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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모듈러 패시브하우스 ‘맑음’

평창 미디어레지던스호텔, 모듈러 E성능 확보


모듈러주택이 아파트 수준을 뛰어넘었다. 지난달 동계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으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평창에 모듈러공법을 적용한 호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미디어레지던스호텔은 국내외 기자단이 거주하는 곳으로 시설성능과 함께 쾌적성을 확보해 만족도가 높았다.


이를 설계·시공한 포스코A&C(사장 신승식)의 김용호 G&S사업지원그룹 매니저는 “조직위원회가 세계 각국을 다니며 올림픽을 개최해 여러 건물을 접했지만 역대 최고수준이라며 상당히 만족해했다”고 전했다.

모듈러주택은 향후 지속적인 성능개선 연구개발이 진행될 전망이어서 조만간 패시브하우스 수준에 도달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레지던스에 적용된 건축·설비사례를 토대로 향후 모듈러공법의 가치와 전망을 분석해 본다.

모듈러, 비용·환경효과 높아
모듈러공법은 공장에서 주택의 구성품 대부분을 제작하고 현장에서 기초공사 후 조립하는 형태의 건축공법이다. 모듈러공정과 현장공사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어 공기단축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 모듈러공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PMC(Permanent Modular Construction) 공법은 공장생산 후 현장에 설치하는 기본개념은 같지만 별도의 외부마감공정 등이 필요하므로 해당 부지에 영구적으로 건축물을 존치시킬 경우 적합하다.

PMC는 일반 철근콘크리트 공사대비 약 50%의 공사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대량생산에 의한 원가절감과 건축의 공업화 측면에서 균등한 품질확보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한편 RB(Re-locatable Building)공법은 공장에서 완제품수준의 주택을 생산하고 현장에서는 적층 및 연결작업만 수행하면 건축물로 기능할 수 있는 공법이다.

현장공사에서 별도 마감작업이 없거나 적고 해체 시 손실부분이 최소화돼 수차례에 걸쳐 부지를 이동해 재설치가 가능한 특징이 있다.

RB타입은 공기단축, 대량생산에 따른 원가절감 등 비용면에서 효율적이며 수요에 따라 이동할 수 있고 해체 시 콘크리트폐기물 등이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컨테이너형태의 건물이 대부분이어서 열적성능, 쾌적성, 제품 및 시공상 하자 등이 문제돼 왔다. 이번 평창에 적용된 사례는 기존의 문제점을 대부분 보완한 것으로 평가된다.


평창 모듈러, 호텔·기숙사로 재활용
평창 미디어레지던스 호텔은 RB타입이 적용됐다. 객실 300개를 공장에서 제작해 유닛화하고 이를 현장으로 옮겨 적층 및 연결해 구성한 건축물이다. 착공 8개월 만에 로비층이 포함된 4층 건물 3개 동이 완공됐으며 모듈러제작 중 터파기와 기초공사를 진행해 일반적인 철근콘크리트공법으로 건축했을 때보다 약 18개월을 단축했다.

가장 큰 특징은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통상 올림픽 등 국제행사에 활용된 건축물은 사후활용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미디어레지던스 호텔은 300개의 객실을 분리·해체해 다른 곳에 다시 쌓기만 하면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미 동계올림픽행사 이후 호텔·기숙사로 활용하도록 관계기관·기업·사학재단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보다 성능↑
그간 모듈러공법을 적용한 건축물은 몇몇 사례가 있지만 이번 모듈러호텔이 의미를 갖는 것은 성능부문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컨테이너 형식이어서 사실상 주거공간으로 활용되기 제한됐으며 디자인이 강조돼 상업시설로 사용하거나 현장사무소 등 임시건물에 실용성 차원에서 활용됐다. 주거용도는 성능·하자문제가 많아 선호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듈러호텔을 구성하는 각 RB유닛은 건축적 성능을 확보하고 이동 후 재사용 특성이 있어 지금까지 사례와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단열은 글라스울 외단열을 적용했다. 열관류율이 0.15W/㎡K로 전국의 건축기준을 만족하며 1시간동안 화재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공동주택의 내화기준을 충족한다. 창호는 고성능 시스템창호를 설치했다.

외단열, 열교차단재로 열손실을 줄이고 기밀테이프 등을 사용해 50pa 압력에서 시간당 공기교환율 2.2회의 기밀성능을 보인다. 패시브하우스 기준인 0.6회에는 못미치지만 일반공동주택의 2.6회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유닛은 기둥과 스터드* 사이에 일반적인 단열재를 설치하고 글라스울로 외부를 감싼 뒤 고내식 합금도금강판인 PosMAC으로 마감했다.

정찬우 R&D지원반 팀장은 “건축기준을 만족하기 위해 단열·열교·기밀에 공을 들였다”라며 “패시브하우스, 스틸하우스가 우수한 성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번 모듈러주택은 두 가지의 장점을 모두 집약하는 것으로 가장 고도화된 기술”이라고 밝혔다.

