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서 10월9~10일 개최된 아시아 최대 데이터센터(DC) 컨퍼런스 및 전시회인 Data Center World Asia 2024에서는 설비인프라 측면에서 리퀴드쿨링(Liquid Cooling)과 모듈러시스템이 트렌드로 확인됐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DC 지속가능성 향상과 에너지효율화를 위해 대표적인 차세대 리퀴드쿨링시스템인 액침냉각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과제를 시행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조진균 대한설비공학회 데이터센터부문위원장(한밭대 교수)을 싱가포르에서 만나 이번 전시회 트렌드와 글로벌 시장‧기술동향에 대해 들었다.
■ DCWA 참관 배경은
이번 DCWA 2024 참관은 올해 새롭게 시작된 산업부 R&D과제인 ‘액침냉각을 이용한 데이터센터 열관리 초고효율화 기술개발 및 실증연구’의 일환이었다. 연구는 삼화에이스를 주관기업으로 3개 세부연구그룹을 구성하고 있다. 한밭대를 비롯해 대학교, 연구소 및 기업 등 30개 이상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DCWA 2024에 컨소시엄 내 많은 참여기관이 DC Non-IT 설비인프라 기술동향 파악을 위해 함께 참석했다.
■ 전시회에서 리퀴드쿨링 트렌드가 엿보였는데
DCWA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DC 특화행사 중 하나로 CloserStill Media가 주최하는 Tech Week Singapore의 일부다. 이번 행사에서는 200개 이상의 선도적인 DC 관련 기업이 최신 제품과 서비스를 전시하며 산업계 전문가들이 컨퍼런스를 통한 주요 기술혁신을 공유했다.
과거 미국 DC 전문협회인 AFCOM(association for computer operations management)이 주최하는 Data Center World에 참석한 경험이 있다. 미국에서 개최되는 전 세계적으로 규모가 가장 큰 DC 행사이지만 Non-IT 설비인프라 관점으로만 보면 DCWA가 기술적 다양성이 더 돋보였다.
DC 설비인프라와 관련해 아시아 국가 중 한국과 일본의 기술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싱가포르는 빅테크(big tech)기업의 거점지역으로 많은 DC가 운영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DCWA는 기술적 동향을 파악하는 좋은 행사였다.
특히 수랭식(Liquid Cooling)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었다. GPU 및 NPU(Neural Processing Unit) 칩 등장으로 향후 IT장비 진화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현재 IT장비보다 고집적화될 것이며 전력밀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즉 현재의 DC 냉각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공랭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공랭식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향후 수랭식 IT장비 보급이 가속화된다면 냉각시스템도 반드시 수냉식 냉각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냉각솔루션기업은 아직 수랭식 IT서버 보급이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수랭식 냉각기술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제시된 수랭식 냉각은 DLC(Direct Liquid Cooling) 칩냉각(plate cooling)과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이다. 특히 현재 수행 중인 R&D과제에서 다루고 있는 액침냉각을 상세하게 살폈다. 액침냉각은 IT장비를 유체에 담그는 방식이기 때문에 비전도성 유체를 사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기존 냉각방식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유체를 개발하며 제공하는 기업도 당당히 DC 설비인프라기술 일부로 간주되고 있다.
■ 그밖에 주목할만한 점은
이번 행사를 통해 파악된 DC 설비인프라기술 방향성과 키워드는 수랭식 외에 ‘모듈러(modular)’도 주목할만했다.
모듈러 건설기술은 산업 디지털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 측면에서 IT장비와 서비스 지속성 주기가 더욱 짧아지는 환경에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즉 하나의 DC를 기획, 설계 및 시공해 완공 후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기간을 평균 3년 이상이라고 보면 기술변화에 따른 기존 IT서비스가 지속될지 불확실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DC를 더욱 빠르게 구축하며 계획했던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모듈러 및 공장화 기술이다. 일반건물과 달리 DC는 IT장비 배치가 정형화되므로 구역단위로 인프라설비의 모듈화 또는 표준화가 용이하다. 또한 프리팹(prefab) 공장화를 통해 공기단축뿐만 아니라 품질과 공사비(인건비 등 간접비)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설비인프라의 모듈러기술과 솔루션을 제시했다.
■ 아시아‧태평양 DC 시장동향은
글로벌 부동산 투자회사인 CBRE에 따르면 전력부족이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글로벌 DC시장 성장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 전력공급은 북미, 유럽, 라틴 아메리카 및 아시아 태평양 등 모든 지역 운영자에게 최우선 과제다. 충분한 전력을 갖춘 2차시장은 더 많은 DC 투자를 집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에서 가장 전력규제가 심한 시장인 싱가포르는 가용용량이 7.2MW에 불과하며 DC 공실률은 역대 최저인 1%다. 그만큼 기업들은 DC용량 확보에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세계적인 전력부족은 DC용량에 대한 가격상승을 촉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여전히 DC에 요구되는 전력 500kW 기준 월 480USD로 가장 높은 임대료를 기록하고 있다.
AI 발전은 미래 DC수요를 크게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능 컴퓨팅 수요증가는 높아지는 전력밀도를 관리해야 하며 이를 위해 DC설계 및 기술의 빠른 혁신이 필요하다.
아시아 DC 인벤토리는 지난 1분기에 전년대비 22% 증가해 2,996MW에 달했다. 한국, 일본, 호주, 홍콩 및 싱가포르는 엄격한 개발제약에도 불구하고 각각 0.5GW가 넘는 가용전력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용량 공급라인은 강력하며 이 지역 전역에서 수많은 글로벌 DC개발이 진행 중이다.
■ 글로벌 DC기술 동향이 국내시장에 미칠 영향은
DCWA와 같은 전시회에서 전반적인 DC시장의 구체적인 동향을 파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전시회는 근미래기술을 제시하는 자리로 현재 시장상태와 시간차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 키워드로 삼을 만한 모듈러와 수랭식 냉각기술은 시장이 열리면 언제든지 적용이 가능하도록 기업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냉각기술이 전통적인 공랭식 공간냉각 방식에서 장비(컴포넌트) 중심 수랭식 냉각방식으로 변환될 경우 설비인프라 설계의 생태계와 주도권 변화도 예상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DC 기술동향에 민첩하게 움직여 글로벌 주도권에서 밀리면 않도록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