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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설비유지관리자 양성교육을 반대한다”

기계설비유지관리자協 추진委, 국회입법청원 추진

임시기계설비유지관리자를 정규기계설비유지관리자로 전환하겠다는 정부방침에 반대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한국기계설비유지관리자협회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국토부 방침에 대해 현장의 기계설비유지관리자들을 대표해 반대입장을 밝히는 한편 유지관리자들 서명을 받아 대통령실 청원과 국회국민입법청원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20년 기계설비법이 제정돼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에서는 건물의 규모별로 초급~특급 자격의 기계설비유지관리자를 선임하도록 의무화됐다. 기계설비유지관리자는 기계설비와 관련된 산업기사 이상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하고 자격별로 실무경력을 보유하도록 돼 있다. 법 제정 당시 관련 인력 부족으로 인해 국가기술자격이 없는 사람들은 임시기계설비유지관리자 수첩을 발급받아 등급과 관련없이 근무하던 곳의 유지관리자로 선임돼 2026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유예해 줬다. 



그러나 국토부에서는 지난해 11월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개선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임시기계설비유지관리자를 별도의 교육 시험제도를 통해 정규 기계설비유지관리자로 전환해 주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처럼 국토부에서 임시 유지관리자를 양성교육을 통해 정규 유지관리자로 전환하고자 하는 배경에는 현재까지 배출된 초급~특급 기계설비유지관리자 수첩보유자가 법에 의해 유지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는 건물의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근본적으로 기계설비법을 현실에 맞지 않게 잘못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추진위의 관계자는 “현재 선임된 임시 유지관리자들 중 상당수는 기계설비분야와는 상관없는 행정직이나 타 직무 종사자들도 많은데 양성교육 교육시험을 통해 정규 유지관리자로 전환해 준다면 기계설비유지관리자라는 전문 기술자로서 정체성 자체가 크게 흔들릴 우려가 있다”라며 “그동안 현업의 많은 기계설비유지관리자들이 법에 따라 등급 인정에 필요한 국가기술자격을 갖추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기계설비분야에 대한 아무런 기술자격증도 없고 실무경험도 없는 사람들을 정규 유지관리자로 전환하겠다는 국토부의 방침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실 무시한 유지관리자자격 인정기준

현재 기계설비시설관리분야에서 가장 많은 기술자격증은 에너지관리기능사와 공조냉동기계기능사로 알려지고 있다. 두 자격증은 건물의 냉방과 난방을 위한 핵심설비인 냉동기와 보일러를 운전하기 위한 기초 자격증으로 일상생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 운전면허증을 취득해야 하는 것처럼 건물에 설치된 냉동기와 보일러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에 의해 공조냉동기계기능사와 에너지관리기능사 이상의 기술자격을 취득해 관리자 또는 조종자로 선임하도록 돼 있다.

물론 보일러와 냉동기의 용량이 커지게 되면 산업기사, 기능장까지 상위 기술자격을 취득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중~소형 건물들이 많다 보니 현업에서는 기능사가 가장 많은 기술인력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에너지관리와 공조냉동기계의 자격등급별 취득자 현황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전체 기술인력 중 기능사가 절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수십년간 기능사들이 수많은 건물에서 보일러와 냉동기를 운전하며 기계설비 유지관리자로서 업무를 묵묵히 수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기능사는 초급~특급의 책임기계설비유지관리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기계설비유지관리자 자격등급을 산업기사 이상으로 무리하게 맞추다보니 현장에서는 수십년동안 실제로 기계설비를 운전해 온 수만명의 기능사 기술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계설비유지관리자의 부족 사태를 초래하고 있으며 기계설비분야 업무특성을 충분한 고려없이 현실에 맞지 않게 유지관리자의 자격인정기준을 만들어 놓았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양성교육, 기계설비법 근본 취지 훼손 

기계설비법은 그동안 아무런 기술자격이나 실무경험이 없어도 아무나 기계설비를 운전하던 열
악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일정한 기술역량을 지닌 기계설비유지관리자에 의해 기계설비가 효율적으로 운전, 관리되도록 해 설비의 수명 연장 및 에너지절감을 이룰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소정의 교육 및 시험을 통해 임시유지관리자를 정규유지관리자로 전환해 주고자 하는양성교육이 실시되면 기계설비에 대한 최소한의 기술자격이나 실무경험이 없어도 학력과 교육 
점수를 통해 일정 점수만 충족하게 되면 초급~특급의 기계설비유지관리자 자격을 인정받게 된다. 

현재 선임돼 있는 임시유지관리자 중 상당수는 초급을 인정받지 못한 기능사들도 있지만 이외의 나머지는 그저 시설관리 현장에 근무하고 있는 타 직종, 관리소장, 전기안전관리자, 행정, 경리, 사무직, 심지어 경비원이나 학교 선생님까지 종사자로 선임돼 있다. 해당 시설에 근무하면 서류적으로 기계설비 담당이라고 표기만 하면 누구나 임시유지관리자로 선임돼 있는 상황이다. 

추진위의 관계자는 “설령 양성교육을 통해 정규유지관리자 등급을 받더라도 실제 기계설비업무를 할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현재 본업인 다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저 서류로만 선임 신고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기계설비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없고 실무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양성교육을 통해 정규 유지관리자로 선임되게 된다면 기계설비유지관리자의 기술력과 정체성은 급격히 낮아질 것”이라며 “국가기술자격이 없어도 학력과 교육 점수로도 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노력이 급격히 줄어들게 될 것이며 일단 선임이 되고 나면 일정 시간이 지나 승급교육만 받으면 상위 등급을 취득하게 되는 교육장사로 변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기계설비유지관리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다 보니 현실에 맞지 않는 기준과 정책들이 숱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계설비유지관리자의 등급 인정에서 건설기술인자격을 국가기술자격에 포함시킨 것과 유지관리자의 비상주 선임 절차가 다른 국가기관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추진위의 관계자는 “국가기관인 교육청은 각 학교에 기계설비유지관리자의 비상주 선임 예산을 편성, 집행하면서 법에서 허용되지도 않은 기계설비유지관리자의 비상주 위탁선임이라는 일탈행위에 앞장서고 있다”라며 “몇몇 단체나 협회, 타 정부 부처의 입김에 의해 기계설비유지관리자의 영역이 크게 휘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유지관리자의 양성교육 반대와 관련해 현장의 기계설비유지관리자들의 의견을 모으고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라며 “기계설비유지관리자협회 추진위원회와 한국에너지관리기능장협회, 한국에너지기술인협회, 기계설비유지관리자의 온라인 카페 가냉보열 등이 주축이 돼 유지관리자들의 서명을 받고 있으며 대통령실 청원과 국회에 국민입법청원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