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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온실가스 사각지대 ‘XPS’…냉매 발포가스 규제 시급

HCFC 발포제, 2030년 퇴출
업계, “GWP 감축여력 없다”
건물 LCA관점 접근 ‘첫 걸음’



최근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되며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주요 온실가스 배출물질인 냉매규제가 요구되고 있지만 건축자재시장은 여전히 사각지대다.

 

특히 발포제로 냉매를 활용하는 단열재의 경우 국내 HCFC 공급량 2만939톤의 절반가량인 1만1,000톤을 사용하고 있지만 관련제도는 마련되지 않았고 업계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정부가 기존보다 각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을 강화한 로드맵 수정안을 발표함에 따라 산업·건물 등 각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시간표도 앞당겨지게 된 가운데 단열재시장에서도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전체 단열재시장에서 상당비중을 차지하면서 생산 시 냉매를 사용해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이 높은 XPS(압출법 유기발포단열재)업계의 대응현황과 제도개선 방향을 짚어본다.

 

XPS, 온실가스 감축 나서야

XPS는 생산과정에서 원료를 가열·용융해 연속적으로 압축·발포시켜 성형하는 압출법을 사용한다. 이때 발포제로 사용되는 것이 냉매다.

 

냉매는 1세대인 CFC(프레온가스), 2세대인 HCFC(수소불화염화탄소), 3세대인 HFC(플루오르화탄소), 4세대인 HFO(수소불화올레핀) 등으로 구분되며 그밖에 HC(탄화수소), CO₂, 물 등이 활용될 수 있다.

 

CFC는 오존층파괴물질 기준으로 ODP(오존파괴지수)가 1이며 GWP(지구온난화지수)는 최대 5,000에 달한다. CO₂가 유발하는 지구온난화보다 최대 5,000배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HCFC의 ODP는 0.1로 개선됐지만 1kg으로 3,000kg의 오존을 파괴한다는 의미여서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GWP 역시 1,700~2,400으로 높다.

 

HFC는 ODP는 0이어서 HCFC의 대체재로 여겨지지만 GWP는 1,300~1,400으로 높은 수준이다. 반면 HFO는 ODP가 0이고 GWP도 1 이하여서 자연냉매인 CO₂보다 낮아 차세대 냉매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XPS단열재는 발포제로 HCFC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건축물의 단열성능 강화 정책에 따라 사용량 역시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최근에는 기술개발에 따라 HFC의 사용비중이 늘고 있다.

 

HCFC는 1989년 몬트리올의정서에서 환경규제대상으로 지정한 오존파괴물질로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에 속해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사용제한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사용이 금지된다.

 

또한 1992년 교토의정서는 HCFC를 지구온난화물질로 규정하는 한편 탄소저감형 건축재료의 취약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기발포단열재 생산에서 HCFC를 친환경발포제로 교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GWP↓ 여력 없어”

업계는 고민이 깊다. 몬트리올의정서가 ODP만 규제하므로 이것만 고려한다면 2030년까지 HCFC를 퇴출시키고 ODP가 0인 HFC를 도입하면 되지만 2016년 합의된 키갈리개정의정서도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키갈리개정의정서는 GWP를 규제하며 우리나라는 HFC 및 HCFC의 기준수량에서 2024년 사용량 동결을 시작으로 2045년까지 80%를 감축해야 한다.

 

이는 10여년 내에 HFC로 생산라인을 교체해도 10여년 사이에 다시 비용을 투자해야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내 XPS업계 특성상 XPS제조사 대부분이 중소기업이어서 한 단계를 건너뛰고 곧장 Low GWP(HFO) 발포제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이지만 중소업체 대부분은 HFC로의 발포제 전환도 설비투자 및 냉매단가가 부담되는데 HFO나 CO₂ 등 자연냉매는 더 큰 비용이 들어 당장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사이클로펜탄, HC로의 전환도 문제가 있다. 사이클로펜탄, HC는 ODP는 0이고 GWP도 각각 25 이하, 11 이하로 낮은 수준이지만 폭발성이 높아 방폭설비에 대한 투자가 추가로 필요하다.

