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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학교 환기 보급, ‘시공품질·납기지연’ 뒷말 무성

무분별한 덕트호스 노출…파손·위생 등 미관·관리문제 우려

경기도교육청의 ‘2021년 공기정화장치 확대설치사업(이하 환기보급사업)’의 설치결과보고가 지난 2월28일자로 종료됐지만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은 납기일자를 맞추지 못한 기업에 제재가 없었다는 점과 현장 시공품질이 미흡하다는 점 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업을 면밀히 평가해 시정·개선조치 해야 하며 평가결과를 타산지석 삼아 다른 지자체사업에 개선사항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기도교육청의 공기순환기(열회수형 환기장치) 확대보급사업 이후 올해 들어 인천, 강원, 대구 등 각 지자체 교육청이 공기순환기 도입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개선사항 도출이 시급하다.

3.7만대 중 스탠드형 77%
경기도교육청은 2021년 10월 각급학교별 수요조사를 시작으로 이번 환기보급사업에 착수했다. 당초 5만1,447개 교실을 대상으로 시행된 이번 사업은 수요조사 결과 2,130개교, 3만7,414개 교실로 집계됐다.

경기도교육청의 관계자는 “당초 공기청정기만 설치된 일반교실 전체에 환기설비를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여건상 설치가 어려운 학교를 제외하고 사업을 추진했다”라며 “제외사유는 그린스마트스쿨사업 대상학교,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미설치로 결정한 경우, 건축구조상 설치가 불가한 경우 등”이라고 밝혔다.

수요조사 결과 스탠드형이 2만8,805대로 전체물량의 대부분인 약 77%를 차지했으며 천장형은 3,369대로 약 9%를, 바닥상치형은 5,229대로 약 14%를 차지했다. 또한 전체 2,130개교 중 학교 자체구매를 시행한 학교는 14%, 교육지원청별 공동구매를 추진한 학교는 86%였다. 자체구매 시 제3자 단가계약이 가능하며 공동구매 시 공공기관 물품조달기준에 따른 입찰로 진행됐다.

이후 12월 초 25개 교육지원청별로 본격적인 입찰이 개시됐으며 입찰시점 기준으로 스탠드형 13개 기업, 바닥상치형 11개 기업, 천장형 26개 기업이 입찰에 참여했다.

업계는 입찰과정에서 일부 물량에 대한 수주실적을 추산한 결과 상위 14개 낙찰기업이 총 3만1,642대를 낙찰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14개 기업의 총 수주금액은 344억7,032만원으로 추정된다.

낙찰현황 추정치는 △하나에너텍(4,527대, 약 46억8,500만원, 14%) △이피아(4,310대, 약 40억7,500만원, 14%) △숨터(4,208대, 39억7,600만원, 13%) △플랜제로인더스트리(4,086대, 약 40억2,100만원, 13%) △에어패스(3,752대, 38억8,300만원, 12%) △케이웨더(3,364대, 51억4,600만원, 11%) △에코이엔지(2,747대, 33억3,800만원, 9%) △은성화학(1,628대, 18억8,100만원, 5%) △성일(947대, 12억7,800만원, 3%) △힘펠(850대, 10억7,100만원, 3%) △세진공영(516대, 2억200만원, 2%) △무창(359대, 4억2,100만원, 1%) △티젠(179대, 2억5,700만원, 1%) △유원기술(169대, 2억2,900만원, 1%) 등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관계자는 “석면철거 공사로 환기설비 설치를 연기한 학교 등 일부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은 지난 겨울방학 중 설치를 완료했다”라며 “현재 물품검수, 현장측정, 미흡사항 조치 등 잔손보기 및 행정처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단기간 무리한 사업추진 ‘도마’
이번 환기보급사업은 2021년 10월 사업착수, 11월 수요조사 이후 한 달만에 입찰이 개시됐으며 약 3주간 25개 교육지원청의 입찰이 모두 종료되는 등 급박하게 진행돼 사업의 완성도에 대해 많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사업 초기단계에서도 5만1,000여대의 물량을 2~3개월 내 시공까지 마쳐야 해 제품생산, 제품품질관리, 시공완성도, 납기준수 등에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5만1,000여대 물량은 수요조사 결과 3만7,000여대로 줄었으나 이는 여전히 상당한 물량”이라며 “10여개 기업이 짧게는 2개월, 길어야 3개월이 되지 않는 기간동안 시공함에 따라 현장 시공품질은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공현장을 살펴보면 배관이 어지럽게 드러나 창고를 방불케하거나 주름이 많은 플렉시블 덕트호스의 노출면적이 많아 오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된다. 실내활동 및 친교활동 과정에서 노출배관 손상은 물론 설비내·외부 오염에 따른 건강피해도 우려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설비내·외부 청소문제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품질시공을 전제로 하면 통상적으로 환기장치 시공인력을 최대로 가동하더라도 1개팀이 하루 5~6곳을 담당하는 수준”이라며 “경영상황이 양호한 환기기업조차 3개팀을 운용하는 것이 고작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에서 업계추정치 기준으로 가장 많은 물량을 낙찰받은 5개기업은 평균 4,176대를 60여일간 시공하기 위해 하루 약 70곳을 시공해야 한다. 1개팀이 7곳을 담당해도 10개팀을 운용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많은 인력을 운용하기 어려운 환기기업들의 규모를 감안하면 애초 높은 현장시공 완성도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관계자는 “스탠드형 제품은 창문관통설치 시 부득이하게 제품과 창문사이의 배관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라며 “미관 및 성능을 점검해 문제점이 발견되면 업체에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기업이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했음에도 적절한 제재조치가 없다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일부 기업은 2월28일까지인 사업기간을 초과해서도 일부 현장의 시공을 마치지 못했으나 적절한 행정절차 없이 납기지연을 용인, 벌점부과 등 처벌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특정기업의 경우 시공하지 않고 현장에 제품만 옮겨놓은 채 납품여부 증빙사진을 촬영키도 했다.

이에 더해 이번 사업을 계기로 소규모 기업들이 수천대의 물량을 납품하면서 직접생산확인증명서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인 환기장치는 하청없이 직접생산을 통해서만 공공조달에 참여할 수 있다.

사업 초기단계에서 업계는 직접생산 기준으로 월 500~1,000대가 보통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환기업계 중소기업 중 규모측면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기업 가운데 힘펠이 2,000~3,000대, 은성화학이 500~1,000대, 에어패스 1,000~1,500대 등 수준으로 직접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업에서 이들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수천대의 물량을 낙찰받고 납품을 완료하자 직접생산했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는 만큼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당국의 검증이 필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