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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특별기획] 이지하우스 ‘여름나기’

에어컨 없는 ZE주택…폭염에도 ‘선선’
연구단, 온도·태양광·지열 등 종합DB 구축·분석


패시브하우스의 여름철 실내온도는 주로 ‘동굴’로 묘사된다. 에어컨을 최대로 가동할 때처럼 시원한 것은 아니지만 들어오면 선선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기존 여름철 실내냉방 양상이 폭염속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고온의 실내로 들어와서 급격히 온도를 낮추는 것이었다면 패시브하우스는 중저온의 쾌적온도를 일정하게 지속한다는 차이가 있다.


국내 최초 제로에너지 공동주택단지로서 패시브건축과 액티브요소가 최대로 적용된 이지하우스도 이와 같은 특징이 나타났다. 사상 최악의 폭염 속에서 이지하우스의 모습은 어땠는지 데이터를 중심으로 분석해 본다.


찜통 속 ‘동굴’
올해 여름은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웠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자동기상관측(AWS)에 따른 지역별상세관측 측정치가 30년 장기평균기온을 나타내는 표준기상년(TMY) 데이터를 크게 상회했다.




통상 패시브하우스는 여름철에 취약하다. 들어온 열이 쉽게 빠지지 않는데 여름철 일사취득 등으로 실내온도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지하우스의 데이터분석을 진행하고 있는 명지대 제로에너지주택 연구단(단장 이명주)도 겨울보다는 여름을 더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하우스의 실내온도유지 기준점은 겨울철 난방 시 20℃, 여름철 냉방 시 26℃다. 아파트인 101~103동의 경우 폭염기간인 7~8월 동안 103동은 약 26℃, 101동과 102동은 약 27℃를 유지했다.


이응신 명지대 교수는 “주민교육을 통해 외부전동블라인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열히트펌프로 생산한 냉수를 중앙형 환기장치에 공급해 실내를 냉방했다”라며 “여름철을 걱정했지만 관리만 잘 하면 기존 냉난방설비 없이 중앙환기만으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보완할 점도 나타났다. 101·102동의 경우 27℃ 이상으로 목표온도인 26℃에 못미쳣다. 원인은 외기온도 영향과 환기장치의 공급온도 부족 등 2가지로 분석된다.


연구단은 외기온도에 따른 실내온도 분포를 확인하기 위해 주동별 300만개의 데이터를 시간대별로 평균을 내 분석했다. 폭염기간 중 설계온도대비 1~2℃가 높았는데 특징적인 점은 겨울철 실내온도 역시 설계온도보다 1~2℃ 높았다.


이를 토대로 연구단은 겨울철 공급된 열량이 여름까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올 겨울에는 이를 감안한 설비관리·주민홍보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겨울철 20℃는 다소 추운 느낌을 주는 만큼 설비관리에 주안점을 둘 방침이다.


다른 원인으로는 공급온도 부족이 지목됐다. 지열히트펌프로 생산한 냉수가 설계온도 7℃보다 높은 8.5℃로 환기장치에 공급돼 급기구 온도가 설계온도인 15℃보다 2℃가량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생산되는 냉수는 7℃지만 저탕조를 거치면서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바이패스로 냉수를 환기장치로 직접 보내는 방안이 추진될 계획이다.


연구단은 냉방수요가 줄어든 9월말 관련업체들과 보수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공사가 시작되면 2~3일의 냉방가동중단이 필요한 만큼 주민불편을 줄이기 위해 당초 8월을 고려했지만 일정을 연기했다.


주민들은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 겨울과 달리 제로에너지주택에서 달라져야 하는 생활습관에 적응했고 수차례 입주자교육 후 장치·설비운용 방법을 숙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주민들은 세대별로 기호에 따라 환기장치를 끄거나 개별에어컨을 가동하는 방법으로 실내온도를 조절하고 있다.




세대평균 전기요금 4만원↓
이지하우스는 세대별·공용부·태양광발전·지열에너지생산량 등을 세밀하게 분리계측하고 있다. 세대별 전력사용량은 개인정보여서 세대를 특정할 수 없도록 통계치로만 공개된다.


