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실현방안 중 하나로 목조건축이 주목받고 있다. 목재는 친환경 건축자재로서 탄소저감효과가 크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목조건축 1동(63㎡)은 전생애주기에서 34.6톤의 이산화탄소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자동차 18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다.
또한 목재는 철이나 시멘트에 비해 제조 및 가공과정에서 에너지소비가 적어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철근콘크리트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약 79.98톤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는 반면 목조주택은 18.85톤만 배출돼 친환경적인 건축방식으로 평가된다.
목재는 자연소재로 재활용이 용이하며 폐기시 환경부담이 적어 지속가능한 건축자재로 인정받는다. 또한 단열성능이 콘크리트의 7배, 철의 176배에 달해 냉난방비 절감효과가 크다. 실제로 크나우프 석고보드 실험에 따르면 동일한 조건에서 철제프레임보다 팀버프레임(나무뼈대)의 열관류율이 2배 이상 낮게 나타났다.

목재는 강도대비 무게가 가벼워 운반과 조립이 용이하며 공장에서 정밀가공이 가능해 모듈러공법적용에 유리하다. 모듈러공법은 공장에서 자재를 사전에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기존 철근콘크리트공법대비 공사기간을 30~50% 단축할 수 있으며 건설폐기물 발생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북미와 유럽에서는 목재를 활용한 모듈러건축이 친환경 건축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정부는 탄소중립 건축물 확산을 위해 목조건축 활성화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3차 녹색건축물기본계획에는 목조건축 확대방안이 포함됐으며 국토교통부와 산림청은 관련 법·제도개선과 인프라 구축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목조건축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에는 공공건축물에 목조건축을 장려하며 국가 및 지자체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목재건축 법적기반 및 인프라 부족
국내에서는 아직 목조건축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미비한 실정이다. 국내 건축법과 관련제도는 철근콘크리트구조 중심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목조건축을 적용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최근 목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건축구조기준에 목구조 설계항목이 추가되며 CLT(직교적층판) 등 신재료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는 등 일부 법적·기술적 기반이 마련됐으나 한국실정을 반영한 보다 구체적인 제도 및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국내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해 목조공동주택 시공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며 까다로운 내화구조 인정절차로 인해 목조건축물의 설계 및 시공이 어려워지거나 많은 비용과 긴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다. 이외에도 전문 건축공사업에서 목조공사업이 제외돼 목조건축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고층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해서는 타 재료 및 구조의 설계기준과 통일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목구조 관련 건축구조기준 고도화 연구가 필요하며 건축용 목재 부재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조건축 부재 및 접합부 등 건축요소 표준화연구도 진행돼야 한다.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순한 개별 법령개정 수준을 넘어 종합적인 정책로드맵이 필요하다. 현재 목조건축 관련규제는 건축법, 화재안전기준, 소방법 등 여러 법령에 분산돼 있으며 일부 규정은 시대에 맞지 않는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 혁신적인 목조건축 기술적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2010년 공공건축물 목재이용촉진법을 도입한 이후 관련법령을 연계해 규제개혁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내화성능 기준을 충족하는 공학목재 사용을 허용하며 층 목조건축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해 시장확대를 유도했다. 한국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목구조건축물에 대한 별도의 법체계를 정비해 공공·민간시장의 수요를 고려한 단계별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목재산업 생태계조성·자급률확대 필요

목재산업 생태계조성은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한 필수요소다. 현재 국내 목재시장은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 2020년 기준 국내 목재벌채량은 5,457㎥, 공급량은 4,447㎥에 불과하지만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목재공급량은 2,792만5,000㎥에 이른다. 결국 전체 목재공급량 중 15.9%만 국산목재로 충당되며 나머지 84.1%는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건축용목재만 따로 보면 국내자급률은 18.5%에 불과하며 원목뿐만 아니라 가공품 형태로도 상당량의 목재가 수입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목재를 가공해 건축에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며 이는 목조건축의 초기비용을 증가시켜 시장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과 국토 산림면적이 비슷한 일본은 정부차원에서 계획적인 조림과 산업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조성하며 2015년 기준 전체 산림의 40%를 조림지로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목재자급률이 높아졌으며 자국산 목재를 활용한 목조건축이 활성화될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2010년 관련 법을 제정해 공공건축물에서 목재이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했으며 2021년에는 법 개정을 통해 민간부문까지 목재이용을 확대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일본의 전체 건축물 중 목조건축물비율은 40~44%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안정적인 목재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장기적인 조림정책을 강화하며 목재가공 인프라를 확대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국산목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에서 인정하는 ‘탄소저장 소재’로 국산목재를 활용하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산림 순환경영을 통해 국산목재 사용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목재는 국가차원의 중요한 자원이며 가까운 미래에 국가간 목재자원 확보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목재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도록 조치했으며 목재와 임산물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난연성능 등 부정적 인식 만연… 홍보 적극 필요
이처럼 다양한 장점을 가진 목조건축이지만 여전히 대중의 인식부족으로 인해 활성화가 저해되고 있다.
일본은 국가 및 지자체 차원에서 목재이용을 적극 장려하며 공공건축물 관계자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공공부문에서 목재사용을 확대하며 학교, 공무원, 건축업 관계자들에게 목재의 안전성과 경제적 이점을 알리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한옥문화가 자리잡고 있어 목재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지만 여전히 목조건축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편견이 남아 있다.
그러나 실제로 CLT 등 공학목재는 일반 합판이나 OSB(Oriented Strand Board)와 달리 두껍고 견고한 구조재로 사용되며 화재 시 겉면만 서서히 탄화되는 특성을 지닌다. 이로 인해 화염이 내부로 급격히 확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건축법상 내화성능기준을 충족해 시공할 경우 다른 구조물과 비교해도 충분한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목조건축을 확대하고 관련정책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캐나다, 스웨덴, 핀란드 등에서는 정부가 앞장서 공공건축물에 목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부문에서도 목조건축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또한 목조건축은 비용이 높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수입목재를 활용한 목조건축의 경우 철근콘크리트구조와 비용차이가 크지 않으며 국산목재 또한 향후 목조건축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성장하면 가격경쟁력이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모듈러공법 등 OSC(Off-Site Construction)공법과 적합성이 높아 공사기간 및 비용절감 효과가 크며 감가상각기간이 타 자재보다 짧아 세액감소에 유리하다는 경제적 장점도 있다.
국내 목조건축시장은 최근 몇 년간 성장세가 둔화됐다. 착공 동수 기준으로 2016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며 1만4,945동을 기록했으나 2017년 이후 하락세로 전환됐다. 2024년 기준 착공 동수는 6,138동까지 감소했다. 이는 건축경기 침체와 더불어 △목재 수입시장 불안정 △원자재가격 변동 △대출금리 상승 등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내 목구조 착공건수의 약 70%가 단독주택 형태인데 최근 금리인상으로 인해 건축주들이 신축을 미루는 경향이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목조건축시장이 일시적으로 침체됐지만 글로벌 친환경정책과 기술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성장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지속가능한 건축방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국내 목재산업의 자립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면 국내 건축산업 패러다임도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목조건축시장을 육성하면 국내 건축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건축법 개정, 연구개발 지원, 목재산업 인프라 구축 등 정책적 노력이 병행된다면 향후 10~20년 내 한국에서도 대규모 목조건축프로젝트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목조건축을 도입하고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탄소중립시대에서 목조건축 활성화는 국가차원의 전략적 선택이며 지속가능한 건축방식을 확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과 기업의 기술개발 노력이 맞물린다면 한국도 목조건축을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도시 조성에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