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1일 새벽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위치한 한 공동주택 지하 1층 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의 배터리에서 발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연기는 배기구와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퍼지기 시작했으며 아파트단지 전체가 실외배기구를 통해 뿜어져 나온 연기에 뒤덮일 정도였다.
특히 천장에서는 불똥이 떨어지고 불과 2분만에 지하주차장은 암흑으로 변해버렸다. 화재신고를 받은 소방서는 현장진입을 시도했으나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열폭주가 급속도로 일어나기 때문에 즉시 진압하지 못했다.
소방관 한 명이 탈진할 정도로 화재의 규모가 커 진압에만 무려 6시간이 소요될 정도였다. 당시 화재로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 중 140여대가 전소되거나 그을리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특히 차량뿐만 아니라 당시 화염으로 주차장 내부온도가 1,000℃ 넘게 치솟으면서 지하에 설치된 수도관과 각종 기계설비 배관 등이 녹아 흘러내려 피해가 커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장을 감식한 한 전문가는 “현장 조사결과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라며 “불이 난 전기차의 왼쪽 차량들은 큰 피해가 없어 보이는데 오히려 멀리 주차된 차량들은 완전히 불에 타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발화 차량과 가까운 차량 피해 적은 이유는 불이 시작된 전기차 뒤쪽 벽면에 남아 있는 선명한 화염의 연기가 빠져나간 흔적을 따라가자 지상으로 뚫려 있는 채광용 환기구 나왔다”라며 “이곳으로 열기와 유독가스가 분출되며 가까운 차량으로 불이 번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CCTV 영상에서 불에 탄 보온재에서 떨어지는 불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폭발과 함께 화염에 휩싸인 차량이 40여초 뒤 3m가량 떨어진 오른쪽 천장 쪽에서 불똥이 쏟아져 조금씩 오른쪽으로 옮겨가는 불똥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전기차가 폭발하며 천장배관 보온재에 옮겨붙은 불이 5m 넘게 떨어진 차량까지 번진 것”이라며 “결국 불은 천장 상하수도 배관을 감싼 보온재를 태우며 빠르게 번졌으며 보온재에서 떨어진 불똥이 차량으로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소방방재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기차 화재 발생건수는 2021년 24건, 2022년 44건, 2023년 상반기 42건으로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있었던 전기차 화재사고의 경우 사고발생 장소 중 공동주택비율이 전체의 3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소방방재분야 한 전문가는 “지하주차장 천장에는 줄줄이 늘어선 배관들이 빨간색 포장재로 감싸져 있는데 이 소재는 저렴한 가격대비 높은 보온성으로 건축설비용 배관에 주로 쓰이는 발포 폴리에틸렌으로 확인된다”라며 “하지만 가연성이 높아 화재 발생 시 불길이 더욱 크게 번지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며 지난 2017년 12월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에도 배관을 덮은 보온재 탓에 불길이 더욱 크게 확산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화재는 이뿐만 아니다. 2014년 발생한 고양시외버스종합버스터미널 화재도 불씨가 보온재에 착화하면서 크게 번져 결국 8명이 사망하고 116명이 부상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당시 소방청은 무기화합물 재질의 불연성 또는 난연성 소재의 배관보온재를 사용하도록 권고했지만 무기보온재는 재질 특성상 배관 등에 시공하기 까다롭고 경제성이 떨어져 주로 발포 폴리에틸렌(PE)과 고무발포 보온재 등 유기보온재가 많이 쓰였다.

PE와 고무발포 보온재들은 수평연소성과 한계산소지수(L.O.I), 임계열류량(CFE) 등 화재안전성능시험을 거치지만 배관에 보온재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난연성 시험을 하는 유럽이나 미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제품 일부를 자른 시편으로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현 시험방식은 보온재의 화재 안전성능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소방청이 진행한 ‘배관용 보온재의 난연성능 기준 개발’ 연구보고서에는 ‘국내 기준은 실제 설치환경을 고려하지 않아 현장 보온재의 난연성능 결과가 시험 당시와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담겨있어 전국 수십만 건축물에 성능이 미흡한 보온재가 설치돼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건물 기계설비용 배관에 주로 쓰이는 보온재가 화재 때마다 불씨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계속 사용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재 확산의 원인을 보온재 자체로 단정 짓는 것은 무리가있으며 실화재 환경에서 완전히 불에 견딜 수 있는 제품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이에 따라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화염확산과 전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난연제품을 개발·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난연 단열재 사용 의무화 추세

건축설비용 단열재시장은 주로 배관과 덕트공사에 적용되며 재료의 구조에 따라 Closed-Cell과 Open-Cell 형태로 크게 분류된다.
이러한 재질적 특성이 물성에 미치는 영향이 커 적용하는 용도에 맞는 최적의 재료를 선택해 시공해야 한다. Closed-Cell 구조를 지닌 단열재로는 발포폼 형태의 유기질재료로 발포폴리에틸렌폼과 고무발포폼, 우레탄폼 등 투습 흡습에 강한 장점으로 인해 결로방지와 같은 저온용도에 많이 쓰이고 있으나 일정 고온 이상에서는 사용한계가 단점이다.
