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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유출지하수, 에너지원 ‘주목’…미비한 법·제도에 ‘발목’

수요처·공급처 위치 동일…경제성·효율성↑
인공함양 통한 지반침하 예방·하수요금 절감
신재생E 미포함…수열원으로써 관심 부족



2050 탄소중립사회 실현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에 관심을 가지는 가운데 정부는 정책수립과 예산투입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보급되는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광과 풍력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태양광, 풍력은 일사량, 풍량 등에 따라 생산량이 변동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서는 다양한 에너지원 활용과 미활용 에너지원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현재 에너지소비구조는 최종 에너지소비형태 중 50%가 열에너지로 화력발전, 태양광, 풍력 등을 통해 생산한 전기를 손실을 감수하며 열로 변환해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으로 열에너지를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신재생열에너지 활성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특히 신재생열에너지 중 물과 대기의 온도차를 이용하는 수열에너지가 건물 냉난방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9년 3월 하천수가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되면서 수열에너지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부산에코델타시티, 강원도 수열 융복합클러스터 등 시범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수열에너지 확대 움직임 속 일각에서는 수열에너지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수열에너지는 해수 표층수 및 하천수만 인정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 가까이 존재하는 유출지하수, 하수 등 다양한 물이 에너지원으로써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되지 않아 활용되지 못한 채 버려지고 있다.

특히 유출지하수는 연중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안정적인 열에너지공급원으로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도시발전 및 성장에 따라 지하구조물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량 및 발생지점 또한 늘고 있어 활용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유출지하수, 환경적·경제적 부담증가
지하철 건설, 건물의 고층화 등에 따라 지하층 개발이 확대되면서 유출지하수 발생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의 지하철, 건축물, 전력구, 통신구 등에서 발생하는 유출지하수는 2019년 기준 1일 약 38만톤으로 2017년 1일 발생량인 약 34만톤대비 11% 증가했다.

이렇게 발생하는 유출지하수 약 38만톤 중 26만3,000톤, 69.2%만 활용되고 나머지 30.8%는 그대로 방류되고 있다. 심지어 유출지하수 활용량 중 83.4%는 하천유지용으로 방류되고 있어 사실상 이용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와 같이 유출지하수의 발생량은 증가하는 반면 하천이나 하수로 방류되는 유출지하수가 전체 발생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낭비가 심각하다.

유출지하수가 하천이나 하수로 방류됨에 따라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대수층(지하수를 함유한 지층)의 지하수가 방류되면서 지층사막화가 진행되고 지반이 불안정해져 지반침하, 싱크홀 등의 발생이 잦아지고 있다.

또한 하수도로 유출지하수를 방류함에 따라 하수요금이 발생해 경제적 손실도 존재한다.

서울시에서는 2019년부터 유출지하수를 하수도로 방류할 경우 사용여부 및 업종 구분없이 1톤당 400원을 부과하고 있다. 서울시 물관리정보열린공개시스템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행당동에 위치한 지상 42층, 지하 5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의 7개동의 유출지하수 발생량은 2020년 기준 일평균 127톤, 연간 4만6,417톤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하수도를 통해 모두 방류했을 경우 연간 1,856만6,800원의 하수요금이 고스란히 건축주, 입주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연중 15℃·근거리…이상적 수열원
환경적·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던 유출지하수가 최근 안정적인 열에너지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일 450톤 이상 유출지하수가 발생하는 건축물, 지하철, 통신구 등 89개소에 대해 부존량을 산정한 결과 약 499만Gcal/년으로 나타났다. 

이중 이용가능량은 난방기준 622Tcal/년으로 89개소의 모든 유출지하수를 수열원으로 활용할 경우 연간 이용가능량은 6만2,000TOE다. 이는 2018년 기준 서울시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의 약 16%에 해당하는 양이다.

유출지하수가 이러한 부존량을 보유할 수 있는 이유는 연중 15~17℃ 수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 10m 이상의 유출지하수는 연중 온도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동절기, 하절기 등 계절적 요인에 구애받지 않고 연중 안정적으로 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유출지하수를 활용한다면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대비 30% 이상 냉난방에너지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출지하수 에너지생산방식은 스탠딩컬럼웰형(SCW) 지열시스템과 유사하지만 지열공을 뚫지 않고 집수정에 유출지하수를 모아 활용하기 때문에 지열시스템대비 시공비가 적고 시공기간이 짧다. 또한 취수설비가 비교적 간소하고 취수에 많은 동력이 소모되지 않는다는 점도 시공비 및 에너지 절감요인이다.

모든 에너지가 그렇듯 장거리 공급으로 인한 손실은 불가피하다. 수요처와 공급처간 거리가 짧을수록 효율이 높고 공급설비 구축비가 줄어 경제성은 향상된다. 유출지하수의 경우 소비처인 건물 지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손실 및 시공비가 줄어 에너지효율·경제성이 우수하다.

또한 열에너지로 활용하고 난 유출지하수를 수질에 따라 생활용수로도 활용할 수 있으며 활용 이후 잉여수를 다시 지중으로 인공함양함으로써 지층사막화와 지반침하, 씽크홀 등을 예방하고 하수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집수정 위치와 인공함양정 위치를 서로 이격해 시공함으로써 열축적에 의한 시스템효율저하를 방지할 수 있어 초기 효율유지가 가능하다.

