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사용가능한 화석연료 고갈로 인한 에너지위기를 극복하고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여러 위기 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바로 에너지문제다.
에너지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 신재생에너지사용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자연에너지를 이용함으로써 화석에너지 고갈을 막고 지구환경파괴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반론의 여지는 없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저탄소 산업구조 전환이 최대 현안과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저탄소 사회구현과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위해 전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신재생에너지산업 활성화를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원천기술 선점을 위해 R&D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특히 중장기비전을 설정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5년까지 국가에너지정책 비전을 담은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핵심은 공급확대 정책대신 가격체계 개편과 ICT기술을 접목한 전력망 구축 등 수요관리 정책전환과 분산형 전원 활성화 등이었다.
이중 6대 중점과제는 △수요관리중심의 에너지정책 전환 △분산형 발전시스템 구축 △환경·안전과의 조화 모색 △에너지안보 강화와 안정적 공급 △원별 안정적 공급체계 구축 △국민과 함께하는 에너지정책 추진 등이었다.
2차 에기본은 공급확대 전력정책에서 벗어나 수요관리형 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으로 원자력발전소 비중과 신재생에너지 보급비중을 각각 29%와 11%로 정했다. 하지만 논란도 있었다. 1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비중 11%와 같았기 때문이다.
▶ 지열에너지의 역할은
지열에너지(Geothermal Energy)는 일반적으로 토양, 지하수, 지표수 등 땅이 지구내부의 마그마 열에 의해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로 정의된다. 이러한 지열에너지는 온도에 따라 중·저온(10~90℃), 고온(120℃ 이상)으로 구분하고 있다. 또한 기술적으로는 직접이용과 간접이용으로 나누고 있으며 열을 생산하면 직접이용, 전기를 생산하면 간접이용이다.
직접이용은 지열에너지를 이용하는 가장 오래된 기술로 온천, 건물난방, 시설원예난방, 지역난방 등에 이용해 왔다.
땅에서 중온수(30~150℃)를 추출해 사용자에게 직접 공급할 수 있으며 히트펌프나 냉동기와 같은 에너지변환기기의 열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은 직접이용 기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10~30℃의 저온의 지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은 주거용 건물(단독주택, 공동주택, 아파트 등), 중대형 건물(상업용, 공공기관, 학교 등), 산업현장, 시설원예, 도로융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또한 개별건물뿐만 아니라 건물군이나 지역단위로도 활용 가능하며 개보수건물에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국내의 지열에너지산업은 효율이 우수한 친환경 냉난방 및 급탕시스템으로 간주돼 정부 주도로 시장이 형성돼 왔다.
2013년 기준 국내 지열시장규모는 3,200~3,5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건물분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그린건축 또는 제로에너지주택이 주목받으면서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설비를 건축물에 도입하고 있다.
이중 건물에너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냉난방 및 급탕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분야가 지열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 지열이 보급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초기시장 진입단계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사실상 1세대 지열기업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의미다.
그러나 정부와 산·학·연 전문가들이 다방면으로 노력하면서 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으며 지난 몇 년동안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정도 시장이 확대됐다.
우리나라는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 비중이 50% 가까이 된다. 이에 따라 에너지절감을 위해서는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을 줄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 중에서도 가장 큰 부분이 냉난방에 사용되는 에너지다. 미국, 일본, 유럽에서 냉난방 에너지를 절감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히트펌프다. 이들 국가에서는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의 한가지로 지정해 기술개발과 보급 확대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히트펌프는 소량의 전기를 이용해 자연으로부터 다량의 에너지를 얻는 기계장치로 열원에 따라 공기열원히트펌프, 수열원히트펌프, 지열히트펌프 등 세가지로 구분된다. 이중에서 가장 효율이 높은 것이 지열히트펌프인데 2004년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이 발효된 이후 ‘공공의무화정책’, ‘그린홈 백만호사업’, ‘시설원예 지열난방 보급사업’ 등을 통해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공공기관 설치의무화제도 효과는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설비 설치의무화사업은 국가 및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연건축면적 1,000m³ 이상의 신축·증축·개축 건물에 대해 예상에너지사용량의 15% 이상을 신재생에너지설비 설치에 투자토록 의무화한 제도다. 고유가시대에 공공기관 주도로 대체에너지 보급확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및 시장육성을 통해 시스템 비용 저감유도를 위해 시행하고 있다.
제도가 시행된 이후 2011년까지 1,412건의 설치계획서를 검토해 총 건축공사비의 5.92%인 8,302억원의 투자계획 및 제도변경 이후 예상에너지사용량의 12.43%(1,889건)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할 예정이다.
