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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상 한국설비기술협회 회장


“우리 협회는 기술표준화사업에 적극적인 미국의 ASHRAE, ARI 등을 벤치마킹해 단체표준 제정으로 국내 설비기술분야 기술을 재정립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대한기계설비단체총연합회가 진행 중인 기계설비산업진흥법 제정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설비기술협회(KARSE)는 지난 50년전 ‘한국냉동공조기술개발협회’로 설립된 냉동공조·위생설비분야 기술자단체로 개인회원과 기업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초창기 20년간은 발전과 정체의 부침을 겪었지만 이후 30년간 냉동공조설비업계 발전에 기여하는 대표적인 협회로 성장해 왔다.

류진상 회장은 “창립 50주년의 역사가 있지만 1967년설립 초기에 베트남 파견 인력을 위한 냉동기능사 양성 역할을 했다”라며 “사실상 본격적인 협회 활동기간은 지난 30년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초창기 냉동기능인 양성으로 냉동공조산업 발전에 도움을 줬다면 1984년 10월 이후 기술지 발간 등으로 냉동공조설비기술 발전에 기여해 왔다. 최근에는 회원사와 회원의 사회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개선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 25년간 설비기자재 KARSE 단체표준을 운영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4월 국가기술표준원 내 한국제품인정기구로부터 KAS 인정서를 취득하며 협회 위상을 높였다.

설비기술협회는 지난 10월17일 창립 50주년 기념식도 개최했다. 제25대 회장으로서 기념식을 주관한 류진상 회장(월드에너지 대표)을 만나 그동안 협회 성장 과정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 1980년대부터 협회 활동에 적극적이었는데
1980년대에는 냉동공조설비에 대한 기술지의 편집위원회 활동이 가장 활발했다. 각 냉동공조관련회사, 한국지역난방공사와 같은 열공급회사, 한국전력, 엔지니어링회사 등의 기술자들이 모여 냉동공조기기, 각종 건축설비 등의 신기술을 소개했으며 기술지에 대한 논문 작성도 적극적이었다.

당시 편집위원회와 각종 세미나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 냉동공조제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또한 비록 경쟁관계에 있었지만 기술자간 교류도 활발해 제품의 기술발전에 많은 도움이 됐다.

■ 협회가 기술정보 습득의 장이었는데
제조사들 사이에는 새로운 제품을 협회의 기술지에 소개하는 것이 중요한 영업활동 중 하나였다. 이러한 활동이 기술지의 범위를 벗어나는 지나친 면이 있어 영업자들이 설비기술협회의 활동을 주도하는 면도 있었지만 그만큼 기술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방증이다.

특히 1988년 설비분야의 젊고 우수한 엔지니어 20여명으로 편집위원회를 구성해 협회 기술정보지의 편집과정과 내용을 일신했다. 또한 일본냉동협회에서 발간한 ‘초급표준교재 냉동공조기술’과 ‘상급표준교재 냉동공조기술’을 정식으로 출판계약을 체결한 후 한국어판으로 발간해 우리나라 설비분야 기술인들의 실무기술 향상에 많은 도움을 줬다.

1998년 현재의 협회명으로 개칭되면서 회지제호도 ‘설비/공조·위생·냉동’으로 변경됐다.

■ 전력수급 불안이 협회 역할을 확대시켰는데
1991년 우리나라는 냉방수요의 급격한 증가로 하절기 전력부족 현상이 발생해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당시 한국전력이 심야전력 활용을 위해 축냉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설비기술협회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이렇게 탄생된 위원회가 바로 ‘축냉기술전문위원회’였으며 정부에 축냉시스템 확대 보급을 위한 지원제도를 건의해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 중앙집중냉방설비 설치 시 축냉식 또는 가스냉방 설치 의무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건축물의 냉방설비에 대한 설치 및 설계기준’ 제도화에 일익을 담당했다.

특히 축냉위원회는 매년 기술강습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심야전력을 이용한 축열 냉방시스템 확대 보급과 기술개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물론 한국가스공사도 가스냉방기기 개발과 제도 개선을 위해 활동했으며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지역냉방사업을 위한 연구개발과 기술표준사업을 함께 수행했다. 현재도 이어져 오고 있으며 협력관계도 그때 형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998년 지역난방공사, 포항제철, 센추리, 대우캐리어 등 4사 컨소시엄이 지역난방 저온수를 열원으로 한 ‘공동주택 중앙냉방시스템 및 저온수 2단 흡수냉동기 개발’ 용역을 협회가 수주했다. 당시 연구책임자로서 세계 최초로 ‘저온수 2단 흡수냉동기’를 성공적으로 개발, 상용화시켰다. 특히 기술표준까지 제정돼 실제 제품시장에 정착돼 한국의 지역냉방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건설사와 가교역할도 있었는데
우리나라 종합건설사들의 설비부서장 모임이 없어 정보교환이 이뤄지지 않아 종합건설분야 설비인들이 업무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1992년 ‘설비시공기술부문위원회’를 설립했으며 초대위원장을 현대건설의 임원이 맡았으며 국내 종합건설 도급순위 20위까지 설비부서장들이 참여했다. 다만 1993년 ‘한국종합건설기계설협의회’로 별도 독립했으며 우리 협회는 단체 창립부터 각종 행정업무를 지원하기도 했다.

