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설비공학회 친환경냉매전문위원회(위원장 장영수)는 11월29일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4년도 동계학술발표대회'에서 특별세션을 진행하며 국내·외 친환경 냉매 동향과 실증연구 결과 등을 공유했다.
이번 특별세션은 △Low GWP(지구온난화지수) 비공비혼합냉매의 성능향상 연구(조일용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연구원) △대체냉매 적용 히트펌프를 사용한 실내기의 냉각성능 시뮬레이션(Cooling performance Simulation of the indoor unit of a heat pump with alternative refrigerants, Amal Vasu 국민대 석사과정) △공조용 신냉매 현황 및 기술 과제(고영환 LG전자 에어솔루션사업부 연구원) △가연성 냉매 히트펌프를 위한 열교환기 충전량 감소전략 연구(정민규 중앙대 석사과정) 등을 주제로 발표가 이어졌다.
좌장을 맡은 장영수 설비공학회 친환경냉매전문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세션은 친환경냉매전문위원회 특별세션으로 짧은 시간에 친환경 냉매에 대한 좋은 주제의 발표가 많이 나왔다”라며 “친환경냉매전문위원회는 많은 전문가가 모인 전문위원회로서 신규 냉매 개발 및 친환경 냉매에 대한 연구와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관심있으신 분들은 언제든 합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R454C대체 시 압축기 체적 60% 증대
조일용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연구원은 ‘Low GWP 비공비혼합냉매의 성능향상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HFC 계열 냉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GWP를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F-gas Regulation 강화안을 2023년 발표했다.
HC계열 냉매는 GWP 150 이하 자연냉매이지만 강가연성으로 실내에서 사용이 제한되며 HFO계열 냉매는 단독으로 기존 R410A나 R32냉매를 대체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에 따라 HFC와 HFO를 비공비로 혼합해 최대한 기존 HFC의 열역학적 물성치를 유지하면서 GWP를 낮추는 방법들이 제안되고 있다.
2개 이상 냉매가 혼합된 비공비혼합냉매 중 R454C, R455A는 GWP 150 이하로 기존 R410A나 R32의 대체냉매로 쓸 수 있다.
조 연구원은 “R454C, R455A를 기존 R32 냉매 기준으로 설계된 냉방성능 10kW급 천장형 냉난방기에 Drop-in 평가 결과 R454C가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며 “Drop-in 실험결과를 시작점으로 R32 냉매를 적용했을 때 냉난방 성능 및 효율이 나오도록 압축기 배기량, 배관경, 실내열교환기, 실외열교환기, 팬 풍량 등을 조정했다”고 실험과정을 밝혔다.
두 냉매 모두 R32대비 증발기 잠열이 적어 냉방 및 난방성능이 크게 감소했으며 성능감소폭은 두 냉매 모두 유사했다. 효율은 R454C가 R455A보다 우세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증발기에서의 온도 Glide가 상대적으로 R455A가 커서 열교환효율이 저하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R454C냉매로 기존 R32냉매를 대체할 경우 냉매순환량을 고려해 압축기 체적은 약 60~70% 증대가 필요하며 효율저하 개선을 위해서는 약 10~20% 열교환기 성능향상이 필요하다.
조 연구원은 “R454C냉매 특성상 요소부품 Size 증가와 이에 따른 비용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비공비혼합냉매 성능을 최적화해 Size증가를 최소화하면서 기존 냉매성능을 낼 수 있는 고효율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ow GWP냉매 회로최적화 필요
Amal Vasu 국민대 석사과정은 ‘대체냉매 적용 히트펌프를 사용한 실내기의 냉각성능 시뮬레이션’에 대해 발표했다.
열교환기 성능은 냉매의 열물리적 특성을 포함한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열교환기 특징, 냉매회로 등의 특성을 고려해 신형저압기 성능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Amal Vasu 학생은 “냉매 R410A, R32, R466A, R454B, R454C, R455A 등을 사용하는 실내 열교환기의 HTC(열전달 계수)를 비교해 성능개선에 대한 방안을 실험했다”라며 “실내 열교환기는 MATLAB에서 개발된 세그먼트 프로그램을 이용해 모델링됐으며 실험 데이터로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실내 열교환기 성능 시뮬레이션을 수행 결과 R32, R466A, R454B의 성능 특성은 R410A와 매우 유사하며 HTC 편차는 3% 미만이다.
