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8년 창립돼 보일러산업의 역사와 함께 해온 경동나비엔은 미국과 러시아시장에서 보일러와 온수기시장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시장에서 ‘국가대표 브랜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에서 글로벌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이재용 본부장을 만나봤다.   

북미 보일러시장은 그리 크지 않아 시장공략을 위해서는 연간 1,000만대 이상의 시장 규모를 가진 온수기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유통망이나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시장의 니즈를 앞서 읽고 높은 효율과 친환경성을 가진 콘덴싱온수기 제품을 개발한 만큼 과감하게 도전했다. 

경동나비엔은 최대 98.8% 효율을 가진 콘덴싱온수기를 선보이는 한편 콘덴싱온수기에만 적용이 가능한 강화 플라스틱 연도를 통해 설치업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소비자와 설치업자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켰다. 소비자는 탁월한 경제성으로 난방비 절감 효과를 얻고 설치업자는 설치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여기에 스테인리스 열교환기를 적용해 위생적일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성으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큰 점도 합리적인 북미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북미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는 제품은 바로 콘덴싱온수기 ‘NPE’다. 이 제품은 기존의 순간식 온수기 제품이 가지고 있던 설치의 어려움을 해소해 온수기시장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순간식 온수기는 가스압이 낮은 현지의 난방 인프라로 인해 설치하려면 별도로 배관을 교체하는 공사가 필요해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NPE는 현지 온수기 사상 처음으로 최대 출력의 1/10까지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제어기술을 적용해 별도의 공사없이도 안정적인 사용이 가능해 큰 호응을 얻었다. 시장 파이를 키우는 제품이라는 뜻으로 ‘온수기시장의 스노우 볼’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다.  

러시아시장에서 경동나비엔의 성공 요인은 현지화와 품질이다. 유럽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러시아에서 후발주자라는 불리함을 안고 출발했지만 현지에 최적화된 제품과 이를 뒷받침하는 품질로 고객의 신뢰를 얻었다. 러시아는 혹한의 추위와 강한 바람으로 안정적인 제어가 어려운 곳이고 동시에 가스, 전압 등 난방인프라도 불안정하다. 

이로 인해 보일러가 꺼지는 등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경동나비엔은 고객의 니즈를 고려해 낮은 가스압력과 잦은 전압변동, -40℃의 혹한 등에서도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선보였다. 아쉬운 부분들을 만족시키는 제품에 소비자 호응이 이어졌고 자연스레 경동나비엔은 시장의 선두로 도약할 수 있었다.

현재 주력 제품은 ‘Deluxe-E’다. 러시아에서 국민 보일러로 불렸던 Deluxe의 후속 제품으로 뛰어난 온수성능은 물론, 룸콘을 적용해 편리하게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러시아 현지의 난방인프라에 맞춘 기술력도 그대로 적용했다.전압이나 가스압의 변동, 강풍에도 안정적인 사용이 가능하고 스테인리스 온수기를 적용해 내구성도 뛰어나다.

콘덴싱보일러시장으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새롭게 NCB700 시리즈를 출시했다. 아직까지는 일반보일러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대기질 개선과 에너지절감은 러시아에서도 점차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시장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중국시장은 연간 400만대 규모의 세계 최대 보일러시장이다. 아직 여전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많은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경동나비엔에게 있어 중국시장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처음으로 보일러수출을 이룬 국가이며 첫 해외법인을 건설한 곳이다.국내를 제외한다면 창사 이래 가장 오랜 기간 함께 호흡하며 성장해온 시장인 셈이다.

중국 진출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1990년 열린 북경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일러설치에 어려움을 겪던 중국은 이를 해결코자 우리나라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를 접수한 동력자원부는 국내 대표기업이던 당시 경동보일러에 의뢰했고 자문에 응하기 위해 한 임원이 중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중국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했고 중국 진출을 위한 절차를 가속화했다. 1992년 수교와 함께 첫 걸음을 내디뎠다. 

최근 중국 보일러시장이 기대만큼 성장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친환경 에너지사용에 대한 중국정부의 의지는 변함없지만 가스사용량의 폭발적인 증가에 비해 설비 투자나 가스공급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석탄개조사업 역시 다소 정체다. 

하지만 이는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일이 아니다. 가스부족으로 인해 석탄개조사업이 완급 조절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중국 내 보일러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폭발적인 시장 성장 과정에서 중국시장에 무분별한 업체의 난립이 문제가 됐었다. 현재 정체기로 인해 자연스레 경쟁력있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향후 역량을 갖춘 제조사들이 시장 발전을 주도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환경 개선은 중국은 물론 전 인류가 지향하는 바다. 이를 위해 석탄사용을 줄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여전히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성장해 갈 것이다. 

유럽은 고객충성도가 높고 역량을 갖춘 글로벌기업들이 많아 어떤 사업이든지 공략하기 쉽지 않은 철옹성 같은 시장이다. 이는 보일러산업도 마찬가지다. 보일러의 본고장인 영국, 콘덴싱기술의 발원지인 네덜란드, 기술강국 독일 등에서 각자의 역량을 뽐내는 기업들이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소비자와 함께 호흡하고 있어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곳이다.

경동나비엔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통망을 확보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법인을 통해 현지의 난방트렌드를 분석하고 유통 채널을 점차 넓히는 한편 글로벌시장에서의 성공을 토대로 고객에게 ‘KD NAVIEN’이 가진 품질과 기술력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토대로 현지화 전략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이미 나비엔의 기술력을 담은 콘덴싱보일러로 시장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향후 시장의 니즈를 반영한 신제품도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다.  

사실 물, 불, 가스나 기름 등의 연료, 전기를 다양한 요소를 사용하는 보일러는 수출이 쉬운 제품은 아니다. 나라마다 난방인프라가 다르고 난방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각 국가별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최적의 제품을 선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경동나비엔은 제품의 성능과 품질, 기술력을 기반으로 각 국가에 맞춤형 난방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나 러시아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니즈는 변화하고 여러 요소들이 맞물려 시장경쟁도 변화하고 있다. 현지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그들의 니즈를 앞서 읽고 현지화 노력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에게 이를 전하며 더욱 쾌적한 생활을 선사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 하나 핵심적으로 관리하는 요소는 품질이다. 촘촘한 A/S망을 통해 고객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국내와는 달리 이동거리가 긴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시장에서는 고장없이 일관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품질을 구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동나비엔은 전문적인 기술력을 가진 관계사와의 협업을 통해 부품을 내재화하고 최첨단 자동화 생산공장인 서탄공장을 통해 엄격하게 품질을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완성하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고객의 신뢰는 곧 해당 시장에서의 진퇴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품질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