공공·민간주도 유출지하수 활용 확대
최근 이러한 유출지하수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환경부는 대형 건축물, 지하시설물 등에서 발생하는 유출지하수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지자체 및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유출지하수 시범사업 공모전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3건의 시범사업이 선정됐으며 이중 부산지하철 2호선 문현역에서 발생하는 유출지하수를 냉난방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부산교통공사의 공모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현역에서 발생하는 유출지하수는 일평균 790톤으로 이중 95%를 하천유지용이나 하수로 방류하고 있었다.

부산교통공사는 이렇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던 유출지하수 750톤을 문현역 승강장 내 냉난방공급에 활용할 계획이다.

부산교통공사의 관계자는 “여름철 공랭식 냉방대비 유출지하수 활용을 통해 전력소모를 줄여 운영비가 줄고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 이행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또한 공랭식 냉방기 운전 시 실외기로 배출되는 공기가 도심의 열섬현상을 발생시키는데 반해 유출지하수를 활용할 경우 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겨울철 공랭식 히트펌프는 냉각용코일에 성에가 발생해 연속운전에 어려움이 있으며 성에를 제거하기 위한 히터를 운용해야 한다”라며 “유출지하수를 활용한 난방은 이러한 문제점이 없으며 공랭식 냉난방시스템대비 설비크기가 작아 공간활용에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부산교통공사는 이번 시범사업 참여에 앞서 에코에너지기술연구소와 함께 부산지하철 미남역에 유출지하수를 활용한 히트펌프 냉난방설비 설계 및 성능평가를 2017년 1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진행했다.

미남역에 설치된 유출지하수 활용 냉난방시스템은 기존에 설치돼있던 터보냉동기대비 약 41% 에너지절감효과를 나타냈다. 또한 유출지하수를 활용하기 위한 펌프를 제외한 시스템의 COP는 7.79로 확인됐으며 이러한 성과는 부산테크노파크와 에너지인증연구소 등을 통해 인증받았
다.

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인 센도리는 서울교통공사 5호선 장한평역에서 일평균 4,666톤 발생하는 유출지하수를 활용해 서울교통공사 본사 건물에 총1,399.4kW의 냉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센도리는 유출지하수 특성에 맞는 열교환기 코팅연구를 진행했으며 안정적인 유출지하수 특화 냉난방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서울교통공사본사 건물에서 사용되던 냉난방에너지 비용 34.2%를 절감했다.

정부지원없이 민간에서 나서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토목·건축·플랜트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남광토건은 현장직원숙소 등에 유출지하수 활용 냉난방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현재 △고덕강일 공동주택지구 현장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 건설현장 △삼성-동탄 광역급행철도 현장 △세종-안성간 고속도로 건설현장 △안흥-방림 도로 건설현장 △남양주 진접2 공동주택지구 현장 등에 유출지하수 활용 냉난방시스템이 적용됐다.

남광토건의 관계자는 “건설현장의 경우 수도 및 가스 등 기반시설이 구축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장사무소 및 직원숙소에 냉난방에너지와 생활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유출지하수 활용 냉난방시스템이 최적”이라며 “냉난방부하에 완벽하게 대응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기존 시스템과의 차이를 느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난방의 경우 기존 기름보일러 연료비대비 60% 절감됐고 상하수도 요금도 감소해 이를 통한 초기투자비용 회수기간은 2~3년 짧다”고 덧붙였다.

수량·수온에 따른 효율편차 극복해야 다양한 장점을 바탕으로 확대되고 있는 유출지하수도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수량에 따라 효율편차가 존재하고 용량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공사를 진행해야만 수량을 파악할 수 있는 점이 초기도입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코에너지기술연구소의 관계자는 “유출지하수 활용을 통해 많은 냉난방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수량에 따라 냉난방 효율과 용량이 정해지는 한계가 있다”라며 “유출지하수 활용 냉난방시스템에 적용되는 열교환기의 효율을 개선함으로써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외부조건에 따라 수온이 변하지 않지만 지하시설물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지하철이 지나는 터널인근의 유출지하수는 지하시설물 영향이 없는 곳의 유출지하수 온도보다 높다. 수온 따라 전체시스템의 효율이 결정되기 때문에 수온측정이 우선돼야 효율예측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수질에 따른 파울링 발생도 유출지하수 활용 애로사항 중 하나다. 특히 열교환기 내부에 물에 함유된 이물질이 물이 지나는 관로 등에 부착되는 현상인 파울링이 발생하면 열교환기의 성능이 저하되고 수명도 단축돼 전체 시스템 운영에 문제가 발생한다.

세척작업이 어려운 판형 열교환기를 유출지하수 활용 냉난방시스템에 적용할 경우 지속적인 교체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세척이 용이한 쉘앤코일타입 열교환기를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자동세척기능을 적용해 관리편의성을 높여야 한다.

법·제도 정비 급선무
유출지하수 활용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유출지하수가 아직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민간건축물에 적용되는 신재생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대체에너지 범위에 유출지하수가 포함될 경우 민간건축물에 의무적용해야 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비율 20% 중 6%를 대체할 수 있지만 유출지하수가 연간 38만톤 발생하는 서울시의 ‘신재생에너지 시설의 에너지생산량 산정지침’에는 대체에너지를 열병합발전, 상수열, 하수열, 집단에너지, ESS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주, 건설사 등은 유출지하수를 활용할 시도조차 하기 어려우며 건물 착공 시 유출지하수 발생에 따른 부담감만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력소비량을 줄여 건물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열원을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인정할 수 있는 제도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