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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개방형 플랫폼 , 왜곡된 BEMS 혁신 ‘주목’

에너지절감·시장성 이견 없어
고비용·저효율 시스템 ‘오명’
소비자중심 완전경쟁시장 필요



한국 BEMS산업이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BEMS시장은 다소 왜곡돼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비용이 들지만 정작 에너지성능 개선은 일시적이거나 효과가 없다는 문제제기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BEMS의 기본인 데이터 수집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현장이 있는가 하면 데이터가 올라와도 단위가 없거나 일부가 누락돼 올라오는 등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제어부문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BEMS의 목적이 에너지관리를 통한 사용량 절감이지만 데이터도 부실하고 정확한 대안제시나 효율적인 자동제어도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BEMS가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고비용·저효과인데 굳이 설치해야 하느냐는 하소연이 빈번하다.


정부·지자체에서 BEMS설치 의무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범위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개선이 시급하다.


이번 기획에서는 에너지절감 효과가 기대되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세계 BEMS시장에 비해 한국시장이 가진 구조적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를 혁신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개방형 BEMS 플랫폼을 살펴본다.

   

포기할 수 없는 BEMS시장


세계 BEMS시장규모에 대해 미국 시장분석전문기관인 글로벌마켓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s)는 2023년까지 60억달러(약 6조7,290억원)로, 미국 시장조사·컨설팅기관인 헥사리서치(Hexa Research)는 2024년까지 70억달러(약 7조8,505억원)로 전망하고 있다.


기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건물에서 낭비되는 에너지가 세계 BEMS시장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BEMS가 모니터링·제어·자동화 등을 통해 HVAC, 조명 등 부문에서 에너지효율에 기여하고 있으며 생산성과 쾌적성도 향상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세계 최대시장으로 여겨지는 미국은 에너지기술과 수요반응 프로그램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어 향후 수년간 BEMS시장의 우위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함께 기관들은 아시아태평양시장의 경우 BEMS시장 성장폭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하고 녹색건축의 대중화에 따라 BEMS수요가 밀려들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BEMS의 효과는 세계적으로도 인정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S/W), 하드웨어(H/W), ICT의 융합산업으로서 비전있는 사업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업계의 한 관계자도 “제대로 적용되고 엔지니어 및 운용자에 의한 관리가 이뤄지기만 한다면 10~30% 에너지절감은 확실히 보장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BEMS는 건물에너지효율화라는 정책목표, 우리나라의 자본 및 기술역량, 미래 신시장 창출 등을 감안하면 결코 뒷전으로 미뤄둘 수 없는 산업으로 평가된다.

 



BEMS시장의 구조적 문제


그러나 국내 시장상황을 돌아보면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민간시장에서는 별다른 이유가 없으면 BEMS를 고려하지 않고 의무적용대상 및 녹색건축·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취득 등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수요처에서는 BEMS에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업계관계자들도 대부분 그럴만하다는 시각이 많다.


원인으로 지나친 고비용 구조와 제품 신뢰성 하락이 지목된다. 최근 학교시설 BEMS시장이 열리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체계를 지속하다가는 ‘언 발에 오줌누기식’이 될 우려가 있다.


고비용 구조는 국내외 대형 BAS기업에 의해 고착된 측면이 크다. BEMS는 △S/W △H/W △엔지니어링 등이 원가를 구성하는 주요요소다. 그런데 기존 BAS기업들은 대부분 대기업이어서 S/W 개발과 현장 엔지니어링에 인건비로 많은 비용이 소요돼 가격인하 요인이 크지 않다.


이에 따라 마진율을 높이기 위해 단가를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로 책정하고 있다.


가격이 비싸도 BEMS 초기시장인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기술력을 갖춘 곳이 기존 BAS기업인만큼 대부분의 대형물량이 이들에게 몰려 사실상 국내시장에서 정부과제사업이 아니면 다양한 플레이어가 시장에 진입할 여지는 크지 않다.


문제는 기존 BAS기업들이 납품한 현장도 에너지절감효과가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일부 대형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연간 수억원대의 절감량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는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BEMS가 AI 등으로 최적효율운전을 자동으로 제공하지 않는 만큼 항상 관리자가 있어야 하지만 현장의 인력이 전문가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고 BAS기업에서 전문 엔지니어링인력을 장기간 파견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통상 전문 엔지니어링 인력은 수개월 현장에 파견돼 효율운전 노하우나 가이드라인,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주고 복귀하게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전문가이자 다른 관리업무와 병행하는 현장 담당자는 효율운전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기 어렵다”라며 “또한 폭염이나 강추위 등 흔치 않은 날씨에는 급격하게 설비를 가동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메이저 BAS기업들이 구축한 시스템 자체도 에러가 많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통신 등에 문제가 있어 건축물의 에너지를 진단·분석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당연히 이후 단계인 에너지절감도 효과가 제한적이다.


