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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학건 (주)친환경계획그룹 청연 대표

녹색건축 통한 사회공헌 '자긍심'
정책 연구 적극 참여로 녹색성장 기여
신사옥 GR 경험공유…사례확산 추진
선도적 친환경건축 발주감소 '우려'


최근 ‘2030년 국가 온실가스감축 로드맵’이 수정되면서 건물부문 감축분이 당초 BAU대비 18.1%에서 32.7%로 대폭 강화됐다.

 

지금까지 신축건물의 에너지성능기준 강화를 중심으로 효과를 봤지만 앞으로 신축만으로는 목표달성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신축건물은 전체 건축물의 1%남짓인데 비해 기축건물은 710만여동에 달한다. 특히 20년 이상 노후건물이 414만여동으로 전체의 58.1%를 차지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정부를 비롯해 산·학·연 등 각계에서 대책을 고심하는 가운데 민간 상업건물로는 최초로 노후건물을 그린리모델링해 제로에너지인증등급을 획득한 사례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주)친환경계획그룹 청연(대표 김학건)이 1997년 준공된 빌딩을 매입해 그린리모델링한 ‘청연빌딩’이 최근 완공됐다. 청연은 프로젝트 진행과정을 자세히 분석·기록한 참고자료를 만들어 향후 노후 중소형건축물의 제로에너지화를 촉진할 계획이다.

 

김학건 대표를 만나 청연의 강점과 비전, 신사옥 건립의 후일담을 들었다.


 

■ ‘청연’ 사명의 의미는

청연(靑連)은 ‘푸르름을 이어간다’는 뜻이다. 회사 로고도 8자가 누워있는 모양인 뫼비우스의 띠에 푸른색을 입혀 의미를 담았다.

 

처음에는 친환경건축분야 전공자로서 저탄소 녹색성장에 일조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 건축이 지구환경을 훼손하는 주요 분야인데 아예 건축물을 없앨 수 없다면 환경피해를 최소로, 혹은 훼손하지 않게 건축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자 했다.

 

2006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국제적·정책적·사회적으로 인식이 개선되며 3명으로 시작했던 회사는 60명이 몸담고 있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까지도 정부의 녹색건축정책을 보다 강력하게 지원하는 동시에 직원들도 친환경분야에서 사회에 공헌하고 건축문화 개선에 기여한다는 자긍심을 심어주겠다는 철학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 타사대비 강점은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연구 참여실적이 많다는 점이다. 정부정책의 기본 틀이 저탄소 녹색성장이고 보다 나은 건축문화를 만드는 일이어서 회사의 철학과도 일치한다.

 

다만 업무량에 비해 정부기관의 전문가가 충분하지 않아 인력할애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민간에서의 지원도 필요한 실정이다.

 

청연은 그린리모델링 활성화 등 정책관련 사업을 매년 5~6건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녹색건축 가이드라인 수립 시 연구용역을 받아 2년간 진행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던 정책연구 중 가장 큰 사례였으며 사실상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전국 지자체의 녹색건축정책 틀이 마련되는 만큼 의미도 크다.

 

신사옥 건립 시에도 당초 최소비용 최대효과를 콘셉트로 했지만 국토부의 제안에 협조해 그린리모델링을 통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사례를 만들기 위해 보다 나은 성능으로 건축했다.

 

■ 최근 녹색건축시장의 이슈는

하반기 이슈는 아파트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에서 제로에너지 타이틀을 걸고 추진하는 사업들이 생기고 있다. 제로에너지 공동주택에 대한 기술공모와 설계공모가 추진되고 있어 관심이 많다.

 

현재 발주 예정인 서울 강동구의 고덕강일 제로에너지아파트에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노원구 이지하우스가 샘플 모델이라면 이번 건은 보급·양산형 아파트 성격이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이 수익성보다는 녹색건축이라는 기업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 제로에너지건물을 지향점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양새다. 이번 건의 발주처는 LH이며 공공주택으로 계획돼 있다.

 


■ 친환경컨설팅 시장동향은

한마디로 하한선이 올라갔지만 상한선은 내려갔다. 국내 녹색건축, 친환경설계의 경우 각종 의무사항 기준이 강화되고 있어 인증사업은 활황을 보이고 있고 전망도 밝다. 인증시장의 규모는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친환경컨설팅 기업도 현재 200곳이 넘을 정도다.

 

그러나 이는 단순업무에 불과하다. 오히려 초기단계부터 친환경설계를 통해 통합적 관점에서 수준이 높은 건축물을 만드는 시장은 줄었다.

 

발주물량도 그렇지만 심각한 것은 현장의 분위기조차 바뀌었다는 점이다. 몇 년 전만해도 턴키 기술제안 공모 등이 나오면 친환경 배점이 100점 만점 중 30점까지 책정되는 경우도 있었다. 배점이 높다보니 착수회의에 참석하면 비중있게 다뤄지고 발표순서에서도 앞섰다.