 

업계는 대체로 신중한 분위기다.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HCFC 소비량이 감소되는 일정은 맞출 수 있겠지만 HFC까지 줄이는 것에는 난색을 표했다.

 

HFC 역시 미래에는 지구온난화지수 때문에 규제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HCFC의 단계별 로드맵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아직 규제되지 않은 HFC마저 대비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상황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국제적인 합의사항이고 정부의 규제도 그 방향으로 가겠지만 많은 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중견기업인 금호석유화학의 관계자는 “방향성과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아직 대체발포제 적용수준이 확립되지 못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개발 및 개선움직임이 발생하고 있다. XPS시장에서 20% 이상을 점유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벽산은 HFC로의 전환없이 CO₂로 넘어가기 위한 검토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벽산의 관계자 역시 “시장을 리드하는 입장에서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CO₂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아직 개발부분에서 공개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친환경냉매, 성능확보 ‘관건’

친환경발포제는 열적 성능이 기존 발포제보다 낮아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현재 국내에 친환경발포제를 적용한 XPS를 시판하는 업체는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품과 발포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HFC제품도 HCFC제품 못지않은 성능을 내고 있다. 다만 아직 HFC로의 전환도 초기라고 볼 수 있어 관련기술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고 여러 데이터도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까지의 기술은 HFC·HC단열재의 경우 굴곡강도·압축강도·열전도율에서 KS기준을 충족했지만 연소성의 경우 적합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

 

열전도율의 경우도 양산 시 성능저하를 고려하면 기준충족 수치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향후 열전도율, 연소성을 강화하는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편 CO₂도 상대적으로 열적 성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다만 단가가 가장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만큼 이에 대한 기술개발도 필요하다.

 

CO₂는 HCFC대비 열전도율면에서 68%정도 성능이 떨어진다. 이를 위한 해결방안으로 첨가제인 흑연(Graphite), 탄소분말(Carbon Black) 등을 적용하거나 셀구조의 미세화 등이 연구되고 있다.

 

또한 대체발포제 관련기술로는 주원료인 폴리스티렌 수지에 흑연분말, 난연제, 조핵제를 압출기에 투입하고 녹인 다음 발포제를 투입해 압출하는 방법이 있다.



 

KCL, 내년 표준마련 착수

정책·제도적으로도 친환경발포제 사용을 독려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은 지난 2017년 12월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한 유기발포단열재 기술현황 분석 및 표준화 로드맵 개발’ 과제사업을 수행했다.

 

과제는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하고 친환경발포단열재의 시장진입을 촉진하는 한편 국내 제품의 경쟁력 강화,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 기술현황을 분석하고 관련 KS표준 정비가 시급하다는 문제인식에 따라 착수됐다.

 

로드맵에 따르면 국내 HCFC의 사용량이 2020년 현재사용량의 약 35%, 2025년 약 10%로 줄어들고 2030년 전면 사용이 금지됨에 따라 XPS도 단계적으로 HCFC 발포제의 사용량을 줄이고 2030년까지 대체발포제를 100% 활용한다.

 

또한 이에 대비한 KS표준 개정에 대한 계획도 마련됐다. 내년 KS M 3808(유기발포 폴리스티렌)에 친환경발포제의 종류구분 및 평가수치설정을 위한 1차 개정이 추진된다.

 

2024년까지는 친환경발포제의 사용비율이 증가할 전망인 만큼 열전도율 시험항목 평가수치 조정을 위한 2차 개정이 이뤄진다.

 

장기적으로 2030년에는 HCFC 항목을 삭제하고 당시 사용될 발포제의 종류를 추가하는 한편 성능개선에 따른 평가수치를 조정하는 3차 개정이 진행된다.