*스터드: 간벽기둥. 기둥과 기둥 사이에 보조적으로 세우는 수직재를 말한다.

캐스케이드 중앙난방 적용
RB유닛은 주거·호텔로 사용되는 만큼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 창을 크게 냈다. 이에 따라 에너지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형 난방방식을 활용했다.

쾌적성을 위한 바닥난방을 적용했으며 각 동별로 보일러실유닛 1실을 설치하고 캐스케이드시스템을 적용했다.

메인배관은 유닛화돼 공장에서 4.5m, 6m로 잘라 연결커넥팅 가능하도록 그룹조인트 등을 만들었다. 현장에서는 적층된 객실 위에 얹고 배관을 체결하게 된다. 최상층인 4층에 횡배관형태로 위치하며 수직으로 각 실에 난방열을 공급한다.

배관라인은 위·아래가 분리돼 해체할 때도 연결부만 풀면 해체해 싣고 이동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은 급탕·공조도 마찬가지다.

냉방은 개별냉방으로 시스템에어컨이 설치됐다. 미디어레지던스에는 동계기간이기 때문에 냉매배관 연결은 하지 않았지만 올림픽 후 재활용 시 사용을 위해 실내기와 냉매선배관이 공사돼 있다.

환기는 자연급기에 강제배기를 적용했다. 창호로 자연급기하며 화장실에 위치한 디퓨저를 통해 배기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다만 전열교환기나 미세먼지차단을 위한 헤파필터 등은 적용되지 않았다.

이정훈 기계팀장은 “전열교환기시스템도 적용이 가능한 구조지만 이번 유닛에서는 관리차원에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자연급기 강제배기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RB유닛에서 설비부문의 가장 큰 특징은 수직배관 구조로 각 세대마다 PD(Pipe Duct)박스에 모든 배관이 모여있다는 점이다. 통상 호텔·공동주택에서 시설물 보수를 위해서는 라인을 끊어야 하는데 수평배관일 경우 층 전체를 통제해야 한다.

미디어레지던스의 RB유닛들은 수직라인만 단절하면 되고 한눈에 설비들을 볼 수 있어 유지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배관의 관경이 동일하게 설정된 것도 특징이다. 통상 시작배관은 관경을 크게 잡고 끝나는 쪽은 작게 설정하는데 RB유닛은 어떤 유닛이 위·아래에 위치할지 모르기 때문에 최적관경을 찾아 이를 기준으로 전체 배관의 사이징을 동일하게 적용했다.

열원으로는 LPG를 이용한다. LPG 저장탱크도 패키지모듈화돼있으며 4.5톤 탱크에 메인배관을 연결해 보일러실로 올려주는 구성이다. 도시로 이동해 LNG를 사용할 경우에도 노즐만 교체하면 사용이 가능하다.



RB타입 기술, ‘세계적 수준’
국내 모듈러시장은 2000년대 사업이 시작돼 최근 약 1,200억원 규모로 분석되고 있다.

초기에는 군사·학교시설과 저층주거지 및 해외수출 등으로 활용되다 최근에는 중고층주거와 기숙사·호텔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시장은 포스코A&C, 유창, 금강공업, 스타코 4개사가 공업화주택 인정제도에 따라 승인된 업체로 활동해 대부분의 물량을 담당하고 있다.

해외시장의 경우 영국·미국·일본의 시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은 2000년대 후반부터 교육·병원 등을 중심으로 고정형모듈러건축물이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약 4조2,000억원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미국도 의료·기숙사·제조·공공시설을 중심으로 약 5조5,000억원, 일본은 조립식주택을 중심으로 6조5,000억원의 시장으로 추산된다.

기술력 측면에서는 영국 유나이트(Unite), 미국 트리엄프(Triumph), 일본 세키스이하임(Sekisui Heim) 등 선발업체대비 50% 수준으로 평가된다. 다만 대부분 PMC타입에 경쟁력을 갖고 있어 재활용이 가능한 RB타입부문에서는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사회·환경적 의미↑
UN이 미래의 핵심트렌드로 기후변화 대응을 제시한 가운데 모듈러공법, 특히 재활용이 가능한 RB타입은 건축부문에서 의미가 크다. 자원을 자활용하고 건설폐기물을 줄일 수 있어 LCC관점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에너지측면이다. 현재 상당한 발전을 이뤄 일반건축물에 비해 성능이 크게 개선됐지만 기밀성을 높일 기술적여지가 남아있고 열회수환기장치 등을 설치하기 위한 경제성확보 문제도 해결해야 할 전망이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건축시장의 불투명한 경제구조를 투명화하는 의미도 크다. 제조업과 같이 건축물을 공장에서 제품처럼 생산하기 때문에 가격·서비스구조가 체계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RB유닛의 개발에 따라 한 층 도약하게 된 모듈러건축이 향후 얼마나 발전해 사회적으로 의미를 갖게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