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에코델타시티(EDC) 스마트빌리지가 제모습을 갖추고 에너지거래를 위한 본격적인 실증채비를 갖췄다. 지난 3월5일부로 입주민의 이사가 완료돼 에너지, 물환경, 헬스케어, 교통, 안전 등 15대 혁신기술분야의 데이터수집이 개시됐다.
현재 데이터수집과 함께 플랫폼구축이 추진되고 있으며 향후 연구개발사업 결과 개발된 솔루션을 스마트빌리지에서 실증하는 단계를 밟게 된다.
스마트빌리지에는 가스, 석유를 사용하지 않아 관련 인프라도 설치되지 않았으며 전기는 태양광·ESS로, 열은 지열·수열로 활용하는 친환경단지다. 에너지자립률 110%를 달성해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향후 P2P(Peer to Peer), P2B(Peer to Business), B2B(Business to Business) 에너지공유플랫폼이 구축돼 완전한 에너지자립 커뮤니티이자 에너지프로슈머 단지로 발전할 예정이다.
입주민들은 단지 자체적으로 설치된 소형강우레이더가 기상재해·재난을 사전에 예측함으로써 안전을 보장받으며 수전 수질측정시스템으로 깨끗한 물이 공급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개인별 건강상태, 운동·활동상황이 실시간 모니터링되며 단지 내 설치된 의료시설에서 전문의료진의 원격의료서비스를 받는다. 이와 함께 수요반응형 교통시스템을 통해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교통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부산EDC 스마트빌리지에 적용된 스마트시티 요소와 에너지시스템을 살펴봄으로써 성큼 다가온 미래도시의 모습을 그려본다.
스마트 E자립기술 ‘구심점’
전국적 시스템확산 추진
부산EDC 스마트시티는 스마트도시법에 따른 국가 스마트도시 시범단지다. 부산EDC는 부산시 강서구 일원의 약 11.77㎢(약 360만평) 규모 지역에 건립되는 계획도시다. 이중 중앙부에 해당하는 세물머리지구 인근 2.2㎢(약 66만평)가 국가 스마트도시 시범단지로 추진된다.
스마트빌리지는 부산EDC 스마트시티 내에서도 중앙부에 위치한다. 백지상태에서 스마트시티를 염두에 두고 구축한 ‘첫 마을’로 스마트빌리지 실증을 통해 검증된 솔루션은 스마트시티 시범단지 전역으로, 부산EDC 전체로, 나아가 전국으로의 확산이 검토·추진된다.
스마트빌리지는 부산시 강서구 명지동 일대 대지면적 2만1,000㎡(약 6,300평)에 △1단지 37세대 △2단지 19세대 등 총 56세대가 조성된 주택단지다. 또한 LWP(주거, 업무, 여가: Live Work Play) 커뮤니티시설, 스마트팜, 홍보관 및 관리동 등이 들어서 있다.
스마트빌리지는 부산EDC에 국가 시범도시지구가 지정된 이후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R&D 테스트베드 조성추진안’이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2019년 지정되면서 실증사업지로 선정됐다.
실증사업지 선정은 부산EDC 스마트도시를 건립하는 ‘워터에너지 사이언스 실증단지 조성사업’ 추진에 있어 혁신적인 선도기술을 발굴·육성·개발하면서도 예산 절감효과를 거두고자 다양한 R&D사업과 연계를 추진하면서 이뤄졌다.
이에 따라 스마트빌리지가 ‘저탄소 에너지효율화기술 기반 에너지공유 커뮤니티 구축기술 개발’ 실증단지로 지정된 것이다.
이번 R&D사업을 위해 구성된 ‘저탄소 에너지효율화기술 기반 에너지공유 커뮤니티 구축기술 개발연구단(이하 저탄소 에너지공유 연구단)’은 국토교통부 과제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이 총괄하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GS건설 △지엔원에너지 △에너클 등이 참여했다.
2019년 5월 착수해 2023년 12월까지 4년7개월간 총 연구개발비 358억4,600만원 중 국비 267억7,900만원이 투입돼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인증 1등급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1++ △에너지공유커뮤니티 계획·설계·운영·관리기술 개발 △에너지공유·거래 플랫폼 개발 등을 목표로 진행됐다.
이후 2020년 하반기 착공 및 입주자 선정에 이어 2021년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해 지난 3월5일 전 세대가 입주를 완료했다.
미래도시 생활모습 ‘미리보기’
스마트빌리지에는 스마트에너지시스템 외에도 △스마트물·환경 △스마트교통 △스마트생활·헬스 등 혁신기술이 적용됐다. 이러한 기술은 단지 내 설치된 ‘스마트빌리지 데이터플랫폼센터’에서 통합적으로 관제·관리·운영할 수 있다.
