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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기술協 '공문서 위변조 의혹' 논란

국표원 공문 중 불리한 ‘3줄 삭제’ 후 발송
관계당국, 진위파악 나서…“법령따라 처리”

한국설비기술협회가 공문서 위변조 의혹 논란에 휩싸였다. 설비기술협회는 국가기술표준원이 2016년 1월7일 발송한 ‘KS-단체표준 유사·중복 인증품목 정비 협조요청(표준정책과-18)’이라는 제목의 공문에서 일부 내용을 삭제·추가해 기업들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공문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이 KS와 단체표준의 중복성 해소를 추진하기 위해 설비기술협회가 각 기업들에게 KS 또는 단체표준 전환동의서를 받아 제출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국표원의 원본 공문은 3번 항목에 2016년 1월20일까지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관련 법령에 따라 단체표준 심의회를 개최해 단체표준등록 취소 등을 취할 예정이니 적극 협조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설비기술협회가 열회수형환기장치 및 자동온도조절시스템 관련기업에게 전달한 공문에는 동의서 미제출 시 단체표준등록 취소 등을 취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삭제됐다. 기업들이 수신한 공문은 제목, 문서번호, 날짜, 담당자 등이 국표원의 원본 공문과 일치하지만 일부 내용이 삭제되면서 2페이지 분량이 1페이지 분량으로 줄었다.

 

또한 붙임문서인 ‘정비대상 단체표준 목록’의 제목에 원본에는 없는 ‘(KS폐지)’ 문구를 추가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KS폐지 유도’ 전적, 위변조 의혹 증폭

앞서 설비기술협회는 KS와 단체표준이 중복됐다는 심의회의 결정을 받고도 단체표준을 존치시키기 위해 부적절한 동의서 내용을 구성해 접수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국표원은 인증제도를 KS 또는 단체표준 중 하나로 통일한다는 중립적 방향으로 정비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설비기술협회는 동의서 제목을 ‘KS폐지 동의서’로 정하고 KS를 단체표준으로 통폐합하는 것에 대한 ‘동의 또는 반대’ 의견을 물었다.

 


설비기술협회의 관계자는 “해당 공문의 붙임문서로 ‘정비대상 단체표준 목록’에는 단체명, 표준번호, 표준명, 폐지예정 KS 등으로 구분된 표가 있다”라며 “‘폐지예정KS’라는 문구가 명시된 만큼 국표원에서도 폐지를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국표원의 공문은 KS가 폐지되고 단체표준이 살아남으면 설비기술협회에 이익이 되니 동의서 접수업무를 설비기술협회에서 대신할 것을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KS폐지를 먼저 결정한 후에 업계의 동의서를 받는 업무처리 순서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밝힌 바 있으며 국표원의 관계자도 “KS폐지를 결정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국표원의 관계자는 “당시 공문발송 목적이 겹치는 부분을 정비해서 KS를 폐지하든, 단체표준을 폐지하든, 둘 중 하나 또는 모두를 개정하든 해서 중복성을 해소하자는 취지였다”라며 “붙임문서에 ‘폐지예정KS’의 의미는 KS를 폐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비대상인 해당 단체표준에 대응하는 KS를 나열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업계의 반발이 거세져 동의서 접수는 무산됐고 이후 인증제도의 통합은 흐지부지 됐다. 이에 따라 당초 ‘중소기업의 인증부담 완화’라는 제도정비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상황에 대해 “설비기술협회는 ‘단체표준등록 취소 등을 취할 예정’ 등의 문구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비기술협회가 동의서의 제목을 ‘KS폐지 동의서’로 정하고 발송했는데 ‘단체표준등록 취소’ 등의 문구가 걸림돌이 됐기 때문에 삭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설비기술협회의 관계자는 “어떤 부분이 누락됐는지는 모른다”라며 “만약 누락됐다면 실수일 가능성이 있으며 의도가 없거나 이익을 본 사실이 없으면 법리적으로 위조에 해당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환기업계, “고의적 위변조”…국표원, “진위파악”

그러나 공문 내용 일부의 삭제 의혹이 논란을 일으킨 이후 붙임문서의 제목에 ‘KS폐지’ 문구가 더해진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실수 가능성’을 제기한 설비기술협회 발언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국표원의 공문을 전달하면서 보낸 설비기술협회 명의의 공문에서도 ‘국표원은 상기품목을 KARSE 단체표준으로 통합, KS를 폐지를 결정하였습니다’라고 명시한 점도 고의성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표원은 KS폐지를 결정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만큼 당국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 된다.

 

공문서 위변조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열회수환기협회의 관계자는 “고의성이 당연하고 악의적이다”라며 “내용을 삭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는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단체표준을 삭제할 수도 있다고 밝혔는데 이를 알았다면 KS표준 폐지에 동의하는 기업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해당 부분을 삭제하고 ‘정비대상 목록’에 KS폐지 내용을 추가함으로써 KS폐지가 이미 결정된 내용이라고 기업들을 오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설비기술협회는 단체표준을 존치시킬 수 있어 이익을 봤다는 설명이다.

 

국표원의 관계자는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있다”라며 “지난 10일과 11일 적합성평가과에서 설비기술협회의 특별사후심사를 진행했으며 현재 결과보고서를 작성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안의 진위를 확인하고 심의를 거쳐 적절성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며 “문제소지가 있을 경우 형법을 포함해 관련법령에 따라 사후조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한편 형법 제225조 ‘공문서 등의 위조·변조’에 따르면 ‘행사(어떤 일을 시행함)할 목적으로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문서 또는 도화를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열회수환기협회는 “공문을 위변조해 ‘KS폐지’라며 거짓을 유포했고 이를 통해 불법적 폐지동의를 받아 이익을 취했다”라며 “이는 산업표준화법, 형법, 민법을 위반한 것이며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헌법가치에도 벗어나는 만큼 앞으로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