 

그러나 최근들어 배점 자체가 건축부문에 편입돼 작은 세션정도로 다뤄지며 비중이 줄었다. 회의에서도 자리가 변두리에 배치되는 등 경시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시장 자체는 분명히 커지고 있지만 과거 선도적인 녹색건축이 유행을 탔던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프런티어 정신이 약해졌다.

 

■ 제도개선이 돌파구가 될 수 있나

제도개선보다 정책의지의 지속성이 중요하다. 정권을 어디에서 잡는가에 따라 정책의 키워드가 달라진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건설업계 출신이다보니 ‘녹색성장’을 이야기하면서 건설시장이 커졌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를 키워드로 잡으면서 녹색이 희석됐다.

 

현재 문재인 정부도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녹색부문을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의지가 약해졌다는 인상을 받으면 각 부처의 추진의지가 약해질 수 있고 추진동력이 되는 예산편성에도 영향을 준다.

 

친환경 녹색건축분야는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일관되게 힘을 실어야 할 분야다. 대통령이 다른 급한 분야에 집중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는 체계마련이 필요하다.

 

■ 정부는 기축건물 개선에 주목하는데

기축건물의 에너지성능개선은 경제성문제가 핵심이다. 정부의 인센티브 확대가 제한적인 상황이라면 비용최적화가 급선무다.

 

이번 청연빌딩의 그린리모델링도 철저한 경제성분석이 이뤄졌다. 만약 100원을 들여 100의 효과가 있고 120원을 들어 110의 효과가 있다면 전자를 택했다.

 

현재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은 1++지만 에너지소요량을 조금만 더 낮추면 1+++도 가능했다. 그러나 에너지소요량을 1% 낮춰 등급을 높이기 위해 공사비 5%를 추가부담한다는 것은 에너지절약이나 경제성면에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진행하지 않았다.

 

청연은 이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번 신사옥 건립과정에서 데이터베이스를 많이 확보했고 시행착오도 겪었기 때문에 업무용, 중규모 건축에서 에너지절감에 초점을 맞추려는 건물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우려하는 부분은 아직 소비자들이 냉난방효율, 실내쾌적성 향상, 실내공기질 개선 등의 투자가치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4억원이면 외형상 깔끔한 새 건물이 되는데 1억원을 더 들여 성능을 높인다고 하면 망설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그린리모델링으로 에너지성능을 높이면 쾌적성, 생산성 등 어떤 점이 좋아지고 건물가치 측면에서 얼마나 더 상승하는지 등을 공개해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작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사옥인 만큼 업무용으로 활용하면서도 당분간은 외부에서 관심을 갖는 일반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 개방해 소개하고자 한다.

 



■ 신사옥의 E성능강화 배경은

회사를 설립하면서 10년차에는 작은 사옥을 마련해 직원 복지공간 등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고 2~3년 전부터 적당한 건축물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이 건물을 낙점했는데 1997년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준공돼 2006년 지상 6층으로 증축한 건물로 유리커튼월 건물이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내부 인테리어정도만 하고 입주가 가능했지만 임직원들의 의견이 친환경컨설팅 회사로서 모범사례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초기에는 에너지에만 초점을 맞춰 외관·단열·창호·냉난방 콘셉트만 갖고 최소비용으로 최대의 에너지효과를 내는 것으로 접근했다. 그러다 국토부 등 관계자들의 관심도 있었고 ‘녹색건축은 투박하다’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내외부의 디자인도 신경을 썼다.



 

■ 에너지성능개선 사항은

개선 전에는 단열·창호성능이 현행 법정기준에 부적합한 수준이었다. 지붕·외벽·바닥이 각각 비드법보온판 220mm, 145mm, 150mm가 돼야 했지만 125mm, 50mm, 125mm에 불과했다. 창호의 열관류율도 2.1W/㎡K에 못미치는 3.4W/㎡K를 기록했다.

 

실내공기질 역시 PM10 미세먼지, CO₂, 포름알데히드 농도에서 부적합이 도출됐으며 액티브요소는 에너지효율 5등급의 GHP·EHP, 형광등 등이 활용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단열성능을 높이고 단절돼있던 단열라인을 외단열로 끊김없이 연결해 열교를 줄였다. 또한 유리로 외피가 이뤄져있어 39%에 달했던 창면적비를 줄이고 차양장치를 설치해 일사를 차단함으로써 냉방부하를 낮췄다.

 

이와 함께 냉난방설비는 고효율기자재로, 조명은 LED로, 콘센트는 대기전력차단콘센트로 교체하고 환기장치는 전열교환기를 설치했다. 신재생에너지도 옥상 및 벽면에 태양광패널을 부착해 16.9kWp를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1차에너지소요량 121.8kWh/㎡·yr, 에너지자립률 22.98%, 에너지절감률 63.7%를 기록해 녹색건축인증 최우수,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1++,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 5등급 등 인증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