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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에너지누수’ 심각 열교차단제도 개선 시급

건축물 E절약설계기준 등에 열교관련 제도정비 필요
건물E 성능평가 시 열교부위 열손실 정량적 평가해야
‘기준충족’ 아닌 성능 기반 열교방지 대안 마련 필수

 

내년부터 공공에 이어 민간에서도 30세대 이상 또는 연면적 1,000m² 이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ZEB) 5등급 수준의 설계가 본격 적용된다. 민간부문 ZEB 의무화 본격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건물에너지관리가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효과적인 건물에너지관리를 위해서는 건물의 단열, 기밀성능 등 패시브요소를 강화해야 한다. 

 

단열은 건물을 완성하기 위한 기초요건이며 건물 외측과 내측간 열의 이동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건물에너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다. 

 

현재 공동주택에 적용되고 있는 내단열의 경우 단열이 끊기는 지점에서는 열에너지가 이동하는 통로가 조성돼 결로, 곰팡이 등이 생길 수 있다. 에너지누수뿐만 아니라 결로, 곰팡이 등에 따른 심각한 악취 등을 유발함으로써 건물의 유지관리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한 각 현장마다 시공조건이 달라지는 등 건물별로 갖게 되는 특이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해 단열성능을 일률적으로 만족하기 어렵다. 건물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나 건축재료의 특성 등에서 비롯된 열교현상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공동주택의 경우 발코니, 파라펫 등 돌출된 부위들에서 열교가 발생하고 있다. 벽체가 만나는 모서리 등 접합부 등에서도 단열이 끊기면서 열교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광범위하게 열교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법체계에서는 시공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열교현상에 대해 가이드라인이나 특별한 기준 등은 제시하지 않는 등 시공현장에서 열교는 의무사항이 아닌 선택사항에 그치고 있다. 현재 시공현장에서 열교를 방지하기 위해 이뤄질 수 있는 조치는 오직 건축설계사의 판단에 달려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건물에너지관리의 핵심인 열교차단을 활성화할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하는 한편 국내 열교차단 수준과 함께 열교차단 의무화 필요성에 대해 진단하고자 한다.

 

 

열교 배점체계 개선 필요 
현재 열교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국내 기준은 국토교통부가 관장하고 있는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이 있다.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에는 외단열의 정의를 통해 열교를 언급하고 있다. 외단열은 건축물 각 부위의 단열에서 단열재를 구조체 외기측에 설치하는 단열방법으로 모서리 부위를 포함해 시공하는 등 열교를 차단한 경우를 말한다고 기술돼 있다. 

 

또한 단열계획 권장사항으로 외피의 모서리부분은 열교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열재를 연속적으로 설치하며 기타 열교부위는 외피 열교부위별 선형열관류율 기준에 따라 충분히 단열되도록 한다는 내용이 반영돼 있다. 

 

이와 함께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에 따른 에너지성능지표(EPI)에는 외피 열교부위의 선형열관류율에 대한 평가항목을 통해 최대 1점을 부여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열교에 대해 배점을 받기가 어려우며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하다보니 다른 기술에 비해 등한시되고 있다. 열교가 구조적으로 발생할 경우 이를 측정하거나 계산하기 쉽지 않다는 것 역시 애로사항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열교항목 배점을 쉽게받을 수 있게 하려면 어려운 평가방법을 쉽고 간편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라며 “사용자들을 열교차단 설계로 유도할 수 있도록 방향설정을 다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토기관, 관습적 검토행위 그쳐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 지방 교육청은 ‘학교신설현장 품질확보방안 현장별 적용 추진 알림’이라는 공문을 통해 건축, 토목, 기타분야별로 관할지역 각 학교에 신축공사 품질확보 아이디어 적용방안을 발송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공사 설계단계부터 단열이 끊겨 곳곳에 열교부위가 그대로 드러난 도면이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열교에 대해 검토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EPI 검토기관들은 설계도면에 단열이 끊긴 부위를 검토하지 않은 채 관습적으로 관련서류를 통과시키고 있어 건물 에너지누수가 우려된다. 
      
현재 운영기관인 한국에너지공단을 비롯해 국토안전관리원, 한국부동산원, 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 한국생산성본부인증원, 한국환경건축연구원 등이 EPI 검토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열교 등에 대한 충분한 조치나 검토없이 서류를 통과시키고 있다. 현행 제도는 열교가 많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등 다른 요소기술을 설치함으로써 기준점수를 채울 수 있도록 돼 있다.  


