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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설비 성능점검 저가수주, 시장발전·제도취지 ‘장애물’

공동주택·오피스텔 등 최저가낙찰…대가기준 20~30% 수준



건축물의 기계설비 성능점검제도가 시행을 시작했지만 저가수주로 인해 올바른 시장발전에 저해가 되는 것은 물론 설비의 효율적 운영 및 에너지절감이라는 취지와는 동떨어진 페이퍼워크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2020년 발효된 기계설비법 및 기계설비유지관리기준에 따라 건축물의 기계설비는 연면적 및 규모에 따라 일정기간 안에 성능점검을 받고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3만m² 이상 건축물 및 2,0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오는 12월31일까지 성능점검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발주 및 입찰, 점검, 보고서 작성 등 기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에 기계설비 성능점검 비용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수주되고 있어 시장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부산지역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산남구 7,374세대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성능점검이 약 3,000만원, 양산의 2,280세대 아파트는 약 1,000만원에 낙찰됐다”라며 “이는 인건비를 제외하고 남는게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공동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공동주택과 오피스텔에서는 세대들이 부담하는 관리비 증가에 대한 거부감으로 최저가입찰을 실시, 대가기준의 20~30% 수준으로 성능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성능점검업 기업들은 기술인력을 놀리기보다는 작은 금액으로 입찰을 해서라도 인건비를 확보하려다보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점검보고서가 허술하게 만들어진다는 점도 지적된다. 성능점검 양식에 O·X만으로 표기하고 있어 세밀한 평가보다는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능점검업자의 자질향상을 위한 교육과정 개설이 필요한 시점이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공동주택, 오피스텔을 제외한 일반건물분야에서는 10~30%가량의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수준이고 공공부문에서도 대가기준의 50~70%선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20~40%의 이윤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부산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공동주택, 오피스텔의 저가경향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무리한 금액은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능점검 기술교육 ‘시급’
관련업계는 이러한 성능점검의 저가수주는 일시적인 현상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올해 처음 성능점검이 시작됨에 따라 시공사, 시행사, 시설관리사, 청소대행사 등 다양한 업종이 사업범위를 넓혀 성능점검 시장에 뛰어들며 저가수주를 하고 있지만 기술력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일반건물 등 제대로 이윤을 낼 수 있는 현장을 수주할 수 없어 사업적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저가수주는 다수의 주인으로 관리되는 공동주택, 오피스텔 등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성능점검업체는 이러한 저가경쟁에 참여하지 않고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분야에만 집중해야 저가관행을 막을 수 있다”라며 “또한 단순한 O·X식 평가가 아닌 점검결과를 세분화할 수 있는 등급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대한기계설비성능점검업협회의 관계자는 “전문적인 기술이 부족한 업체들이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에 기술자의 자질을 높이는 기술지도 및 교육이 절실한 시점이지만 국토교통부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기계설비성능 점검업협회 사단법인 인가가 늦어지고 있다”라며 “향후 협회인가 이후에는 교육을 통해 등급에 맞는 기술자를 양성하고 에너지절약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이뤄나갈 수 있는 기계설비산업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너지기술인협회의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단순한 계측기 측정 위주의 점검이 진행되고 있지만 성능점검 시 검토사항으로 명시돼있는 시스템 검토, 성능개선 계획수립, 에너지사용량 검토 등을 철저하게 검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성능점검 평가에 따른 등급제도를 만들어 공공부문부터 적용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목·일정 고려 적정금액 보장돼야
기계설비 성능점검의 대가기준은 다른 유사사업인 에너지진단사업과 비교해 비싸게 책정됐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가기준대로라면 세종청사는 연간 18억원, 서울시청은 연간 3억원 비용이 나올 수 있어 정부부처 내부에서도 이정도 돈을 들여 점검할 바에는 1년에 설비 한 종류씩 새로 구입하는 게 낫겠다는 말도 들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사사업인 에너지진단은 초기부터 진단업체들이 대가를 만들지 않고 견적서를 토대로 비용을 청구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라며 “성능점검은 21개 장비를 사용해 점검을 실시하고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설비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하기 때문에 대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계설비는 다양한 종목과 많은 수량으로 다른 점검보다 일정이 더 소요된다”라며 “낮은 금액으로는 계획된 설비를 제대로 점검할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 양질의 보고서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태료 부과 연말까지 유예
국토부는 최근 2022년 기계설비 성능점검 과태료 부과를 12월31일까지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성능점검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돼 관리주체에 대한 홍보가 일부 미흡했고 성능점검업체수도 부족해 기한 내 모든 관리주체가 점검을 실시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8월8일까지 완료해야 했던 연면적 3만m² 이상 개별건축물(창고시설 제외)과 2,0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의 올해 기계설비 성능점검 기한은 12월31일까지 연기되며 관리주체는 12월31일까지 성능점검을 완료하고 결과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연면적 1만5,000~3만m² 미만, 1,000~2,000세대 미만(2023년 4월17일) △연면적 1만~1만5,000m² 미만, 500~1,000세대 미만(2024년 4월17일) 등 다른 규모의 건축물은 기존과 동일한 기간 내 성능점검을 받아야 한다.

기한 내 점검을 실시하지 않거나 점검기록을 작성하지 않은 관리주체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올해 점검 기준일은 8월8일로 유지되며 다음 성능점검은 2023년 8월8일까지 실시해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태료 부가기간이 유예되긴 했지만 올해 많은 수의 성능점검 대상 공공 및 민간건물이 점검을 마치지 못한 상황”이라며 “성능점검은 운영중인 기계설비의 에너지효율화를 통해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역할인 만큼 조속히 모든 건물의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관리주체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현행 성능점검제도를 보완하는 ‘기계설비 유지관리기준’ 개정도 하반기 중 실시할 계획이다.

일정자격을 갖춘 기계설비유지관리자를 보유한 관리주체는 자체적으로 성능점검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건축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소규모·소용량 설비는 점검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규제를 개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