지난 7월 본격적인 여름철이 시작되면서 이지하우스의 전력사용량도 증가했다. 지난 1월에는 누진 1단계구간 적용세대 비율이 65% 이상이었지만 7월로 오면서 30% 이하로 줄었다. 이에 비해 2단계구간 비율은 같은 시점에 약 30%에서 70%로 증가했다.


전체 121세대의 7월 총 전기소비량은 5만1,873kWh다. 태양광발전 후 공용부에서 사용하고 남은 양은 8,833kWh로 나머지 4만3,040kWh는 121세대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각 세대는 7월 한 달간 평균적으로 355kWh(3만9,854원)를 부담했다. 세대평균 전기요금에는 냉방·환기·조명·온수·공용전기 등 5대 에너지 및 공용부전력과 각 세대가 사용한 가전제품 등이 포함된다.




폭염일사량에 발전량↑
이지하우스에는 태양광패널이 417kW 규모로 설치돼 있다. 발전량은 7월기준 약 3만7,000kWh, 8월 기준 약 3만6,000kWh를 나타냈다. 8월 발전량은 예상량과 비슷했지만 7월의 경우 기존 예상량대비 17~18%를 상회하는 수치를 보였다.


이는 햇빛이 강했고 비가 내린 날이 많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상 태양광패널은 온도가 올라갈수록 효율이 떨어지지만 일사량이 많아질 경우 그만큼 발전시간이 증가해 효율저하를 상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하우스의 7월중 태양광패널 전면온도는 약 50℃, 배면온도는 약 68℃였다.


연구단은 단지 내 1,284개 모듈, 97개 인버터에서 모든 데이터를 개별적으로 수집하고 예상발전량과 비교하고 있다. 향별로 일사량, 온도, 실시간 발전량 등을 계측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보고서 등을 통해 일정부분 공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보다 정교한 예측을 위해 수집된 발전량 빅데이터를 AI가 학습하고 분석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열히트펌프 성능 ‘양호’
이지하우스의 지열히트펌프는 총 150RT 규모로 설치돼 있다. 50RT는 냉난방부하를, 80RT는 급탕부하를 담당한다. 일반적인 경우 냉난방부하가 더 크지만 패시브하우스는 난방부하를 90% 이상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급탕부하가 난방보다 1.5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단은 적용당시만 해도 지열시스템에 대한 효과 및 경제성에 의문이 제기되던 시점이어서 실제 시험성적서상 성능이 운영단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수 있을지 우려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부터 시간별로 생산열량, 히트펌프 전력량을 측정하고 일별·월별로 환산해 성능계수를 추적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데이터에 따르면 성능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냉수모드 기준으로 6월에는 COP 5를 기준으로 오르내렸고 7월에는 COP가 4.35~4.93 범위로 나타났으며 8월에는 평균 COP 4.5 수준을 보였다. 온수모드에서는 6~8월간 3.5~4.19가 측정됐다.


시험성적서 기준으로는 냉수에서 COP 5, 온수에서 COP 3.8이었는데 이와 비슷한 수치가 도출되고 있다.




연구단은 정교한 운영을 통해 다소 성능을 개선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히트펌프 외에 대류·순환펌프 등을 포함한 시스템 COP는 3.0정도로 측정됐다. 통상 시스템 COP가 히트펌프 COP에 비해 1.0가량 적게 나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당초 예상치 3.5 수준에 미치지 못해 순환펌프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땅 속의 열상황은 나쁘지 않다. 지난 여름에는 예상보다 가동량이 많지 않았고 히트펌프가 냉난방 겸용이기 때문에 3대의 히트펌프를 번갈아 운용해 최대한 땅 속 온도를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가동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저탕조다. 현재 히트펌프에서 생산하는 냉수온도는 7℃지만 저탕조를 거치면서 약 8℃로 공급되고 있어 실내온도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는 실정이다.


당초 연구단은 축열조를 설치하고 성층효과를 이용하고자 했으나 축열조 높이가 5m 미만이면 성층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있어 대신 저탕조를 설치했다. 이응신 교수는 “만약 축열조 성층효과를 이용해 디퓨저로 냉기를 보냈다면 7℃ 냉수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대별 FCU 적용성 ‘고민’
현재 세대별로 냉방 및 환기하는 공조시스템은 지열히트펌프로 생산한 냉수가 저탕조를 거쳐 환기장치 냉각코일로 공급되는 구조다.


