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효율 높이는 新패러다임 ‘PVT’, 침체된 태양열업계 구세주되나

  • 등록 2024-09-08
크게보기

열E부문 탄소중립, ‘PVT’로 실현가능
전기·열 동시생산… RE100 달성 핵심
KS표준 인증·보급정책 부재 성장지체

 

IPCC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골든타임이 앞으로 10년 남았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에서 이상기후가 속출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며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사용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기업들도 ‘RE100’ 달성을 목표로 탄소중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2023년 4월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전략·제1차 국가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2038년까지 무탄소에너지 비중을 70%까지 늘려 온실가스감축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탄소중립 핵심수단으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5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하에 진행된 정책간담회에서 ‘재생에너지 보급확대·공급망 강화 전략’을 발표해 △질서있는 태양광 확산 △새로운 시장에 맞는 제도전환 △해외시장진출 지원 등의 전략을 제시했다. 


그러나 세계 최종에너지 소비량 중 50% 비중을 차지하는 열에너지는 탄소중립 달성에 있어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데 정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보급·지원계획 등에는 열에너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아 업계는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권영호 한국태양열융합협회 회장은 “현 정부 초기에는 신재생에너지보급사업 예산을 축소해 산업계·시장에 혼란을 가져왔다”라며 “제도보완을 통해 변화되고 있지만 정책발표에서도 전력 기반 중심 재생에너지 확대 외에 열에너지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제도와 정책방향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열에너지 대표주자인 태양열은 국내 최초로 보급된 재생에너지로 1990년대 농촌거주환경 개선사업을 발판으로 최대 부흥기를 가졌다. 그러나 잘못된 설치사례와 여름철 관리문제 등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태양열업계는 침체된 시장활성화를 위한 연구개발(R&D)·실증을 꾸준히 진행 중이며 에너지효율이 높은 PVT(Photovoltaic Thermal)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PVT는 태양광모듈과 태양열집열기가 한 모듈로 결합돼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모듈이다. 태양광모듈대비 2배 이상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태양광만으로는 RE100 달성이 어려운 기업들에 PVT는 탄소중립 달성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PVT시장 동향·전망 등을 알아보며 태양열업계에서 PVT를 주목하는 이유를 분석한다. 시장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R&D·정책지원 등을 알아보며 침체된 태양열업계 구세주로 불리는 PVT시장 성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PVT 기술개발 움직임 활발
REN21(21세기 재생에너지 정책네트워크)·IRENA(국제재생에너지기구) 등 국제기관은 2023년 이후 태양열난방시장 성장을 예측하며 PVT시장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EA(국제에너지기구)가 2023년 발표한 ‘글로벌 태양열보급현황’에 따르면 태양열을 활용한 지역난방은 2022년 말 기준 325개로 1.8GW 규모 태양열을 생성하고 있다. 가장 활성화된 시장인 독일에는 총 114MW인 58개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107MW 13개 사이트가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전 세계 PVT시장은 2022년 기준 약 150만㎡가 운영 중이며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은 유럽이다. 스페인·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시장(62%)·아시아시장(21%)·중국(10%) 순으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외동향에 발맞춰 PVT모듈에 대한 R&D를 진행해 실증사례를 늘리고 있지만 해외에 비한다면 이제 막 태동기에 들어선 수준이다. 약 10여년 전부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연구과제로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지기 시작한 국내 PVT모듈은 기존 태양광모듈 후면에 집열부를 접착하는 방식과 태양광모듈을 신규제작해 집열부를 라미네이션하는 방식 등 크게 두 가지로 개발 중이다. 


접착방식은 히트펌프 열원으로 사용하는 전기 우선방식에 주로 사용되고있으며 라미네이션 방식은 독립적으로 온수사용이 가능한 열 우선방식에 사용된다.


한편 건물에 설치돼있는 태양광모듈을 PVT모듈로 교체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으며 히트펌프와 융합하면 각 시스템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PVT히트펌프는 모듈 집열부를 히트펌프 실외기로 겸용해 주간에는 태양에너지를 사용하며 야간에는 공기열을 사용해 냉난방할 수 있어 단일모듈보다 더 큰 효율을 나타낸다.

