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건물 에너지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열재별 물성을 고려한 경시변화 측정방법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단열재의 경시변화 측정 시 KS M ISO 11561에 따라 장기 열전도율을 측정하고 있다. 이 기준은 ISO 11561 조항에 따라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모든 단열재는 물성에 관계없이 슬라이스법 기반의 경시변화 측정방법을 따르고 있다.
ISO 11561은 장기 열전도율 측정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측정방법은 표면을 보존한 상태에서 두께와 무관한 열전도율을 측정하기 위해 10mm 두께의 단열재를 잘라낸 후 충분한 수의 잘라낸 자재를 쌓아 적층한 형태의 시편을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슬라이스법을 적용할 경우 기포층을 유지해 단열성능을 지속케하는 면재를 제거하게 된다. 이러한 형태의 단열재는 발포제가 자재 내부에서 기포층을 유지해야 단열성능이 유지되며 면재가 없으면 기포층이 유지될 수 없다.
ISO 11561, 열경화성 단열재 시험 부적합 암시
ISO 11561은 단열재에 대한 경시변화 측정과 관련해서 부속서를 통해 슬라이스 시험법에 대한 일부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부속서 A에는 슬라이스 시험법이 고밀도 표면층이나 면재 등이 있는 단열재의 경우 발포제의 확산계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
반면 발포가스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빨리 공기 중으로 증발되는 성질을 지니는 EPS, XPS 등 열가소성 소재 등에는 슬라이스 측정법이 유용한 측정법이다.
또한 ISO 11561의 부속서 B.1에는 ‘슬라이스 시험법은 표면을 처리하지 않은 균질한 재료에 대한 시험법으로 개발된 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험방법은 아니라고 설명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가스 이동과 확산계수 등 단열성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표면층의 면재 등이 불균질해 이를 제거한 후 시험하고 있는 슬라이스 측정법은 표면이 균질한 열가소성 소재에는 적합하더라도 표면이 불균질한 열경화성 단열재에는 적합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부속서 B.4에는 상승온도 시험절차에 대한 소개와 함께 국가별 표준에 따라 설정된 온도조건, 기간 등에 대한 조건이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다.
실제 부속서 B.3에는 유럽의 경우 70℃ 조건에서 63일간 전처리 후 경시변화를 측정하는가 하면 북미는 60℃에서 90일간 전처리를 실시한 후 경시변화를 측정하고 있다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3℃, 50%RH 조건에서 91일간 전처리한 후 경시변화를 측정하고 있다.
반면 유럽은 EN 13165와 EN 13166 등의 규정을 통해 우레탄 및 PF 단열재 등에 대해 고온 가속화 방법을 적용해 측정하고 있다.
유럽이 우레탄 및 PF 단열재 등에 실시하고 있는 고온 가속화 방법은 공통적으로 제품 원 두께, 면재 등을 포함해 샘플을 측정하며 제품의 손상없이 면재와 표면 고밀도층의 영향을 감안한 방법이다. 70℃, 175일간 건조를 통해 열전도율을 측정값과 조건별로 보정값을 더해 25년 후 열전도율 예측값으로 산출하고 있다. 다만 PF 단열재는 고온 가속화 방법에서 110℃에서 2주간 건조 후 열전도율을 측정하기도 한다.
유럽은 독립기포율 10% 이상의 균질한 제품이면서 슬라이스 각 밀도 차이가 10% 미만인 단열재에 대해서만 슬라이스 측정법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면재가 포함된 복합재료 단열재는 슬라이스 시험법에 따른 경시변화 측정을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신 발포제 종류가 HFC, 펜탄, IPC계열 등의 발포제를 사용하는 동시에 독립기포율이 90% 이상이면서 밀도 30kg/m³ 이상, 압축강도 100kPa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단열재에 대해 고온 가속화 방법을 적용토록 하고 있다.
EN규격의 고온 가속화 방법은 면재 및 표면층을 포함한 원두께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실제 단열재의 구조를 유지, 측정하고 있으며 완제품 형태로 면재 및 표면의 가스 확산의 저항성 등을 고려하고 있다.
고온 가속화 방법, 열경화성 소재 경시변화 측정 적합
지난 2020년 KCL이 국내의 한 기업과 공동으로 EN 13166과 KS M ISO 11561에 규정된 PF 단열재의 장기 단열성능을 측정한 결과 3년간 실측한 결과값이 EN기준에 따른 고온 가속화 방법에 따른 경시변화 측정값과 근접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KS M ISO 11561에 따라 경시변화를 측정한 결과는 실제 측정된 단열성능 결과와 큰 차이가 났다. ISO 11561을 준용하고 있는 KS기준에 따른 우리나라의 경시변화 측정방법의 신뢰성이 의심받기 충분한 대목이다.
또 다른 사례로 유럽기업인 킹스판이 직접 생산한 PF 단열재를 지난 1997년 적용한 건물에 2009년까지 실제 열전도율 측정을 시도한 결과 PF 단열재의 열전도율은 10년 이상 지난 후에도 0.0199W/m‧K로 장기 단열성능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킹스판은 샘플 확보 시 네덜란드의 어느 건물 벽체에서 채취한 PF 단열재를 600☓600mm 크기로 채취한 후 파손된 부분을 피해 300☓300mm 크기로 재단했으며 전처리 시 오븐 건조없이 23℃, 50RH 항온항습 조건에서 9일간 전처리 후 측정했다.
또한 김진희 공주대 교수는 지난해 열린 외단열 건축기술 세미나를 통해 ISO 11561과 EN 13166 등에 따른 장기 단열성능 변화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김 교수는 당시 두 시험방법에 따른 EPS, XPS, PIR-1 등의 열전도율 변화는 큰 차이가 없으나 PF, PIR-2 등의 단열재의 열전도율 변화는 상당했으며 이는 상대적으로 독립기포율이 높은 PF와 PIR-2 단열재의 슬라이싱에 의한 영향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김진희 교수는 PF, PIR-2 등이 갖는 Closed-cell 특성으로 인한 독립기포율, 면재 유무, 발포제 특성 등에 따라 열경화성 단열재는 고온 가속화 방법이 경시변화 측정방법으로 적합하다는 결론을 냈다.
유럽 역시 오랜 시험 데이터 등을 축적한 결과를 기반으로 고온 가속화 방법 등을 적용해 PF, 우레탄 단열재 등에 대한 경시변화를 측정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제표준인 ISO 부합화 원칙에 입각하고 있어 단기간 내 단열재별 물성을 감안한 기준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실험과 사례 등을 통해 단열재별 물성 특성을 감안해 경시변화를 측정해야 함이 증명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EN 기준 등이 국제 규격화될 경우 단열재 물성별로 각기 다른 경시변화 측정방법을 적용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실험과 데이터 등에 기반한 고온 가속화 방법이나 슬라이스 측정법 등은 건물에너지를 측정하고 관리하는데 가장 기본요소인 단열성능을 실제와 근접하게 측정하는 방법이지만 소재별 물성을 고려해 서로 다른 측정방법을 적용할 경우 이종소재 단열재간 성능비교를 동일 선상에서 하면 맞지 않을 수 있으므로 별도의 기준마련, 연구 등이 필요하다.
나아가 건물에너지의 지속적인 성능 구현을 감안할 때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에서 단열재별 각기 다르게 요구되는 장기 단열성능 기준 마련을 통해 건물부문 탄소중립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