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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

[kharn·한국패시브건축협회 공동기획] 고품질 건축을 위한 설계기준 ‘코드(code)’ ④ 한국의 건축기준

건축학회, ‘코드마련’ 착수
국내 건축하자분쟁↑…기준 없어 공정성 시비

미국·유럽·일본 등 건축선진국으로 평가받는 나라들은 자국의 실정에 맞는 설계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국가의 설계기준 발달은 전문화되고 다양화되는 건축디자인에서의 오류를 줄이고 나아가 건축물에서 벌어지는 각종 하자 중에서 설계분야의 하자를 줄이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그러나 근간에는 현대건축으로 넘어 오면서 급격히 많아진 건축관련 하자 소송이 있었다.

 

하자 법적분쟁↑…설계기준 ‘열쇠’

건축물의 하자는 크게 설계하자와 시공하자로 나눌 수 있고 소송과정에서 이를 명확히 구분해 내야 한다. 결과에 따라 책임소재가 갈리는 만큼 이를 판단할 기준이 없다면 누군가 억울한 경우가 많아 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공동주택 위주로 건축물 하자분쟁이 발생했는데 이해당사자 간 의견차이가 첨예할 경우 국토교통부 산하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2016년 한 해에만 3,880건의 공동주택 하자조정신청이 있을 만큼 수요가 대단히 많으며 일반 건축물로 이러한 조정신청 분위기가 확산될 경우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시공상의 하자는 표준시방서에 근거해서 판단했으나 설계상의 하자인 경우 건축법 위반 사항을 제외하고 ‘국가설계기준’이 없어 감정평가를 통해 시비를 가리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감정인의 판단에 따라 설계하자 여부가 갈리는 것이다. 그러나 감정인의 판단은 여러 가지 과거 자료와 개인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한 결론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공동주택 하자소송의 동향 및 합리적 분쟁대응방안’ 논문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두 위원은 “국내 건설감정은 감정사항의 과다 복잡, 주관적 판단의 개재, 과도한 감정가 등 본질적 한계를 갖고 있다”라며 “또한 전문지식 부족 등으로 감정단계에서의 정확한 감정사항 도출이 곤란하고 감정의 포괄위임 및 감정인의 낮은 전문성 등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현실이 법원감정의 공정성에 논란의 빌미가 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은 2015년 3월17일 ‘2015년 건설감정인 실무연수’를 실시하고 같은 해 11월30일 ‘건설감정료 표준안 마련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건설감정제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러나 두 위원은 같은 논문에서 “이와 같은 노력이 아직 본질적인 해결책으로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본질적 해결책은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설계기준’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구체성 확보한 설계기준 마련해야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시방서만 있어 왔다. 시방서는 문자 그대로 시공의 방법을 정리한 것이며 이는 설계도서를 적합한 방법으로 구현함으로써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품질을 확보하는데 목적이 있다.


예를 들어 콘크리트 구조를 만들 때 지켜야할 최소 외기온도를 규정하고 부득이하게 이를 맞추지 못할 경우 양생조건, 양생기간 등을 정의해 놓고 있다.


골조에 균열이 발생했을 경우 이 시방서의 내용에 맞지 않는 시공방법을 택했다거나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는 당연히 ‘시공상의 하자’로 판단할 수 있다. [표]는 콘크리트 타설 후 하자여부를 가릴 수 있는 표준시방서 내의 항목이다.



하지만 표준시방서도 구조·방수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내용은 약식으로 기술된 경우가 많다. 즉 2,00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이지만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모두 담을 수 없다.


설계기준은 이러한 현장의 시공방법을 담고 있는 시방서와는 성격이 다르다. 설계기준은 독일·미국·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통상 디자인가이드라인과 유사하지만 보다 구체성을 갖고 있다.


구체성이 떨어지는 시방서를 기준으로 삼는 것보다 설계기준을 토대로 판단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이유다.


그러나 구체적 설계기준을 보유하지 못한 우리나라는 설계사무소에서 생산되는 도면에서의 기술적 결정이 경험에 의존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새로운 기술이나 디자인을 적용하더라도 참고할만한 것이 모두 해외의 기준뿐이어서 우리나라의 기후·현장에 적합할지, 또는 다른 문제가 없을지 등 모든 판단을 개인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최근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아래 저에너지건축물을 장려하고 있지만 외단열재 적용 시 방수층과의 관계, 열교를 줄이기 위한 방법 등을 정리한 문서가 없다.


즉 법적 단열재두께는 계속 두꺼워 지고 허가기준도 까다로워지고 있으나 과거의 경험으로 강화된 기준을 맞춰 설계가 되다 보니 현장과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그림]과 같이 매트기초에서의 외단열의 구성도와 함께 각 재료가 그 위치에 사용된 이유, 이를 대체하기 위한 방식과 소재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정리해 놓은 기준이 있다면 완공 후 하자를 근본적으로 저감시킬 수 있으며 혹여 다툼이 생겼을 때 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설계기준이 세워지면 설계사무소의 상세도면이 기준에 적합한지의 여부도 쉽게 가릴 수 있게 된다. 결국 모든 것은 건축주와 국가의 이익으로 이어진다.


설계디테일 정립 ‘착수’

건축설계기준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있어왔으나 아직까지는 ‘건축구조 설계기준’만 나와 있는 상태다.


하지만 최근 건축기준의 원활한 제·개정 및 보급을 통한 건축기술의 실용화 구현을 목표로 한국건축기준센터가 대한건축학회 산하에 설립되면서 설계기준 제정과 개정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2017년부터 ‘Code별 전문위원회(Working Group)’를 모집해 활동하고 있다.


이와 같은 건축설계기준은 워낙 방대한 양이고 한 국가의 건축설계를 모두 망라한 내용이기에 결과 도출이 쉽지 않겠지만 시도를 할 수 있는 조직과 비전이 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거대한 내용을 끝까지 내실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동력확보가 필요하다. 국가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일인 만큼 이를 위해 정부의 건축관련 연구예산의 대폭 투입이 필요하다.

이번 조치로 선진국 수준의 구체적인 설계기준이 정립될 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도 데이터에 근거한 설계코드를 보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