즉 수많은 열교부위를 통해 에너지누수가 생기고 있으나 태양광 등 다른 요소기술을 설치함으로써 밑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셈이다. 

 

검토기관의 한 관계자는 “발주처가 검토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거치게 되는 컨설팅기업·기관과 건축설계사무소 등이 온전하게 설계도면을 검토하지 않는 현실과 함께 검토기관이 단열 등 요소기술이 충분히 검토됐을 것으로 인식해 통과됐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는 민간부문에 ZEB가 단계적으로 의무화됨에 앞서 관습적인 검토행위가 이뤄지다보니 발생한 현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실은 열교차단이 의무가 아닌 동시에 정밀한 계산값 산출이 어려우며 열교값산정에 대한 시간, 비용 등을 따져야 하기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도·기준·표준 개선 착수
주관부처인 국토부와 에너지공단은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에서 관리하는 건물성능을 종합에너지성능으로 전환해 ZEB 수준까지 고려한 설계기준으로 개정토록 준비하고 있다. 종합에너지성능은 열교·기밀을 포함하며 이를 통해 단열성능을 개선하는 한편 부위별 시공방법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건물외피의 에너지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건설기술연구원은 열교관련 단체표준과 단열, 앵커 등 구조체에 대한 열교차단재를 실물로 목업화했을 경우 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표준실험절차서, 성능기준, 단체표준 등을 통해 인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표준 필요성에 따라 연구진은 시뮬레이션 해석법과 물리적 시험법 기반의 표준실험절차서를 단체표준으로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건물에너지를 평가하는 시뮬레이션 툴인 ECO2는 사실상 열교를 측정할 수 있는 산정체계가 없는 실정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패시브제로에너지건축연구소(IPAZEB)는 최근 10년 이상의 연구개발 끝에 기존 ECO2의 단점을 보완한 건물에너지 평가프로그램을 개발해 대중에 공개를 앞두고 있다. 새롭게 개발된 건물에너지 평가프로그램은 ECO2에서는 불가능한 점형열교, 선형열교 등에 대한 측정값을 비롯해 열교차단재 인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량적 평가체계·인센티브 도입 필요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유럽은 다수의 국가에서 성능인증(EPC)을 위한 건물에너지성능 평가 시 외피성능에 구조체 접합부의 성능평가지표를 포함해 평가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은 구조체 접합부의 단열성능 지표로 선형열관류율을 활용해 건물외피의 전열량 산출 시 사용하고 있으며 프랑스, 네덜란드 등 국가들은 대표적인 선형열교 부위별 선형열관류율 표준값을 제시해 선형열관류율 산출을 위한 전열해석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지 않더라도 카탈로그에서 찾아 활용할 수 있다. 


미국도 발코니 접합부에 대한 단열성능을 강화했는데 뉴욕의 경우 발코니 또는 파라펫 돌출부의 단열 연속성을 위해 단열재로 전체를 감싸거나 구조체 열교차단재를 삽입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건물의 에너지성능평가 시 열교부위에 대한 정량적인 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건물 외피의 열관류율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열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로는 눈으로 보이는 직접적인 피해이자 재산손실로 인식되며 시공하자에 대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결로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열적 손실은 눈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간과되고 있다. 결로방지를 위한 보조단열재는 열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단열재 두께가 두껍게 적용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열교부위로는 열류량이 증가해 이 부위에서 열손실, 결로 피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설시공자 및 건축주 등의 자발적인 의식 개선 및 기술적용으로 열교로 인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에 정책적인 드라이브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선 열교차단 조치를 취했을 경우 세금감면 등을 비롯해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제도는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열교를 규정하고 있어 열교에 대한 필수적인 조치를 취하려는 사례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건물에너지 성능평가 시 열교부위 전도열손실에 대한 정량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형태가 정형화돼 있어 열교부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공동주택의 경우 타 건물 유형에 비해 열교부위 성능평가 적용이 상대적으로 쉬울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열교부위는 단열재의 끊김없이 연속으로 설치하거나 열교차단재를 설치하는 것으로 열교를 방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공동주택 열교값을 산정하는 것처럼 열교값에 대한 표준을 디테일하게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현행 기준베이스가 아닌 성능베이스 중심의 열교를 차단할 수 있도록 근거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각각의 요소기술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보다 각 요소기술에 대한 통합적인 성능을 평가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 경우 열교차단은 건물의 탄소중립과도 직결되는 요소다. 전 세계적인 메가트렌드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라도 열교차단을 위한 기준 개정이 시급하다. 현장에서 요소기술별 통합성능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단열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치가 시급히 취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