스마트물·환경과 관련해 스마트빌리지에는 반경 60km 내 실시간 강우상태를 측정하는 소형강우레이더가 설치됐다. 이는 관측범위가 거제 앞바다까지 이르는 것으로 기상청에서 운량 등 미시기후데이터를 받아 단지의 태풍·홍수·범람·침수 등 기상재해·재난을 수 시간 전에 예측할 수 있는 기후적응기술이다. 향후 낙동강 수위정보, 3D 등고선, 주변배수관망 등도 플랫폼에 반영되면 보다 정교한 예측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한 단지 내 설치된 수십개의 센서를 통해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온도 △습도 △조도 △소음 등 대기질은 물론 취수원, 정수장, 세대별 수도꼭지에서 수질을 확인할 수 있는 11가지 항목을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이와 함께 저영향개발(LID: Low Impact Development)이 적용된 만큼 환경부담 정도를 지속적으로 확인토록 토양수분현황 등도 별도로 확인된다.
스마트교통과 관련해서는 입출차리스트를 자동으로 관리하며 세대별 전기차 완속·급속충전기가 설치됐다. 또한 유동인구 감시시스템을 적용해 출입인원을 카운트하는 기술이 실증 중인데 이는 향후 쇼핑몰, 공원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이나 휴양시설에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입주자 만족도가 높은 항목으로 수요응답형버스가 운행 중이다. 현재는 배차시간에 입주민들이 예약하면 버스를 운행하는 방식이다. 예약자가 없으면 배차를 없애 낭비를 막는다.
향후 인근 단지가 개발돼 이용자가 늘면 정해진 배차시간 없이도 수요에 따라 운행빈도가 정해지며 각자 목적지를 입력하면 유사경로를 묶어 운행노선을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스마트생활·헬스는 주민들의 생활과 건강에 대한 시스템이다. 먼저 폐기물 배출 시 개인별 ID를 입력하고 음식물·일반·재활용쓰레기 등 종류별 중량·개수를 확인하며 분리배출 시 포인트를 적립,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수집된 개인별·세대별 폐기물 배출행태에 관한 데이터는 국내 최초로 구축되는 것으로 보다 자료가 축적될 경우 가구형태별 배출특성을 파악할 수 있어 도시계획, 매립·소각장 계획 등에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스마트팜도 구축됐다. 입주세대 중 관리세대를 선발해 자체적으로 관리 중이며 자동으로 온·습도가 관리되는 온실에서 상추, 치커리 등을 재배해 소비하고 있다.
특히 개인마다 손목밴드를 지급해 건강상태를 측정하며 각 세대 내에서 원격진료가 가능하다. 단지에는 전문 의료인력이 상주하는 의료시설이 구비돼있으며 질병은 물론 일상적 건강·식단관리에 대한 조언도 수행한다.이러한 건강관리는 AI체육센터와 연계해 입주자가 이용한 운동기구의 종류와 시간·횟수 등이 자동으로 기록되며 의료진의 추천식단은 커뮤니티시설에 위치한 자동판매기에서 수령해갈 수 있다.
스마트E시스템, 일상적 친환경 생활 실현
스마트빌리지는 입주민의 편리·쾌적하고 똑똑한 삶을 지원하는 것 외에도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친환경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한다. 이는 스마트에너지시스템을 통해 가능하다.
단지 전체적으로 상당량의 건물일체형 태양광패널(BIPV)이 적용됐으며 수열과 지열 융복합시스템으로 열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다. 화석연료를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인프라·설비시스템은 적용되지 않았으며 각 세대기준으로는 중앙공조에 따른 열공급을 제외하면 전전화주택과 흡사하다. 이를 통해 ZEB인증 1등급,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1+++, 녹색건축인증 최우수(그린 1등급) 등을 획득했다.
먼저 전력의 경우 태양광이 총 500.7kW 규모로 적용됐으며 에너지연 및 삼성물산이 시스템을 담당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주거용의 경우 △지붕 315.7kW △주차장 및 보행로 64.9kW 등이며 발전효율은 지붕 19.9%, 주차장 20.1%다. 비주거용의 경우 지붕 및 입면 120.1kW이며 발전효율은 △지붕 19.9% △입면 12.02%다.
다만 플러그부하를 포함한 실제 에너지자립을 위해서는 풀어야할 부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내 소비전력량이 통상적으로 100~150kWh, 가장 많을 때의 피크는 230kWh 수준이다. 일반적으로는 생산량이 더 많으므로 스마트빌리지에서는 에너클을 통해 ESS를 적용, 부하를 평준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적용된 전기차 재사용ESS는 400kWh 용량이지만 자원재순환 및 안전한 사용을 위해 SOC가 다소 낮은 200~300kWh 용량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는 야간에 단지 내에서 2~2.5시간 사용하면 소진되는 용량이다.
