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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

[kharn·한국패시브건축협회 공동기획] 고품질 건축을 위한 설계기준 ‘코드(code)’ ③ 일본의 코드체계

日, 다원적·집합적 코드체계
설계코드 없이 美·獨 체계와 유사

일본의 건축관련 법체계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점이 많다. 우리나라 건축법이 일제 강점기 도입된 ‘조선시가지계획령’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축업계의 세세한 기술과 적용방법을 상세하게 기술한 일관된 코드체계가 부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건축의 품질을 따져본다면 차이가 드러난다.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건축물구조의 강도, 내구성 및 결로·곰팡이 발생 등의 하자 측면에서 훌륭하다고 알려져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건축기준 개선과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방향에 참고할 점이 많다.

일본 건축법, 상세·방대하게 다뤄
일본의 건축관련법 중 최상위 법은 건축기준법이며 하위에 건축기준법 시행령, 건축기준법 시행규칙을 두고 있다.

건축기본법 제1조는 ‘건축물의 부지, 구조, 설비 및 용도에 관한 최저 기준을 정하고 국민의 생명, 건강 및 재산보호를 도모하고 있는 공공복지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일본의 건축기본법은 ‘최저기준’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는 사유재산 보호를 높은 가치로 보기 때문이기도 하나 법이 정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는 간접적인 의사표시기도 하다. 건축법은 최소한의 기준만을 제시하고 품질확보는 전문가의 몫이라는 것이다.

건축사체제도 건축사, 2급건축사, 목조건축사로 세분화하고 있어 기술적 체계 역시 잘 정리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자격을 속이거나 자격증을 임의로 타인에게 대여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 건축사법의 가장 앞에 기술될 정도로 규제도 강하게 적용하고 있다.

체계는 우리나라와 같지만 내용이 더 방대해 별도의 건축코드가 없는 대신 법률로 세밀한 규정을 다루고 있다.

이 중 건축물에너지절감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일본의 건축물 에너지절약설계에 관한 규정은 별도의 ‘에너지정책기본법(2002년)’에서 방대하고 상세하게 다룬다. 이것을 기본으로 한 뼈대는 [표]와 같다.

기본법을 근거로 일본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건물부분의 제도가 ‘탑러너(Top-Runner)’ 프로그램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고효율기자재운영제도와 유사하게 주로 전기, 전자부문의 제품군에 에너지효율 목표를 제시하고 일정 기간 내에 목표성능을 맞추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 포함된 제품군의 범위는 매우 넓어 승용차부터 비데에까지 이른다.

건물의 경우 2005년부터 연면적 2,000㎡ 이상의 건축물은 에너지효율화계획서(우리나라의 에너지절약계획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한 액티브중심의 건물에너지절감 정책을 펴온 나라답게 일치감치 BEMS 도입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해 오고 있다. 건축자재 쪽에서도 창틀과 유리에 단열성능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해두고 있다.

설계자료집, 자발적 사회확산
그럼에도 미국이나 독일처럼 각종 코드체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않아 열람하기가 불편하고 특별히 참고할 만큼의 주된 내용도 보기 쉽지 않다는 점은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이와 같이 통상적으로 일본의 건축법을 이야기할 때 거론되는 내용에 따르면 설계코드가 없이도 법률로 상세하게 규정하면 설계·시공하자를 막을 수 있다고 오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유럽, 미국과는 다른 독특한 시스템이 설계코드의 역할을 하면서 품질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공업규격인 JIS, 건축설계자료집성, 건축설계상세도집, 특유의 도제식 교육이 합쳐져 설계코드를 구성한다.

풍부하게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각 학계과 산업계에서 건축에서 하자가 발행하지 않게 하는 기본적인 설계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인력이 진입하더라도 이와 같은 내용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비슷한 법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현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고의 빈도, 강도 및 각종 비리의 양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다.

물론 해당 자료집도 매년 새로운 기술을 반영한 개정판을 지속적으로 발간한다는 사실도 이러한 시스템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특히 건축설계자료집성은 일본건축학회에서 발간한 것으로 1937년 학회지의 연재물로 시작해 1942년 총 3권으로 첫 출판됐고 이것이 1973년과 1983년 대개정을 거쳐 2001년까지 총 14권 3,200여 페이지로 발간되고 있다.

특히 1986년부터 발간된 소형건축설계설계자료집성은 건축설계자료집성과 목차는 같지만 중소형건축물을 중심으로 새롭게 내용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의 내용은 미국 건축사협회에서 발행한 코드인 American Graphic Standard와 유사한 면이 있다. [그림]은 건축설계자료집성의 일부 내용이다.

사회·환경특성, 건설산업에 영향
결론적으로 일본의 건축제도는 우리나라와 틀이 같으며 별도의 건축설계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본은 건축하자가 매우 적고 건축분야에서 일찌감치 선진국으로 자리잡았다.

원동력은 수십년간의 정보·자료가 축적된 각종 규격, 자료집, 기술집이 건설업계 전반에서 활용되며 설계코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체계가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일본 특유의 환경·문화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지진이라는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를 일찍부터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별도의 건축설계기준이 없어도 건축설계에서 기본적인 품질을 유지해야만 했다.

다른 측면에서는 타인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고 신세를 지지 않으려는 특유의 문화가 건축에 녹아들었다고 분석된다. 이에 따라 설계사무소, 시공회사가 일정수준 이상의 품질을 확보하는 관행이 꾸준히 유지됐다. 물론 이와 같은 배경에는 적정설계비, 적정시공비가 바탕이 된다.

다른 요인은 2급건축사의 숫자가 매우 많아 업계전반적으로 수준이 높다는 점이 있다. 일본은 자재판매상 영업직원도 대부분이 2급건축사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건축자재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과 적용방법에 깊은 이해를 갖고 판매하기 때문에 설계자가 해당 자재를 사용하고 응용하는데 있어 기본적 규범을 비교적 잘 지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일제 강점기 이후 우리나라는 일본의 건축제도를 거의 그대로 가져오면서 유사한 제도를 운영했지만 이후 걸어 온 길은 사뭇 달랐다.

다음 연재에서는 유럽, 미국, 일본의 설계코드 또는 이와 유사한 시스템과 비교한 국내의 현상진단과 발전방향에 대해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