이는 16만8,947toe의 신재생에너지보급 잠재량을 확보하는 것으로 그만큼 온실가스 저감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기관 설치의무화사업은 ‘지열시장’ 활성화에 1등 공신이다. 신재생에너지센터가 집계한 보급잠재량을 보더라도 지열분야가 타분야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러나 2014년 보급잠재량은 보면 2013년대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그동안 세종청사를 비롯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사업이 속속 마무리되면서 설치의무화사업의 한계가 왔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 공동주택(아파트)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시점이 1980년대부터다.
아파트에 생활에 익숙해지고 편리함이 커지면서 아파트 보급이 꾸준히 늘어 올해는 1,000만세대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건설업계의 이슈는 재건축이다. 초기에 지어진 아파트가 30년 이상 수명을 다했고 수명이 다하는 아파트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수명이 다하는 동안 난방시스템은 혁신적으로 변화했다.
초창기 연탄보일러와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다가 가스보일러와 지역난방이 이를 대체했으며 최근에 짓는 주상복합아파트는 히트펌프로 냉방과 난방을 동시에 공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래 공동주택의 냉난방시스템이 궁금해진다. 하지만 에너지소비와 온실가스 최소화라는 절대적인 목표에 부합되는 시스템이 공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열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의 특성상 주거형태의 59%가 공동주택(아파트)로 이뤄져 있다”라며 “지열냉난방시스템 보급이 확대돼 효과적인 에너지절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동주택 지열냉난방시스템 적용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공동주택에 냉난방시스템으로 지열시스템이 설계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건축현장 중 환경영향평가대상에 포함된 현장은 거의 모두 지열시스템이 설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경영향평가란 대규모 건축 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발생하는 환경오염의 예방수단으로 서울시는 2008년부터 환경영향평가 심의기준에 연면적 10만m² 이상 건축물 등에 신재생에너지 생산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은 연면적 10만m² 이상 건축물, 사업면적 9만m² 이상 30만m² 미만 재개발·재건축 등 26개 사업이다. 특히 9월1일부터 신재생에너지 의무기준도 12%에서 14%로 상향시켰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세대당 면적을 대략 100m²로 가정하고 세대당 난방 및 급탕용량을 10kW로 계산할 경우 1,000만세대 전체에 필요한 난방 및 급탕용량은 1억kW에 이른다.
이를 100% 지열로 공급한다고 가정할 경우 투자비는 약 10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30년간 재개발이 진행될 경우 연간 평균 3조3,000억원의 지열시장이 창출된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열은 신재생에너지 중 초기투자비가 가장 낮으며 계절이나 외기 조건에 관계없이 항시 사용이 가능하고 성능과 경제성이 이미 검증된 열원”이라며 “대부분의 아파트단지에 설치 가능하며 난방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정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리나라 현실에 가장 잘 맞는 지열을 집중 육성해 세계 최고의 산업으로 키워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공동주택 적용 첫 사례 ‘송도더프라우2’
공동주택용 지열냉난방시스템은 주로 사무용건물과 단독주택에 보급된 기존의 시스템과 달리 기계실에 설치된 지열히트펌프로부터 중앙집중방식으로 생산되는 냉난방수가 각 세대별로 분리 공급될 수 있도록 배관이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거주자의 다양한 요구조건을 만족할 수 있도록 각 세대별로 컨트롤러가 설치돼 있어 냉난방을 조절할 수 잇으며 각 세대에 설치된 열량계를 통해 사용량을 검침할 수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2012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연구용역을 통해 국내 최초로 공동주택 지열냉난방시스템을 인천의 송도더프라우2 아파트에 적용했다. 송도더프라우2는 아파트 180세대, 오피스텔 170세대의 주상복합아파트로 지열냉난방시스템은 아파트세대 180세대에 적용돼 냉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냉난방부하는 총 580RT가 적용됐으며 안전율을 감안해 지중열교환기용량을 600RT로 선정했다. 실내에 냉난방을 공급하기 위해 지하 300m 깊이에 76공의 지중열교환기를 설치해 여름에는 FCU(Fan Coil Unit)에 냉수를 순환시켜 실내에 시원한 공기를, 겨울에는 바닥에 온수를 순환시켜 따뜻한 실내를 유지토록 했다. 또한 최신 자동제어시스템을 통해 세대별로 온도조절이 가능해 지열시스템의 효율성 및 안정성을 높였다.
히트펌프는 100RT급 6대의 고용량 히트펌프가 제작돼 2대씩 직렬로 연결해 3세트가 캐스케이드방식으로 설치됐다.
히트펌프는 당시 연구용역 참여기관이었던 센추리가 제작을 맡았다. 현재 입주자들은 지열에너지사용으로 에너지사용량의 약20%를 절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