심지어 엔지니어링 인력이 파견된 기간에도 현장 특성에 맞는 노하우와 가이드라인을 서비스하지 못하고 이상 관제점에 대한 수정조치만 하다 파견기간이 끝나기도 한다.


반면 중소기업이 무리해서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이전을 받더라도 대부분 대형 프로젝트를 장악하고 있는 BAS기업에 막혀 시장진출이 쉽지 않다. 또한 저가시장을 공략하려고 해도 기술투자비나 원가도 회수하지 못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술력으로 대형프로젝트에 도전할 수도 있지만 폐쇄적인 BAS구조에 의해 좋은 기술도 묻히고 있다. 시스템을 구성하는 H/W 핵심설비 중 DDC는 해당 기업의 허가가 없으면 접속할 수 없다. DDC는 S/W의 신호를 받아 H/W를 제어하는 것으로 DDC에 접속하지 못하면 어떤 S/W나 H/W도 적용될 수 없다.


일부 우월한 기술을 갖고 있지만 전체 시스템을 구축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기존 BAS가 적용된 현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아예 차단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히려 별다른 기술력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시스템을 구성해 값싸게 납품하는 기업들이 난무하고 있다.


관리인력의 전문성이나 수가 대형건물보다 월등히 열악한 중소형건축물은 허술한 BEMS 문제가 더해져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비용을 투자했지만 운영·성능 미흡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BEMS에 대한 시장신뢰는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다.

   



개방형 플랫폼, ‘혁신 가능성’ 타진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각계에서는 개선을 위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부·학계를 비롯해 BAS기업을 포함한 대기업·중소기업들은 저마다 향상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고 협·단체 및 공공기관들이 BEMS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방안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폐쇄된 DDC 장벽을 깨지 않고서는 BEMS산업의 혁신은 요원하다고 분석한다.


이태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DDC는 글로벌 BAS기업들의 지배를 공고하게 만들기 위한 ‘BAS기업의 블랙박스’”라며 “사실상 H/W와 S/W를 표준 통신프로토콜로 연결하기만 하면 BEMS를 구축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어 이와 같은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과제사업으로 추진되는 ‘BEMS 개방형 플랫폼 KIS-System’이 산업혁신의 촉진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개방형 플랫폼은 S/W, H/W 라이브러리가 각각 존재하며 스마트폰의 ‘앱스토어’처럼 누구나 서비스·제품을 등록할 수 있다. 사용자는 각각의 라이브러리에서 원하는 제품을 담아 BEMS를 구성할 수 있다.


등록되는 모든 제품은 간단한 표준규약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모든 제품은 상호 연동될 수 있다.


시스템은 건물에너지에 대한 간단한 지식만 있으면 설계가 가능하다. 플랫폼은 설계도면, BIM도면이나 간단한 건물이미지를 통해서도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사용자는 플랫폼에 연동된 설계프로그램인 디자인매니저(DM)를 열어 프로젝트를 생성하고 회의실 사진을 올린뒤 설계를 시작한다. 연동되는 서비스모듈(S/W) 라이브러리(SM-LIB)에 접속해 원하는 상품을 골라 사진 위에 끌어다 놓으면 기본적으로 연동되는 디바이스(H/W)가 해당 라이브러리에서 따라온다.


만약 기본설정된 디바이스 외에 다른 제품을 적용하고 싶으면 디바이스 라이브러리(D-LIB)에서 원하는 제품을 끌어와 S/W와 연동시킬 수 있다. 이후 프로젝트를 저장하면 필드매니저(FM)를 통해 작업지시서를 열람할 수 있고 관련업체는 이를 따라 디바이스를 현장에 설치하게 된다.


설치가 완료되면 관련내용을 FM을 통해 작성하고 전송한다. 이를 토대로 데이터 인포메이션 모듈(DIM)에서는 전송받은 자료로 검수과정이 진행될 수 있다.


설치가 완료되면 사용자는 휴먼-머신 인터페이스(HMI)에 접속해 관련시스템을 제어하거나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서비스모듈 매니저(SMM)에서는 기존 BAS·BEMS의 대시보드처럼 다양한 건물에너지관련 현황을 시각화해 제공한다.

 



소비자 중심 ‘완전경쟁 시장’ 기대


이와 같이 누구나 판매하고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은 BEMS시장을 완전경쟁 시장으로 만들어 제품경쟁력과 가격경쟁력을 소비자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업들은 S/W, H/W 등 모든 부분을 포괄하지 않고 일부에 대한 기술력만 갖추면 되기 때문에 자본력에 따른 진입장벽도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술력 있는 저렴한 BEMS S/W, H/W의 등장에 따라 저비용 고효율 BEMS 구조도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제 BEMS산업이 공유와 개방,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