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커버스토리

[특별기고] 친환경소비 ‘그린슈머’ 트렌드

콘덴싱보일러 확대 기폭제된다
설치 예외, 대기질 개선 대의 명분 살려야

환경과 건강을 우선 판단 기준으로 하는 소비자, 이른바 ‘그린슈머(Green+Consumer 합성어)’가 늘고 있다. 환경보호라는 거대 담론 형성에 참여함에 있어서 일상 속에서 행하는 소소한 소비에서부터 환경보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카페에 갈때 개인 텀블러를 챙겨간다든지, 장 보러 갈때 에코백이나 장바구니를 가지고 가는 모든 행동이 그린슈머를 향한 첫 걸음이다. 조금 더 진보한 그린슈머는 물건을 구입할 때 국가가 친환경 상품임을 공인하는 환경마크를 체크하고 제품 생산 및 유통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표기한 탄소라벨까지 꼼꼼히 확인하기도 한다.

이처럼 녹색소비에 대한 관심은 환경보호 가치를 이룰 뿐만 아니라 에너지비용까지 줄이자는 트렌드로 전이하고 있다. 실제로 아파트단지 내 태양광설비 설치를 통해 소비전력을 직접 생산하거나 나아가 남은 전기를 다른 소비자와 전력망에서 교환해 수익까지 창출하는 ‘에너지 프로슈머(Energy Producer+Consumer 합성어)’도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미세먼지 심화, 그린슈머 확대
최근 심화되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그린슈머’가 늘어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특히 미세먼지는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중·일 3국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미세먼지 발생원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향후 5년간 대기질 개선을 최우선으로 기후변화대응, 해양관리 등 8가지 환경분야에서 긴밀한 협조 체제를 유지하자는 내용의 공동합의문을 채택하며 뜻을 모으고 있다.

국제적인 공조체제가 이뤄진 만큼 우리도 내부적인 채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3개 주요도시(서울, 부산, 대전)만 보더라도 초미세먼지 발생 이유 중 자체 요인비율은 51%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의 초미세먼지 배출원 중 가장 높은 39%의 비율을 차지하는 요소가 난방으로 밝혀짐에 따라 가정용보일러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콘덴싱보일러가 전 지구적 환경문제인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이는 대안으로 떠오르며 콘덴싱보일러 개발 및 보급을 위해 투자를 진행해온 보일러업계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환경부 또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기질 개선과 에너지절감을 위한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보급 확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가정용보일러의 인증기준은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으며 미세먼지가 본격적으로 국가적 의제로 떠오르기 시작한 2018년부터 한층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환경부는 미세먼지의 주범인 질소산화물(NOx) 배출기준을 20ppm 이하로 설정하고 일산화탄소(CO) 배출기준 역시 100ppm 이하로 규정했다. 에너지효율 92% 이상의 제품에만 환경부 인증을 부과하며 소비자들이 보일러를 사용할 때 에너지비용 절감이라는 실질적인 혜택까지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월부터 콘덴싱보일러 의무화
오는 2020년 4월부터 시행될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환경부 장관이 콘덴싱보일러 설치가 어렵다고 판정한 일부 장소를 제외하고 대기관리권역 전 지역에 콘덴싱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될 예정이다.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사용에 따른 사회적 편익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일반 및 노후보일러를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로 교체할 경우 에너지절감 효과는 약 5,471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친환경 콘덴싱보일러가 고효율에너지기기임을 방증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직접 지출해야 하는 가스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환경부는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사용 시 일반보일러대비 최소 연 13만원의 가스비를 아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사용 시 미세먼지의 주범인 질소산화물 감축 편익은 1,665억원이며 이산화탄소 감축 편익은 584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올해 예산을 들여다보더라도 대기질개선을 위한 국가적,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2020년 환경부 예산 및 기금은 2019년대비 21.5% 증액된 9조5,394억원으로 결정됐다. 특히 맑은 공기, 깨끗한 물과 같이 국민들의 기본권인 환경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업들에 재정 역량을 집중한 것이 눈에 띈다.

2020년 환경부 전체 사업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기환경부문으로 전년대비 무려 117% 증가한 2조1,993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됐다. 이중 2020년 친환경 가정용보일러 보급사업 예산은 35만대 규모인 510억원으로 확정됐다. 또한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지원금액을 기존 1대당 2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지원범위를 늘리는 동시에 보급사업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조금 먼 길을 돌아왔지만 환경보호를 향해 올바른 정방향이 정립된 것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설치 장소 예외, 법 제정 취지 살려야
하지만 아직도 협의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난제들이 남아 있다. 환경부는 앞서 언급한 질소산화물과 일산화탄소 등 배출가스와 에너지효율 규제를 기준으로 가정용보일러 인증기준을 마련하면서 환경부 장관이 정하는 평가기준에 따라 해당 인증 보일러를 설치하기 힘든 장소에는 완화된 기준의 보일러를 설치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이 기준이 어떻게 정립되느냐에 따라 시장의 방향이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법의 제정 취지를 고려해 미세먼지는 물론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사용 절감까지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적인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참고할만한 선례는 유럽이다. 유럽은 노후주택이 많아 배수로를 확보하기 어려운 열악한 설치환경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일관된 노력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콘덴싱보일러 보급률을 90%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15년부터 에너지관련제품에 ErP규정을 도입하면서 친환경 가치 실현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유럽연합은 2020년까지 친환경에너지 사용을 전체 에너지의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각종 전자제품에 에너지라벨 부착을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현재 유럽은 엄격한 에너지효율과 질소산화물 기준치에 따라 일반보일러는 판매할 수 없다.

콘덴싱보일러를 기본으로 다양한 장비들과 결합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 역시 유럽 이상의 강력한 기준을 수년에 걸쳐 준비해온 만큼 대기질 개선이라는 대의를 이뤄낼 수 있도록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아프리카 코사족 속담 중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환경보호라 함은 마치 어릴 적 백일장대회에 나가서 작성했던 표어처럼 아득히 멀고 추상적으로만 느껴진다. 하지만 ‘그린슈머’로서, 그리고 ‘에너지 프로슈머’로서 일상 속 작은 움직임부터 모두 함께 한다면 환경보호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마침내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사계절 내내 집안의 온기와 온수를 책임지는 우리 삶의 필수 파트너, 보일러도 역시 친환경소비로 이어지기를 바라본다.