야만 하는 목표다. 특히 국가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담당하는 건축산업은 여기에 막중한 책임을 바탕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건물부문의 온실가스는 2018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32.8%, 2050년에는 88%까지 절감해야하는 목표가 부여됐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건축산업은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모든 신축건축물은 제로에너지를 달성해야 하며 기능, 미관, 환경개선에 치중돼왔던 리모델링 건축물은 에너지성능 개선이라는 주된 목표를 추가로 부여받게 된다. 현재의 건축행태에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최적화해 반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게
된다.

■ ESG 동참계획은
시장의 책임분담과 역할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탄소중립이 정부, 국가에서 주도하는 이슈라고 본다면 ESG는 시장에서 주도하는 기업경영의 메가트렌드다.

정림은 우리나라 건축계의 리딩기업으로서 이러한 시류에 동참하는 수준이 아닌 선도적으로 이끌어나갈 계획이다. 정림건축의 사명과 비전을 보면 우리가 추구해온 방향이 ESG의 그것과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정림은 6년 전 가치경영을 추진하며 전 임직원이 정림의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기 위한 ‘정림웨이’를 함께 만들어 선포, 이를 지켜오고 있다. 정림과 임직원, 그리고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의 이념을 담은 정림웨이 중 사회에 대한 방향으로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건축, 공정경쟁과 상생협력, 재능과 수익의 사회나눔 등이 포함됐다.

정림은 ESG 경영을 보다 견고하고 체계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구체적으로 논의해왔던 ESG 위원회를 올해 말 발족할 예정이다.

ESG의 본질적인 개념은 위기에 강하고 건강한 기업을 만드는 것, 즉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환경영역을 예로 들자면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한다기보다는 기후위기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기업성장의 위험요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강화되는 환경규제와 변화하는 사회, 그리고 정림의 의사결정 체계 속에 어떠한 경영상의 위험요인이 있는지를 식별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환경영역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정해진 미래 리스크가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탄소중립이다. 기후리스크가 정림에게는 곧 경영리스크인 것이다. 정림은 우리가 만들어내는 모든 건축물을 지속가능한 건축물로 전환하기 위해 친환경 기술협업제도를 마련해 시행하는 등 오래전부터 노력해왔으며 현재 최적화 기법을 적용한 친환경설계 프로세스를 고도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RE100 대응방안은
RE100은 탄소중립과 관련한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민간 이니셔티브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SK그룹의 일부 계열사, 해외에서는 애플‧구글‧이케아 등 300여개 이상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건축설계사로서 정림의 RE100 대응방식은 제조업이나 IT 등 다른 산업‧업종과는 차별화된다. 정림은 주요 프로젝트의 고객사에 RE100에 대한 개념과 필요성, 이행방안 등을 탄소중립이나 ESG 경영과 연계해 안내하고 제안하는 방식으로 RE100 시류에 동참하고 있다.

예컨대 K-RE100 제도의 소개와 이행수단을 안내하며 관심이 높은 고객에게 에너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운영단계 전력소비량을 예측해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RE100 참여에 대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 건축물 성능강화 정책대응 방안은
건축산업과 관련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건축자재의 생산부터 시공, 운영, 폐기까지 포함하면 총배출량의 40%를 차지하며 이중 기기나 취사 등을 제외하고 건물의 성능에 좌우되는 운영단계 배출량은 전체의 25%에 달한다.

건물은 기업의 주요한 인프라로 건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직접 관리 대상인 Scope 1·2에 해당한다. 건축물의 성능기반이 설계단계에서 마련됨을 고려하면 기후‧환경 아젠다에 따라 추진되는 각종 정책은 모두 정림건축에 영향을 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라 단계별로 전전화(全電化) 건물로의 전환이 요구되므로 우리는 건물에서 사용하는 설비방식 변경을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린뉴딜정책에서는 그린리모델링(GR)이나 그린스마트스쿨이 대표적인 건축관련 핵심정책이다.

건축물을 둘러싼 에너지전환, 그린뉴딜정책들은 결국 탄소중립으로 귀결된다.

탄소중립은 기업을 넘어 국가경쟁력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존망을 결정짓는 요소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어떤 사업도 망해버린 지구에서는 의미가 없다.

정림은 오래전부터 자체적인 녹색건축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해왔다. 그리고 현재는 에너지성능 기반의 고도화된 자동화‧최적화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이라는 중대한 목표는 우리만 노력해서는 달성할 수 없다.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함께 나아가기 위한 여러 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림이 지금까지 쌓아온 데이터와 경험, 자동화 툴과 같은 저에너지 설계기술을 적극적으로 공개 및 공유할 예정이다.

■ ZEB·GR에 차별화된 역량은
2010년부터 친환경 전문조직을 운영하며 설계부문과의 협업과 R&D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 조직에서는 친환경계획 콘셉트 수립에서부터 LEED인증, 동적에너지시뮬레이션, 전산유체역학(CFD)시뮬레이션 등까지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친환경건축과 관련한 모든 설계지원 및 검토 업무를 수행한다.

전문화된 친환경기술과 설계‧디자인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많은 노하우를 축적해왔으며 실질적인 성과를 일궈왔다.