 

열부문전력화 주 품목인 히트펌프는 저온에너지원으로서 열에너지가 필요하며 압축기동력원으로서 전기가 필요하다. PVT는 히트펌프에 열과 전기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분산에너지원으로도 활용가능해 탄소중립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PVT와 히트펌프 융복합시스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성장잠재력 높은 국내 PVT시장

 

국내 PVT시장은 RE100달성을 목표로 하는 국내기업들의 관심과 연구기관들의 R&D·실증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성장잠재력이 높다. 정부기관·지자체들도 기존 태양광모듈보다 더 큰 에너지효율을 나타내는 PVT에 관심갖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높은 난방사용비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내기업과 함께 PVT패널과 지열을 결합한 복합열원히트펌프 냉난방기술을 개발했다.

 

PVT패널에서 발생하는 30~40℃ 태양열과 지중열교환기에서 얻는 지열을 열 저장조에 모은 후 이를 히트펌프 열원으로 사용해 온실난방에 적당한 48~50℃ 온수를 만드는 시스템이다. 


농진청은 PVT에 의한 열·전기 생산으로 기존대비 에너지절감률이 20% 증대됐으며 난방비용을 78% 절감했다고 발표했다. PVT개발을 함께한 이맥스시스템은 PVT기술개발을 위해 LH·삼성전자와도 협업하며 향후 PVT히트펌프 등 PVT융복합모듈 개발도 진행할 계획이다. 


설비전문기업 장한기술은 고양시 골프장 등에 PVT 실증사이트를 구축하는 등 다양한 실증사례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세한에너지는 온수자립형 PVT 등을 제작하며 국내 PVT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건물 냉난방·급탕에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PVT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는 남유진 부산대 교수는 “PVT를 기존설비와 함께 사용하기 위해서는 각 건물의 열·전기수요를 고려한 적정용량설계기반 최적운전이 필요하다”라며 “현재 PVT를 기존 전기·냉난방·급탕설비 등과 결합해 보다 효율적이며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용량설계·운영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실제 건물 적용가능성과 시스템효율 파악을 위해 실증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PVT시장, ‘정책적 뒷받침’ 부재
국내 PVT시장이 다른 신재생에너지설비들에 비해 성장이 지체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의 관계자들은 지원정책 등의 부재가 원인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시장활성화를 위해서는 △KS인증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평가프로그램(ECO2) 인증대상 포함 △보정계수 부여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한기술의 관계자는 “PVT사업의 가장 큰 장벽은 KS인증·신재생에너지 보정계수가 없는 것”이라며 “KS표준이 조속히 제정돼 인증된 제품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하며 시장 진입·보급확대를 고려한 보정계수 부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025년에도 신재생에너지보급 융복합지원사업이 시작된다. 신재생에너지보급 융복합지원사업은 한국에너지공단이 진행하며 태양광·풍력 등 에너지설비를 주택·공공·산업 등에 설치해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사업이 시작되면 재생에너지시장은 더욱 활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PVT는 보급정책에 포함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PVT에 대한 KS표준인증이 이뤄지지 않아 지원대상에 포함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성구 한국태양열융합협회 위원장은 “PVT관련 제도가 마련돼있지 않아 기업들이 쉽게 사업에 뛰어들기 주저한다”라며 “지금이라도 다양한 에너지자원과 공급망에 대한 새로운 시장에 맞는 제도와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PVT업계의 활발한 R&D에 더해 표준제정 등 다양한 연구·정책지원이 함께한다면 시장미래는 밝다”라며 “국내기업들의 강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글로벌기업과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양열업계 관계자들은 공간적 이점·히트펌프와 융합 시 극대화되는 장점 등을 가진 PVT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관련기관에 목소리를 내며 PVT KS제정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으며 에너지공단은 공청회를 여는 등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표준이 마련된다면 빠른 보급 확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술적인 완성도와 정책적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태양열시장의 침체기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장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홍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최근 여러 기업에서 PVT를 신규아이템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신규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반드시 기술적 검증과 제품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만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지 않는 올바른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라며 “KS제정 이후에도 저렴한 모듈을 수입해 검증없이 PVT모듈을 보급하는 것이 아닌 높은 수준의 제품을 생산·보급해 PVT를 알리고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유진 기자 yjsung@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 youtube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