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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수송관 파열, 인명피해 막을 수 있어

복합제어밸브, 압력감소·유량 안정화…배관 스트레스↓



지난해 12월4일 일산 고양시 백석동에서 매설된 지 27년 된 열수송배관이 파열돼 95~110℃의 뜨거운 물과 수증기가 지상으로 뿜어져 나와 1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11일, 12일 서울 목동과 안산시 고잔동에서도 온수배관 파열이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배관의 노후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0년 이상 노후된 열수송관에 대해 긴급점검을 실시하고 203개 지점을 대상으로 기존 열화상카메라 진단 및 청음, 가스, GPR탐사법 등 정밀기법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아닌 임시방편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내 지역난방시스템은 북유럽 국가와 비교했을 때 난방도일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열밀도가 높은 공동주택에 적용, 대규모 집단에너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집단에너지 시스템은 그 규모만큼 열수송관의 길이가 길고 고온, 고압으로 운영되므로 이에 따른 안정성 및 경제성 확보가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매설된 고온·고압의 온수관은 열공급시스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땅 속 시한폭탄이라고 지적한다. 지중 매설된 상수도관에서도 누수사고가 발생하는데  고온·고압의 온수를 공급하는 열 수송배관의 경우 사고위험이 더 크고 특히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철은 난방수요가 급증해 더 많은 온수를 공급하므로 사고 위험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 노후화된 배관교체 외에도 배관에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씽크홀 등 자연재해 및 지반침하로 인한 사고발생 시 이번과 같은 인명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위험요소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지하에는 온수배관을 비롯해 가스, 전기, 통신 등 수많은 지하구조물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또한 도로하중에 의한 지반침하 현상도 발생할 우려가 크다. 단순히 온수배관의 파열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가스, 전기 등의 파손으로 2차, 3차의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문제해결 방법으로 1차측 온도와 압력을 일정하게 제어해 배관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낮추고 공급수의 온도와 압력을 내릴 수 있는 복합제어밸브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고양시 PDCV 고장률 13.8%
난방과 급탕을 공급하는 온수배관은 국내 집단에너지 열 공급시스템 특성 상 고압(≒15), 고온(≒115℃)으로 공급되며 길이는 2,164km에 달한다. 백석동에서 발생한 파열사고는 압력 12의 관에서 95~110℃의 뜨거운 물과 수증기가 지상으로 뿜어져 나오면서 발생했다. 

현재 국내 열공급시스템은 열공급시설에서 고온·고압의 중온수를 사용자시설로 공급하고 사용자시설에서는 열교환기를 이용해 공급받은 중온수를 난방·급탕에 적합한 온도(≒60℃)로 제어해 사용한다. 이때 고압의 중온수 공급압력을 제어하기 위해 차압유량조절밸브(PDCV)를, 사용량을 제어하기 위해 온도조절밸브(TCV)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 열공급시스템을 자동차와 비교해 보면 엔진은 펌프, 핸들은 각종 밸브류, 바퀴는 배관에 해당한다. 각 요소가 매우 중요하고 어떤 한 가지라도 이상이 있는 경우 전체 시스템이 흔들리게 된다. 

문제는 국내의 열공급시스템에서 압력과 온도는 제어하고 있지만 유량을 제어하는 요소가 빠져있고 고압을 제어하기 위한 PDCV은 내구수명이 짧으며 잦은 고장과 오작동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양시 전체 사용자시설의 PDCV 고장률은 13.8%로 나타났다. 자동차 핸들에 결함이 있는 상태에서 고속주행을 한 것과 같은 이치다. 

PDCV의 차압제어 범위가 매우 작아 현재 지역난방 공급배관(중온수)에 적용이 매우 한정적이어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므로 공급압력의 변동이 커지게 되고 관망이 불안정해지며 사용자 측의 사용유량 제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과잉유량(열량)이 공급되는 등 열공급시스템 전반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해치게 된다. 

결국 현재 열공급시스템은 고온·고압의 고온수를 공급하고 이때 압력제어를 담당하는 PDCV의 고장 및 오작동으로 인해 TCV가 과잉유량을 사용, 관망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관로사고 발생 위험성 증가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복합밸브 적용, 공급수 온도·압력↓
이러한 열공급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건설기술연구원의 ‘압력변동시 열사용시설 제어기기의 안정성 확보에 관한 연구(2014년)’를 비롯해 후속연구로 지역난방공사는 ‘사용자시설 복합제어밸브 적용 타당성에 관한 연구(2015년)’를 수행한 바 있다. 

또한 대한설비공학회 2015년 하계학술발표대회 논문집에 실린 ‘수요처 유량 밸런싱 개선을 통한 지역난방시스템 효율 향상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역난방 계통 모델에 기존 PDCV·TCV방식과 복합제어밸브를 적용해 수치실험을 한 결과 약 17%의 유량감소 및 46%의 펌프 소비동력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나타났다. 실증건물에 실험한 결과 1차측 열매채의 공급 및 회수온도차(△T)는 하루 평균 약 5.8℃ 증가했고 중온수 유량소요는 하루 동안 약 9.2% 감소했다.



이와 같은 제어방법을 통해 지역난방 1차측 배관계통의 압력환경 개선은 물론 열매체 2차측 입출구 온도차의 증가와 유량소요 감소를 통해 공급온도를 지금보다 낮추거나 시설용량 축소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존에 사용하던 PDCV와 TCV의 기능을 모두 수행 가능한 복합제어밸브를 사용함으로써 현재 열공급시스템의 문제점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복합제어밸브는 반드시 고압구간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고 특히 고차압 구간에서 발생하는 캐비테이션(cavitation: 낮은 압력으로 인해 기포가 발생하는 현상)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또한 열공급배관 관망의 안정화로 관로사고 예방, 안정적인 열원공급, 열 공급배관 계통의 소비유량 및 사용압력 감소에 따른 소비동력 절감, 지역난방 성능향상을 통한 에너지절약 및 난방비절감, 추기 사용 최소화로 증기터빈 발전효율 향상 및 비용절감 등 전체 열공급시스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검증됐다. 

자연재해도 대비해야
수배관(지역난방배관)계통 시스템에서 유체를 제어(압력, 유량)하는 것은 오직 밸브만 가능하기 때문에 배관 내 유체를 안정시킬 수 있고 캐비테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복합제어밸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이러한 복합제어밸브 사용으로 인한 열 공급시스템 개선을 위해 2017년 11월 ‘열사용시설기준’을 개정, TCV를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PDCV를 함께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이중으로 부담되는 문제와 사용자시설의 제어 중요성 인식 부족 등으로 실제 적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로 지역난방공사는 열수송배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씽크홀 등 불가항력에 의해 또다시 온수배관이 파열됐을 시 인명사고가 발생하거나 파열로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시스템의 안정적이고 동력절감에 따른 경제적인 운영은 열 생산설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탄소에너지 사용의 최소화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소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사용되고 있는 온수배관의 온도와 압력을 낮출 수 있다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적용을 위한 제도개선 등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