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설비산업, 코로나19 극복 해결책 제시

  • 등록 2020-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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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말로 인한 공기오염, 질병확산 원인
REHVA, 전염병사태 설비운영지침 발표
환기·공조·음압 등 전염예방 핵심설비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전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뤄진 검사 및 확진자 격리조치는 국제적으로 만족할 만한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지만 더 잘할 수 있었던 몇몇 사례가 발견됐다. 콜센터 집단감염사례와 같이 다중이용시설에서의 감염취약성은 기계설비가 막을 수 있는 분야였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코로나19와 비슷한 메르스 사태 당시 전염의 주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의료기관의 부실한 공기조화, 환기시설이었다. 실내공기환경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설비가 구비돼있지 않거나 설비가 있더라도 정확한 운전 유지관리 방법에 의한 운전을 하지 않아 감염확산 억제에 실패한 사례였다.

이러한 공기조화 및 환기설비 등은 인체의 호흡기관과 같은 시스템으로 비유된다. 기계설비의 인식부족으로 인한 병원 공기조화 및 환기설비의 중요성은 확대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민간 다중이용건물에는 적용이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만 봐도 확진자 수는 3월말 기준 9,600여명을 넘기고 있지만 국내 운영 가능한 음압병상은 847개에 불과해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기반은 턱없이 부족해보인다. 만약 국내 의료대응능력이 한계를 넘어선다면 이탈리아, 스페인 등과 같은 참사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음압병실 구축을 비롯한 이동형 음압기, 음압구급차량 확보는 물론 병원,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설비설계적 대응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이러한 전염성 질병에 대응할 수 있는 기계설비분야는 환기, 공조, 병원 음압시설, 음압차량 드라이브 스루와 같은 이동형 음압 검체실 등 다양하다. 일반 다중이용건물에서 전염병 예방을 위한 기계설비의 종류를 알아보고 취약점과 개선방향을 제시한다.

코로나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란 SARS-CoV-2 감염에 의한 호흡기 증후군이다. 평균 4~7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권태감, 기침, 호흡곤란 및 폐렴, 급성호흡곤란증후군 등 다양하게 경증에서 중증까지 호흡기감염증이 나타난다. 드물게는 객담, 인후통, 두통, 객혈과 오심, 설사도 수반된다.

2020년 3월30일 기준 국내 확진환자 9,661명 중 158명이 사망해 치명률은 1.63%로 나타나고 있다.

아직까지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전염방지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침이나 재채기로 인한 비말이 호흡기로 들어가거나 오염된 물건을 만진 뒤 눈, 코, 입 등을 만짐으로써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호흡기 보호와 올바른 손씻기가 특히 중요하다.

감염병 예방과 기계설비
현재까지 알려진 코로나19의 전염경로는 비말로 인한 호흡기 감염이기 때문에 밀폐된 실내공간의 오염된 공기를 배출시키고 신선한 공기를 유입시킬 수 있는 환기, 공조설비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집단감염을 일으킨 교회, 콜센터 등은 비말로 인해 생성된 오염된 공기가 밀폐된 공간에 누적돼 전염확률을 높였다. 이는 건물에 설치된 환기장치의 용량을 넘어선 인원이 밀집돼 문제가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콜센터 집단감염이 일어난 구로구 코리아빌딩에서는 총 97명이 확진됐으며 11층에서 근무하는 216명 중 94명이 감염됐다.