당초에는 팬코일유니트(FCU)를 세대에 설치하고 냉수를 직접공급하는 방식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중간단계 없이 바로 열공급이 이뤄져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 이는 현재 저탕조를 거치지 않고 환기장치로 냉수를 공급하도록 바이패스관을 설치하는 개선작업의 효과를 내는 것과 같다.


다만 설계과정에서 배관사이즈 문제로 반영되지 않았다. 세대별 층고는 2.35~2.5m가 돼야하기 때문에 슬래브를 충분히 두껍게 하기에는 제한적인 상황이었다. 최소두께인 50cm를 만족하지 못해 FCU는 주민 커뮤니티시설인 ‘가재울 지혜마루’에만 설치된 상태다.


한편 중앙형 환기장치는 겨울철 별도 후가열장치 없이 열교환만으로 실내온도를 20℃ 이상 유지했고 간절기에는 로터리 회전을 중단시켜 바이패스기능으로 외기온도를 그대로 실내에 공급했다.


여름철에는 로터리를 회전시켜 열교환을 하고 실내급기구(SA)에 냉방코일로 냉열을 공급해 15℃ 온도를 유지한다. 냉방을 가동한 6월 중순에는 공급온도가 목표온도인 15℃를 유지했지만 폭염이 시작된 7~8월에는 온도가 다소 높아졌다.


중앙형 환기방식의 또다른 장점은 주동별 평균온도를 취합할 수 있어 데이터측정에 용이하다는 점이다. 주동별로 각 세대를 거쳐 나온 공기가 모두 실내배기구(RA)측을 통해 환기장치로 모이기 때문에 이 온도를 토대로 평균 온도를 측정할 수 있다.




IDC구축…자료공개 추진
이지하우스는 국내 최초의 제로에너지 공동주택단지로서 실험·실증의 성격을 갖는 만큼 향후 적용성 확대와 노하우 보급을 위해서는 데이터의 수집·분석·관리가 핵심이다.


이지하우스는 121개 세대별 5개씩의 AMI(원격검침인프라)와 거실에 온·습도계를 부착하고 있으며 급탕·난방열량 계측을 위한 유량·온도계를 설치하고 있다. 또한 콘센트부하도 스마트분전반을 설치해 별도 측정한다. 공용부도 관리실·기계실·엘리베이터를 별도로 계측하며 지열시스템, 태양광발전, 환기장치 등 모든 설비를 각 부분별로 측정한다.


계측점이 2,700여개이며 이를 통해 매일 수십만개의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데이터는 백넷으로 자체 서버와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되며 공용부 및 중앙설비는 5분, 지열은 1분 간격으로 데이터가 생성된다.


운영상황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고 분석작업은 통상 1시간단위 또는 1일단위의 적산·평균값을 활용한다. 다만 아직 첫 해여서 상주인력이 숫자 하나하나를 수작업으로 처리·분석·분류하고 있다.



이응신 박사는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첫 해는 전문가가 수작업을 통해 계량기에서 들어오는 데이터의 이상여부와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프로그래머와 정교한 연산 알고리즘을 만들고 자동화를 진행해야 향후 기하급수적으로 쌓이는 빅데이터를 오류없이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처음부터 프로그래머가 전 과정을 처리하면 나중에 이상 데이터가 발견됐을 때 수정과정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이 경우 원데이터를 찾아 이상여부를 판단하기가 불가능하고 개별적인 설비시스템이 건물에너지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이해하기도 어렵게 된다.


이에 따라 연구단은 1년간 운영한 데이터를 전문가가 일일이 분석한 뒤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완전자동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빅데이터 통계시스템인 ‘제로에너지 데이터센터’ 구축도 준비하고 있다. 전문 빅데이터 플랫폼에 데이터를 보관하고 매달 에너지 및 효율 등에 대한 통계자료로 가공해 온라인으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홈페이지 도메인은 마련해 둔 상태이며 국토교통부, 서울시, 노원구 등 관계기관과 공개시점 및 방식·내용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