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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병욱 대한건축학회 건축연구소 부소장

“급변사태·평화협력…모든 시나리오 대비해야”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따라 낙관론, 비관론, 신중론이 뒤엉키고 있다. 민감한 사항인 만큼 신중해야 하지만 다양한 결과에 대한 미래의 경우의 수를 준비하는 과정은 소홀해서는 안 된다.


결과에 따라서는 관계개선에 따른 화해협력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지만 바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 급변사태를 우려하는 상황이었다.


건설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한건축학회 건축연구소는 지난 2016년부터 ‘통일대비 북한 SOC 현황정보 조사 및 시나리오 기반 주거공급·인프라 조성 기본계획 수립’ 연구의 주관기관을 맡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안병욱 부소장을 만나 과제의 배경과 내용을 들었다.

 

■ 연구과제 구성은

이번 연구는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발주한 건설기술연구사업과제로 실효성 있는 북한 SOC의 일원화된 통합정보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남북관계의 변화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각각의 상황에서 북한에 주거를 공급하고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전략과 적용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연구는 지난 2016년 12월 시작돼 오는 11월까지 진행되는 18개월 정부·기업출연금을 합하면 약 10억여원의 과제사업이다.


연구수행은 ‘통일대비 통합화 및 실용화 방안 도출’의 공통과제를 가지고 △북한 SOC 현황정보조사 및 분석 △시나리오 기반 북한 주거공급·인프라조성 기본계획 수립 △통일대비 시나리오 개발 등 부문으로 나뉜다.


참여기관으로는 △건축학회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 △고려대 △동국대 △서울대 △중앙대 △한밭대 △한양대 △구성이엔드씨 △무영씨엠건축사사무소 △세익컨설턴트 등이 참여한다.

 

■ 과제추진의 배경은

우리는 탈북민 3만명 시대에 살고 있다. 남북관계의 재편이 논의되는 지금 통일의 선례인 독일의 현황을 참고할 수 있다.


전쟁이 끝나고 휴전 상태로 시작한 것은 독일과 비슷하다. 이후 동서독은 상호교류가 점차 증가했는데 1950~1960년대에 매년 동독인구 100만명이 서독을 방문했으며 1988년에는 675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파악됐다.


우편도 1970년대 이후에 매년 2억통이 오갔고 동서독에 각각 19명의 기자가 상대측에 상주했으며 동독주민의 90%가 매일 서독 TV를 시청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서독은 동독의 정보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통일이 이뤄진 후 보니 제대로 안게 없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동독이 동구권 국가 중 가장 잘사는 나라 중 하나였음에도 동독의 교량, 철도, 주택, 의료, 교육시설 등의 수준은 매우 열악해 위험한 수준이었다.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던 만큼 통일비용은 당초예상보다 훨씬 컸다.


실제로 서독은 1990년 통일 당시 동독주민들의 GNI를 5년내에 서독의 80%로 향상시키기 위한 목표를 세웠지만 매년 GDP의 4~5%를 쏟아 붓고도 20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근사치를 달성했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당시 독일은 인구격차 3.8배, GNI 격차 3배 수준이었지만 우리나라는 인구격차가 2배인 반면 소득격차는 남한 2,968만원 대비 북한 139만원으로 21배다. 적은 인구가 더 많은 부담을 져야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효율적으로,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통일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느냐가 논의될 시점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며 건축분야에서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추진된 연구다.

 


■ 건축에서 어떻게 대비해야하나

불과 얼마 전까지 트럼프가 북한을 핀셋 타격한다는 급변사태의 발생위기가 있었다. 반면 최근에는 이를 잘 반전시켜 평화공존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화해협력 시대로 가는 분위기지만 연구자로서 급변사태와 평화공존시대에 대한 대비를 모두 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의 남북 충돌사태를 보면 연평도 포격당시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거주시설이 없어져서 모듈러주택을 공급해 설치한 사례가 있으며 포항지진 당시에는 체육관에 이재민을 수용하고 내부에 천막을 설치하는 방안이 사용됐다.


중국도 급변사태 발생 시 난민유입이 예상돼 북한과의 국경에 50만명 정도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난민 피난시설 설치계획을 발표했다.


평화공존의 경우는 화해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해도 단번에 통일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북한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적십자회담을 통한 이산가족상봉 등 부분적 교류가 일어나면서 병원, 질병치료 지원시설이 인도적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마련될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단은 건설부문이 각각의 시나리오에서 어떤 시설을 어떤 우선순위로 얼마나 설치할지 연구하고 있고 결과가 올해 도출될 전망이다.


핵심은 건축인프라와 건축산업인프라다. 인프라는 도로, 철도, 항만, 교량 등 기간시설을 말하며 인프라를 위한 건축물도 포함된다. 건축산업인프라는 자재, 장비, 인력 등이 있으며 당장 주거, 근린시설을 지어줄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활동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부분들이다.

 

■ 남북 법제조율도 필요한데

남한과 북한은 법제도가 다르고 정치적 상황도 다르다. 북한은 기술·기준이 공개돼 있지 않아 파악이 어렵지만 정황상 드러나는 거주환경을 토대로 파악하고 있다.


급변사태 발생 시 수습차원에서는 남한의 규정대로 추진되겠으나 평화공존 시에는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개방협력시기에는 개성공업단지 선례를 활용할 수 있다. 당시 남북에서 협의해 제정한 규칙들이 있다. 건축과 관련된 건축준칙, 설비, 에너지, 피난 및 방호에 관한 준칙 등이 있었으며 대부분 우리나라의 규정에 근거해서 만들어졌다.


향후 경제공동체가 구현된다고 해도 전역이 공동체로 묶이지는 않을 것이고 경제특구 위주로 도입된다면 개성공단과 같은 유형으로 법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북한도 외국기업이 들어와 활동할 경우 외국의 준칙을 준용한다는 기본적인 틀이 있다.


나아가 연방제가 추진될 경우 전체적인 법을 두고 지역별로 상황에 맞게 운영되는 규칙들이 상존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고 통일국가가 되면 이를 합치는 작업들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기술의 경우 남한은 미국·일본을, 북한은 소련의 기술·규격을 따르고 있어 상이하기 때문에 표준화에 대한 연구들이 단계적으로 주거·건축 수준에 맞춰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주거·건축 수준은 경제수준의 성장에 맞춰 향상시켜나가되 글로벌 추세에서 친환경·에너지 등이 강조되니 이와 같은 부분과 상호보완하고 여건에 맞는 법규들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