특히 가연성물질 특성상 화재발생 연소 시 독가스 연기 및 화염확산에 노출될 수 있다. Open-Cell 구조는 무기질재료인 유리섬유 미네랄울, AES울 등이 있으며 고온용 단열공사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용가능하며 화재에 강한 불연성능과 복잡한 형상에서도 가공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Open-Cell 재료의 단점인 흡수성으로 결로방지를 위한 저온구간에서는 별도의 방습층을 형성해 마감처리해야 한다. 설비용 단열재의 경우에는 고분자화합물 발포폼 형태의 다양한 유기질재료가 범용화돼 쓰여지고 있다.
특히 HVAC&R분야에서는 결로방지성능의 장점으로 대부분 사용되고 있다. 국내 설비용 단열재로는 발포폴리에틸렌폼, 고무발포폼 등 유기질재료들이 주로 표준화돼 있으며 일부 유리섬유, AES울 등 무기질재료들이 용도에 따라 사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 설비용 단열재시장에서는 유기질재료인 발포폼 단열재료가 범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화재발생 시 매우 중요한 소화활동설비인 제연설비덕트 단열재의 경우에는 화재안전 제도개선과 함께 건축법에서 정한 난연성능 및 화재확산 방지구조기준인 품질등급으로 반드시 불연재료로 단열처리하도록 2022년 12월1일 기준 의무시행되고 있다. 주로 불연성능이 있는 무기질재료들로 적용하고 있다.
또한 일반 설비용 단열재에서도 소방법에서 정한 성능위주설계 특정대상물인 규모 이상의 대형건축물들에 적용되는 화재안전성능 확보를 위한 각 지자체별 표준가이드라인에서는 건축법에서 정한 난연성능 및 화재확산 방지구조기준에서 정한 시험규격에 합격한 품질인 불연재료, 준불연재료, 난연재료 등급을 요구하는 추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발포폼 형태의 유기질재료들은 새로운 산업구조 변화와 트렌드인 전기차 출현으로 인해 화재발생 시 노출되고 있는 지하주차장 전기차화재안전 대책에서가연성 위험물질로 지적되고 있다”라며 “또한 대도시 대형건축물들에서 밀폐되고 폐쇄적인 대심도 지하공간 건축물 사용자 안전확보대책의 일환으로 건축법에서 정한 화재안전 난연성능 품질이 요구되고 있어 특정한 구역공간 내 노출되는 설비용 단열재들은 불연화로의 접근과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난연성능기준 시급
설비용 단열재는 관련법령에서 정한 명확한 화재안전 난연성능기준이 없으며 전기차의 출현으로 지하주차장 등 사각지대에 있는 건축물 비구조체 단열에 따른 화재안전성능 확보 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24년 8월1일 인천청라 공동주택 전기차 화재사고 사례로 더욱 더 심각하고 중요한 예방차원의 제도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발포 폴리에틸렌 보온재는 주로 지하주차장의 횡주관이나 건물 기계실 배관 및 덕트에 시공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설치되지만 설비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유지·관리비용을 절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배관은 급수관, 급탕관, 소화배관 등으로 구분되기에 보온재 시공 후 이를 구별하고 기밀성을 유지하기 위해 색상별 테이프로 마감작업을 한다.
그러나 마감용 부자재는 화염에 취약해 화재발생 시 보온재와 밀착된 상태에서 불이 옮겨 붙으면 보온재 자체가 난연성을 갖고 있더라도 그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을 포함한 모든 건축물에서 지하주차장, 지하층 및 노출되는 공간들에 설치되는 설비용 단열재만이라도 건축법에서 정한 불연재료, 준불연재료, 난연재료의 품질성능기준으로 화재안전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전기차량 화재 시 열폭주 현상으로 1,000℃ 이상 열원으로 5m 이상 상부 천장으로 치솟는 화염에 노출시에는 상부 설치돼 있는 배관, 덕트, 전선 등에 미치는 화염속 열원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결국 해당 구성물들의 소실로 수많은 세대가 단수 및 단전됐으며 가연성물질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스는 세대내 모든 가구류, 생활용품 및 집기류를 그을음으로 뒤덮는 대재앙을 초래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는 단열재 주기능으로 기존 고정관념인 에너지절감, 동파방지, 결로방지 등 기능적인 측면은 물론 화재발생시 폭주하는 열원에서도 외부 화염의 침입으로부터 해당 설비 대상물들을 보호하고 방어해 줄 수 있는 화열억제기능까지 고민하고 검토해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건축 및 설비안전기준이 강화되면서 난연성능을 갖춘 단열재 사용이 점차 의무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공공시설이나 고층 건물, 산업시설에서는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해 난연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설비용 단열재에서 난연성능은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안전규제 준수, 인명보호, 시장경쟁력 확보 등 다양한 요소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