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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인터뷰] 박창용 지열수열에너지학회 회장(서울과기대 교수)

“ZEB등급 신재생E 생산량 계산
지열 등 재생열에너지에 불리”
환산계수·1차에너지 환산 계산방법 개선 시급

2005년 설립된 한국지열에너지학회는 수열에너지가 새로운 신재생에너지원으로 법적 요건을 갖추고 관련 기술과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2021년 한국지열수열에너지학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열수열학회는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고 있는 지표의 암석, 토양, 지하수 등이 갖는 지열과 지표 및 지하의 물이 갖는 수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요구되는 다양한 기술과 관련된 업계와 학계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등재논문집인 한국지열수열에너지학회논문집을 발간하고 있으며 매년 학술발표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현재 총 회원규모는 약 500여명으로 관련 산업계와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지열수열학회를 이끌고 있는 박창용 회장(서울과기대 교수)을 만나 지열업계 현황 및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지열·수열을 보급 확대해야 이유는 
지열과 수열을 보급해야 하는 이유는 결국 신재생에너지 활용 이유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지구의 환경과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탄소배출 에너지원 사용을 줄여 기후변화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지열과 수열에너지 활용 기술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형태는 크게 전기와 열에너지로 나눌 수 있는데 지열과 수열에너지는 특히 주거용 및 비주거용 건물에서 냉난방 열부하를 감당하는데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원이다. 지열과 수열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냉난방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히트펌프를 활용하기 때문에 전기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입력되는 전기에너지에 비해 일반적으로 3~4배 이상 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 에너지의 효과적인 활용 측면에서도 가치가 매우 높다. 물론 히트펌프 열원으로 다양한 에너지원을 사용할 수 있지만 주변환경과 공기온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열 회복을 통한 반영구적인 열원활용이 가능하며 높은 성능계수를 달성할 수 있는 열원의 온도조건을 갖춘 지열과 수열을 활용하는 것이 발생하는 열부하를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위한 최적의 친환경기술이다. 

■ 국내 지열시장을 평가한다면 
지열에너지가 높은 활용성을 갖춘 신재생에너지원임에도 설치용량과 건수에 관한 통계자료를 보면 2016~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22년 공공부문에서 설치용량이 다시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전반적인 추세를 본다면 약간의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 침체기 극복방안을 제안한다면 
위기 극복방안 제시를 위해서는 먼저 지열시장의 침체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 침체원인은 지열과 수열 이외의 다양한 신재생에너지가 활성화되고 보급됐다는 것이다. 건축물을 예로 들면 ZEB 의무화에 따라 건축물 내 소요되는 에너지의 일정부분 이상을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해 소비해야 하는데 태양광과 같이 시공이 간편하고 운전과 관리가 용이한 에너지원 설치가 증가했다. 또한 연료전지 보급 역시 지열시공을 감소시킨 원인으로 일부 작용했다고 본다.
 
신재생에너지시장에서 지열적용이 감소하는 원인은 대체로 지열시스템이 갖는 기술적 특성에 기인한다. 지열이나 수열시스템은 적절히 시공되는 경우 매우 안정적이며 장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원이며 히트펌프와 연동돼 작동하기 때문에 운전되는 동안 높은 효율로 열부하를 감당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반면 높은 초기설치 비용, 천공부지 필요, 비교적 복잡한 시스템 구성 등은 보급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천공기술, 최적 운전제어기술, 계절별 운전 자동화 기술 등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관련 기술에 대한 개발이 계속돼 기존 시스템에 비해 성능과 유지보수 측면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지열 및 수열 냉난방시스템은 열원을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과 히트펌프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에 초기투자 비용이 비교적 높다. 이러한 비용적 부분을 상쇄하기 위해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열부하의 일정비율 이상을 신재생열에너지로 감당하도록 하는 RHO(Renewable Heat Obligation)제도와 신재생열에너지 생산이나 시스템 설치에 관련된 일부 비용을 지원하는 RHI (Renewable Heat Incentive)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가 해외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지열과 수열에너지의 활용이 에너지의 효율적 활용과 탄소배출저감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RHO나 RHI제도가 제한적으로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이를 더욱 확대 적용해 지열 및 수열에너지활용 시스템 보급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 제도상 꼭 개선해야 할 사항은
RHO와 RHI의 본격적인 도입에 추가해 제도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ZEB의 에너지자립률 계산과 관련된 것이다. 지열 및 수열시스템은 히트펌프를 이용한 냉난방 활용이 가장 큰 시장이라 할 수 있다. ZEB등급에 대한 법적 의무화는 지열 및 수열시스템 적용에 매우 중요한 제도다. ZEB등급은 건물의 에너지소요량대비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비율에 의해 결정되는데 1차에너지 형태로 환산하는 방법을 적용하게 돼 신재생열에너지 생산이 다소 불리하게 계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전기에너지 100kJ을 태양광패널을 이용해 순(net) 생산하면 환산계수 2.75를 곱해 275kJ의 1차에너지 형태의 신재생에너지 생산이라 고려하게 된다. 반면 COP가 4인 지열히트펌프가 신재생열에너지 100kJ을 순(net)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생산된 열에너지는 133.33kJ을 소비한 전기에너지는 33.33 kJ이 된다. 이때 ZEB등급에 반영되는 1차에너지 변환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은 41.67kJ(133.33−2.75×33.33)이 된다. 
 
이에 따라 사용자측면에서 동일한 100kJ의 신재생에너지를 순 생산한 조건에서 1차에너지로 환산된 신재생전기에너지는 275kJ, 신재생열에너지는 41.67 kJ이 돼 신재생전기에너지 생산이 신재생열에너지의 6.60배로 계산된다. 열에너지생산을 위해 전기에너지를 소비한 것을 고려해도 이는 상당한 환산량의 차이이며 그 원인은 전기를 1차에너지로 환산하는 계수 2.75에 기인한다.  

화력발전의 발전 및 송전을 고려한 전체효율(36.36%) 역수가 약 2.75다. 국내 화력발전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21년 기준 63.7%이며 원자력이 26.9%, 신재생에너지가 7.7%를 차지하고 있다. 탄소배출을 기준으로 한 1차에너지 환산계수 2.75는 화력발전에 적절한 값이며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발전부분은 환산계수에서 제외돼야 한다. 

또한 전체 발전량에서 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환산계수 2.75는 지나치게 높은 값이며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만을 고려한다면 환산계수는 약 1.75(2.75×0.637)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ZEB등급 결정에 활용하는 ECO2 프로그램을 이용해 신재생에너지 자립률을 계산해 보면 지열이나 수열시스템의 성능계수가 높아져도 자립률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 것은 이러한 환산계수 및 1차에너지로 환산하는 계산방법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환산을 열과 전기로 각각 나눠 따로 고려하거나 현실적인 환산계수를 적용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열·수열업계는 당연히 신뢰성 높고 효율이 우수한 지열 및 수열시스템 시공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실제 설비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이 큰 어려움 없이 운전 및 유지보수가 가능토록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 

유럽이나 미국이 RHO와 RHI를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신재생열에너지가 갖는 높은 활용성과 가치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신재생전기에너지와 신재생열에너지를 분리해 각각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독립적인 보급방안 마련에 힘써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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