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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필터 규격화…업계, 혁신성 저해 ‘난색’

소비자 편의·산업 부작용 조율해야

열회수형 환기장치업계가 최근 진행되고 있는 공기정화 필터크기 규격화에 대해 산업현장에서 당장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국가기술표준원이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KS B 6141(환기용 공기필터 유니트)은 부속서B에서 환기용 필터유닛의 치수를 참고사항으로 담으면서 업계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필터유닛 규격화는 소비자들이 세대·건물에 설치된 환기장치의 필터를 교체하고자 해도 제품마다 필터의 크기가 달라 구입이 불편해지는 사례가 등장하며 논의됐다. 만약 해당제품을 납품한 업체가 부도 등의 이유로 사업을 중단했다면 필터를 교체하기 더 어려워진다.

그러나 규격화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환기장치는 특성상 제품의 크기·구조가 전열교환소자, 필터유닛의 크기·종류에 따라 좌우된다. 만약 준비없이 규격화가 진행되면 제조사들은 해당 필터유닛 크기에 맞게 설계·개발을 다시 해야 하고 수천~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금형에 투자해야 한다.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이뤄진 업계는 사실상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에 더해 각 제조사별로 신기술·신제품을 적용해 개발하고 있는 제품의 혁신성을 저해할 우려도 크다.

환기장치업계는 최근 중요성이 증대되며 점차 다양한 장치를 추가하고 정밀제어를 위한 기술요소를 더해 첨단화를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공간의 효율적 이용, 비용절감을 위해 제품을 고도화하면서도 콤팩트·소형화하는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필터유닛 치수를 규격화하면 제품크기의 하한선을 규정하게 돼 경쟁력을 평준화할 위험이 있다.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요소·설계방법에 최적화되도록 필터유닛 역시 자유롭게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구매·플랫폼 등 다양한 해법 모색해야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해당 치수내용을 KS개정안의 부속서가 아닌 해설서에 포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규격화가 의무가 아니라 참고사항임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열회수형 환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참고사항이라고는 하지만 부속서에 다루기 때문에 발주처·수요자들은 KS에 명기된 해당 치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커 사실상 규격화가 개시된 것”이라며 “규격화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규제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필터유닛 규격화 취지에 공감하는 기업·전문가들도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종합환기기업의 한 관계자는 “좋은 제품을 까다롭게 만들어야 사용자들이 만족할 것이기 때문에 필터유닛 규격화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라며 “그러나 업계에서는 규모가 작은 기업이 많아 규격화에 당장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규격화가 바람직할 것”이라며 “다만 업계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므로 장기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일각에서는 필터유닛 규격화 자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정 제도가 부작용이 우려될 경우 기존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부작용이 없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다수의 필터업체들은 원하는 치수대로 주문생산이 가능하다”라며 “환기장치는 아파트 단지단위로 제품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환기장치 제조업체가 필터공급을 중단했더라도 일괄주문·재고비축을 통해 물량확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단지 단위가 아니더라도 주문제작 플랫폼 등을 개발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특정 규격 필터에 대한 주문을 모아 생산하는 방안도 고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기산업이 고도화를 위한 채비를 갖추는 상황에서 산업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묘안이 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