일례로 우수한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모범적인 녹색건축을 만들어냄으로써 녹색건축대전, GR 우수사례 공모전, 생태환경건축대전 등 녹색건축과 관련한 건축상을 30건 이상 수상했다. 이는 국내 설계사 중에서 최고의 실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대구은행 본점 리모델링을 들 수 있다. 약 35년 된 노후 업무시설을 최고의 에너지‧환경성능을 갖춘 최신건축물로 리모델링한 사례로 녹색건축대전 대상, GR공모전 금상, 지능형건축물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또한 녹색건축은 ICT, IoT 기술기반의 ‘스마트그린건축물’로 진화하고 있다.

정림은 탄소중립과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제로에너지 스마트하우스인 ‘LG ThinQ Home’을 설계했다. ‘미래의 집’을 콘셉트로 최적의 환경과 에너지성능을 유지하며 BIPV를 통해 건물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플러스에너지하우스다.

HEMS를 포함한 다양한 스마트기술이 접목된 이 주택은 국내 최초의 제로에너지건축물(ZEB) 1등급 건축물이다. 이처럼 정림건축은 녹색건축, ZEB, GR은 물론 첨단 스마트기술까지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실질적인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녹색건축 설계 프로세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일반적인 녹색건축 설계 프로세스는 디자인을 생성한 후 성능을 분석하고 결과에 따라 보완하거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이상적인 프로세스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한정된 대안만이 검토되는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컴퓨테이셔널 디자인(Computational Design)을 도입했다. 일반설계에서도 잘 활용될 수 있지만 특히 정량화, 수치화된 데이터 기반의 녹색건축 설계에 최적화된 기법이다. 

올해 초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전문조직을 신설했으며 기존 친환경 전문조직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최적화, 자동화기술을 접목한 녹색건축 설계프로세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내년 이 프로세스가 완성되면 보다 혁신적인 녹색건축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가장 실효적·경제적인 미래기술 전망은
먼저 건축물의 온실가스 감축계획에 있어 요소기술 단위로 접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부분의 요소기술은 모든 건축물에 항상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건물의 입지조건, 건물형태, 운영특성 등 조건에 따라 다른 영향을 준다. 건축물의 성능향상을 위해서는 어떠한 요소기술을 얼마나 많이 적용했는지가 아닌 종합적이고 최적화된 설계에 집중해야만 한다.

보편적인 범위에서 가장 실효적이고 경제적인 기술은 여전히 패시브기법이다.

단열성능과 같은 법적기준이 예전보다 크게 상향평준화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건물의 향(向)과 형태를 최적화하고 기밀과 열교방지 성능을 강화하며 실내로 들어오는 태양열을 조절하는 기술이 우선시돼야 한다.

최적화된 패시브기법 적용을 전제로 미래에는 히트펌프 난방과 수소기반 연료전지 등이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운영단계 에너지를 실질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스마트제어기술과 스마트공간 구현기술이 주목받게 될 것이다.

현재 건축산업은 주로 건물을 짓는 데 집중돼있다. 30년에서 50년 이상인 건축물의 생애주기 중 기획부터 사용승인까지는 3년 남짓한 기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탄소중립 이슈로 건축물의 전 생애 관점에서의 접근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림건축은 얼마전 ADT캡스와 ICT기반의 건물 설계‧운영‧관리‧안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설계부터 시공, 운영‧관리, 해체에 이르기까지 건축물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기술협력에 힘쓸 예정이다.

■ 향후 건물 탄소중립을 위해 고민할 점은
탄소중립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건축물에너지효율화 정책은 주로 설계단계에 집중돼왔으나 앞으로는 운영단계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

지금부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개별‧존별제어와 에너지사용량의 세분화된 계량을 가능케 하는 인프라구축 강화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거주자 행태개선은 탄소중립 달성에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누구나 체감하는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행동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유도정책이 확대‧강화될 필요가 있다.

건축자재의 내재탄소(Embodied Carbon)관리 강화와 정보제공 확대 또한 요구된다. 건물의 수명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내재탄소는 전 생애배출량의 15% 이상을 차지한다. 이 비율은 건물의 에너지성능에 비례해 증가한다.

우리나라에서 친환경자재에 대한 인식은 높은 편이지만 대부분 실내공기오염물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건축가들조차도 자재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자재의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설계자들의 인식개선도 요구되지만 무엇보다 내재탄소에 대한 정보가 극히 부족하다. 환경성적표지나 저탄소제품과 같은 제도의 확대를 통해 설계자들이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적은 탄소를 내재한 제품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시점부터 탄소중립 달성까지의 중‧장기 세부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해 공개해야 한다. 2030년과 2050년까지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감축수단은 나와있지만 어떤 세부단계와 수준을 거쳐서 달성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탄소중립이라는 길고 험난한 과정에 대한 세부계획이 있어야만 시장에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까지는 10년도 채남지 않았다. 지금까지 탄소중립은 국가와 기업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목표이며 특히 건축산업의 책임과 역할이 크다는 것 을 강조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해 온 정림건축조차도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

탄소중립은 일부 전문가나 설계사, 시공사 등 몇몇 주체의 주도만으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

불가능해 보일 수도 있지만 반드시 달성해야만 하는 전 세계적인 핵심 아젠다를 같이 풀어갈 수 있는 파트너십의 구축이 필요하다. 건축산업의 다양한 영역에서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건축설계의 선도기업으로서 정림건축도 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동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