43.5%의 발생률을 보인 11층에서는 인원밀집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설치된 환기장치 용량은 인당 10CMH도 되지 않았다. 이마저도 환기장치를 가동하지 않았고 한창 전염이 일어났을 것으로 예상된 2월 중 기온이 낮은 날에는 창문개방을 하지 않아 실내 오염도는 매우 높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근무여건은 1인당 약 0.8평에 가림막이 낮았으며 콜센터 업무특성 상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또한 업무교대 시 전 근무자가 사용한 자리와 전화장비를 그대로 다음 근무자가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을 점검한 여명석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좁은 공간에서 마스크 미착용 상태로 한 전화업무가 감염의 주요원인이었으며 환기장치는 설치용량도 턱없이 부족해 환기를 가동했더라도 감염률 저하에 큰 도움은 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와 함께 지문을 사용하는 출퇴근 기록과 좁은 회의실에서 함께 식사하는 행동도 전염확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9층의 경우 넓은 공간에서 근무자들이 거리를 둘 수 있는 여건에 따라 1명 확진에 그쳤다. 건물전체가 연결된 환기구가 없어 11층의 오염된 공기가 다른 층으로 확산되지 않았다. 또한 승강기, 로비 등 공동시설을 통한 확산이 적은 것으로 보아 누적되는 공기오염이 전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3월2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최초 확진자가 확인된 11층에서만 상당 규모의 전파가 이뤄졌다”라며 “이는 콜센터 업무특성과 밀집된 환경 영향으로 비말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가 상당기간 반복돼 전파, 확산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역학조사는 빌딩 내 공조시스템을 통한 층간확산 가능성과 개인 간 짧은 시간 만남 등을 통한 전파가능성은 극히 낮음을 시사한다”라며 “승강기, 로비 공동 사용과 같이 짧은 시간 일상적 접촉에 의해 감염될 가능성도 작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재난 시 병원 음압병실 부족
정부는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사태 이후 전염성질병에 대한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대비책 마련을 위해 국내 의료기관에 음압격리병실 기준을 강화하고 규모확충을 지원했다. 이에 따라 기존 국가지정 입원치료(격리) 음압병상은 전국 10개 병원 118개에서 29개 병원 194개로 확대됐다. 시도지정 음압병상 및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음압병상까지 합치면 총 847개 음압병상이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2020년 3월30일 기준 국내 코로나 확진환자는 9,661명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어 가동할 수 있는 음압병상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관련 전문가는 현재 지어진 음압병실이 너무 고급화에 치중했다고 지적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원정책연구팀이 2018년 발표한 ‘음압격리병실 설치의 경제성 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음압격리병실 1개 설치 시 병상당 평균 2억5,000만원이 필요하다. 공간단계와 시설조건이 더 엄격한 국가지정음압격리병실은 설치비용만 병상당 3억1,000만원이다.

음압격리병실 병상당 운영비용은 최소 1,230만원으로 공조시설 및 냉난방비용 600만원, 필터교체 360만원, 기타운영비 270만원이다. 국가지정음압격리병상은 병상당 운영비로 4,100만원이 쓰인다.

여명석 교수는 “음압병동 한 실당 설치비용이 억대로 들어가는데 이번과 같은 재난상태는 다시 발생할 수 있으니 기능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비용이 적게 드는 경증환자용 병실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전염병 발생 시 병원에서 감염확산을 방지할 수 있도록 여러 병원에 음압격리병상을 나눠 배치하는 것보다 권역당 병원을 지정해 설치지원을 집중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라며 “음압병실이 여러군데 있다보니 일반 진료를 하러 온 사람들과 섞일 수도 있고 병원에서의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고 말했다.

음압격리병실은 평소에 일반병실로 사용하다가 전염병 재난 시 음압설비를 가동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REHVA, 비말·표면접촉 경고
유럽 난방환기공조연합(REHVA)은 2020년 3월17일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1) 확산방지를 위한 건물설비 운영방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최근 속출하고 있는 코로나19 감염사례 연구를 기반으로 2003년 유행한 사스(SARS) 바이러스(SARS-CoV-1) 사례를 참고해 HVAC 전문가 및 시설관리자를 위해 작성됐다.

보고서는 코로나19의 일반전인 감염경로를 큰 비말을 통한 감염과 표면접촉이 지배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큰 비말(>10 microns)은 기침과 재채기로 형성되며 감염자로부터 1~2m 이내의 표면으로 분출되거나 떨어진다. 이러한 큰 비말은 대부분 책상, 테이블과 같은 근처 물체의 표면에 떨어지며 오염된 물체에 접촉한 사람들이 눈, 코 또는 입을 만지는 경우 감염된다. 1~2m 이내 감염자가 서 있는 경우 주위 사람들은 감염자의 재채기와 기침, 날숨을 통해 배출되는 비말과 직접적으로 닿을 수 있다.

