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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명석 설비공학회 건축환경부문위원장(서울대 교수)

“레지오넬라 예방 위한 설비기술기준 마련해야”

건축물의 패시브·제로에너지화에 따라 기계설비산업이 변화를 겪고 있다. 갈수록 건물부하가 줄어드는 등 에너지절감 성과가 나오면서 기계설비의 용량도 작아지고 있다. 그러나 냉난방용수의 공급온도가 낮아져 대표적 기계설비관련 질병인 레지오넬라 발병 등 뜻밖의 부작용도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한설비공학회 건축환경부문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명석 서울대 교수를 만나 부작용 발생 배경과 예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최근 레지오넬라 관련 학술강연회를 진행했는데
2017년 말 질병관리본부의 레지오넬라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관리지침을 마련하는 내용이었다.


당초 냉각탑에서만 레지오넬라가 위험하다고 인식했는데 실제 조사해보니 급탕·급수시스템에도 많은 양이 검출됐다.


해외 사례를 조사해보니 선진국들은 관리지침에 기술지침을 포함함으로써 의학·생물학적 관점뿐만 아니라 공학적 차원으로도 관리하고 있었다. 미국은 ASHRAE, 영국은 CIBS(Chartered Institution of Building Services Engineers)에서 기술지침을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구용역의 결과로 관리지침이 체계화됐지만 여전히 기술지침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설비공학회가 나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강연회를 열었다.


■ 레지오넬라에 주목하는 이유는
레지오넬라균은 보통 폐쇄된 인공수계시설에서 발생하며 소독·살균 등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정체·오염된 물이 있는 환경에서 검출된다. 통상 20~45℃에서 증식하며 소독약품 없이 살균하려면 55℃ 이상의 수온이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건축부문에서는 녹색건축, 패시브하우스, 제로에너지빌딩이 화두가 되고 신재생에너지가 접목돼 냉난방시스템에서 수온을 점차 낮추자 그간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레지오넬라증의 발병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011년 28건(10만명당 0.06명)이 신고됐던 레지오넬라증은 2015년까지 45건으로 소폭 증가하다 2017년 198건(10만명당 0.38명)으로 급증했다. 2018년은 300건에 육박할 전망이다.


즉 미래형 냉난방시스템에서 레지오넬라가 유행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공학·시스템적으로 예방할 필요가 있다.


■ 발생원인은
현장에서 지역난방아파트 관리자들은 에너지비용 및 관리비절감 측면에서 용수공급온도를 낮추고 있어 병원균의 서식이 용이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조사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현재 20~30W/㎡의 부하는 45℃ 정도의 수온으로도 난방온도를 맞출 수 있으며 급탕도 43℃가 권장되고 있다.


또한 배관시스템의 전체길이를 길게 설계해 유속이 느려지고 불필요하게 말단(Dead End, Dead Leg)을 많이 마련해 둬 유체가 정체되는 경우가 많다.


■ 해결방법은
가장 간단하게는 온수온도를 높이면 되지만 앞으로의 냉난방시스템 발전방향과 에너지효율화 정책을 감안한다면 궁극적인 방안은 아니다.


다른 방법은 지역난방·중앙난방시스템에서 45℃ 수준으로 공급하되 세대별 열교환유니트를 설치해 계통을 분리하면 해결할 수 있다. 수온이 낮더라도 급탕회로의 길이가 짧으면 균이 서식할 수 없다.


즉 세대별로 열매체를 별도로 구성해 배관에 유입된 물을 바로바로 사용하면 된다. 유럽에서 차세대 난방시스템으로 알려진 4세대 지역난방이 이와 같은 시스템이며 저온난방으로 유명하다.


난방과 급탕은 세대별 열교환유니트로 해결할 수 있지만 문제는 냉방이다. 냉방을 위해 중온식 흡수식 냉온수기를 사용하는데 이는 열매체의 온도가 90~120℃에 이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데시컨트 흡습제를 활용한 냉방기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저온에서 재생되는 데시컨트를 제습에 활용하기 때문에 온수온도를 낮출 수 있다.


이와 같이 세대별 열교환유니트와 데시컨트 냉방기를 적용하면 지역난방에서도 보다 낮은 온도로 열매체를 보내 에너지를 절감하면서도 레지오넬라와 같은 질병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100~120℃로 보내고 있는데 이를 80℃로 낮춰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난방부하를 상당량 줄인 주거형태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당장 모든 지역난방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노후건물은 단열 등을 개선하면서 점진적으로 이와 같은 차세대 냉난방·급탕시스템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추진할 필요가 있다.




■ 데시컨트 냉방기 실증을 진행하는데
초고층건물의 현열·잠열 처리를 위해 복사냉난방과 데시컨트를 활용한 제습냉방을 접목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초고층건물의 특징은 고층부의 경우 햇빛의 영향으로 겨울에도 냉방부하가 발생하며 반대로 저층부는 주변에 가려져 온도가 낮다. 이와 같이 현열·잠열비가 불균등한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각각을 개별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실증연구에서는 복사냉난방, 데시컨트 제습냉방, 환기·공기청정기 등의 기능을 시스템으로 구성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냉방·난방·환기·공기청정·제습을 올인원 유니트로 구성하고 급탕유니트, 복사냉난방을 결합해 건물의 실내환경관리 주요요소를 모두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타당성 검증이 진행되고 있으며 2019년 중 시제품을 제작하고 2020년 실제 테스트가 진행될 계획이다. 시제품제작 이후 관련 데이터확보를 위한 시험설치가 진행된다. 현재 계획으로는 서울대 실험실을 비롯한 몇 곳에 설치하고 실측·검증하며 올해 하반기 데이터가 마련될 예정이다.


■ 위원회 활동계획은
건축환경은 실내 쾌적성을 근간으로 한다. 건물은 패시브적으로 환경조절, 일사차단, 단열·기밀향상 등이 적용된 뒤 액티브적인 전기·기계설비가 들어가야 한다.


설비공학회는 기계설비를 중심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패시브측면은 깊이 관여하지 않고 있는데 건축적으로 부하를 줄여놓으면 에너지절감이 쉬워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설비공학회에서 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건축환경부문위원회다.


건축적 요소를 바탕으로 기계·전기설비 등 시스템이 조화를 이뤄야 하며 서로 융·복합해 하이브리드로 설계, 제어돼야 한다. 이와 같이 건축물의 미래방향에 걸맞는 기계설비시스템의 변화 경향을 이끌어갈 수 있는 다양한 학술활동과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