현재 건설사의 기계설비분야 기술자와 설비제조회사 기술자 10명 정도가 협회의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다.

■ 단체표준이 설비기술 정립에 기여했는데
기술자 단체인 미국의 ASHRAE, ARI 등은 기술표준화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냉동공조·위생기기에 대한 다수의 단체표준을 제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우리 협회는 1992년부터 항온항습기 표준을 시작으로 단체표준 제정업무를 시작했다. 당시 해외 유명 설비관련 단체의 단체표준 인증제도를 학습하기위해 AMCA(미국송풍기협회), UL, ASTM, ASHREA 등 엔지니어 단체들의 표준화사업을 벤치마킹해 정관에 단체표준 제정 및 품질인증제도를 주요 목적사업으로 추가하기도 했다.

1993년 완성된 항온항습기 표준이 1994년 공업진흥청(현 국가기술표준원) KARSE 단체표준 1호로 등록된 이후 현재 냉각탑, 전열환기시스템, 저온수 흡수냉동기 등 인증품목 15개, 단체표준 보유 58개 품목으로 우리나라의 단체표준을 보유한 100여개 기관 중 상위 20%에 드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한국제품인정기구 KAS의 인정서까지 취득해 협회의 위상과 재정수입을 확보하는 성과를 이뤘다.

■ 정책 등 제도개선 활동에도 적극적인데
설비설계분야 제도개선 모토가 전기나 소방 같이 분리발주였으나 설비는 독립법이 없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없어 구호에 그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우리 협회는 2004년부터 설비엔지니어링분야의 불공정 하도급 개선과 공공부문에서 발주하는 건설공사 감리용역 입찰에 설비감리전문회사의 입찰자격 확보를 위한 법리를 개발해 제도개선사업을 활발히 추진했다.

특히 ‘설비엔지니어링사의 공동계약 당사자 지위 확보’를 위해 국토부, 교육부, 국방부, 행정부 등 중앙부처 전부와 국회, 법원, 조달청, 지자체 등 주요 발주처에 적극 홍보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현재는 철도 및 지하철역사, 터널 등의 엔지니어링사업에는 설비엔지니어링사도 공동계약 당사자로 적용받고 있으며 협회는 지금도 이번 제도가 건축설계용역까지 확대, 적용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재도 정부의 국토부, 서울시, LH공사 등과 교류하고 있으며 정책적인 자문, 건의 등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기계설비단체총연합회가 추진 중인 기계설비진흥법의 제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일정규모 이상의 건물에 건축기계설비, 건축설비, 공조냉동분야 국가기술자격증을 소지한 설비시스템 엔지니어들의 의무고용 법제화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법제화된다면 설비엔지니어들의 신규 일자리 창출과 설비시장 확대뿐만 아니라 건물리모델링시장에서도 설비기술인들의 역할이 증대될 것입니다"


■ 현재 건설·기계설비시장에 대해 평가한다면
건축설계와 건설기계설비분야의 공동발전은 절실한 상황이다. 두 분야 사이가 하청구조가 아닌 협력관계로 바뀌기 위해 많은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시장구조는 건설회사와 기계설비 사이는 불평등구조다. 많은 설비설계회사가 건축설계회사의 하청구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건축관련 제도와 법령은 건설회사에 유리하게 돼 있어 기계설비기업과 관련 제조회사, 설계회사 등은 불평등 계약을 맺고 있다. 건설비용의 20%가 기계설비인데 건설사 규모와 비슷한 기계설비회사가 하나라도 있나. 심각한 불균형이다.

■ 기계설비업계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국내 사무용빌딩 건설시장이 위축되고 있어 국내시장에 머무르지 말고 과감하게 세계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미 국내시장의 상당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 일본 등의 제조자와 경쟁할 수 있고 국내시장으로 침투하고 있는 중국업체를 견제할 수도 있다. 한국의 기계설비업체는 충분한 국제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도시와 산업이 발달하고 있는 신흥국들도 잠재적인 큰 시장이며 선진국 시장도 적지 않다. 업체간 협력해 충분히 해외로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정부의 수출지원정책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 향후 협회의 역할 및 비전은
창립 50년이라는 자랑스런 역사와 휼륭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부족한 재정상황으로 협회 소유의 건물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냉동공조·위생산업의 불황으로 협회 회원수는 정체되고 기술개발사업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제품인정기구 KAS의 인정서를 취득하고 창립 50주년 기념 공조냉동·위생설비사를 발간하는 등 협회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협회 운영을 시대 변화와 시장 국제화에 맞게 개선한다면 협회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

새로운 제도개선사업으로 지금까지 소외되고 있는 건물설비시스템 운영관리분야 발전을 위해 일정규모 이상의 건물에 건축기계설비, 건축설비, 공조냉동분야 국가기술자격증을 소지한 설비시스템 엔지니어들의 의무고용 법제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법제화되면 설비엔지니어들의 신규 일자리 창출과 설비시장 확대뿐만 아니라 갈수록 중요성이 더해지는 건물리모델링시장에서도 설비기술인들의 역할이 증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