이러한 문제는 계통연결을 통한 상계거래가 이뤄질 경우 해결할 수 있어 완전한 에너지자립을 달성할 수 있지만 현재는 연구목적의 단지이므로 행정적으로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한국전력과 함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저탄소 에너지공유 연구단은 세대 간 에너지공유를 위한 에너지프로슈머 단지구현을 위해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할 예정이다.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함으로써 에너지공유·거래 및 소규모 프로슈머 구현을 가로막는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열에너지의 경우 수열·지열에너지가 융복합시스템으로 적용됐으며 지엔원에너지 및 신성엔지니어링이 담당했다. 통상 수열·지열이 각각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를 모두 활용하는 것은 스마트빌리지가 유일하다. 수열만 사용하면 겨울철 수온이 낮아 에너지를 얻기가 어려우며 지열만 사용하면 지중의 열평형이 붕괴돼 효율이 저하될 수 있으나 융복합시스템을 통해 이를 방지하는 것이다.
수열시스템은 인근 맥도강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냉방용량은 80.42kW이며 COP는 5.6이다. 난방용량은 73.11kW, COP는 3.98이다. 2차 순환펌프는 3.7kW 용량으로 1대가 적용됐다.
지열시스템은 70mm 지름의 관을 150m 깊이, 5m 간격으로 총 72공 천공했다. 용량은 △냉방 115.68kW △난방 107.12kW △급탕 69.48kW 등이며 COP는 △냉방 5.03 △난방 3.87 △급탕 3.98 등이다. 순환펌프는 냉난방 및 급탕용으로 △1차 5.5kW 2대·3.7kW 1대 △2차 5.5kW 1대·3.7kW 3대 등이 적용됐다.
축열조는 냉난방공급용 282㎥와 온수전용 75㎥ 용량이며 지열·수열을 통해 생산된 열에너지는 우선 축열조에 저장했다가 급수배관을 통해 각 세대별 수요에 따라 공급되고 있다. 축열조는 경부하시간대 전력이나 주간시간대 태양광발전 잉여전력을 이용해 히트펌프에서 생산된 냉온열을 저장 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ESS와 더불어 전력부하평준화와 재생발전 전력의 유효이용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설비다.
E공유·거래 플랫폼 실증
탄소중립도시 잠재력 기대
스마트빌리지의 가장 큰 잠재력은 저탄소 에너지공유 연구단의 에너지공유·거래플랫폼이다. 에너지자립률 향상, 신재생에너지 적용, 에너지효율화는 기존 많은 시범사업과 프로젝트가 있었으며 경제성이 문제였지 기술적으로는 어렵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분위기다.
스마트빌리지는 에너지공유·거래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한 리빙랩으로서 미래가치가 크다. 잉여전력을 세대간은 물론 인근 건물 및 커뮤니티와 거래함으로써 에너지불균형을 해소하고 커뮤니티의 에너지자립을 실현하는 시스템이다. 스마트빌리지의 에너지자립률을 최대로 끌어올린 것도 에너지공유·거래를 염두에 두고 잉여에너지를 만들기 위함이다.
에너지공유·거래를 위해 다양한 기술이 개발됐으며 현장에 적용돼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설계측면에서 에너지공유커뮤니티 계획·설계기반기술이 적용되며 에너지연계시스템 차원에서 커뮤니티 내 에너지연계 및 공유최적화 기술이 개발됐다. 또한 운영·관리측면에서 에너지공유플랫폼 통한운영·관리시스템 및 보급모델 개발이 이뤄졌으며 실증을 위한 별도 기술들이 개발됐다.
구체적으로 설계단계에서는 △신축·기존건축물 유형별 에너지부하 패턴 및 에너지밸런스 분석기술 △커뮤니티 내 통합에너지관리 네트워크 기술 △커뮤니티 최적 설계지원 DB 등이, 에너지연계시스템을 위해 △커뮤니티 내 복합에너지시스템 설계안 및 효율향상 방안 △커뮤니티 내 피크부하 관리를 위한 ESS활용기법 등 세부기술이 마련됐다.
또한 운영·관리단계에서 △에너지공유플랫폼 구성기술(빅데이터 및 블록체인 기술) △에너지공유플랫폼 운영 및 관리시스템 △에너지공유플랫폼 활용 에너지거래·공유모델에 대한 사업타당성 평가기술 등이 개발됐으며 실증을 위해 △에너지자립형 커뮤니티 건축물 부동산가치평가기준 수립 △에너지공유플랫폼을 통한 에너지공유·거래사업 지원 TOC 구축 △에너지공유플랫폼 연계 에너지설비 및 EV리빙랩 실증 등이 마련됐다.
이를 통해 건축물의 용도·현황에 따른 에너지부하 최적화와 생산·소비량을 예측하고 커뮤니티 단위로 네트워크화 함으로써 공유가능한 자원을 파악할 수 있다. 이후 빅데이터·블록체인을 활용해 효과적·안정적으로 거래하는 시스템이 에너지공유·거래 플랫폼이다.
현재 스마트빌리지의 에너지인프라와 기본적인 플랫폼이 갖춰진 만큼 향후 데이터를 모아 플랫폼에 관련기술을 적용,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사업모델을 도출해 운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빌리지에서 나아가 에너지자립이 어려운 도심 속 고층건물 역시 커뮤니티 단위에서 에너지자립을 달성함으로써 스마트한 탄소중립도시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