하지만 R454C와 R455A는 서로 다른 성능 특성을 나타냈으며 각각 50.5%, 38.6%의 감소로 상당히 낮은 HTC를 보였다. 동일한 질량 유속조건에서 R455A와 R454C는 더 낮은 HTC를 나타냈으며 공기와 냉매 사이의 온도 프로파일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mal Vasu 학생은 “효율적인 열전달을 위해서는 GTD(Gas-to-Dust)가 높고 GWP가 낮은 냉매에는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회로최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U 자동차기업, CO₂ 적극 활용
고영환 LG전자 에어솔루션사업부 연구원은 ‘공조용 신냉매 현황 및 기술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고 연구원은 “냉동공조업계는 지구 환경보호를 위한 국제적 규제활동과 함께 불화온실가스 사용억제에 대한 지속적인 도전을 받아 왔다”라며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쟁기업들은 냉매규제에 대비한 신냉매(HFO 혼합냉매, 자연냉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일부는 상용화돼 시장에 속속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대체냉매가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는 분야는 자동차다. 자동차용 냉매는 R12, R134a, R1234yf 등으로 규제 일정에 따라 순차적 대체 적용되고 있다. R1234yf는 히트펌프 적용 시 저온에서 난방능력 부족과 PFAS 이슈, 10배 정도 비싼 공급가격 등에 따라 적용확대가 정체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CO₂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R290 열관리 모듈화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 제습기, 건조기, 이동형에어컨, 축열식온수기 등은 F-gas 규제에 따라 GWP 150 이하 R290을 활용해 시장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실내에서는 150g까지 설치규제가 없는 수준이며 실외 일체형으로 사용할 경우는 4.98kg까지 허용이 된다. 전장부품 방화설계(IP 등급 54)를 기반으로 해 AC/DC 이원화 관리, 냉매 정체구간 최소화, 누설센서 적용까지 고려해 안전설계를 지향한다.
벽걸이, 싱글 및 멀티, VRF는 R32를 적용해 글로벌시장으로 확대 중이다. 에너지효율, 냉매충진량 절감, 서비스부품 공용이 가능하며 낮은 GWP와 충진량 절감에 의해 75% CO₂ 발생량을 절감할 수 있다.
A2L 미연성 냉매에 대한 규격 대응을 위해 냉매량 1.83kg 이상 제품은 냉매 누설 센서를 실내 측에 장착해야 한다. GWP 150 이하 신냉매 개발은 열화학적 안전성, 비독성뿐만 아니라 동급 체적용량과 열전달 특성을 가져야 하며 배관에서 압력 강하 특성이 우수해야 한다. AGC R1123, 다이킨사 R1132(E) 가 개발 중인 냉매는 고온고압에서 화학적 불안정성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안정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NEDO 과제가 진행 중이다.
칠러는 스크롤, 스크류, 원심식 터보 압축기에 따라 용량과 적용냉매를 달리 사용하고 있다. 스크롤 칠러는 R410A를 대체해 R32, R454B 등이 적용 개발되고 있다. VRF와 공랭식 열교환기, 압축기 등 핵심부품을 공유하며 물측 열교환기는 판형이나 shell&Tube 형상을 적용한다. 실외 칠러, 실내 FCU을 연결해 사용하므로 A2L 가연성에 대한 우려가 적다.
스크류 칠러는 R134a를 대체해 R514A, R513A, R1234yf, R1234ze(E)로 개발되고 있다. R514A, R513A는 동급 체적용량을 가 Drop In 수준으로 전환이 가능하며 R1234ze 적용은 낮은 체적효율과 열전달 성능을 갖기 때문에 보완설계가 필요하다.
고 연구원은 “한국도 몬트리올의정서에 따라 개발도상국에 속해 2024년에 소비를 동결하고 2040년 말까지 기준치 15~20% 정도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라며 “HFC냉매를 사용하는 냉동공조기의 수출경쟁력은 이미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에 맞춰 냉동공조산업계의 빠른 냉매 전환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 규제 대응의 국내 선행적 실행과 국제 Rule-making 작업 참여를 위해 국내 규격 정비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FAS규제 강화⋯ 자연냉매 필수
정민규 중앙대 석사과정은 ‘가연성 냉매 히트펌프를 위한 열교환기 충전량 감소전략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최근 히트펌프는 열에너지 수요 전기화를 통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주요기기로 인식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천연가스 수요의 1/6이 건물난방에 사용되며 이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 10%를 차지하고 있다.
히트펌프는 화석연료 보일러보다 효율성이 높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어 주요 난방솔루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몬트리올의정서에 따라 GWP(지구온난화지수)가 높은 냉매의 단계적 감축이 시행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5년부터 GWP가 150을 초과하는 냉매의 사용을 금지했다. 또한 다양한 국가에서 PFAS(과불화화합물)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대체가능한 냉매는 Low GWP 요건을 충족하고 동시에 PFAS가 아니어야 하므로 자연냉매로 한정되고 있다.
정민규 학생은 “대체 가능한 자연 냉매후보에는 R744, R717, R290 등이 있으며 이중 R290은 기존 냉매와 유사한 열역학적 특성을 가지며 매우 낮은 ODP(오존층파괴지수)와 GWP를 갖고 있다”라며 “낮은 밀도와 높은 잠열을 가지고 있어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R290은 ASHRAE 34 표준에 따라 인화성 등급이 높은 냉매로 분류되기 때문에 공조기기에서의 사용은 유럽 냉동시스템 및 히트펌프 안전표준(EN 378)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
EN378 및 전기용품안전기준기준(IEC 60335-2-4)은 냉매의 하한 연소 한도와 설치 공간 크기에 따른 충전량 제한을 명시하고 있다. 만약 R290의 충전량이 약 150g 이하일 경우 별도의 공간 크기 규제나 안전장치 없이 설치가 가능하다.
정민규 학생은 “충전량에 따라 높아지는 시스템의 용량과 위험성을 고려할 때 안전성을 위해 냉매충전량을 줄이고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