또한 기침과 재채기, 대화를 통해 생성되는 작은 입자(<5 microns)는 공기 중에 몇 시간 동안 부유하고 긴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작은 입자는 증발 및 건조되는(보통 1/1,000초 내외) 큰 방울로부터 형성된다.

코로나바이러스 입자의 크기는 80~160nm²이며 일반적인 실내환경에서 실내공기 중 최대 3시간, 실내 방표면에서 23일간 남아있다. 이러한 공기 중에서 부유하고 있는 작은 바이러스는 환기시스템의 통풍구나 실내기류에 의해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다.

실제로 코로나19 감염환자가 사용했던 방의 통풍구에서도 코로나 비이러스가 검출됐다. 이는 감염된 사람과의 1~2m 거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감염을 막는 것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며 많은 입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환기를 늘리는 것이 유용하다는 의미다.

또한 과학계는 세 번째 감염경로인 faecal-oral(대변-경구)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사스도 홍콩의 아파트에서 대변-경구에 의한 감염사례가 있었으며 최근 중국에서 발표된 논문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변에서 발견됐다고 보고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환기량 확보’ 전염방지 핵심
REHVA 가이드라인은 코로나19 감염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공기의 급기 및 배기 증대를 강조한다.

기계식 환기시스템이 있는 건물에서는 추가적인 작동을 권장하며 외부공기를 가능한 한 많이 공급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주요 고려사항은 1인당 공기공급량으로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밀집되지 않도록 해 환기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또한 화장실 배기시스템은 24시간 가동하고 ‘대변-구강’ 감염을 막기 위해 감압상태가 발생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기계식 환기기스템이 없는 건물에서는 창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지만 자연배기 또는 기계식 배기시스템이 있는 화장실에서 창문을 여는 것은 환기시스템이 반대방향으로 작동해 오염된 공기가 다른 방으로 유입될 수 있는 흐름을 만들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환경변화에 매우 강하고 80% 이상의 매우 높은 상대습도 및 30˚C 이상의 온도에서만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건물 내에서는 가습기 및 에어컨 가동은 바이러스 활동을 억제할 수는 없다.

다만 인체의 비강과 점막은 10~20%의 낮은 상대습도에서 감염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겨울철에는 30% 수준까지 가습을 제안하고 있다. 유럽기후는 3월부터 실내습도가 30% 이상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특별한 가습은 필요없다고 언급했지만 국내 실정에 맞춰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

열회수환기장치에 대한 주의도 있다. 회전식 열교환기는 입자가 열교환기 표면의 복귀공기로 침착되고 그 후 열교환기가 공급공기측으로 전환될 때 재유입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중앙공조설비에 재순환장치가 장착돼 있을 경우 회수덕트를 통해 바이러스 입자가 다시 유입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기간동안은 재순환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재순환댐퍼를 닫을 것을 권고했다. 냉난방효율에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전염병을 막고 공중보건을 보호하는 일이 열적 쾌적성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비말에 부착된 바이러스는 환기덕트에 침착되기 쉽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공기흐름에 의해 외부로 이동하므로 덕트청소와 유지관리 절차변경은 필요없다. 실외 필터 역시 일반적인 유지관리절차 및 예정된 계획 외의 교체는 권장하지 않는다.

공기청정기는 HEPA필터를 적용했을 때 환기와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면적은 10m² 미만이기 때문에 공기청정기를 호흡영역 가까이 배치할 것을 언급하면서도 정상적인 환기를 늘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기계설비산업, 재난극복 역량결집 필요
기계설비는 건물에 설치돼 인체의 장기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계설비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환기장치는 폐, 수배관시스템은 혈액, 자동제어는 두뇌, 심장은 펌프 등이 유기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 감염성 질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러한 재난사태가 또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와 같은 재난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의료시스템, 인력 확충은 물론 관련설비의 인프라 강화에도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오는 4월18일 시행을 앞둔 기계설비법은 이러한 전염병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산업체질을 강화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계설비법 제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산·학·연 기술교류와 발전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 대한설비공학회, 효율적이고 안전한 설계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한국설비기술사설계협회 등 기계설비분야 단체들이 힘을 합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마련에 앞장서야 할 시기다.

최인식 기자 ischoe@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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