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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안전모니터링, 불량단열재 처벌 실효성 ‘도마’

허술한 제재조치…처벌 엄격성·즉시성·확실성 확보해야

건축용 단열재의 제품 불량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 제재조치의 실효성이 없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단열재 품질관리를 위해 건축안전모니터링제도를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현장 불시점검을 통해 단열재 등 건축자재의 시공 및 품질상태를 확인함으로써 불량자재 제조 및 유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제도다. 매년 시행돼 현재 6차 사업(2020~2021년)이 진행 중이다.

건축안전모니터링 결과 부적합할 경우 제재·처벌조치는 크게 2가지다. 먼저 건축안전모니터링 시행주체인 국토부가 건축법에 따라 직접 처벌하는 경우다. 불량자재를 제조·유통한 기업은 건축법 제108조(벌칙)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5억원 이하의 벌금 또는 제52조의3(건축자재의 제조 및 유통관리)에 따라 영업정지 등의 처벌을 받는다.

또한 KS인증제품으로 기준에 부적합한 경우에는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 적발 사실을 알리고 적정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국표원은 소비자단체의 요구가 있거나 피해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시판품조사를 시행할 수 있으며 시판품조사에서 부적합할 경우 산업표준화법 제21조(표시제거 등의 명령), 제22조(인증의 취소)에 따라 KS인증 표시를 제거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이처럼 법제도는 불량자재 유통범죄를 무겁게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불량자재를 제조·유통하고도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처벌·불이익을 회피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관계당국의 적발 후 처분도 경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적발·처벌제도가 범죄예방의 3요소인 엄격성·확실성·즉시성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적발되지 않으면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여서 업계에서는 ‘믿져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라며 “윤리적으로 품질관리하며 양품을 납품하는 기업들이 이익을 볼 수 있어야 하지만 오히려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재조치 全 단계에 허점 존재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인 6차 건축안전모니터링에서 적발된 포항의 한 지식산업센터 현장에 XPS단열재를 납품한 경북 소재 A기업은 자기소화성이 KS인증기준에 미달해 시공된 부분을 철거했다. 그러나 철거 후 새 자재로 재시공만 이뤄졌을 뿐 다른 제재조치나 시판품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안전 모니터링을 통해 KS인증 시판품조사에 의뢰하더라도 두 조사 사이의 시차를 이용해 처벌을 피하는 방법도 있다. KS인증제품의 품질점검은 정기심사, 1년심사 등으로 진행되며 해마다 점검계획을 세워 시판품조사가 진행된다. 정기심사는 3년마다 모든 제조사가 받게 되며 1년심사는 이슈가 있거나 민원이 있는 경우 50~100개 제품을 선정해 조사에 착수한다.

문제는 건축안전모니터링을 통해 시판품조사를 의뢰하더라도 국표원이 반드시, 그리고 곧장 조사에 착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건축안전모니터링에서 적발된 현장에 불량제품을 납품한 제조사가 시판품 조사가 개시되기 전까지 정상제품을 생산·납품하면 시판품 조사에 적발되지 않아 KS인증취소 등 제재처분을 회피할 수 있게 되는 허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시판품 조사를 통해 처벌이 이뤄지더라도 행정조치 효력정지 가처분제도를 통해 불량자재를 지속 판매하는 사례도 있다. 전북에 위치한 B기업은 시판품조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아 KS인증취소 처분이 내려졌지만 가처분조치 후 본안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이미 생산한 불량자재 재고를 소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KS인증 취소가 특정 생산라인의 특정모델에 대해서만 이뤄지며 처분이 내려진 제품 외에는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인증취소 처분을 받은 제조사는 다른 모델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가처분조치에 따라 적발제품마저도 KS제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KS인증이 필수규제가 아니어서 인증취소가 확정되더라도 민간을 대상으로 저품질, 불량제품을 KS 미인증 상태로 판매할 수 있다.

나아가 행정소송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고 제재조치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적발된 제조사들은 여러 가지 원료·원자재 등이 활용되는 단열재·복합자재 특성상 불량·성능미달의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다. 자신들은 규정대로 생산했으나 원료가 불량했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대증거를 확보·증명하기가 쉽지 않아 무혐의 처분을 받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토부·산업부 시험결과 상호 허용 필요
단열재업계 전문가들은 불량자재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건축안전모니터링을 통한 적발 시 엄격하게 제재·처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많은 인력을 투입해 현장점검을 수행하고 시험해 불량자재를 걸러냈음에도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증거가 부정확해 사건을 흐린다”고 밝혔다.

또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법자재 제조·유통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건축안전모니터링을 통한 시험결과를 국표원 시판품조사에서 즉각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라며 “이를 통해 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시간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국표원의 관계자는 “현재 시판품조사는 KS인증제품의 사후관리를 위해 정기심사 외에도 이슈·민원사항이 발생한 제품에 대해 불시 점검하는 1년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단열재 역시 검토대상”이라며 “국토부 건축안전모니터링의 자료를 시판품조사에서 그대로 활용하려면 산업안전법 및 하위법령 개정을 비롯해 조사원 자격·구성, 조사프로세스 등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진 두 제도를 연계할 수 있도록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판품조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품목마다 특성·내용이 달라 엄격한 검증·자료조사가 필요하며 음해성 민원이 적지 않음을 감안하면 다소 보수적으로 보이더라도 조심해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라며 “이 사안에 대해 현재로는 법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기준과 모니터링 제도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