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단일 국가 규모 가정용 가스보일러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은 영국, 한국, 독일 순이었다. 그러나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 바로 중국이다. 국가 크기나 인구수로 보면 이미 세계 최대 시장을 형성했을 것으로 생각이 들지만 그동안 중국의 난방수요는 가스보일러가 아니었다. 최근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도시가스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가스보일러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중국토목공정학회 가스지부 가스난방전문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35만대였던 가스보일러시장이 2011년 98만대, 2012년 120만대, 2013년 152만대, 2014년 164만대까지 늘었다. 2008년대비 2014년 400%에 육박하게 성장했다.
연평균 20% 이상 고도성장했지만 2014년과 2015년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다. 2015년 생산량이 130여만대로 집계되고 있지만 세계 2위 보일러시장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2020년까지 연간 400~500만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세계 최대 보일러시장 등극은 시간문제로 보여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경제성장 속도가 매년 감소하고 부동산 경기도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보일러기업간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라며 “여전히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어 중국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기업들이 앞다퉈 중국 현지법인과 생산시설을 구축하며 시장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의 보일러시장은 △High-end and Premium(최고급 프리미엄) △Premium(프리미엄) △High Performance(고성능) △Performance(성능) △Basic(가격/일반시장) 등 5개 시장으로 세분화돼 있다.
소비자 니즈가 우리나라보다 더 다양화돼 있으며 초기 설치비보다 가성비와 편의성에 초점을 둔 시장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중국에는 전세계 가스보일러 브랜드는 모두 들어와 있으며 중국내 가스보일러 판매비중은 중국산 65%, 유럽산 15%, 유럽계 중국산 15%, 한국산 5% 순으로 분석된다.
2014년 중국 가스보일러제조사는 130여개가 난립한 가운데 독일, 이탈리아, 터키, 한국, 폴란드, 네덜란드 순으로 수입이 많은 국가로 조사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산 특히 독일, 네덜란드산등이 고가의 제품군을 이루고 있으며 한국 및 이탈리아산 등이 중저가시장을, 기타 중국, 터키, 폴란드산이 저가 제품군을 형성하고 있다”라며 “전체 판매의 70~80%가 저가제품이 점유하고 있으나 최근 중국산의 급속한 기술발전, 유럽산 가격인하 등으로 중국산대비 상대적으로 고가인 한국산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정책변화에 콘덴싱 기술 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의 보일러시장은 중국산 저가시장이 70~80%를 점유하고 있다. 그만큼 에너지효율은 떨어지고 대기오염 물질은 더 많이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중국 정부가 환경보호정책 강화에 나서고 있어 콘덴싱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효율, 저NOx 친환경 제품이 시장의 새로운 주류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파른 경제 성장 이면에는 대기오염을 비롯한 중국의 심각한 환경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가는 상황 속에서 북경시는 가스보일러에 대한 NOx규제를 강화했다. 북경시 건축위원회도 지난해 10월부터 에너지효율 2등급 이하 보일러는 설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발표하는 등 친환경 정책은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보일러시장에 급격한 변화가 시작됐다”라며 “북경시의 선도적인 친환경 콘덴싱 가스보일러 보급 정책은 중국 주요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세계 최대 시장을 놓고 2000년대 후반부터 펼쳐지고 있는 전세계 보일러기업간 치열한 경쟁은 이제 친환경, 고효율의 기술력을 중심으로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 예상된다.
특히 전세계 가스보일러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해 있고 그 만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기술 발전도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의 중국시장 진출을 도와주면서 해외 우수 보일러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규정을 신기술에 맞게 개정되면서 중국기업의 기술력 향상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어 글로벌기업과 중국기업간 경쟁도 보다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수많은 글로벌 기업과 중국 내 기업들이 모여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시장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보일러시장 규모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유럽 유수의 보일러 제조사들의 진출이 가속화됐으며 중국 내 토종 보일러기업들도 대거 등장했다.
외자기업으로는 1993년 경동나비엔이 최초로 진출하며 열린 중국 보일러시장을 놓고 2002년 비스만이 허베이 생산공장을, 2007년에는 바일란트가 무석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맞서 쇼승수, 완허, 완지아러 등 중국 기업들도 기술력이나 품질에서의 열세를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극복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낮은 제품 가격으로 특판시장을 장악하고 나선 중국 보일러 제조사의 역습과 높은 국가 브랜드를 등에 업고 프리미엄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글로벌제조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어느 기업도 독주를 장담할 수 없는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고 있다”라며 “시장 주도권 장악을 위해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보일러기업들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개인 소비자 구매가 많은 양쯔강 이남지역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으며 중국기업들은 북부지역에서 건설회사를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지속하며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美·中, 수출시장 급부상
우리나라의 가스보일러 수출시장은 러시아, 미국, 중국이 3대 시장이다. 이 세 나라 수출금액이 전체 가스보일러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점차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가 주도했던 가스보일러 수출액은 변화조짐이 보이고 있다. 러시아 재정악화와 서방경제재재 조치 등의 영향으로 2014년 하반기부터 수출량 감소가 시작해 2015년, 2016년 그 여파가 이어오고 있다. 반면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중국으로의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중 FTA 체결은 수출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그렇지 않았다. 역차별 우려가 있는 독소조항 때문이다.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보일러에 대한 관세는 철폐하고 우리나라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보일러에 대해서는 10년간 단계적으로 철폐토록 했다.
당장 불합리한 한·중FTA로 인한 국내 시장 혼란은 없으나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과연 국내 보일러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 두고봐야 할 사안으로 남아있다.
특히 최근 귀뚜라미가 북경시 태양에너지그룹과 판매 제휴를 맺거나 경동나비엔이 현지화에 집중한 것도 중국내 판매 확대도 있지만 불합리한 한·중 FTA를 벗어나기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