 

업체들의 의견은 로드맵이 당초 계획대로 HCFC 규제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대체로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HCFC가 전면 사용금지가 되는 2030년까지는 대체발포제를 활용한 XPS 생산이 충분히 가능하며 2020년까지 약 2년간의 유예기간을 통해 발포제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해 HFC 또는 CO₂와 같은 대체발포제 사용비율을 늘려 35%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앞서가는 선진국 XPS시장

세계 XPS시장은 2015년 기준 20억7,200만달러(약 2조3,175억원) 규모로 주요시장은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 등이 있으며 전 세계 XPS수요의 약 50%가 유럽에서 생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단열재시장에서 발포제 규제를 받은 선진국의 경우 이미 친환경발포제를 적용한 XPS 제품이 보편화 및 규격화돼있다.

 

유럽은 HFC계열과 CO₂계열, 미국은 HFC계열, 일본은 이소부탄(Iso-butane, C₄H10)이 발포제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 독일 등의 선진국에서는 제도적으로도 친환경발포제를 적용한 XPS의 규격화를 통해 제품의 보편화 및 보급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일본은 할로겐(F)과 비할로겐 발포제를 구분해 별도의 표준을 두고 있다. 할로겐이 온실가스의 주범이지만 비할로겐계열은 열적성능이 떨어지는 특성이 있으므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친환경발포제 제품의 시장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성능기준을 다소 완화하고 있다.

 

JIS A 9511:2017에 따르면 할로겐계열의 경우 0.028W/m·K, 비할로겐계열의 경우 최대 0.040W/m·K까지 허용한다.

 

대신 탄화수소류를 적용해 제품 내 셀 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성능을 확보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셀 크기를 작게 하거나 효율적으로 구성함으로써 복사 및 대류현상을 줄이는 기술이다.

 

카네카(KANEKA)사는 대체발포제로 HC를 사용해 마이크로셀(Micro Cell)과 콤플렉스셀(Complx Cell) 등의 조정기술을 개발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대체발포제를 적용해 규격화하는 만큼 이와 같은 발포가스 구분은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일본과 같은 이유로 열전도율 등 기준이 우리나라보다 낮다.

 

미국은 ASTM C578-15b에서 0.031~0.034W/m·K, 유럽은 DIN EN 13164:2015에서 0.030~0.041W/m·K까지 허용한다.

 

미국은 SNAP(Significant New Alternatives Policy Program) 프로그램으로 대체물질을 승인하고 관리한다.

 

대체물질 승인요건은 ODP, GWP, 독성, 가연성, 기타 환경적 영향요소 등이 고려되며 이에 따라 물, CO₂, HFO-1234ze, HC, 포름산메틸(Methyl formate) 등이 승인돼 있다.

 

유럽은 현재 HFC를 사용 중이지만 이 역시 대체 필요성이 커지며 HCFC의 대체로 HC, CO₂의 연구개발이 상당히 진행됐다.

 

현재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감안해 CO₂를 대체 발포제로 선택했고 안정적 생산을 위해 설비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HC는 적정한 대체 발포제이지만 방폭설비 추가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다소 지지부진한 상태다.

 

독일 바스프(BASF)사는 복사열을 흡수·반사하는 흑연, 탄소분말 등의 물질을 투입해 단열성이 높은 발포 단열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건물온실가스, LCA 감안해야

건축부문에서는 온실가스감축을 위해 패시브하우스, 제로에너지빌딩 등 녹색건축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대한 중요성은 점차 증대되고 있어 정책은 지속 강화될 전망이며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건축물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운영·유지관리 단계만 고려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건축물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온실가스 감축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단열재가 열적성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친환경발포제를 통한 제품생산을 촉진하지 않는다면 자재산업측면에서는 성능이 강화될수록, 두께가 두꺼워질수록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현재 정부에서는 제품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탄소발자국 개념을 적용환 ‘환경성적표지’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운영하고 있는 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현재 단열재업계에서 이를 획득한 제품은 단 한 개도 없는 실정이다.

 

향후 진정한 의미의 온실가스 감축인 LCA(Life Cycle Assessment) 관점에서 단열재시장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대책이 자리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